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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85화 (85/202)

# 85

나 혼자 10만 대군 085화

25장 각성(1)

“그래서?”

“완전히 괴멸했어.”

“완전히?”

“완전히.”

릭의 말에 알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릭은 그런 알리샤의 말을 듣고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책상을 바라보다.

우지끈!

“이런 씨발, 진짜!”

조금 전까지 발을 대고 있던 책상을 그대로 부숴 버리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네가 절대 들킬 일 없다면서!?”

릭이 검은 붕대를 감은 손으로 그녀에게 삿대질하자, 알리샤는 무뚝뚝한 인상을 조금 찡그리며 릭에게 입을 열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담담한 일랴샤의 목소리와 달리 그녀의 뇌는 무척이나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니, 그녀를 포함한 릭과 마프로스는 그림자 왕의 존재와 그가 지금까지 벌인 일을 상정해, 그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깨닫고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2군이지만 SS급 헌터 10명을 홀로 처리하고, 9개 구역에 심어놓은 괴인 사태를 이렇게 빨리 처리할 수 있을 줄이야.’

도저히 SS급 헌터가 한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업적.

알리샤가 생각하고 있자 릭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그 옆에서 지금까지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고 있던 마프로스가 입을 열었다.

“흠, 이제 어떻게 할겁니까? 아시다시피 변이체를 관리하는 총장 녀석이 제멋대로 LA에 변이체를 풀어놓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협회와 국가의 정보 기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쯧.”

릭이 혀를 차고 알리샤가 생각을 계속하지 마프로스는 자신의 외눈 안경을 고쳐 쓰며 마저 입을 열었다.

“뭐, 어차피 2군의 시체는 제 선에서 전부 정리했고, 변이체 시설도 미리미리 전부 파괴한 덕분에 꼬리가 잡히지는 않겠지만, 아마 이전처럼 느긋하게 행동하기는 어려울 거란 이야기죠.”

마프로는 그렇게 말을 마친 뒤 입을 다물었고 릭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합니까? 그냥 3주 뒤에 영국 박살 내고 소환식 해야죠.”

마프로스의 담담한 말에 릭은 하, 하고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저기요? 마프로스 님? 씨발 SSS급 헌터들 다 몰려오면 그건 누가 처리합니까?”

“당신이 처리해야죠? 저번에 들어보니까 도살자 먹어서 나보다 강할 텐데?”

“내 능력이 무슨 전투력 1만을 먹어치우면, 1만이 그대로 불어나는 능력인 줄 아나. 지금 당장 SSS급 헌터가 4명 이상 몰려오면 힘들거든?”

“뭐, 확실히 그렇긴 하겠지만, 어차피 SSS급 헌터들이 저희가 하는 일에 관심이나 가질 것 같습니까? 하이브 사태로 도시 한두 개가 그냥 날아가도 자기 이득 보려고 궁둥이 붙이고 앉아 있는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만약에 그랬다가 SSS급 새끼들 다 몰려오면 어쩌려고? 너랑 나 그리고 알리샤까지 합해서 총 6명 정도는 어떻게 상대한다 쳐도 나머지는 어쩔 건데?”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SSS급 헌터가 우리가 일 치르기 전에, 그렇게 빨리 반응할 것 같냐는 이야기 아닙니까?”

“이번에 LA 과학 총장이 멋대로 괴인을 풀어서 정보 기관이 움직이고 있다고 떠든 사람이 누구인지 잊어버렸냐? 이 노친네야!”

쓸데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감정 소모를 하는 릭과 마프로스를 보며 이내 고민을 끝낸 알리샤가 입을 열었다.

“우선 조용히 해봐. 지금부터 정리하고 선택지 말해줄 테니까.”

알리샤의 말에 입을 다무는 릭과 마프로스. 그녀는 그런 둘을 한 번씩 바라보고 이내 입을 열었다.

“첫 번째로, 우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던 그림자 왕 덕분에 일이 좀 복잡하게 됐어. 아마 우리가 잡히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협회와 정보기관은 슬슬 경계심이 생겼겠지.”

알리샤는 그렇게 말하고는 쥐고 있던 종이를 툭툭 건드리곤 이내 그들의 앞에 검지, 중지, 약지를 펴면서 입을 열었다.

“뭐,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야.”

알리샤는 약지를 접었다.

“첫 번째는 조금 피곤하긴 하겠지만, 다시 변이체를 만드는 거야. 시간과 들어가는 돈……. 뭐 그 이외에도 조금 강해진 협회나 정보원들의 경계심 덕분에 좀 힘들긴 하겠지만 못 만드는 건 아니지.”

중지를 접는다.

“두 번째는 그냥 릭이 SSS급 헌터들을 각개격파하는 거야. 아직 그분이 정해주신 기한까지는 반년 정도 남아 있으니까, 그동안 SSS급 헌터들을 차근차근 줄여 나가는 거지. 뭐, 그렇게 한다면 우리 정체는 들키겠지만.”

애초에 우리가 그분을 소환할 때 방해만 되지 않으면 되니까.

그렇게 말한 알리샤는 이내 피고 있던 마지막 손가락인 검지를 접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하이브 마정석’을 구한 뒤, 마정석을 쪼개서 그냥 사방에다 뿌려놓는 거야. 지금 실시간으로 터지고 있는 하이브 사태보다는 못하겠지만, 확실히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이브 사태가 터지면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니까.”

“거기에 ‘그림자 왕’을 죽이는 선택지는 없는 겁니까? 아니, 그보다 ‘하이브 마정석’이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하면 되겠지만…… 애초에 하이브 마정석은 저번에 전부 써버린 거로 알고 있는데,”

마프로스의 말에 알리샤는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거기에 관련해서 이야기하려 했어.”

알리샤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하이브 마정석은 없지만, 하이브 마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찾았어.”

“뭐? 그게 어딘데?”

릭의 물음에 알리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림자 왕,”

“뭐?”

“그림자 왕 김우현, 그가 하이브 마정석을 가지고 있어.”

“아니, 걔는 대체 연관이 안 돼 있는 게 뭐야?…… 그래서 그 녀석을 죽이고 마정석을 빼앗으면 되는 거야?”

릭의 말에 알리샤는 고개를 묘하게 기울인 뒤 대답했다.

“그분이 되도록 살려두라고 했으니 원래대로라면 그냥 두었겠지만, 솔직히 여기까지 와버렸는데 계속 살려두기에는 너무 후환이 크니까. 이번에 ‘하이브 마정석’을 회수하며 그림자 왕을 죽이는 것도 좋겠네.”

알리샤의 담담한 말에 지금까지 찌푸려져 있는 릭의 얼굴이 미소로 바뀌었다.

“그럼 지금 당장…….”

“근데 네가 가지는 않을 거야.”

“……? 왜?”

“너는 지금부터 다른 SSS급 헌터를 사냥해야 하니까.”

“엥?”

“어차피 하이브 마정석을 얻고 나면 네 힘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는 편이 유리하니까. 게다가.”

알리샤는 마프로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암살에 관련해서는 너보다 마프로스가 조금 더 조용히 일을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 * *

아직은 이른 아침, 겨울의 쌀쌀함이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난방이 틀어져 있는 사무실 안은 상당히 쾌적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사무실 안에서 나는 앞으로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중이었다.

“……해야 할 일이 많네.”

LA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3일,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당장 해야 할 일은 전부 처리했다.

새로 길드에 들어오게 된 에단을 길드원들에게 소개해 주고, 에단과 사라가 살 집을 마련해 주는 등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3일이라는 시간은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후…….”

에단과 사라의 언어 문제는 국제 협회 측에서 월터에게 지원받은 통역 반지를 끼고 있어서 괜찮았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문화에는 잘 적응하지 못한 듯했기 때문에 한동안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여 걱정했지만.

“이로하…….”

타지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동질감이라도 든 것인지, 이로하는 딱히 내가 별말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에단과 사라를 잘 챙겼다.

하지만 에단과 사라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하더라도 아직 할 일은 많았다.

당장 할 일로는 당장 LA에 돌아오면서 생각했던 길드원들의 능력 계발이 있었고, 그다음은 바로 특정한 헌터들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개인의 힘으로 조사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겠지만.

“나한테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노트북에서 시선을 뗀 나는 아까 전 꺼내놓았던 ‘붉은 돌’을 주워 들었다.

대충 반년 전, 평양에 터진 하이브 사태를 끝내고 나서 다시 복귀하던 도중 주웠던 ‘하이브’의 핵.

“음…….”

나는 하이브의 핵을 이리저리 돌려보자 사무실 전등에 반사된 붉은 보석이 영롱한 빛을 냈다.

처음에는 분명 어디 쓸 때가 있겠거니 싶어서 챙겨오기는 했는데, 막상 챙기고 보니 전혀 쓸 일이 없어서 그냥 쓰고 있던 책상 구석에 박아놓고 있었다.

하긴, 하이브의 핵을 쓸 때가 어디 있겠냐만…….

달칵.

“응? 아저씨 엄청 빨리 오셨네요?”

“그러는 너야말로 엄청 일찍 왔는데? 지금 8시 30분밖에 안 됐다?”

내 말에 김서윤은 슬쩍 웃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여기에 있는 게 항상 저보다 늦는 리남이 오빠였으면 ‘원래 이 시간에 나오거든요!’라고 말하고 싶긴 한데…… 사실, 오늘 학교 출석체크 하는 날인 줄 알고 갔는데 개교기념일이라 쉬더라고요.”

‘그래서 좀 빨리 왔죠’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은 뒤 입을 열었다.

“왠지 그럴 것 같더라.”

“그런데 아저씨는 왜 이렇게 빨리 나와 있어요? 아니면 원래도 이렇게 일찍 나와 있는 건가?”

“아니, 나도 그냥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그냥 할 것도 없으니까 일찍 온 거지.”

“와…… 아저씨는 일상생활 없어요?”

“뭐가?”

내 물음에 김서윤은 외투를 벗고 소파에 앉아 말했다.

“아니, 솔직히 아저씨 보면 거의 항상 일만 하잖아요? 저희랑 훈련하거나 던전에 들어갈 때 아니면 노트북으로 맨날 뭔가 하고 있고, 가끔가다 보면 일상생활이 없어 보인다니까요?”

김서윤의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뭐 사실 그렇기는 하다.

근데 뭐 일상생활이 없어서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어떤 의미로는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만.

솔직히 만약 회귀 전의 상황 그대로만 흘러갔다면, 나름대로 휴식 아닌 휴식을 취하면서 준비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와 같이 회귀한 악마 때문에 그런 느긋한 일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뭐,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이미 그 녀석이 준비해 놨던 것들은, 이제 중요하다고도 할 수 없는 몇 곳을 빼고는 전부 박살을 내버린 상태고, 이제 남은 문젯거리는 ‘결사단’ 단 하나뿐이었다.

이 녀석들도 분명 악마가 남긴 트리거 중 하나라는 건 알겠지만, 도대체 이 녀석들의 정체랑 목적이 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뭐 그래도 대충 조사하면서 짐작 가는 녀석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와, 이 마정석은 뭐예요? 붉은색이네?”

내가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을 무렵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는 김서윤이 내가 책상 옆에 놔두었던 하이브의 핵을 주워 들고는 말했다.

응?

“그거 마정석 아닌데?”

“……?? 이거요?”

“응.”

“어? 진짜요? 이거 마정석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거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는데?”

“엥?”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서윤은 붉은 보석을 들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제 눈에는 그 마정석의 테두리가 파란색으로 빛나거든요? 다른 보석들은 안 그렇구요.”

김서윤은 붉은 보석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말했다.

“근데 이건 파란빛으로 빛나는데요?”

“……그래?”

‘하이브의 핵’이 마정석이었다고?

순간 들어온 새로운 정보에 내가 고민에 빠져들 무렵, 김서윤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

“응?”

“저, 이거 먹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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