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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79화 (79/202)

# 79

나 혼자 10만 대군 079화

23장 어벤저(3)

심연과도 같은 검은 무언가들이 그의 몸을 먹어치우기 시작하고, 이윽고 김우현의 몸을 모두 먹어치운 검은 것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지랑이가 불어남에 따라 점점 거대해지는 체구와 인간의 것이 아닌, 괴수의 것과 비슷해 보이는 손톱과 발톱.

마지막으로 사람의 안면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그 대신 어둠마저도 먹어 치울 것 같은 구멍이 나 있었다.

“뭐야, 저게…….”

그리고.

김우현이 변하는 모습을 골목 안의 어둠 속에서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에단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어벤…… 져?”

그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LA에 나타난 어벤져는 눈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속도로 하늘로 도약해 이윽고 저 멀리 사라졌고,

그것을 보며 에단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혹시라도 잘못 본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에단의 머릿속에 떠돌았지만, 에단은 곧 고개를 절레거렸다.

“확실해…….”

검은 피부.

인간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손톱과 발톱.

마지막으로 안면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심연과도 같은 구멍.

하루에도 몇십 번씩 유튜X에 올라온 어벤져의 영상이나 사진들을 보았던 에단은, 분명 조금 전까지 빌라 위에 서 있었던 것이 ‘어벤져’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확신하자 에단은 곧 그에 따라 도출된 결론을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림자 왕이…… 어벤져라고?”

에단의 목소리가 할렘가의 골목길에 맴돌았다.

* * *

탕! 탕탕!

귓가를 찌르는 총성.

내 몸에 퓩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곧 내 몸을 향해 발사된 총알은 쇳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한 손에는 총을 쥔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총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나?”

“끅…… 끅.”

내 손에 붙잡혀 허공에 들어 올려진 남자가 어떻게든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헌터도 아닌 그가 어벤져로 변한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과학자가 쥐고 있는 총을 빼앗아 저 멀리 던져 버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장판이 된 주변.

사방에는 헌터의 시체와 가운을 입은 이들의 시체가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이리저리 부서진 잡기들과 총알 구멍이 뚫린 가구들은 깔끔했던 공간을 살풍경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끅…….”

“변이체들은 어디 있지?”

음성 변조기를 타고 나온 쇠를 긁는 듯 끔찍한 목소리에, 일순 과학자의 몸이 크게 떨렸지만, 그는 이내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끄악! 아아악!”

손에 힘을 주자 과학자는 살아 있는 활어처럼 펄떡거렸다.

이내 다시 손아귀의 힘을 느슨하게 한 나는 이내 손가락을 움직여 머리가 깨져 있는 시체를 가리켰다.

과학자의 시선이 손가락 너머로 이동하는 것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내가 왜 너를 살려줬는지,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히익……!”

“다시 한번 묻지, 변이체는 어디 있지?”

“그, 그건…….”

내 물음에 일순 떨리는 표정으로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남자는 이내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지, 진짜로 지금 여기에는 변이체가 없습니다…….”

끝까지 이렇게 나오겠다?

나는 망설임 없이 손아귀에 힘을 집어넣기 시작했지만, 이윽고 남자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저…… 정말입니다! 진짜예요! 변이체는 얼마 전에 전부 상부에서 가져갔습니다!”

“상부?”

“네, 네! 상부에서 이곳에서 배양하던 변이체를 전부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는 당신이 원하는 것은 없어요……! 정말로요!!”

“내가 원하는 게 뭔 줄 알고?”

내 물음에 순간 남자는 숨이 막힌 듯 얼굴이 새파래졌지만, 금세 입을 열었다.

“알고 있는 것은 전부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덜덜 떨며 말하는 남자를 보며 나는 씩 웃은 뒤, 그를 놔주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그는 곧바로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노력했고,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는 건 전부 말해라.”

“네, 네!”

* * *

‘동부 할렘가, 중형 길드 ‘마커’에서 일어난 거대한 화제.’

다음 날 아침.

TV를 켜자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뉴스를 보며 나는 소파에 앉았다.

-어제 오전 2시 30분경, LA 동부 외곽 지역에 있는 중형 길드 ‘마커’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그로 인해 마커 길드 내에 있던 헌터 40명이 숨졌고, 마커 길드의 건물은 완전히 반파되었습니다.

“쯧,”

계속해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기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혀를 찬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짧게 회상했다.

마커 길드에 들어가 그 안을 지키고 있던 헌터를 죽이고 지하실까지 침입한 나는 마지막으로 살려두었던 과학자에게 꽤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유감스러웠던 것은 과학자에게 정보를 얻던 중, 마커 길드가 갑작스레 폭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폭발.

과학자는 갑작스레 일어난 폭발에 휘말려 죽어버렸고, 나는 그대로 마커 길드를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어째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 것인지 원인을 찾아보려 했으만, 마커 길드가 거대한 화마에 휩싸이자 시끄러운 사이렌을 울리며 몰려오는 소방관들과 경찰들 덕분에, 결국 왜 멀쩡하던 길드 사무소가 폭발했는지 그 원인은 찾을 수 없었다.

“뭐…….”

어차피 과학자에게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은 얻었기에 정보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면 문서 같은 증거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싹 다 날아가 버린 것일까.

뭐, 어쩌면 오히려 이 상황이 내게 있어선 득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이내 마커 길드와 관련한 뉴스가 끝나고 난 뒤, 나는 곧 과학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결사단’에 대한 정보.

사실 결사단에 대한 정보라고 해봤자 그리 많은 정보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남자에게 들었던 정보 중 나름대로 쓸 만한 정보라고 생각된 것은 바로 변이체를 만들게 지시한 상부, 다시 말해 ‘결사단’의 인상착의였다.

“…….”

비록 얼굴은 가면을 쓰고 있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곤 하지만, 양손에 검은 붕대를 감고 있는 남자와 온몸에 타이트한 빨간 슈트를 입고 등 뒤에는 동그란 구체를 띄우고 다니는 여자.

“검은 붕대라…….”

등 뒤에 동그란 구체를 띄우고 다니는 여자는 잘 모르겠지만, 양손에 검은 붕대를 감고 있는 녀석이라면 대충 짐작 가는 녀석이 있었다.

“포식자 릭”

그를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진다.

회귀 전, 그는 ‘악마’와는 목적이 달랐지만, 어찌 보면 ‘악마’보다도 더 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친 사이코패스 새끼였다.

그의 능력인 ‘포식자’는 괴수나 몬스터가 아닌 자신과 같은 시스템의 가호를 받은 헌터를 먹어치움으로써 헌터들의 능력치를 빼앗아 강해지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갖춘 그는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 유망한 헌터들을 사냥해서 먹어치우는 헌터 킬러가 되었다.

결국, 악마가 태동하고 난 뒤 독일에서 나를 포함한 4명의 SSS급 헌터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그가 먹어 치운 유능한 헌터들은 무척이나 아까웠다.

문득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회귀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포식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온몸은 완전히 박살이 나고 화상을 입어, 제대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괴악한 비명을 질러대는 그의 모습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내 뇌리에 확실히 각인되어 있었다.

미친놈.

혹은 사이코패스로.

“후…….”

포식자 릭이 악마의 밑에 들어갔다니.

‘혹시 착각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중국에서 보았던 ‘차오롱’의 경우를 보면 악마가 미친놈 중에서도 제대로 미친놈인 데다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영입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나는 이제 다음 뉴스로 넘어간 [SS급 헌터들의 연이은 실종]이라는 뉴스 속보를 보며 TV를 껐고, 곧 소파에서 일어나 슬슬 슬럼가에 있을 에단을 만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 * *

LA의 동부 슬럼가에 도착한 나는 이리저리 복잡하게 쳐져 있는 텐트촌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에단을 찾을 수 있었다.

……혹시 저 녀석도 지금 당장은 저렇게 행동하고 있지만, 실은 악마가 몰래 영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머릿속에 떠오르다 사라졌다.

곧 텐트촌 사이의 계단에 앉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던 에단이 나를 발견했다.

잠시의 침묵.

그렇지만 곧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에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곧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어제처럼 냉정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

왠지 내가 다가가자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딱딱하게 굳어 있던 에단의 입가가 쓱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어? 그, 그래…….”

무척이나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는 에단을 보며 나는 어리둥절하게 에단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나를 보며 활짝 인사한 에단은 무엇이 그렇게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엄청나게 설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에단의 표정에 묘한 부담감을 느낄 때쯤, 그는 내게 따라오라는 몸짓과 함께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지?

하루 만에 바뀌어 버린 에단의 태도에 나는 저도 모르게 경계심이 들기 시작했다.

에단이 저런다고?

고작 하루 만에?

심지어 하루 전에도 에단은 찾아온 내게 굉장히 냉정하게 대했던 것이 생각났다.

게다가 회귀 전에는 만난 횟수가 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딱딱하고 냉정한 모습만 보여줬던 에단이 저렇게 웃는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뭔가가 있다.

따라 들어가야 하나?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든 수많은 생각들, 그러나 곧 나는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는 에단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언제라도 그림자를 끄집어낼 준비를 맞춘 나는 곧 에단을 따라 텐트가 쳐져 있는 골목 너머까지 걸어왔고,

곧 걸음을 멈춘 에단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림자 왕’, 저는 당신의 정체를 봤어요.”

“……정체?”

내 물음에 에단은 확신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에단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 있는 것은 어느 한 빌라.

“어벤져.”

“……!”

내가 그곳을 바라보고 있자 불현듯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에단을 바라봤고,

“어벤져 맞죠?”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오고 있는 에단을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능력을 사용할 준비를 했지만.

“팬입니다! 사인 한 장만……!”

곧 이어진 에단의 말에 나는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고.

이내 그의 손에 쥐어진 작은 수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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