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89화 (89/202)

# 89

나 혼자 10만 대군 089화

26장 조건(1)

[그림자왕 김우현을 습격한 헌터는 대체 누구? 능력을 생각해 보니 ‘충격’]

[그림자 왕, 전투 도중 설악산을 박살 내, 충격.]

[150m가 넘어가는 초대형 크기의 정체는 바로 그림자왕!?]

[국제 헌터 협회, 최근 국제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괴인’을 ‘변이체’로 명명]

[최근 실종이 잦은 SS급 헌터들, 그들은 대체 어디에? 모두가 의문]

[SSS급 헌터 ‘차가운 빛’ 레이나 2일 만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

모니터에 스크랩한 뉴스들을 한 번씩 클릭해 보며 나는 말 없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S급 대형 던전 ‘도플갱어의 늪’이 끝나고 3일, 세상은 다시 한번 시끄러워졌다.

내가 알 수 없는 헌터에게 습격당했다는 사실도 언론이 이렇게 폭주하는 데 한몫했지만, 사실 언론이 폭주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바로 ‘차가운 빛’ 레이나의 사망 소식이었다.

SSS급 헌터 ‘차가운 빛’ 레이나의 사망 소식.

전 세계에 20명밖에 없는 지금 시점에서 SSS급 헌터가, 그녀와 같이 다니던 SS급 헌터 2명과 함께 사망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경악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와 동시에 여러 가지 음모설이 나돌기도 했다.

가장 신뢰를 얻고 있는 추측은 요즘 급작스럽게 전 세계에 나타나 피해를 주고 있는 ‘변이체’의 소행이라는 것이었다.

또 누구는 지금 이 일이 변이체와는 상관없이 평소 레이나와 친하지 않았던 헌터들이 그녀를 합공으로 죽였다는 소리도 있었다.

그 이외에도 조금 어처구니없는 가설들이 기자들의 뇌피셜을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가정은 전부 틀린 것이었다.

나는 마우스를 조작에 스크랩되어 있던 글 중 레이나에 관련된 글을 클릭했다.

곧 화면이 뜨며 완전히 말라 비틀어진 레이나의 시체를 보였다.

죽은 지 2일밖에 되지 않은 시체치고는 마치 미라처럼 마른 레이나의 모습을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포식자 릭.”

이건 틀림없이 그 녀석의 짓이었다.

완전히 말라 비틀어진 시체, 이것은 회귀 전에 ‘릭’이 습격했던 헌터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요소였다.

포식자에게 우선 힘을 빨리게 되면 힘을 빨린 헌터는 마치 생기가 빨려 나간 것처럼 온몸이 말라 비틀어지게 된다.

뭐, 결국 회귀 전의 릭은 그가 능력을 사용한 뒤 남는 잔재 때문에 결국 꼬리를 잡혀 나를 포함한 헌터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쯧.”

나는 혀를 차며 레이나의 시체가 있던 화면을 최소화시키고 다시금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3일 전, 마프로스와 괴인의 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해 낸 나는 곧바로 도플갱어의 늪 안으로 들어가 길드원들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뭐, 사실 구했다고 하기에는 이미 내가 들어갔을 때, 변이체들은 완전히 박살이 나 있던 상황이라 딱히 구하고 말 것도 없었다.

이은별과 하리남 그리고 몸에 상처는 없지만, 정신을 잃은 김서윤의 상태를 본 나는 당장 던전 클리어를 포기하고, 그들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길드원들을 병원으로 이송한 나는 결국 홀로 도플갱어의 늪을 클리어해야만 했다.

도플갱어의 늪을 클리어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도플갱어는 같은 도플갱어 이외에 자신이 처음으로 본 모습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 특성을 이용하면 도플갱어의 늪을 클리어하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길드원들이 도플갱어의 반지를 얻지 못했다는 것 정도일까.

도플갱어의 늪에는 총 3가지의 몬스터가 등장했다.

첫 번째는 바로 검은색 빛을 가지고 있는 일반 도플갱어고, 그 위에는 검은 도플갱어와 흰색 빛깔을 가지고 있는 도플갱어가 등장했다.

그중에서 검은 도플갱어는 다른 도플갱어들과 다르게 특이한 아이템을 떨어뜨리는데 그게 바로 도플갱어의 반지였다.

효과는 심플하게도 반지의 특수 능력을 사용하면 일정 시간 동안 모든 신체 능력이 2배가 되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사용하는 도깨비 팔찌처럼 체력만 버텨준다면, 계속해서 사용이 가능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성능이 좋은 아이템이었다.

심플하지만 좋은 아이템,

하나 이런 좋은 아이템이라고 해도 이 아이템에는 페널티 아닌 페널티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 검은 슬라임에서 드랍되는 반지는 그 검은 도플갱어가 변신의 대상으로 지정한 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타인이 반지를 손가락에 끼는 건 가능했지만, 그래 봤자 도플갱어가 자신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직접 잡더라도 능력 사용이 불가능했다.

“……쩝.”

뭐, 결국 그 덕분에 나는 도플갱어의 늪에서 그 녀석들을 전부 잡고 반지를 전부 얻어 오기는 했지만.

“……총 4개라,”

나는 내 주머니 속에 있는 반지의 감촉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고민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결사단’이었다.

아마 결사단의 일원으로 보이는 ‘마프로스’와 이번 레이나의 사망으로 확실해진 포식자 ‘릭’의 존재, 그리고 결사단이 만든 변이체.

“…….”

원래라면 처음 릭의 존재를 눈치채고 난 뒤, 월터와의 지원을 받겠다고 한 것은 바로 결사단의 존재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포식자 ‘릭’의 존재부터 시작해서, LA에 변이체 사태가 터지며 ‘국제 헌터 협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거라는 전제하에, 나는 정보를 얻고자 월터와의 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습격 때 끼어 있던 마프로스의 존재 때문에 나는 월터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

국제 헌터 협회의 일원이 결사단과 관련되어 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상위 위원과 동급이라고 볼 수 있는 SSS급 헌터가.

물론 회귀 전의 기억을 뒤져봤을 때, 상위 위원인 T. 월터와 마프로스는 애초에 타고 있는 라인 자체가 다르므로 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회귀 전과 같은 상황이 아니다.

회귀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버린 미래.

그나마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면 인간들이 얽힌 정보를 제외한 것들뿐.

“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역시 떡밥은 던져보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어차피 저쪽이야 나에 대한 정보는 전부 있는 모양이고, 만약 월터가 혹여나 ‘결사단’에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어차피 내 정보는 이미 전부 까발려져서 더 이상 깔 것도 없을 테니…….

“…….”

그냥 떡밥만 던져보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 * *

“이게 누구야? SS급 헌터한테 팔 한 짝 날아가신 SSS급 헌터 아니야? 이거 반갑구만?”

“닥치시죠 릭,”

“왜? 왜??“

“하아, 제발 그만해.”

“그러니까 내가 한다고 했지? 그냥 처음부터 내가 가서 그림자 왕을 죽여 버렸으면 이럴 일도 없었잖아?”

온몸에 여기저기 밴드와 거즈를 붙인 릭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자, 마프로스는 자신의 허전한 오른팔을 부여잡으면 릭을 바라봤다.

릭은 그런 마프로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자리에 앉았다.

일련의 모습을 보던 알리샤는 한숨을 내쉬며 아픈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림자 왕 때문에 일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이야.“

알리샤는 마치 큰 실책을 범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저었다.

처음 ‘그분’의 말을 듣고 되도록 자신이 부활할 때까지는 ‘그림자 왕’을 살려놓으라는 명령을 듣고는 되도록 그를 손대려 하지 않았다.

애초에 중국에 있는 연구실과 실험실들은 그때 당시에서는 별로 필요가 없던 것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부터 그림자 왕이 한 일은 ‘결사단’의 행동에 무척이나 큰 차질을 주었다.

처음 ‘결사단’의 존재를 어렴풋이 깨달은 이사벨라를 죽이기 위해 변이체를 파견한 변이체를 막은 것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헌터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따로 준비하고 있던 ‘2군’의 맴버들과 LA의 그림자에서 암약하고 있던 변이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 3주 뒤로 예정되었던 소환 의식도 뒤로 늦추어진 상태.

게다가 결국 선을 ‘그림자 왕’을 죽이기 위해 마프로스를 보냈지만, 오히려 마프로스는 그림자 왕을 죽이기는커녕 오른팔을 잃어버리고 왔다.

그것도 자신과 함께 간 괴인들도 전부,

“저희 조사는 애초부터 잘못됐습니다.”

“……?”

“ ‘그림자 왕’이 막았던 하이브 사태나 이번 LA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건 단순히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상성이 그 상황에 맞아서 그런 게 아니라…….”

마프로스는 자신의 사라진 오른팔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냥 그림자 왕이 강한 겁니다.“

”……“

마프로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인상을 찌푸린 알리샤는 이내 조용히 고민에 빠졌다.

알리샤는 솔직히 마프로스의 능력을 생각해 봤을 때, SSS급 헌터 중에서도 1 대 1로 마프로스를 이길 수 있는 헌터는 없다고 생각했건만, 그는 오히려 그림자 왕에게 자신의 오른팔까지 내어주고 돌아왔다.

‘SSS급 헌터보다도 강하다는 건가?’

알리샤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이리저리 지나다닐 무렵, 알리샤와 마프로스를 한 번씩 돌아본 릭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릭의 물음.

하나 알리샤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고민을 이어나갔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알리샤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우리가 소환을 위해 만들어 놓았던 작전들은 전부 그림자 왕에게 파훼당했어. 그나마 남긴 건 미리 그분이 계실 때 이미 만들어놓았던 변이체들뿐이야. 물론 지금도 이미 다시 변이체를 만들곤 있지만, 그래도 많은 수를 보충하진 못할 거야.”

알리샤는 고개를 절래 젓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무튼, 우리한테 남은 선택지는 어차피 한가지야. 마프로스가 그림자 왕을 암살하는 데 실패했고, 사실 아직 여론이 마프로스를 겨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마 이번 레이나 사망 이슈가 잠잠해지면 곧 언론의 시선이 그림자 왕 암살 그리고 마프로스에게 시선이 쏠리겠지.”

탁- 탁-

알리샤는 그렇게 말하고는 책상을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게다가 각 국가의 정보 기관이나 국제 헌터 협회도 마프로스의 말대로 꽤 신속하게 정보를 모으고 있는 터라, 우리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는 가정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탁- 딱-

알리샤는 자신의 손가락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결국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소리지.”

“그거야 알고 있는 문제고, 내가 묻고 있는 건 이제 어떻게 할지 물어보고 있는 거잖아?”

알리샤의 말에 릭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고, 알리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릭과 마프로스를 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지금 이 시각을 기점으로, 시작해야지.”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릴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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