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나 혼자 10만 대군 070화
21장 결사단(1)
“와! 넘나 좋은 것!”
10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비행 끝에 독일에서 돌아온 나는, 그다음 날 곧바로 주작홍과 관련된 중형 길드 하나를 박살 냈다.
그리고 현재 눈앞에는 자신의 머리통만 한 S급 괴수의 마정석을 들고 좋아하는 김서윤이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김서윤에게 말했다.
“돈 갚아라.”
“당연하죠!…… 근데 얼마인데요?”
“250억.”
“……?”
“250억이라니까?”
내 말에 순간 쩌적 얼어붙는 김서윤,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행동하는 김서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 나는 입을 열었다.
“뭐, 진짜 250억이기는 한데…… 10분의 1만 갚아라.”
“진짜 250억이에요?”
김서윤의 의심 가득한 목소리에 나는 경매장에서 발급해 준 보증서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곧바로 내 손에서 보증서를 잡아채 갔다. 그러더니 보증서에 적힌 숫자를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와락!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나를 껴안고 방방 뛰었다.
뭐, 내 입장에서는 애초에 S급 마정석에 투자한 돈은 없으니까 할 수 있던 말이었지만, 무척이나 신이 난 듯 방방 뛰는 김서윤을 보니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를 껴안고 한동안 방방 뛰던 김서윤은 이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10분의 1은 좀 그러니까, 음…… 그 절반은 갚을게요!”
“뭐, 그럴 수 있으면 그러던가.”
“아무튼 고마워요, 아저씨!”
그 말을 끝으로 김서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온몸의 피부가 붉게 변하고, 이마에는 거대한 뿔이, 그리고 이빨은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로워진다.
“응?”
“왜요?”
“너…… 이마에 뿔이 2개였어?”
“아, 이거요? 원래는 1개였는데, 계속 마정석을 먹고 능력이 강화되니까 뿔이 하나 더 늘어나던데요?”
“그래?”
저것도 나름대로 능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일까?
아니, 회귀 전에 김서윤의 뿔이 2개였나?
김서윤은 자신의 뿔을 바라보는 내 표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에 들린 마정석을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그 자리에서 입을 벌려 마정석을 한입 베어 물었다.
까드드드득! 와작! 와작!
마치 돌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김서윤이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으로 마정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이은별이 김서윤을 보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고, 하리남은 묘한 표정으로 김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후카이 이로하는…….
“헉…… 저게 무슨?”
마정석을 씹어먹고 있는 김서윤을 보고 충격에 빠진 듯 어버버 말을 더듬고 있었다.
“응? 아, 이로하 씨는 본 적 없었나? 저게 서윤이가 능력을 발전시키는 방법이야. 그렇긴 한데 역시 볼 때마다 뭔가…… 좀 묘하기는 하지.”
하리남의 설명에 이로하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마치 신문물을 받아들일 때의 충격과 비슷한지 이로하는 입을 벌리고, 김서윤이 마정석을 섭취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피식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김서윤이 마정석을 먹고 있는 장면을 보면 상당히…… 묘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마정석이라고 해도 결국 돌인데, 저 돌을 저 날카로운 이빨로 씹어먹으면서 맛있다며,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면, 확실히 신기하기는 하다.
김서윤의 S급 마정석 먹방이 끝나고, 김서윤이 빚도 갚을 겸 능력을 실험하러 가겠다는 말과 함께 떠났다.
곧 각자의 일 때문에 다른 길드원들도 자리를 비우자, 나와 김윤원만을 빼고 텅 비어버린 사무실을 바라봤다.
최근에는 후카이 이로하도 능력을 억제하는 반지 없이도, 능력을 제어할 수 있게 연습하고 있는지 하리남과 함께 훈련장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은별의 경우는 회귀 전에도 보지 못했던 기술을 만들고 있었다.
회귀 전의 이은별이 하늘에서 유성우를 떨어뜨리는 데 특화된 광역 딜러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자신의 마력을 조종해 근접전을 보완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미래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우선 ‘악마’가 남기고 간 빌어먹을 트리거가 있었고, 또 다른 것으로는 회귀 전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이상한 단체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영국 왕실 길드장 ‘이사벨라’에게 들은 비밀 단체 ‘결사단’.
뭐, 만약 그 녀석들이 그저 그런 녀석들이라고 판단되었다면 그냥 ‘회귀 전에도 있었지만, 들어보지 못했던 걸까?’ 하고 넘겼겠지만…….
경매장에 난입했던 그 괴인들이 마음에 걸렸다.
인간의 형태를 한 괴인.
회귀 전에는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던 그 괴인들은, 결국 내가 처리하기는 했지만 내 예상보다도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중간에 상대했던 붉은 피부의 괴인은, 진룡과도 엇비슷한 힘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건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꺼림칙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이사벨라가 추가로 내게 했던 발언들을 들어봤을 때, 만약 이사벨라가 했던 추측들이 전부 맞아떨어진다면 상황은 더더욱 요상하게 돌아간다.
타국의 SSS급 헌터가 결사단에 관여되어 있고, 그 결사단에서는 ‘괴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혹시 이것도 그 악마 새끼랑 관련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작홍과 선을 댄 길드 중에는 유럽에 있는 길드들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경매장에 가면서도 ‘가는 김에 근처에 있던 길드를 처리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왠지 그랬다간 정체를 들킬 수 있을 것 같아 그만뒀다.
물론 최대한 몰래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결국 내가 유럽에 갔다는 기록은 남아 있고,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전부 밝혀질 수 있는 것들이니까.
“흠…….”
뭐, 결국 그 유럽에 있는 길드들을 처리하는 겸 해서 나는 ‘괴인’에 대해 같이 조사해 달라는 이사벨라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 ‘괴인’이라는 것도 신경이 쓰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노트북을 켜 얼마 전에 만들어두었던 ‘살생부’ 엑셀 파일을 열었다.
수많은 길드명 그리고 그 옆에 쓰여 있는 X 표시.
나는 오늘 저녁에 박살 낼 길드를 찾기 시작했다.
* * *
중국, 단둥 시.
단둥 시 외곽에 지어진 ‘유총’의 길드 건물을 보며 나는 그대로 날개를 없애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쿵!
묵직한 소음과 함께 내 모습이 세간에서 부르는 ‘어벤져’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곧바로 공장과 비슷한 형태로 지어진 유총 길드의 문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꽈지지직.
내 손에 마치 종이 찢기듯 찢겨나간 철문이 아무렇게나 바닥을 구르고 그 안에 있던 ‘유총’ 길드의 길드원들이 나를 바라본다.
“뭐야!?”
한 남자의 거친 말소리를 들으며, 나는 철문을 뜯자마자 보이는 유총 길드의 내부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쯧…….”
길드의 외견과 같이 건물 안쪽은 마치 공장처럼 넓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나를 바라보며 각자의 무기를 드는 녀석들 뒤에 보이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이들이 길드 사무소 근처에 있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마치 가축처럼.
심지어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 한쪽에서는 시민을 가지고 장난치듯 놀고 있는 녀석들도 보였고, 또 다른 쪽에서는 마치 가축을 끌고 다니듯이 사람을 질질 끌고 다니다가 나를 발견하고 멈춰선 녀석도 눈에 띄었다.
그 모습에 나는, ‘유총’ 길드는 주작홍 길드가 관여하는 실험체를 관리, 제공하는 곳이라고 보고서에 쓰여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저, 저거!”
“어, 어벤져!?”
“마, 맞아! 어벤져다! 어벤져야!”
어느 헌터의 말에 일순간 길드원 전체가 술렁였다.
방금까지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던 유총 길드원들의 표정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문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서서히 공포로 변해가는 그 눈빛.
“도, 도망쳐야 해!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약한 약자들을 마치 장난감 가지고 놀듯 놀았으면서, 내가 나타나니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녀석들을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슬슬 녀석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입을 열었다.
“도망갈 필요 없어.”
최근 비싼 값을 들여 산 목소리 변조기가 내 목소리를 변환해 헌터들에게 들려주었다.
마치 심연에서 올라온, 쇠를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건물 내에 퍼져 나간다.
그와 동시에 나는 몸을 웅크리고, 전방을 주시한다.
그곳에는 이미 몸을 돌려 반대쪽 철문으로 뛰어가고 있는 헌터가 보였다.
“어차피 너희들은 여기서…….”
가볍게 도약한다.
녹색 콘크리트가 깨져 나가며 내 몸이 공장을 날았고, 마침내 철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은 헌터의 몸에 떨어져 내렸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녹색 콘크리트에 붉은 피를 터뜨리며 죽은 헌터.
“모두 죽을 거니까.”
헌터들의 비명과 동시에 내 몸이 튀어 나갔다.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돌린 헌터들, 내 돌격에 부서진 문 쪽으로 달려 나가던 헌터들이 내 몸에 치어 공장 내부를 날아다닌다.
창! 카창!
사람들이 갇힌 철창에 부딪히고, 땅에 처박히는 헌터들 사이에서 나는 눈앞의 헌터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죽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 * *
어두운 방 안.
“실패?”
“응, 게다가 실험체들은 전부 죽었어”
“왜?”
“그림자 왕이 왔거든.”
“그림자 왕? 걔는 또 누구…….”
짜증을 내듯 검은 붕대가 감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던 남자의 눈이 일순 크게 뜨였다.
이내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 그 하이브 사태를 혼자서 막았다는, 걔?”
“응.”
여자의 무뚝뚝한 반응에 남자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 참을성이 많이 늘었다고 스스로를 격려한 남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쾌함이 가시지 않는지 투덜거렸다.
“안 그래도 요즘 게벤젼가 어벤젼가 하는 놈이 날뛰어서 짜증 나 죽겠는데, 그림자 왕은 또 왜 참여한 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 예상 참가 명단에는 없었어.”
“……에라이 썅.”
여자의 말에 일순 욕지거리를 내뱉은 남자는 이내 짜증을 내며 입을 열었다.
“뭐, 실패했다면 됐어. 괴인들 머릿수나 다시 복구해. 그림자 왕은 ‘아직’ 우리 타겟은 아니니까 넘기고…… ‘괴물’이랑 연락은 돼?”
남자의 물음에 그녀는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괴물’은 ‘초홍련’길드에 대기 중이야.”
“그러면 됐어. 만약 녀석이 우리랑 관련된 정보를 알아차리고 테러를 가하고 있는 거라면 분명 ‘괴물’이랑 마주치겠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그녀의 물음에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업무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