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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78화 (78/202)

# 78

나 혼자 10만 대군 078화

23장 어벤저(2)

처음 이 세계에 던전과 이변이 생겨나고, 동시에 헌터가 생겨나면서 최초로 만들어진 헌터 협회의 건물은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비록 하나의 건물이지만 그 크기가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공항 터미널보다도 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협회 건물에서, 김우현은 표창식을 끝내고 국제 헌터 협회의 상위 위원 중 한 명인 ‘T. 월터’와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닙니다. 김우현 헌터는 어쩌면 나라가 전복되거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하이브 사태를 총 3번이나 단신으로 막아내지 않으셨습니까? 사실 고작 이 종이쪼가리 하나로 김우현 헌터의 업적을 치하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월터를 보며 마주 웃은 나는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기저기 모여 있는 협회 인사들은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점잖게 정장을 빼입은 웨이터들이 그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간단한 음료나 주류를 서빙하고 있었다.

뭐,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내 표창식은 그저 명분일 뿐이고, 여기 모인 인사들의 목적은 결국 협회 내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뭐, 애초에 나도 그저 이곳으로 올 명분이 필요해서 표창식에 참석한 거라 딱히 상관은 없지만,

보기만 해도 비싸 보이는 독수리 문양이 그려져 있는 금색 케이스 안에 있는 표창장을 떠올린 나는 이내 내 옆에 있던 월터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아, 그러고 보니 S급 무기는 잘 사용하고 계십니까?”

“네,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아마 그때 간 S급 무기들은 국제 협회 내에 있는 최고의 장인 중 한명인 ‘토르’가 만들었으니 그 성능은 확실하실 겁니다.”

“아하, 확실히…….”

뭐, 지금은 핸디드를 사용 중이지만.

나는 내 옆에서 입을 열고 있는 월터를 보며 슬쩍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T. 월터.

‘국제 헌터 협회’의 제일 높은 자리라고 할 수 있는 3명의 상위 위원 중 한 명으로, 최후에는 국제 헌터 협회를 혼자 먹어버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먹었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상위 위원 중 살아남은 사람이 월터밖에 없었던 것이었지만…….

“김우현 헌터의 길드원분들은 같이 오지 않으셨습니까?”

“다들 일이 있어서요.”

회귀 전에 월터를 만난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내 머릿속에서 월터의 평가는 다른 상위 위원들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도 그럴게, 다른 상위 위원 중 한 놈은 결국 회귀 전의 김서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만행을 저질렀던 놈이었고, 나머지 한 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헌터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녀석이었으니까.

결국, 협회나 길드나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똑같은 녀석들이 모여 있을 뿐이었다.

세계가 당장 멸망해 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도 마지막까지 눈앞의 탐욕을 놓지 못하는 멍청이들.

“혹시 어디 안 좋은 곳이라도 있습니까?”

아, 이런.

“아뇨,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요.”

회귀 전의 일을 생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굳은 표정이 얼굴에 드러난 듯했다.

일순 묘한 표정을 짓던 월터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음, 혹시 김우현 헌터께서는 언제까지 LA에 머무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우선 한번 LA에 와봤으니…… 휴식도 취할 겸 나름대로 한번 관광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혹시 괜찮으시다면 2일 뒤, 제가 저녁을 대접해도 되겠습니까?”

“저녁이요?”

내 물음에 월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LA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이 많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김우현 헌터와 좀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여기서는…….”

슬쩍 조금은 소란스러운 연회장을 눈짓한 월터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야기하고 싶다라…….

짧게 고민한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뭐,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겸사겸사 길드를 박살 낼 때 알리바이도 만들 수 있으니.

내가 긍정으로 답하자 이내 미소를 지은 월터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이틀 후 현재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오겠다는 소리와 함께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다른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월터를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원래라면 국제 협회에 온 김에 겸사겸사 인맥을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월터와 이야기를 하며 떠오른 기억 덕분에 그럴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금색 케이스를 고쳐 잡으며 건물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며, 놀고 있던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오후 1시가 약간 넘은 시간.

LA에 온 지 아직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아 조금 이르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슬슬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림자 왕.”

그렇게 대충 눈치를 보며 연회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고, 한 명의 남자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반갑네, 김우현 헌터. 나는 국제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SSS급 헌터 중 한 명인 ‘마프로스’라고 하네.”

스포츠로 자른 머리에 외눈 안경을 낀, 신사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 * *

“관심 없어요.”

“왜?”

“……알 거 없잖아요?”

LA 동부 쪽에 위치한 할렘가.

시내와는 다르게 쓰레기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사람이 돌아다니라고 만들어놓은 도보에는 딱 보기에도 무지막지한 수의 텐트들이 이리저리 난잡하게 펼쳐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복잡해 보이는 할렘가의 거리에서 그 에단을 어떻게 찾을까 고민하던 것도 잠시.

나는 에단을 찾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별 힘도 들이지 않고 무척이나 편하게.

“아무튼, 관심 없어요.”

청명한 푸른 눈이 내 얼굴을 한번 바라본 뒤, 에단은 자신의 금발을 벅벅 긁으며 텐트촌 사이의 골목길로 사라졌다.

단칼에 내 영입 제의를 거절하고 골목 사이로 들어간 에단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비행기에서 했던 내 걱정과는 달리 에단은 이미 시스템에 가호를 받아 헌터가 되어 있는 상태였고, 이미 길드에도 소속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에단의 행동을 보니 악마가 손을 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오늘 처음 본 모습이 그렇다는 거고 시간을 들여서 관찰해 봐야 진짜 악마의 손이 닿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만…….

그건 LA에 머무는 4일 동안 알아보면 될 것 같았다.

에단을 찾은 이상 그를 영입하지 못하더라도 ‘악마’한테 물들었는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판별해야 할 테니까.

“그보다 생각했던 대로의 성격이구만…….”

뭐, 회귀 전의 에단의 성격을 봤을 때 왠지 그가 저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변하지 않았다.

하긴 고작 저기서 2~3년 정도 지났을 때 나를 만났던 거니까, 딱히 변화가 있냐 싶겠느냐마는…….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LA의 거리를 빠져나갔다.

* * *

“이제 얼마 남았다고?”

“2주…… 아니, 3주?”

불조차 켜지 않은 어두운 공간 안에서 릭은 알리샤의 질문을 받으며 들고 있던 공책에 무엇인가를 끄적거렸고 릭은 그런 알리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정확한 날짜를 말해달라니까?”

“……3주.”

“그럼 2주라고 말한 건 또 뭔데!?”

“회의나 시작하는 게 어떻습니까?”

릭의 짜증에 알리샤는 순간 무표정한 표정으로 릭을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이내 그들의 사이에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외눈 안경을 쓴 남자.

국제 헌터 협회의 일원이자 SSS급 헌터이기도 한 마프로스는 눈앞에 있는 알리샤와 릭의 말싸움을 막으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지금 말하고 있는 게 회의 내용이거든?”

“저는 방금 왔으니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설명해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안개’, 너도 문제인 게 애초에 회의시간에 늦으면 늦는다고 말을 해야지. 무슨 아무렇지도 않게 와서 다시 회의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그래?”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림자 왕’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온다고.”

“뭐 하러 그림자 왕이랑 이야기를……. 에휴, 그만하자.”

릭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 동안 알리샤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3주 뒤에 준비가 끝나. ‘그분’을 조기에 소환하기 위한 ‘재물’ 준비부터 시작해서 독일을 깔끔하게 정리해 버릴 수 있는 괴인들까지.”

알리샤는 그렇게 말한 뒤 끄적거리던 공책을 덮고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SSS급 헌터들이 독일에 몰리면 귀찮아지니까…… 양동을 펼칠 거야. 뭐, 그래 봤자 저번 작전이랑 달라진 건 없어. ‘마프로스’ 너는 국제 협회를 박살 내면 되고 릭과 나는 영국으로 갈 거야.”

“양동이라…… 하지만 저 혼자서 어그로를 끌라는 건 여러 의미로 좀 힘들 것 같은데…….”

마프로스의 말에 알리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래서 네 대신에 날뛰어줄 ‘괴인’들도 만들고 있으니까. 너는 그냥 적당히 바람만 잡아주면 돼.”

“괴인들은 전부 영국에서 사용하는 거 아닙니까?”

마프로스의 질문에 고개를 저은 알리샤는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한데, ‘그림자 왕’한테 박살 난 중국 연구소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변이체를 만드는 실험이 성공했거든.”

뭐, 결국 실험실은 박살 났지만, 하고 알리샤는 짧게 붙이고는 이내 계속해서 말했다.

“우선 LA에 적당한 길드 몇 개를 만져서 적당한 능력의 괴인들을 생산해 내고 있으니까 사소한 건 걱정하지 마.”

“뭐, 그렇다면야……. 그냥 적당히 어그로만 끌다 퇴장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의 질문에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 거린 알리샤.

“……근데 그림자 왕은 어떻게 하는게 좋겠습니까? 그 녀석을 이대로 놔두면 중국에서처럼 실험실을 모조리 박살 낼 텐데.”

“우선은 놔둬, 어차피 그림자 왕의 정보에 마커 길드는 있어도, 최근에 매수한 민간인 변이체를 만드는 길드에 대한 정보는 없을 테니까.”

알리샤의 말을 끝으로 마프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두운 밤, 새벽이 다 된 시간이 되서야 블랙 윙 길드의 밖으로 나온 에단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텐트촌 사이를 걸었다.

‘젠장……’

그러면서도 에단은 방금 전, 자신의 여동생을 들먹이며 일을 좀 더 열심히 할 것을 권장하는 말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이제는 말스의 전화기를 통해서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여동생의 목소리.

갑갑한 마음에 길게 한숨을 내쉬며 에단은 어제오늘 자신을 찾아온 한 남자를 떠올렸다.

‘그림자 왕, 김우현.’

LA와는 거의 반대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의 SS급 헌터.

하지만 반대편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이름은 같은 헌터라면, 그리고 유튜X를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볼 수 있는 이름이었다.

SS급 헌터 김우현.

어째서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자신을 영입하는지 몰랐고, 또 김우현의 영입 제의가 무척이나 끌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단은 그런 김우현의 영입 제의를 받을 수는 없었다.

“…….”

붙잡혀 있는 여동생 때문에.

솔직히 오늘, 다시 한번 찾아와 영입 제의를 하는 김우현에게 지금 상황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어차피 말해봤자…….’

결국 도움은 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으니까.

에단은 한숨을 내쉬며 어둡디 어두운 골목길의 사이로 들어가 그곳에 설치되어 있는 텐트를 바라봤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했기에 최대한 소음이 들리지 않을 만한 곳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 바로 이 빛도 들어오지 않은 자그만한 골목길이었다.

에단은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

이내 골목길 너머로 보이는 빌라의 옥상에 있는 익숙한 인영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림자 왕?”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은히 비추는 가로등 불빛 사이에 비추는 그 모습은 틀림없이 어제오늘 자신을 찾아왔던 그림자 왕의 모습이 맞았다.

‘도대체 저기서 뭘 하는거야?’

에단이 그렇게 생각하며 그에게 다가가려 했을 때.

‘그림자 왕’이 그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에단은 곧 빌라 위에 있는 김우현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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