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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69화 (69/202)

# 69

나 혼자 10만 대군 069화

20장 에스이언 경매(3)

괴인들이 일제히 달려들자 내 근처에 생겨난 그림자들도 괴인들에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꽝! 콰직 칵!

“…….”

하지만 충분히 괴인들을 제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림자들은 오히려 괴인의 힘에 밀려 하늘을 날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그림자를 그저 몇 번의 공격만으로 날려 버리며, 내게 다가오는 괴인들에게 내 등 뒤에서 일렁이던 그림자가 쏘아져 나갔다.

나는 그대로 땅을 박차 제일 앞에서 달려오던 괴인에게 도약했다.

곧바로 공격을 준비하는 괴인,

생각보다 반응 속도가 빨랐지만, 괴인이 손을 내려찍기 전에 이미 내 오른발은 괴수의 옆구리를 후려 차고 있었다.

옆구리를 얻어맞은 괴인이 순식간에 경매장 벽 한쪽에 처박혔지만, 다른 괴인들은 달려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흡!”

양옆에서 다가온 두 명의 괴인이 나를 공격하기 위해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지만, 아지랑이에서 흘러나온 그림자 손이 괴수의 주먹을 막아낸다.

까지지직!

공격을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양측에 있던 괴수의 주먹은 내 그림자 손을 꿰뚫었다.

잠시간의 공백,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대로 몸을 오른쪽으로 차올리며 괴수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는다.

뻥! 꽈아앙!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괴인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힌다.

동시에 내 등 쪽으로 쏘아져 나간 집약된 그림자 손이 왼쪽에 있던 괴수의 몸을 속박해 땅에 처박힌 괴인에게 처박는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몸부림치던 괴인은 동료의 몸에 막혀, 그 행동이 제지당했고, 곧 날카로운 형상을 만들어낸 그림자 아지랑이가 괴인들의 몸을 꿰뚫었다.

푸확!

괴인의 몸을 꿰뚫자마자 튀어 오르는 푸른색의 피를 확인한 순간, 나는 몸을 뒤로 젖혔다.

급하게 생겨난 검은 영역에서 빠져나온 손이 내 몸을 뒤로 끌어내고, 콤마의 차이로 내가 있던 곳에 다른 괴인들과는 다른, 완전히 붉은 피부를 가진 괴인이 난입했다.

방금까지 경매 물품을 챙기고 있던 괴인이었다.

순간 짧은 대치와 함께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이 녀석들은 누구지?

회귀 전에 이런 녀석들이 있었나?

얼핏 본 거지만, 조금 전의 속도는 ‘진룡’과 비슷할 정도였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주변으로 퍼뜨렸다.

경매장 안은 이미 개판이었다. 여기저기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경매에 참여한 몇몇 헌터가 괴인들과 싸우는 모습이 보였지만, 괴인 하나를 상대하기도 벅차 보였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괴인은 분명 다른 괴인들보다도 강했다.

내가 몸을 슬쩍 움직이자, 괴인이 땅을 박차고 도약한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 하지만 충분히 반응할 수 있는 속도다.

휘두르는 왼발을 위로 쳐 내고, 괴인의 몸에 주먹을 휘두름과 동시에 아지랑이들이 날카롭게 변해 괴인에게 쏘아져 나간다.

“……방어력도 더럽게 높네.”

하지만 쏘아져 나갔던 그림자들은 괴인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저기요!”

다시 눈앞으로 닥쳐오는 괴물들을 막아내며, 어떻게 이 녀석을 조질까 궁리하는 사이에 누군가의 목소리와 무엇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 뒤에 있던 아지랑이가 날아온 물건을 잡아챘다.

이건?

하얀색의 사슬 낫,

이건 분명 아까 경매장에 출품되었던 S+급의 장비였다.

시선을 돌려보니 아까 전, 내 옆에 앉아 있다가 죽을 뻔했던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장비는 저기에 있는 여자가 던져준 듯했다.

괴인의 공격을 막아내며 사슬 낫을 손에 들자 눈앞에 시스템 설명창이 떠올랐지만, 그런 걸 읽을 시간은 없었다.

나는 곧바로 트랜스 폼 능력을 사용해 무기의 형태를 변형시켰다.

하얀 사슬 낫 형태의 무기가 아까 봤던 주먹 부분이 뾰족한 권갑형 클로로 변했다.

휘둘러오는 괴인의 오른손을 쳐 내며, 나는 다시 한번 괴인의 몸에 주먹을 때려 박았다.

파악!!

사방으로 터지는 푸른색의 피, 괴인의 얼굴에 달린 하나밖에 없는 눈동자가 커지고, 나는 씩 웃었다.

“무기빨이 좋기는 좋구만.”

공세역전.

조금 전까지 괴인이 달려드는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내가 괴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집약된 그림자가 단 한 순간 괴인의 움직임을 방해한다.

다시 한번 주먹으로 괴인의 몸통을 후려친다.

순식간에 허공에 붕 떠, 경매장 벽 한가운데에 처박힌 괴인의 몸.

나는 곧바로 벽에 처박힌 괴인의 앞으로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

쾅! 쾅! 쾅!

주먹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푸른 피가 튀어나왔지만, 괴인은 내 공격을 무시하고, 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렇게는 안 되지!!”

내 등 뒤로 주먹을 쥔 그림자들이 빠져 나와 괴인의 몸을 난타하기 시작한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그림자들이 괴수의 몸을 칠 때마다 사방의 벽이 마구잡이로 터져 나가고, 날뛰던 괴수의 움직임이 멈춘다.

15초간의 연타.

“후…….”

한순간 차오른 숨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행위를 중단했을 때, 이미 붉은 괴인은 벽에 처박혀 푸른 곤죽이 되어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려 아직까지 남아 있는 6명의 괴인에게 달려들었다.

* * *

함부르크 외곽에 있는 레스토랑,

딱 보기에도 비싸 보이게 플레이팅이 된 스테이크를 조신하게 자르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말 받아도 됩니까?”

나는 눈앞에 놓인 물건을 보며 물었다.

경매장에서 2,500만 달러에 낙찰된 카스투르의 ‘S급 마정석’을 받아 든 나는 앞에 앉은 여자를 보며 물었다.

“네, 이건 제 목숨값에 비하면 가벼운 거니까요.”

아까 전 가면을 쓰고 있던 때와는 다르게 나를 보며 입을 여는 그녀를 보며 나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눈앞에 있는, 자신을 이사벨라라고 소개한 여성에게 슬쩍 고개를 숙였다.

이사벨라.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회귀 전에 들었기에 알고는 있는 이름이었다.

영국 왕실의 둘째 왕녀, 이사벨라.

그녀는 SSS급 헌터가 아닌 SS급 헌터였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인 ‘버프’는 범용성이 무척이나 넓었다,

직접 이사벨라가 걸어준 버프를 경험해 본 적은 없었지만, 기억하기로는 전성기의 그녀는 A급 헌터에게 버프를 걸어주면, 그 헌터를 한정적으로 S급으로까지 만들어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뭐, 그녀가 본격적으로 능력을 개화하는 건 정말 희귀하게도 S급에서 SS급이 되기 직전쯤이라고 들었으니, 아마 지금 당장 능력을 각성하지는 못했겠지만.

“독일에는 언제까지 머물 예정인가요?”

그녀가 와인을 마시며 물었다.

“……뭐, 내일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죠.”

원래라면 경매가 끝난 직후 바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지금으로부터 5시간 전, 괴인을 전부 처리하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경매장은,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에 도착한 관리자들과 독일 협회 지부에 의해서 정리되었다.

그들은 경매장을 습격했던 괴인들의 시체를 회수하고,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매장에 출품된 물건들은 다행히도 내 걱정과는 다르게 제값을 지불하고 사올 수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괴인의 정체에 대해 알아볼까 했지만, 그건 독일 협회 지부에서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 판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일정 시간 이상을 투자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핸디드만 받은 뒤 곧바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앉아 있는 이사벨라가 내 출국을 막았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명목과 동시에 답례로 ‘S급 마정석’을 주겠다는 미끼로.

뭐, 내게 있어서 돈도 안 들이고 공짜로 S급 마정석을 얻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OK 하기는 했지만, 그녀 입장에서도 그저 감사 인사를 위해 내게 S급 마정석을 넘긴 건 아니겠지.

아마 뭔가 목적이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이사벨라는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부탁을 좀 들어주실 수 있나요?”

역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뭐, 당연하게도 그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S급 마정석을 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이쪽은 별로 이사벨라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S급 마정석까지 먹어놓고 부탁을 거절하기에는 양심에 조금 찔리기는 하지만 이쪽도 당장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

“죄송하지만 시간이…….”

“물론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내 말을 끊고 이사벨라가 입을 열었고, 나는 결국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우선, 한번 들어보기라도 하겠습니다.”

내 말에 이사벨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이사벨라의 입에서 나온 부탁은 나를 살짝 놀라게 만들었다.

“오늘 출연한 괴인의 정체…… 를 아신다는 말씀입니까?”

“아뇨, 저도 그렇게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괴인들이 ‘결사단’에서 만들어진 녀석들이라는 거예요”

“……결사단?”

“네.”

이사벨라의 표정을 보며 나는 들었던 내용을 정리했다.

영국에서 갑자기 빈도수가 많아지기 시작한 헌터 실종 사건.

처음에는 그리 큰 이슈가 아니었지만, 점점 헌터들이 사라지는 빈도가 늘어나고, 마침내 왕실 길드 소속의 헌터들이 실종되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왕실 길드장이었던 이사벨라가 사건에 참여했다.

그렇게 사건 조사에 참여해 조사하던 도중 그녀는 ‘결사단’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고, 곧 그 결사단이 헌터들을 데리고 ‘실험’에 가까운 짓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꼬리가 잡힌 것을 깨달은 결사단은 그 원흉인 이사벨라를 제거하려 했다.

까지가 사건에 대한 설명이었고.

오늘 경매장을 덮친 괴인들은 ‘결사단’이라는 비밀 결사 단체에서 만들어낸 녀석들이고, 그 결사단은 자신의 정체를 파헤치고 있는 ‘이사벨라’를 노리고 있다.

까지가 본 내용이었다.

“우선 제가 영국 왕실에 있을 때는 SS급 헌터이자, 기사 작위를 가진 멜릇 경이 항상 왕실을 수호하고 있기에 안심이지만…….”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니까 말의 요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그 이상한 인체 실험을 하는 결사단을 같이 없애주면 좋겠다는 건데…….

“국제 협회 쪽에는 지원 요청을 해봤습니까?”

“실제로 그들이 저를 공격한 것은 처음이라…… 오늘 일을 증거로 도움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그 이후 그녀에게 사건에 관한 정황을 듣던 중 나는 의문이 떠올라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동맹국의 헌터들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겁니까? 당장 독일에도 SSS급 헌터가 있고, 이탈리아 쪽에도…….”

“그건…….”

내 말에 그녀의 입이 순간 막혔지만, 이내 그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뒤 결국 입을 열었다.

“결국, 제 심증이고 정황이지만…… ‘결사단’에는 타국의 SSS급 헌터가 관여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서…….”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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