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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83화 (83/202)

# 83

나 혼자 10만 대군 083화

24장 숫자의 폭력(3)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평소라면 야간 당직과 경비를 서는 헌터들만이 있어 조용해야 했던 ‘국제 헌터 협회’는 때아닌 비상사태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행정직원들과 장비를 챙겨 협회 밖으로 뛰쳐나가는 헌터들.

국제 헌터 협회 지하 1층에 있는 메인 통제실은 무척이나 북적거리는 상태였다.

T.월터는 당장 일어난 현 비상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고?”

월터의 말에 슬쩍 고개를 숙여 보고판을 들여다본 에밀리가 입을 열었다.

“현재 나타난 ‘괴인’은 LA 남쪽 외곽에 있는 할렘가에서 처음 신고가 들어왔고, 그 뒤로 3분에서 10분 간격으로 LA의 전역에서 괴인에 관한 목격, 살인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에밀리는 그렇게 말하곤 약간 인상을 굳힌 채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 뒤, 헌터들이 괴인을 몬스터라고 판단. 긴급 토벌작전에 들어갔지만, 전역에서 나타난 괴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진압에 실패했습니다. 그 뒤에 다른 헌…….”

“처음부터 설명하지 말고,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월터의 질문에 에밀리는 순간 말하던 것을 멈추었고, 곧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총 9개의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한 괴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협회 헌터들과 길드 소속 헌터를 소집하고 있습니다.”

“괴인들의 전력이나 강함은 파악했나?”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파괴되기 직전의 CCTV영상을 확인했을 때, 남부 쪽에 찍혔던 괴인들의 숫자는 대략 700명. 하지만 실질적인 숫자는 그것보다 더 많다고 추정됩니다. 그리고 괴인들의 강함은…….”

에밀리는 머뭇거리는 듯하다 말했다.

“아마 한 개체가 B급에서 A급 헌터 정도가 될 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허.”

에밀리의 말에 월터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고는 멍하니 생각했다.

‘B급이나 A급이라고?’

B급 헌터와 A급 헌터는 ‘국제 헌터 협회’에도 많았다.

당장 소속되어 있는 헌터 등급의 70% 이상이 B급과 A급 헌터니까.

다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지금 괴인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된 곳이 총 몇 곳이라고?”

“총 9개 지역입니다.”

‘9개 지역, 게다가 그 지역마다 있는 괴인의 숫자를 헤아리면…… 지금 LA에서 날뛰고 있는 괴인의 숫자는 LA에 있는 헌터 3분의 1에 해당한다.’

거기에다가 B급 헌터와 A급 헌터만을 따로 뺀다면 오히려 전력의 숫자에서 밀리는 상황.

물론 LA에는 SS급 헌터들과 당장 협회 내에 ‘SSS급 헌터 마프로스’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LA에서 발생한 괴인 사태를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차라리 한 곳에서 나타났다면 괜찮았을 텐데…….’

여러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괴인들 덕분에 협회에서도 힘을 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 토벌 상황은 어떻지?”

“당장 동쪽에 있는 LA 도심 쪽과 그 아래에 있는 민간 지대에는 각각 SSS급 헌터인 마프로스와 길드들에서 소집한 SS급 헌터 둘을 포함한 협회 헌터들이 괴인들을 진압하기 위해 나선 상태입니다. 그 이외에도 외각 쪽에 헌터들을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토벌 가능성은…….”

에밀리는 표정을 어둡게 한 채 입을 다물었고, 월터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뱉었다.

’외곽 쪽은 포기해야 하는 건가.‘

지금 이런 상황에 헌터들을 분산해서 보낸다는 것은 결국 각개격파 당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월터는 한숨을 내뱉으며 넓은 통제실을 바라봤고, 그 순간 통제실 전체를 울리는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보고합니다. 현재 시각 새벽 3시 12분, 현 시각 부로 LA 남부 외곽 슬럼가에서 일어난 괴인들이 완전히 토벌되었습니다!

“……뭐라고?”

마이크를 통해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

월터는 저도 모르게 에밀리를 바라봤다.

에밀리도 어리둥절하며 월터를 돌아보았을 때, 다시 한번 통제실 전체에 마이크 소리가 퍼졌다.

-보고자는 ‘국제 헌터 협회’ 소속의 A급 헌터 ‘리첼’로, 현재 그녀는 헌터 협회로 복귀 중이며, 그녀가 특이 사항이라고 전해온 8842422-CCTV에 찍힌 영상을 통제실 상부 메인 프로젝터에 띄우도록 하겠습니다.

통제실을 울리던 목소리가 사라지고, 무엇인가가 복잡하게 떠 있던 통제실 상부 메인 프로젝터에, 녹색 괴인이 8차선 거리를 그득하게 채운 화면이 떠올랐다.

엄청난 숫자의 괴인들, 순간 통제실이 정적에 빠져들었지만, 영상은 통제실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괴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헌터들의 비명, 여기저기 터져 나가는 건물과 차량.

그렇게 괴인들이 사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을 때,

“저건?”

“뭐야…… 저게?”

그림자가 나타났다.

가로등의 불빛마저도 먹어치울 것 같은 검은 그림자가, 괴인들의 사이에 나타났다.

1명.

3명.

10명.

50명.

100명.

순식간에 숫자를 불려가는 그림자들은 어느새 CCTV를 가득 채우고 있던 녹색을 심연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사방을 파괴하던 괴인이 그림자들에게 달려들고, 그림자들도 마찬가지로 괴인들에게 달려든다.

마치 전쟁을 보는 듯 녹색과 검은색이 이리저리 뒤섞여 싸우는 모습에 통제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싸움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녹색의 괴인들이 그림자의 일방적인 폭력에 죽어나간다.

그림자들이 내뻗는 칼에 괴인의 몸이 벌집이 되고, 그림자들의 손이 괴인들의 몸을 잡아 사지를 찢는다.

부서지고 깨지고 찢기고, 짓밟히고.

영상을 가득 채운 심연의 물결에 녹색의 괴인들은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영상에 남은 것들은 ‘심연’의 파도.

엄청난 숫자를 더 큰 숫자의 폭력으로 묻어버린 그림자들은 곧바로 몸을 움직여 다른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것을 끝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하지만 영상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시선은 프로젝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었던 월터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소름 돋는 감각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림자…… 왕.”

허, 하고 월터는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방금 영상에 찍혔던 그 능력은 틀림없는 ‘그림자 왕’의 모습이었다.

수도에 터진다면 국가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하이브 사태’를, 단신으로 3번이나 막아낸 남자.

한국의 헌터, 그림자 왕 김우현.

’그래, 그가 있었어…….!!‘

월터는 등 뒤로부터 소름이 끼치듯 차오르는 전율.

-추가 보고입니다! LA 동남부 쪽에서 방금 자료 영상에서 보였던 그림자가 출현! 괴인들을 토벌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그 이외에도 마프로스와 SS급 헌터가 도심에 있는 괴인들을 토벌하는 데 성공! 다음 구역으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월터는 이내 통제실을 울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었다.

* * *

역병 새의 배에 핸디드의 그림자를 박아 넣는 것으로 시작된 싸움.

콰직!

“컥!”

방금까지 비틀거리며 내 공격을 피하던 역병새의 머리가 오랜만에 꺼내 든 도깨비 방망이에 의해 부서졌다.

양옆에서 공격해 오는 마귀와 빙결 악마의 공격을 사방에서 빠져나온 그림자들이 견제한다.

“미친!?”

집약체의 공격을 막아낸 빙결 악마가 새된 음성을 내뱉으며 밀려났다.

순식간에 한 명의 동료를 잃은 헌터 킬러들은 이전과는 달리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다들 표정이 굳었네? 왜? 아까처럼 나불거려 보지?”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내 그림자들은 계속해서 사방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시스템 창을 보니 남은 그림자는 이제 18,000 남짓, 혹시 몰라 여분으로 마정석을 들고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았다.

현재 LA 외부에서 싸우고 있는 그림자들은 총 1만 5천 명.

그 정도를 LA의 괴인들을 잡는데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눈앞에 있는 녀석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림자와 그림자들이 합쳐지며 집약체로 변하기도 하고, 형체를 갖춘 그림자들이 헌터 킬러들을 둘러싸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뭐, 확실히 너희의 말도 이해가 되기는 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SS급 헌터 1명이 어떻게 똑같은 SS급 헌터 10명을 상대로 이기겠어? 응?”

나는 피식 웃으며 나를 노려보고 있는 마귀를 바라봤다.

그녀가 들고 있는 낫이 묘하게 바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근데 말이야.”

나는 손에 잡혀 있는 핸디드를 쥐었다.

어두운 검신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정말 유감스럽지만.”

내 등 뒤에 검은 형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한 명’이 아니거든.”

어느 것은 거대한 손이 되기도 하고, 그 어느 것은 날카로운 송곳이 되기도 하는 형상들을 바라보며.

“헉!”

곧바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온 내 모습에 당황한 마귀의 낫이 휘둘러지고, 동시에 내 몸이 중력의 거스름을 받는 듯 느려진다.

양쪽에서는 처음 보는 헌터 한 명과 빙결 악마가 각각 창과 권갑을 들고 내게 다가오고,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여자가 내게 하얀빛의 투세체를 쏘아 보낸다.

하나, 그들의 공격은 내게 닿지 못했다.

쾅! 쾅쾅!

“끅!?”

등 뒤에 있던 아지랑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내 몸을 감쌌고, 동시에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그림자들이 달려든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주변.

나는 곧바로 쥐고 있던 핸디드를 ‘시체 조작’에게 내뻗었고, 순간 아지랑이에서 폭사한 날카로운 그림자가 그에게 날아갔다.

“헉!”

그와 동시에 무겁게 변했던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나는 내 근처에 있는 헌터들을 지나쳐 방금 내 몸을 무겁게 만들었던 ‘시체 조작’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은 그가 다시 내게 능력을 걸어, 몸을 무겁게 만들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무기를 휘두르려 했지만.

“뒤를 봐.”

내 말과 동시에 그의 머리에 박힌 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무기를 놓쳤다.

이내 사방에서 달려든 그림자에 의해 완전히 다진 고기가 되어버린 그를 뒤로하고,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그림자들과 싸우고 있는 헌터 킬러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SS급이라고 떠들던 녀석들을 죽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빙결 악마는 자신의 능력을 폭주시키기까지 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동료를 얼려 버리는 불상사를 저질렀다.

데몬 머더러는 자신의 능력인 폭주를 사용해서 달려들었지만, 결국 내게 이렇다 할 상처를 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완전히 박살이 나 있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마귀’를 바라봤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그 힘이 고작 SS급밖에 되지 않는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던 얼굴, 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찌푸린 마귀를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그림자들이 마귀의 주변에서 일제히 칼을 들어 올린다.

하지만 마귀는 그런 그림자들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허탈한 듯 나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평범한 SS급처럼 보이냐고.”

푹! 푸북! 푹! 푹! 푸직!

마귀의 몸에 그림자가 쥐고 있던 칼들이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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