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
나 혼자 10만 대군 086화
24장 각성(2)
“아니, 넌 뭐 보이는 거면 다 먹으려고 하냐?”
내 핀잔에 김서윤이 묘하게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좀 특이하게 생겼으니까 맛이 어떨지 몰라서 물어본 거죠! 그거 혹시 중요한 거예요?”
“뭐, 그건 아닌데.”
나는 하이브의 핵을 바라봤다.
확실히 중요하냐 중요하지 않냐 물어보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또 별로 중요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 저 좀 줘봐요. 한번 먹어보게.”
“……너 전에 S급 마정석도 먹었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뭐,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게 그저 색만 특이한 마정석이라면 거리낌 없이 김서윤에게 주었겠지만,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것은 특이한 마정석이 아니라 바로 하이브의 핵이었다.
물론 이 하이브의 핵을 먹고 김서윤이 좀 더 강해진다면 상관없지만, 혹여라도 김서윤이 하이브의 핵을 먹고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솔직히 김서윤의 능력을 생각해 본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그래도 조심할 수 있는 건 솔직히 조심하는 게 좋다.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하이브의 핵을 바라보고 있는 김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쥐고 있는 하이브의 핵을 무척이나 가지고 싶어 하는 얼굴.
“흠…….”
나는 짧은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쥐고 있던 하이브의 핵을 김서윤에게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야 줄게.”
“와! 정말요!?”
“다만, 한 번에 전부 먹지 말고 우선 한입만 먹어봐.”
“엥? 그건 뭔 소리예요?”
“혹시 모르잖아? 그건 그냥 일반적인 마정석이 아니거든.”
“……그래요?? 근데 뭐 결국 마정석 아닌가?”
김서윤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며 나는 말했다.
“내 말 듣기 싫으면 다시 주던가.”
내가 하이브의 핵에 손을 가져가자 김서윤은 놀라운 속도로 내 손이 미치는 범위에서 하이브의 핵을 빼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았어요! 아저씨 말대로 할게요!”
잽싸게 대답하며 탐식을 사용하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뭐, 생각해 보면 김서윤이 하이브의 핵을 몸에 흡수할 수 있다면, 확실히 그녀의 능력은 지금보다도 확실히 진일보할 것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결국 김서윤은 마정석을 먹음으로써 강해지니까.
“그럼 이번에도 잘 먹을게요. 아저씨!”
꽈드드드득!! 와자자작!
그렇게 생각을 하자 이미 능력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붉게 물든 김서윤이 힘차게 감사 인사를 하며 내게 받았던 하이브의 핵을 물어뜯었고, 그와 동시에 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김서윤의 입가가 우물우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흠…….”
“왜?”
이내 하이브 핵을 한입 베어먹은 김서윤의 표정이 묘해졌다.
계속해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질문했고, 그녀는 이내 한입 베어 물었던 하이브의 마정석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뭔가…… 일반적인 마정석을 먹을 때랑 느낌이 조금 다른데요?”
“다르다고? 어떤 식으로?”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지.”
김서윤은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듯 묘하게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깨달았다는 듯한 느낌과 함께 곧바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음, 원래 마정석을 먹으면 아주 조금 먹어도 뭔가 소화되는 듯한 느낌……? 그러니까 마정석을 제 능력으로 환원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 마정석은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드는데요?”
“……그래?”
“네, 뭔가 설명하자면 팥소 없는 붕어빵을 먹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하며 하이브의 핵을 입에 가져가 씹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이미 ‘하이브 사태’를 일으키는 것으로 이미 힘을 전부 써버렸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든 생각치고는 의외로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몬스터나 괴수의 몸에서 나오는 마정석은 어찌 보면 괴수들과 몬스터의 힘의 원천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김서윤이 먹은 하이브의 핵 같은 경우는 이미 북한에서 하이브 사태를 일으키는 것으로 힘을 전부 써버렸다고 생각하면.
“뭐…….”
하이브의 핵에 딱히 힘이 없는 것도 이해가 가기는 했다.
으적으적.
“음, 딱히 바뀐 것 같은 느낌은 안 드는데…….”
내가 짧게 고민하는 사이에 하이브의 핵을 전부 먹어치운 김서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휘둘러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그런 김서윤에게 입을 열었다.
“그걸 바로 알 수 있어? 저번에는 S급 괴수 마정석 먹고는 실험해 본다고 나가더니.”
“뭐…… 그거야 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몰라서 실험해 보러 나가는 거고, 기본적으로는 대충 느낌이 오거든요? 아까 말했잖아요? 막 마정석이 소화되는 느낌이 든다고.”
“그렇기는 했지.”
나는 김서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고, 김서윤은 이내 자신의 능력을 해제하고 소파에 앉고는 뭔가 허탈한 느낌으로 중얼거렸다.
“아, 기대했는데 뭔가 엄청 손해 본 기분이다.”
“…….”
뭐, 나도 솔직히 조금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김서윤이 먹어치운 하이브의 핵은 이미 ‘하이브 사태’를 일으키는 것으로 그 힘을 전부 사용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뒤로 김윤원이 올 동안 김서윤과 나는 어쩐지 모를 묘한 허탈감을 느꼈다.
* * *
미국 켄사스주.
“쯧, 역시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또 왜?
2차선 도로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풍경을 보며 릭은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알리샤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아쉬워서.”
-……그림자 왕?
“잘 알고 있네.”
알리샤의 물음에 릭은 씩 웃으면서 대답했고, 알리샤의 목소리가 들려오던 이어폰에서 순간 목소리가 끊겼지만, 곧 알리샤는 한숨을 내쉬고 특유의 무뚝뚝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왜 그렇게 집착해?
“집착? 이게 집착인가?”
-그럼?
릭은 이어폰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그냥 감이기는 하지만 왠지 그림자 왕의 능력을 포식하면 더 강해질 것 같거든.”
게다가 덤으로 그냥 부드럽게 끝낼 수 있는 일을 이렇게까지 꼬아버린 것에 대한 화풀이도 조금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어지는 릭의 중얼거림을 들은 듯 알리샤는 곧바로 대답했다.
-집착 맞네.
“쯧.”
알리샤의 말에 혀를 차는 것으로 대답한 릭은 이내 잘 깎인 절벽 위에서 2차선 도로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에서 라이트를 켠 5대의 차량이 2차선 도로를 달려오는 것이 릭의 눈에 들어왔다.
“왔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방심하지 마. 상대는 SS급 헌터 2명에 SSS급 헌터 ‘차가운 빛’ 레이나가 있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마프로스한테 일이나 잘 처리하라고 전해.”
-걔는 어련히 알아서 잘할 것 같은데?
알리샤의 반박에 릭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쿵!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 묵직한 소음이 퍼졌다.
꽈앙!
이내 거친 폭음와 함께 선두를 달리고 있던 차가 공중에서 떨어진 릭의 발차기에 완전히 박살 났다.
끼이이이이익! 쾅! 쾅!
뒤따라오던 차량이 일제히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멈추고, 릭의 공격을 받은 차량의 폭음이 고속도로 한 공간을 크게 울렸다.
그리고 그 소란을 벌인 장본인인 릭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2차선 도로 위에 서서 차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곤 곧 씩 미소를 지은 뒤 입을 열었다.
“찾았다.”
SSS급 헌터 ‘차가운 빛’ 레이나.
사진에서 본 것과 같은 금발 벽안의 외모를 보며 릭은 조금 전 차에서 나온 그녀가 자신이 다음으로 포식할 대상인 SSS급 헌터라는 것을 확신했다.
“누구냐!?”
그렇게 릭을 바라보고 있던 도중 들려오는 목소리에 릭은 고개를 돌려 레이나의 옆에 있던 창을 든 남자를 바라봤고,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고 있는 거냐?”
남자의 물음에 릭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네 녀석,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냐?”
“모르겠는데?”
약 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여는 릭을 보며 입술을 꾹 다문 남자는 이내 눈을 부릅 뜨곤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 건방진 새끼……!’
SS급 헌터 ‘유성 창’ 브루스, 그것이 바로 남자의 이름이었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의 대형 길드 ‘라이팅 가든’의 부길드장이자 SS급 헌터가 된 이후에도 끊임없는 단련을 통해 다른 SS급보다는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헌터.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주마……!’
브루스는 순간적인 자신의 속도에 반응하지 못하고, 앞을 바라보고 있는 릭을 보며 곧바로 들고 있던 창을 힘차게 휘둘렀다.
곧 그의 자랑이자 그의 능력 단련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유성 창이 릭에게 쏘아져 나갔다.
0.001초 만에 가해지는 30번의 찌르기.
그 어떤 헌터도 미리 대비하고 있지 않다면 피하지 못한다는 그 기술 앞에서도 씩 웃고 있는 릭을 본 브루스는 승리를 확신했지만.
“……!?”
릭의 눈이 순간적으로 돌아가며 눈앞의 브루스를 바라봤다.
쩡-!
철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브루스가 펼쳤던 유성 창이 사라졌다.
“무…… 슨?”
그리고 느긋한 표정으로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는 릭을 바라본 브루스는 이내 시선을 돌려 완전히 박살이 나 있는 자신의 창과 훤한 구멍이 뚫려 있는 자신의 몸뚱어리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차가운 도로 위에 쓰러졌다.
땅바닥에 쓰러지기 직전까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브루스를 슬쩍 바라본 릭은 이내 씩 웃으며 경계 어린 태도를 보이는 레이나를 바라보곤 씩 웃은 뒤 입을 열었다.
“내 이름, 궁금하지 않아?”
릭은 자신의 팔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었다.
* * *
인제군 북면에 있는 설악산 초입.
S급 대형 던전 도플갱어의 늪은 사실 등급 자체는 S등급이라고 해도 그리 어려운 난이도를 가진 대형 던전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A급, 만약 공략 방법을 알고 있다면 A급보다 떨어지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도플갱어의 늪이었다.
“그래서 이걸 데리고 가라구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에 있는 리치와 그 주변에 소환된 스켈레톤들을 둘러본 후 이내 길드원들을 바라봤다.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서윤부터 시작해 이은별과 하리남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이로하까지.
“명심해, 대형 던전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간 뒤에는 리치를 앞세워서 던전을 클리어하다가, 검은색 슬라임이 보이면 그때는 각각 한 명씩 붙어서 검은 슬라임을 상대하는 거야, 알겠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길드원들.
“아니, 근데 도대체 아저씨는 그런 정보를 어디서 알아서 오는 거예요?”
“다 방법이 있지. 아무튼,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말한 대로 잘하고 오기나 해.”
“안 알려줄 거예요?”
“너 하는 거 봐서 알려줄게.”
“……치.”
내 말에 김서윤은 삐졌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이더니 이내 슬슬 공간이 압축되는 듯한 설악산의 입구 쪽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길드원들은 내게 인사를 하며 그런 김서윤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김서윤이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
꽈앙!
괴인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