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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73화 (73/202)

# 73

나 혼자 10만 대군 073화

22장 신천 길드(1)

“뭐? ‘괴물’이 죽었다고?”

“응.”

“……진짜?”

“응.”

무뚝뚝한 여자의 말에 조금 전까지 미소를 짓고 있던 남자의 얼굴에 짜증이 드러났다.

조용해진 공간, 곧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그림자 왕한테 죽었다는 거네?”

“뭐, 정확히 말하면 ‘어벤져’지만, 그 실체를 까고 보면 그렇지.”

“후, 뭐…… 그래도 괴물이 질 거라곤 생각 안 했는데, 그 녀석도 당장 ‘변이 세포’를 이식해서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상태인데, 그림자 왕한테 졌다고?”

“그렇지.”

“왜?”

“나도 모르지?”

여자의 무뚝뚝한 말투,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리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그게 아니라는 걸 알잖아?”

“릭(Rick), 내가 말했지? 언제나 자세히 듣고 싶은 걸 확실하게 말하라고.”

알리샤의 말에 결국 인상을 찌푸린 릭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너라고 알 리가 없겠지만……. 뭐 사실 차오롱이 죽었다고 해도 딱히 별문제가 있는 건 또 아니긴 한데…… 그보다 그림자 왕이 진짜 그 정도라고……?”

릭의 아쉬워하는 듯한 말투와 동시에 눈살을 찌푸리며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남자, 하지만 차오롱에 대한 감상은 거기까지였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학살자’는 죽이고 왔어?”

“응? 뭐, 당연히 죽이고 먹어 치웠지. 내가 지금까지 먹은 SS급 헌터만 몇 명인데 그 녀석을 못 죽이겠어?”

릭의 말에 알리샤는 고개를 끄덕거리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원하는 SSS급 헌터는 이미 흡수했고, 나머지 헌터들도 죄다 찾아가서 흡수할 생각?”

알리샤의 물음에 릭은 고개를 절래거렸다.

“아니지, 아니야. SSS급 헌터들을 전부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게다가 다들 예만처럼 독고다이로 다니지도 않아서 일일이 잡아서 흡수하기에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릭은 그렇게 말하고는 검은 붕대가 감겨 있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을까.

이윽고 릭이 입을 열었다.

“알리샤, 지금까지 만든 변이체가 총 몇 명이지?”

“……SS급 3개체 S급 25개체 A급 1,400개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이 정도지…… 아, 그리고 중국에서 실험했던 ‘프로토 타입’들도 있어.”

“응? 프로토 타입은 또 뭐야?”

“지금 괴인을 만드는 약물말 고, 그 바로 전 실험 단계에서 사용했던 약물을 통해 만든 녀석들이야.”

“……? 그래서?”

“근데 녀석들은 딱히 명령 체계가 통하지 않아서 컨트롤이 불가능해. 게다가 지금 만드는 괴인들처럼 수명이 길지도 않고.”

알리샤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릭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마디로 ‘결함품’이지.”

“……그럼 그 결함품 이야기는 왜 하는 건데? 지금 들어보니까 별로 쓸모도 없는 것 같은데.”

“맞지.”

“근데 왜……?”

릭의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말투에 알리샤

는 대답했다.

“프로토타입들이 죄다 실험실에서 빠져나갔거든.”

“그건 또 뭔 소리야?”

“말 그대로야. SS급 1개체, S급 5개체 A급 15개체가, 과학자의 부주의로 전부 탈출하게 됐어. 그 때문에 지금 중국에서 유일하게 제일 깊숙한 곳에 숨겨놨던 마지막 실험실이 박살 났지.”

알리샤의 말에 릭은 멍하니 알리샤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걸 왜 지금 말해?”

“까먹었어, 아까 괴물이 죽었다는 소리랑 같이하려고 했는데.”

너무나도 당당하게 대답하는 알리샤를 보며 릭은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고개를 절레 흔들며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중국을 포함해서 동부 쪽은 그 미친 어벤젼가 뭔가 하는 놈 때문에 그분이 만들었던 연구실을 포함해 죄다 박살이 나버린 상태였으니까. 이참에 동부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릭은 책상에 놓여 있는 종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분이 강림하실 서부에서 ‘제물’을 모으는 데만 집중하자고.”

* * *

“후…….”

지남영은 한숨을 내쉬며 눈앞에 보이는 뉴스를 바라봤다.

[카르마 길드장 지남영! 씨커 길드의 김서윤에게 공식적인 러브콜!]

[S급 헌터 ‘탐식’ 그 자리에서 거친 거절 의사를 밝히다.]

“이런 씨발.”

지남영은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눈앞에 있는 모니터를 후려쳤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진 모니터를 바라보며 지남영은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댔다.

“나한테 개쪽을 줘?”

지남영은 아까 전, 자신의 정중한 영입 제안을 완전히 개박살 낸 김서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고작 S급 주제에…….”

지남영은 씹듯이 중얼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원래 지남영의 계획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3대 길드의 일시적인 몰락, 그에 따른 길드들의 암투 속에서 ‘카르마’ 길드는 수많은 길드의 견제를 뚫고 마침내 중형 길드의 틀에서 벗어나 대형 길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카르마’ 길드의 인식은 아직 헌터 업계와 대중들에게는 그저 수많은 중형 길드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이미 업계와 대중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한국의 3대 길드.

‘무천’ 길드는 골골거리는 길드장을 버리고 부길드장을 새롭게 길드장으로 임명해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고구려’ 길드는 간부가 남아 있던 탓에 그 네임벨류를 이용해 유능한 신인들을 다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신천’ 길드도 간부진이 사라져 비틀거렸지만 나름대로 이름값을 이용해 길드를 다시 부흥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르마’ 길드는 시간이 없었다.

원래의 3대 길드가 다시 부흥하기 전까지, 카르마는 ‘대형 길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져놓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지남영이 선택한 것은 바로 ‘씨커’ 길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SS급 헌터이자 그림자 왕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고, 대중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취급되는 ‘김우현’이 길드장으로 있는 씨커 길드.

‘씨커’길드를 이용해, 지남영은 ‘대형 길드’의 입지를 만들고자 했다.

“후, 아무튼 계획은 실패군.”

국민 영웅이 있는 ‘씨커’ 길드는 대형길드는 아니지만, 그 네임벨류는 이미 대형 길드를 넘어서 있었다.

그런 씨커 길드와 공식적인 마찰을 일으켜 대립 구도를 만든다면?

카르마 길드는 3대 길드가 부흥하기 전 ‘대형 길드’로서의 입지를 충분히 다지는 게 가능했다.

그래, 어느 정도의 마찰 정도만 일으켰다면.

“씨발, 정보 조사가 어디서 잘못 된 거야?”

지남영은 얼마 전 보았던 보고서를 떠올렸다.

씨커 길드는 다른 길드들과는 특이하게 소속된 거의 모든 헌터가 S급 헌터 이상이고, 모두가 파티 플레이를 하기보다는 솔로 위주로 던전을 공략한다.

그 덕분에 길드원들 간의 유대는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부터, 그중 S급 헌터 ‘탐식’ 김서윤은 평소 길드에 불만을 가진 듯 뚱한 표정을 짓고 다닐 때가 많다는 보고서.

“쯧.”

물론 김서윤은 친한 사람을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웃는 경우가 없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지남영은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전을 짰다.

당장 씨커 길드에서 가장 많은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이는 길드원에게 다가가 말도 안 될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걸고, 그것으로 ‘씨커’ 길드와 ‘카르마’ 길드의 대립 구도를 만든다.

‘물론 김우현과 싸울 생각은 없지만.’

자남영이 원하는 것은 ‘카르마’와 ‘씨커’의 대립 구도.

그것이면 충분했다.

적당히 시간을 끌며 그런 대립 구도를 잘 유지해 나가다 ‘카르마’의 이름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과 헌터들에게 자리 잡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턴 영입을 포기하고 손에 쥐고 있는 노를 잘 젓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지남영은 생각하고 있었다.

“후…….”

물론 일은 지남영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길드에 불만이 많아, 분명 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조건에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던 김서윤은 무척이나 완고하게 카르마 길드를 거절했다.

거기에 거친 욕설까지 더불어.

그 덕분에 지남영의 계획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이미지만 완전히 구겨 버린 채로.

‘너무 급하게 진행한 건가.’

좀 더 시간을 들여 자세하게 씨커 길드를 조사한 뒤 이 일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남영은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 * *

이제는 몰락했다는 말이 들려왔지만,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의 3대 길드로 남아 있는 고구려 길드.

그리고 그 고구려 길드의 길드장인 SS급 헌터 ‘이광천’은 눈앞에 나타난 괴인들을 보며 그들에게 당한 오른팔을 부여잡았다.

완전히 뭉개져 버린 오른팔.

‘괴수인가?’

이광천은 눈앞에 보이는 괴인들을 보며 짧게 혀를 찼다.

검은색의 피부, 분명 몸과 다리는 인간의 것이지만, 팔은 마치 괴수의 팔다리처럼 길쭉하고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이광천은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다섯 괴인의 습격을 받아 전투를 벌였다.

“후…….”

고통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숨을 진정시키는 이광천, 그는 서둘러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산속에 있는 훈련장에서 돌아오던 터라 유감스럽게도 주변에는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주홍빛의 가로등과 드문드문 보이는 민가들뿐.

‘젠장.’

이광천은 눈앞의 괴인들을 보며 짧게 혀를 찼다.

‘괴인’들은 강했다.

하지만 이기고자 하면 못 이길 것도 없을 정도였다.

다만 이광천의 실책은 눈앞에 있는 괴인들을 상대로 방심했다는 것이었다.

단 한 번의 실책으로 능력을 사용하는데 주가 되는 오른손을 잃었고, 거기에 덤으로 훈련 중이었던 터라 원래 이광천이 사용하는 무기도 지금 당장은 없었다.

‘최악이군.’

마치 자신의 반응을 보듯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는 괴인들을 보며 이광천을 이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을 고르기 시작했다.

‘싸운다? 아니, 희망이 없다. 저 괴인의 전투력은 아무리 봐도 S급…… 아니, 그 이상이다. 파워와 스피드에서는 오히려 내게 뒤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부상까지 입은 상태에서 녀석들과 싸우는 건…….’

이광천은 빠르게 생각을 끝내고, 순식간에 몸을 박찼다.

‘이곳부터 시내까지의 거리는 약 1㎞, 저 녀석들도 나를 암살하러 온 모양이니 우선 사람이 있는 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이광천은 머릿속으로 짧은 예측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등 뒤에서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괴인들의 공격을 피하며 거의 전속력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던 이광천은, 이내 보이는 차도를 뛰어넘어 빌라가 드문드문 보이는 민가로 진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괴인들은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일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광천은 순식간에 자신의 앞까지 와 손톱을 휘두르는 괴인의 공격을 아슬하게 피하고는 그대로 몸을 움직여, 근처에 있는 로데오 거리로 몸을 던져 넣었다.

‘됐다!’

상당한 인파.

이광천은 암살자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렸지만.

“헉!”

스스럼없이 사람들이 많은 인파에 모습을 드러낸 괴인은, 망설임 없이 이광천의 몸에 자신의 손톱을 찔러 넣었고다.

이제는 끝이라는 생각에 눈을 감은 이광천의 귓가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또 뭐야?”

그곳에는, ‘탐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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