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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88화 (88/202)

# 88

나 혼자 10만 대군 088화

25장 각성(4)

이은별은 쓰러져 있는 하리남과 이로하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변이체를 보며,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괴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인한 마력탈진 현상.

거기에 더불어 그녀의 옆구리는 아까 전 변이체의 공격을 받아 생살이 보일 정도로 찢어져 있는 상태였다.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상처.

하지만 옆구리로부터 올라오는 끔찍한 고통보다도, 이은별은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하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약한 거야?’

이은별은 자신에게도 다가오고 있는 푸른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인을 보며 탄식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다시는 그런 무력감을 경험하기 싫어서 죽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시작된 싸움에 결국 이번에도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했다.

“끅…… 윽…….”

이은별은 변이체에 당한 자신의 옆구리를 지혈했다.

그리고 곧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괴인의 손이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와그작─!

도플갱어의 늪에서 무척이나 노골적인 소리가 났다.

지면이 터지는 소리도 아니고.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도 아니며.

이 던전의 몬스터인 도플갱어가 내는 소리도 아니었다.

와그작.

다시 한번, 노골적인 씹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곧 죽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이은별이 서서히 눈을 떴다.

처음에 보이는 것은 바로 변이체의 손톱.

그리고 그 변이체의 손톱 너머로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변이체의 모습이 보였고, 그런 변이체들과 마찬가지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로하가 보였다.

와드드드득.

마치 뼈를 분지르는 듯한 소리에 반응해 이은별의 고개가 돌아갔고, 그곳에서 이은별은 보았다.

까드득.

변이체의 머리를 통째로 먹어 치우고 있는 김서윤을.

“무슨……?”

이은별의 입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쓰러진 채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김서윤을 관찰했다.

능력을 사용하면 불그스름하게 변했던 피부는, 불그스름한 것을 넘어 완전히 빨갛게 변했고, 흑발이었던 그녀의 머리는 요사스러운 느낌이 나는 백발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이마 부분에 나 있던 두 개의 뿔은 어느새 자라 난 것인지 평소보다도 훨씬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녀의 귀 위에도 마치 마치 양의 그것과 같은 뿔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능력을 사용하면 약간의 손톱이 자라날 뿐이었던 그녀의 손은, 마치 변이체의 손처럼 무척이나 날카롭고 ‘무기’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와드득. 와득…… 와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김서윤은 곧 변이체의 머리를 전부 먹어 치운 뒤 고개를 들었다.

김서윤의 입가에 묻어 있는 파란색 피와 그녀의 금안이 눈에 띄었다.

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머리 색과 같았던 눈은 어느새 찬란하게 빛나는 금안이 되어 눈앞의 변이체들을 훑고 있었다.

곧 그녀는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을 거야?”

금안에서 느껴지는 광기에 이은별이 흠칫한 것도 잠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은별과 하리남 그리고 이로하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던 변이체들이 곧바로 몸을 돌려 김서윤에게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김서윤에게 몰려드는 변이체들, 그중에서 김서윤의 앞에 도착한 것은 바로 흰색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인이었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그녀의 앞에 나타난 괴인은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고, 곧 한발 늦게 도착한 괴인들이 김서윤의 사방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변이체들이 김서윤의 사방을 감싸고 주먹을 휘두르는 그 순간,

팡! 파파파파파파팡!!

공기가 터져 나가며, 변이체들이 사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공기를 응축해 한 번에 터뜨리는 것 같은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소음.

변이체들은 사방으로 날아가 늪지대 속에 처박히거나 나무에 처박혀 고목을 무너뜨렸고, 곧 김서윤이 몸을 움직였다.

꽝! 꽈지지직!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폭음과 함께 늪지대가 터졌고, 김서윤의 신형이 사라짐과 동시에 들려온 소리에 이은별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은별은 곧 김서윤의 손에 머리가 박살 나 있는 변이체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꽝! 쾅! 쾅! 꽝! 꽈직! 꽝!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

정신을 잃고 있는 하리남을 제외하고, 이은별과 이로하는 그런 김서윤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눈이 좇아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변이체를 하나하나 죽여 나가는 변이체의 모습.

이은별과 이로하는 그런 김서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눈으로 따라가기가 힘들어 소리로 김서윤의 행적을 쫓으려고 해도, 소리가 난 뒤에 시선을 돌리면, 그곳에는 이미 죽은 변이체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와그작-

몇 분?

아니, 몇십 초일까?

무척이나 짧은 시간 안에 변이체들을 처리한 김서윤이 나무에 박힌 변이체의 머리를 잡아 뜯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에 이은별은 멍하니 김서윤을 쳐다봤다.

가히 압도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무력.

“……응?”

하지만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곧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흰색 괴인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처리한 다른 변이체들과는 다르게, 흰색의 피부를 가진 변이체의 모습.

김서윤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한 대가로 옆구리가 완전히 패여 있었다.

변이체는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과 같은 속도로 김서윤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쾅!

곧 늪에 퍼지는 강력한 충격음.

그리고 곧, 김서윤과 변이체의 난타전이 시작되었다.

꽝꽝꽝꽝꽝꽝꽝꽝!!!

괴인과 김서윤의 주먹이 한번 맞붙을 때마다 늪지를 울리는 폭음,

하나 그 폭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으야아아아압!”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씹기만 하던 김서윤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변이체의 연타를 피한 뒤, 곧바로 그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 가 주먹을 휘두르던 변이체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꿍!

조금 전 소음이 마치 폭음과도 같은 소음이었다면, 이번에는 묵직하게 울리는 소음이 늪지를 강타했다.

“후…….”

김서윤 앞에는 머리가 사라진 체 양 주먹을 쥐고 있는 변이체의 시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 * *

한 치도 보이지 않는 진득한 안개 속.

심연과도 같은 어둠이 땅을 좀먹고 그 안에서 그림자들이 흘러나온다.

내 의지에 따라 끝없이 흘러나오는 검은 그림자들.

나는 각성을 이용해 내 몸을 다른 그림자들과 같이 검게 만들곤, 그림자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그렇게 능력 속에 숨으면 나를 피하는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마프로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마프로스를 안개에서 꺼내 죽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지만, 역시 나오는 답이 없었다.

회귀 전에 마프로스와 만난 적이 있기는 했지만, 딱히 그와는 적대한 적이 없었다.

내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계화를 막고 있을 때, 그는 이미 미국에서 일어난 이계화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했다.

회귀 전에 혹시 마프로스에 관해 정보를 보거나 들었던 점이 있었나?

하지만 회귀 전에 마프로스에 관해 들은 이야기는 딱히 없었던 것 같았다.

우선 지금 당장은 그림자를 사방에 흩뿌려 ‘나’를 숨김으로써 당장 가해지는 공격을 피하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마프로스가 만든 안개에서 빠져나갈 본질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어떻게 하지?

푹! 푹! 푹!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림자들이 찔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고민한 나는 곧 내가 할 일을 결정했다.

나는 각성 상태를 해제하지 않은 채 ‘동화’를 사용한 뒤 곧바로 군집을 발동했다.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던 붉은 안광들이 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응집된 영역 안에서 폭발적으로 흘러나오는 그림자들이 합쳐졌고, 거대한 다리가 만들어지면서 내 몸을 자연스레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하나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더 크게……!”

평소에 만들던 거인의 크기로는 부족했다.

조금 더 두껍고, 조금 더 높게 거인의 다리를 이미지화하고 그에 따라서 반대쪽 다리와 몸통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거인의 몸통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때쯤, 나는 회색빛으로 가득하던 안개 속에서 빠져나와 먹빛으로 물들어 있는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나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인은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그 몸집을 불려 나갔다.

마침내, 나는 그동안 만들었던 거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크기를 가진 거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엄청난 크기를 가진 거인.

그 거인의 머리에 자리를 잡은 나는 곧바로 시선을 내려 불과 바로 전까지만 해도 내 시야를 가리고 있던 안개를 바라봤다.

역시 아무리 SSS급 헌터라도 이 정도 높이까지 안개를 뿌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거인을 움직여 거인의 양손을 들어 올렸다.

……솔직히 마프로스가 저 안개 속 어디에 있는지는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마프로스가 아직 저 안개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내 의지에 따라 거인의 오른손이 안개 속을 후려쳤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리고, 거대한 폭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이어서 왼손이 다시 한번 안개 속을 후려친다.

“만약 네 녀석이 안개 속에 숨어 있다면……!”

꽝! 꽝! 꽝!

처음에는 분명 느릿하게 움직였던 거인의 손이 마치 탄력을 받은 듯 서서히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아예 안개 전체를 폭격해주지……!”

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꽝!

거인의 연타가 안개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 * *

“대체, 너는…… 누구야…… 끅!”

“거참, 도대체 몇 번 물어보는 거야?”

미국의 SSS급 헌터 ‘차가운 빛’ 레이나는 엉망진창의 모습으로 부서진 차량에 기대, 고통 어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디론가 찢겨 나간 오른쪽 다리와 그녀가 지혈하고 있는 옆구리에서는 엄청난 양의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앞에서 피식 웃고 있는 릭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오른팔은 잘려 있었고, 온몸에는 불로 지진 듯한 자상이 가득했다.

벌써 상처에서 진물이 흘러나와 상당히 보기에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그는 고통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보다 너는 좀 세다? 나는 또 인도에 있는, 그 도살자인가 뭔가 하는 녀석이랑 비슷한 정도일 줄 알았는데.”

“큭…….”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점점 혈색이 안 좋아지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릭은 미소 지으며 레이나에게 다가갔다.

“아무튼, 솔직히 SSS급들은 전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부터는 조금 더 조심해야겠어.”

“뭐, 뭘 하려는 거야……?”

릭의 손이 다가가자 절로 고개를 트는 레이나, 하지만 그런데도 릭의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내 릭의 손이 레이나의 머리를 붙잡았고, 릭은 입을 열었다.

“뭐, 그냥 승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거지.”

승자독식이란 말, 알아?

릭은 레이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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