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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77화 (77/202)

# 77

나 혼자 10만 대군 077화

23장 어벤저(1)

훈련소의 휴게실.

“언니, 훈련 벌써 끝났어요?”

“아니, 그냥 좀 쉬려고.”

휴게실에서 이로하와 이야기를 나누던 김서윤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은별에게 손을 흔들며 물었고, 이은별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며 김서윤의 옆에 앉았다.

“오늘은 언제까지 훈련하려구요?”

“글세…… 오늘도 10시까지?”

“또 그렇게 길게? 요즘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언니?”

김서윤의 말에 슬쩍 고개를 저은 이은별은 이내 땀을 식히며 휴게실의 천장을 바라봤다.

그녀는 슬쩍 눈을 감고 불과 2주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동생의 전화로 인해 가게 됐던 강남.

그리고 거기서 마주친, 괴물 같은 능력을 가진 괴인들.

결국, 나타났던 괴인들은 김우현의 손에 모두 처리되고 결국 동생도 안전하게 구할 수 있었지만…….

‘만약 길드장님이 그곳에 없었다면?’

아마 자신과 하리남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난 2주간 이은별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까 리남이 오빠는 아직 퇴원하려면 꽤 남았나?”

“음, 내가 듣기로는 아마 다음 주쯤이면 퇴원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김서윤이 갑자기 생각난 듯 입을 열었고, 이로하는 짐짓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자신이 아는 사실을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듣기로는 카르마 길드인가? 거기는 길드장 포함해서 20명이 갔다가 결국 길드장 빼고 모두 몰살당했다는데,”

“……확실히.”

이로하는 2주 전, 병원에서 봤던 하리남의 몸 상태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심하게 다친 모습은 아니었지?”

“게다가 리남이 오빠는 능력 특성 탓인지 회복하는 것도 비상식적으로 빠른 편이니까…… 다행이죠.”

이로하는 김서윤의 말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은별은 그런 김서윤과 이로하를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넘어갈 상황이 아니야…….’

이은별은 멍하니 생각했다.

‘조금 더 강해져야 해.’

사실 2주 전까지만 해도 이은별은 자신의 행보에 만족하고 있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길드장님의 권유로 씨커 길드에 들어온 뒤로 능력을 각성하고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S급 헌터가 되었다.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던 이은별과 동생은 이은별이 능력을 각성한 지 불과 반년도 되지 않아서 길드 사무소 근처의 고급 빌라로 이사를 갈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지금에 와서는 통장에 쌓이고 있는 돈도 금액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이은별은 내심 지금의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었다.

안주하고 있었다.

헌터 중에서도 상위 0.1% 안쪽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자리에 안주했다.

그렇지만, 2주 전 그 괴인들에게서 느꼈던 무력감은 마치 자신의 옛날을 생각나게 하는 듯했다.

옛날, 길드장님이 자신을 구해주기 전이었던 그때를.

‘……다시는 그런 감정은 느끼고 싶지 않아.’

이로하와 김서윤이 하리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이은별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벌써 가려구요?”

“응, 나는 충분히 쉬었어.”

이은별은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실을 빠져나갔고, 김서윤과 이로하는 그런 이은별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뭔가 요즘 다들 저기압인 느낌이네.”

그렇게 이은별이 나간 곳을 바라보며 이로하가 입을 열자 김서윤은 이로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확실히, 강남 괴인 사태 이후부터 은별 언니는 계속 훈련실에……. 안 그래도 맨날 던전 아니면 훈련만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더 심한 것 같다니까요?”

이로하는 이은별의 말에 조용히 동의하며 훈련실의 방문을 바라보았고, 김서윤은 그런 이로하를 잠시간 바라보다 푸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럴 때 아저씨는 할 일 있다고 해외로 날아가 버리고…….”

“뭐, 길드장님도 최근 바쁘시니까…….”

이로하의 말에 김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무엇인가가 불만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

“근데 진짜 저희한테는 그냥 한마디도 안 하면서 항상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서운한 느낌도 든다니까요? 왠지 저희가 못 미더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음, 그런가?”

이로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김우현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씨커 길드의 길드장인 김우현은, 한 길드의 길드장이라고 하기에는 꽤 유별난 구석이 있었다.

이로하는 옆에서 투덜거리고 있는 김서윤을 바라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 * *

이제 막 태양이 뜨는 비행기 밖의 풍경을 보며 나는 뻐근한 목을 풀었다. 이리저리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나며 몸이 풀렸다.

좌석 앞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보자 그곳에는 도착 예상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3시간인가…….”

앞으로 3시간 뒤면 이 비행기는 LA에 도착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3시간 뒤부터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국제 협회의 표창식에 가서 적당히 표창을 받고 적당히 국제 협회 인물들이랑 안면을 튼 뒤, LA에 있는 길드를 박살 내야 했다.

“…….”

그리고 지금까지 모아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아마 LA에 있는 길드 ‘마커’에서는 ‘결사단’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었다.

“양성소…… 라”

처음에는 보고서마다 다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어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중국의 길드들은 하나같이 LA에 있는 마커 길드가 연관이 있었고, 보고서를 이리저리 조합해 본 결과 나는 마커 길드가 ‘변이체 양성소’라고 불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LA에서 얼마나 많이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머물 생각은 없었다.

목적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바로 마커 길드의 파괴 그리고 두 번째는 미래의 SSS급 헌터 중 한 명인 ‘에단’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 각성은 했으려나?”

회귀 전의 에단과는 꽤 이야기를 나누어 봤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냥 어느 정도일 뿐이었다.

나와 꽤 친했던 이로하와는 다르게 그는 일정 부분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고 했었다.

그럼에도 여기저기 아는 헌터들을 통해 그의 과거를 어디선가 주워듣기는 했다.

그때 들었던 것은 그의 과거가 꽤 불우했다는 내용과 에단이 LA의 할렘가 생활을 했다는 것 정도일까.

……어?

그러고 보니까 에단이 아직 시스템의 가호를 받지 못해, 헌터가 되지 않았다면 에단을 영입하는 게 좀 어색하지 않나?

……아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더럽게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음.”

만약 아직 헌터로 각성하지 않았으면 나중에 와서 영입해야 하나?

아니, 만약 악마가 ‘에단’도 건드렸을 확률이 있으니 한 번 정도는 무조건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LA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혼자 고민을 시작했다.

* * *

미국 LA에 위치한 소형 길드 ‘블랙 윙’의 길드 사무실은 사무실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10평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방 가운데에 있는 책상 위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난잡하게 올라가 있었고, 책상 한켠에 있는 재떨이에는 치우지 않은 담배꽁초들이 자그마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다 낡아빠진 소파에는 더러운 천들이 아무렇게나 걸려 있었고, 그 더러운 소파에는 앞니가 빠진 흑인이, 그 앞에는 앳돼 보이는 소년이 서 있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할 나이 정도의 소년은 뚱한 표정으로 눈앞의 흑인을 바라봤다.

“에단.”

“왜요?”

“너 또 마정석 빼돌렸냐?”

“아뇨? 제가 뭐 하러 그래요?”

에단의 대답에 흑인이 순간 미소를 짓는가 했지만, 곧 남자는 눈앞에 있던 에단의 목을 붙잡아 반대편에 있던 소파에 꽂아 버렸다.

“켁!?”

흑인에게 손을 뿌리치기 위해 에단은 흑인의 손목을 부여잡았지만, 이제 막 C급 헌터가 된 에단의 힘으로는 A급 헌터인 ‘말스’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에단, 내가 말했지? 한 번만 더 마정석 빼돌리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스의 목소리에 에단의 입이 열렸다.

“아니…… 진짜 안 빼돌렸다니까요……?!”

에단의 목소리에 말스는 일순간 무섭게 표정을 굳혔으나.

“쯧.”

“켁켁…… 끅…….”

이내 말스는 쥐고 있던 에단의 목을 놔주고 원래 앉아 있던 소파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메이커가 쓰여 있지 않은 담배를 꼬나문 에단은 곧바로 라이터로 불을 붙여 담배를 흡입했다.

“후…….”

담배 연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일순 말스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려나가며 그는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에단이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리며 말스를 바라봤을 때, 그는 입을 열었다.

“에단, 항상 말하지만 너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알아?”

“…….”

“내가 뭐 어려운 거 부탁했어? 아니잖아? 내가 부탁한 건 그냥 단순히 ‘우리’가 얻은 마정석을 네가 바꿔 오는 것뿐이라고.”

말스는 담배를 한 모금 더 빤 뒤, 계속해서 말했다.

“얼마나 좋아? 너도 간단하게 우리가 가져다준 마정석 가져다 팔아서 돈 벌고, 우리는 우리대로 별문제 없이 돈 받을 수 있고.”

‘그리고 내가 파는 마정석이 ‘블랙 윙’에서 나온다는 게 들키면 나도 좆되겠지, 이 개새끼야.’

에단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말스는 그런 에단을 보며 피식 웃은 뒤, 고개를 몇 번 까딱이고는 말했다.

“좋게좋게 가자, 에단. 응? 네 여동생을 봐서라도 말이야.”

“……가볼게요.”

“그래그래. 가보라고. 내일은 마정석 빼돌리지 말고 말이야.”

키득키득.

말스의 웃는 소리를 들으며 에단은 블랙윙의 길드 사무소에서 빠져나왔다.

길드 사무소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에단의 눈에 보인 것들은 길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된 쓰레기들과 그 주변에 들어선 텐트촌이었다.

LA의 할렘가의 풍경.

“…….”

에단은 말없이 그런 텐트촌을 지나 그 사이에 있는 골목으로 숨어 들어갔다.

“후우…….”

그리고 에단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어릴 적, 범죄자였던 부모가 사고로 죽고 난 뒤, 제대로 된 친인척이 존재하지 않았던 에단과 그의 여동생인 사라는 길거리 한구석에 내버려졌다.

그 뒤부터 시작된 3년간의 거지 생활은 끔찍했지만, 반년 전 시스템의 가호를 받아 헌터가 되었을 때 에단은 꿈을 꿀 수 있었다.

이 거지 같은 할렘가 생활을 탈출할 수 있다는 꿈을.

“하, 인생…….”

하지만 에단의 행복 어린 꿈은 그저 잠시였을 뿐이었다.

지금의 에단은 여동생을 인질로 잡혀, 마약을 파는 헌터 집단에 강제로 소속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모를 마정석을 대신 파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혹시라도 국제 협회에 덜미가 잡힌다면 전과자로서 헌터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는…… 리스크가 무척이나 커다란 역할을.

한동안 어두운 골목길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던 에단은 주머니 속에 있는 구형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예전부터 몇 번이고 다시 돌려봤던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서는 온몸을 어두운 피부로 감싸고 얼굴의 가운데가 심연처럼 뚫려 있는 괴인이 등장했다.

괴인은 길드 사무소에 침입해 음지에서 몰래 인신매매를 하는 중국의 헌터들을 모조리 때려죽이는 장면 재생되고 있었다.

“어벤져…….”

갑작스레 동부에 나타난, ‘악’을 심판하는 ‘히어로’

에단은 말스에게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트집이 잡혀 맞은 이후에는 얼마 전 유튜브로 봤던 어벤져의 영상을 몇 번이고 되돌려보며 묘한 위안을 얻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미 이 깨닫고 있는 에단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한구석에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동부에서 활동하는 ‘어벤져’가 말스를 박살 내주지는 않을까’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마는, 에단은 이 영상을 볼 때면 항상 그런 생각에 빠지곤 했다.

마치 어릴 적, 만화에서나 나왔던 것처럼 ‘히어로’가 이 엿같은 현실에서 탈출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에단은 그 어두운 골목길에서, 며칠 전에 그랬던 것처럼 ‘어벤져’가 등장하는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고 나서야 지내고 있는 텐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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