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나 혼자 10만 대군 075화
22장 신천길드(3)
그림자 손에게 난타당해 온몸이 박살 나 있는 괴인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까?”
“아, 예, 예!”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를 보며 나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어딘가에서 남자의 얼굴을 본 것 같기는 한데, 그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지금 그런 것을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지만.
“우선 생존한 헌터들은 있습니까?”
내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절래 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 그렇겠지.
나는 피가 낭자한 주변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잔인하게 훼손된 헌터들 사이에 있는 괴인의 시체는 총 두 구로, 한 구는 아마 헌터들 측에서 죽인 듯했고 나머지 한 구는 방금 내가 죽인 녀석이었다.
혹시라도 눈앞의 남자 이외에 살아남은 헌터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물어봤지만, 역시 이 남자를 빼고 살아남은 헌터는 없는 듯했다.
나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내 발아래로 어둠마저 먹어치울 것 같은 무저갱이 나타나고, 그 위로 그림자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나타나 순식간에 수를 불리는 형상들은 이내 내 의지에 따라 강남의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알고 있는 정보들 전부 알려주세요.”
내 말에 순간 머뭇거린 남자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나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고, 이내 멍하니 있는 남자에게 강남 지역에서 빠져나가라는 권고를 해준 뒤, 곧바로 하늘로 도약했다.
남자에게 들은 협회에서 가르쳐 준 강남에 있는 괴인의 숫자는 총 21명.
그중 대부분은 현재 재건축되고 있는 강남의 건물들이나 그 주변에 있는 건물들을 때려 부수고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왜 강남 건물을 때려 부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나타난 이상.”
나름대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얻어둬야 했다.
그렇게 강남 일대를 돌아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괴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쿵!
도약하고 있던 몸을 급격하게 꺾어 괴인이 있던 쪽으로 내꽂은 나는 괴인이 이쪽을 바라보기도 전에 괴인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촥!
깔끔한 한 번의 칼질, 그것으로 괴인의 몸은 깔끔하게 양분되었다.
시선을 돌리자 검은 피부와 동시에 안면에 박혀 있는 거대한 눈알이 보였다.
아까 죽였던 괴인들에게도 확인한 것이었지만, 역시 지금 강남에 나타난 녀석들은 독일의 경매장에서 봤던 녀석들이 맞았다.
곧바로 다음 지역으로 가기 위해 다리에 힘을 모아 하늘로 도약하자 곧바로 다음 타겟이 눈에 들어왔다.
“……?”
이미 그림자 형상들에게 둘러싸여 한참이나 공격을 받고 있는 괴인.
하지만 그 괴인은 일반적인 괴인들과는 조금 달랐다.
쿵!
순간적으로 몸을 하강시켜 그의 머리 위로 칼을 내리친다.
콰지지지직!
그리고 그 동시에 양팔을 올려 칼을 가드한 괴인은 곧바로 왼발을 올려 차 내 배를 걷어찼다.
“……!?”
검이 막힌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터라 순간적인 대응이 늦었던 나는 그 상태로 괴인에게 몸을 내주었고, 순식간에 5m 가까이 밀려 나간 나는 괴인을 바라봤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파란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인.
괴인의 발이 내 배에 닿기 전 그림자의 손이 괴인의 공격을 막았기에 별 피해는 없었지만, 조금 전 괴인의 공격은 무척이나 빨랐다.
영국에서 봤었던 ‘괴인’보다도 빠른 속도.
게다가 괴인은 지금 이 와중에도 달려드는 그림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검을 들고 달려드는 그림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격해 소멸시키는 괴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곧바로 발을 박차 괴인에게로 달려들고 있던 중.
갑작스레 푸른 달이 떴다.
* * *
재건축 중인 강남의 거리에 푸른 달이 떠오른다.
그리고 지상을 비추는 푸른 달에서 수십 개에 달하는 유성우가 강남의 땅을 유린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쾅! 콰가가가강!
귀에 이명이 들릴 정도의 강대한 폭음, 하나 그럼에도 푸른 달은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지상에 유성우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미사일로 폭격을 때리는 것 같은 압도적인 화력.
그 압도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은별은 떨어져 내리는 유성우를 보는 중에도 불구하고 굳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꺼지지 않을 것만 같던 푸른 달이 서서히 그 형체를 잃어 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하늘에서 떨어지던 유성우가 서서히 멈출 때쯤.
“……!?”
순간적으로 마나를 쏟아낸 터라 텅 빈 마력을 느끼며 슬쩍 인상을 찌푸리던 이은별은 눈앞에 나타난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인을 보며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이은별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순간에 휘둘러진 괴인의 손.
까앙!
하지만 괴인의 손은 곧 보이지 않는 벽에 의해 막혔다.
“큭……! 괜찮습니까!?”
“네!”
하리남의 능력인 ‘절대 방어’
그 능력이 이은별을 살렸다.
이은별은 조금 전 공격을 가하고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괴인을 보며 불과 몇 분 전의 일을 회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같은 씨커 길드원인 하리남과 늦게까지 훈련실에 박혀 훈련을 하고 있던 중, 동생에게서 걸려온 전화.
그 전화에서 이은별이 들었던 것은 바로 공포에 떨고 있는 동생의 목소리였고, 이은별은 곧 전화를 통해 동생이 처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강남 재건축 개발 지역에 갔던 일부터 시작해, 강남에 나타난 괴인을 피해 건물 안에 숨어 있다는 동생의 현 상황까지.
이은별은 곧바로 동생이 있다는 강남으로 향했고, 하리남은 그런 이은별을 따라 같이 강남에 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은별과 하리남은 괴인들을 볼 수 있었다.
안면에 거대한 눈을 가진, 피부는 다르지만, 외형만은 완전히 똑같이 생긴, 어떻게 보면 괴인이 아니라 괴수나 몬스터라고 칭해야 할 것 같은 10명 남짓한 괴인은 이은별과 하리남을 보자마자 공격을 시작했고, 곧 이은별과 하리남은 경악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강한 괴인들의 모습에.
하리남은 절대 방어를 사용해 괴인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있었지만, 한 방 한 방을 버티는 게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고, 이은별은 자신이 최근에 개발 중인 근접 공격을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나빴다.
괴인은 피해를 입긴 했지만 그럼에도 괴인에게 치명상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인에겐 이은별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기에 이은별과 하리남은 괴인들을 근처에 있는 황무지에 끌어들여 유성우를 때려 박았지만.
“윽……!”
“어떻게든 해야……!”
결과는 반의 성공이었다.
유성우로 폭격을 때린 결과 이은별은 검은 피부를 가진 괴인을 모조리 몰살시킬 수 있었지만, 하얀 피부를 가진 괴인은 죽일 수 없었다.
분명 여기저기 푸른 피가 터져 나온 것을 봐 어느 정도 대미지는 입힌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괴인은 별문제 없이 계속해서 이은별과 하리남을 압박했다.
‘……어떻게 하지?’
그리고 계속해서 공격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은별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마나 과소비 덕분에 탈진 상태에 빠진 자신과 옆에서 어떻게든 절대 방어를 유지하고 있는 하리남.
하지만 괴인의 공격이 가해질 때마다 하리남의 표정은 점점 더 나쁘게 변해가고 그때마다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윽!?”
‘아직도 남아 있었다고?’
하리남의 꾹 참는듯한 신음과 함께 이은별이 눈을 뜨며 나타난 괴인들을 바라본다.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인과 파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인이 섞여 하리남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온다.
쾅! 꽝! 깡! 깡!
하얀 괴인의 공격에도 힘겨워 보였던 하리만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이은별은 곧 빠르게 머리를 돌려 곧 다시 한번 ‘푸른 달’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 방법밖에는 없어……!’
없는 마력을 억지로 쥐어짜기 시작하자 온몸의 근육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은별은 그 상태로 다시 한번 유성우를 쏴 내렸다.
아까 전과는 다르게 유성우의 크기를 비롯해 유성이 떨어지는 위치까지 세심하게 조절해야 했던 터라 그리 많은 유성우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쾅! 콰강!
이은별은 온몸의 근육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유성우의 위치를 확실하게 맞추는 데 성공한다.
하리남의 절대 방어를 건드리지 않고 사방으로 떨어져 내린 유성우가 다시 한번 괴인들을 폭격하고.
일 순 다시 한번 귀에 이명이 일어났지만, 이은별과 하리남은 떨리는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
그리고 곧, 아직까지 남아 있는 2명의 파란 괴인과 1명의 하얀 괴인을 보며, 하리남과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꽝!
그리고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던 하리남은 결국, 하얀 괴인의 공격을 끝으로 절대 방어를 유지하지 못하고 괴인의 공격에 맞아 날아간다.
땅바닥을 구르며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하리남.
이은별은 곧바로 몸을 움직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은별의 신체 능력은 괴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눈앞에 보이는 파란 괴인의 손을 보며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눈을 꾹 감았고,
꽈드드득!
파란 괴인의 팔이 터져나갔다.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눈을 뜨며 눈앞에 나타난 그를 바라봤다.
검은색의 아지랑이가 온몸에 피어나 거대한 손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심연과 같은 두 눈에는 붉은 안광이 자리하고 있었다.
입고 있는 검은 색의 코트가 펄럭이며 검은색의 아지랑이를 사방으로 뻗치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의 검신이 마치 그림자처럼 일렁거리며 푸른빛의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곧 파란 피부를 가진 괴인이 잡힌 손을 지지대 삼아 그대로 자신의 몸을 띄워 올려 그의 얼굴에 발차기를 날렸지만.
꽈득! 쾅!
괴인의 발차기는 땅속에서 빠져나온 그림자들에게 막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쾅! 꽝! 콰장창!
그와 동시에 발을 잡은 그림자 손이 괴인을 공사판에 꽂아버리고, 괴인의 머리 위로 공사 자재가 쏟아져 내림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 있던 그림자들이 일제히 괴인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숫자.
숫자.
그리고 또 숫자.
3명의 괴인을 잡기 위해 이 넓은 공터를 가득 채울 정도의 그림자들이 그의 영역 안에서 무한하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림자들이 괴인들에게 달려나감과 동시에 붉은 안광이 이은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고,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길드장…… 님?”
이은별의 물음에 김우현은 입을 열었다.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까. 너는 리남이 데리고 빠져나가.”
김우현은 그 말을 끝으로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괴인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이 검은 아지랑이를 피워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