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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68화 (6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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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 068화

20장 에스이언 경매(2)

에스이언 경매장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고,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가 추가로 기다리고 있었다.

경매품을 구매할 시 부과되는 수수료에 관한 조항부터 시작해서 동시에 이런저런 동의서에 사인한다.

그러면 경매장 측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고급스러운 번호표와 좌석을 지정해 준다.

그 뒤에는 혹시 모를 해코지를 대비해, 가면까지 쓰고 나서야 경매장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경매장으로 진입하는 동안 안팎으로 경매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눈에 보였다.

S급 헌터 5명과 A급 헌터 20명으로 구성된 보디가드들, 그들을 구경하며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아직 은은하게 불이 켜진 경매장.

지정석을 찾아 앉았을 때, 사회자가 본격적인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에 출품된 목록은 이탈리아의 ‘로마’ 지역에 출현했던 S+급 일반 던전 ‘에스파다 트루’에서 나온 무기입니다.”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무대 위로올라온 무기는 바로 하얀 사슬 낫이었다.

“이 무기는 S+급의 무기이며, 분명 던전에서 나온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예술적인 디자인입니다!”

S+급 무기임을 어필함에도 조용한 관중석, 확실히 그럴 만도 하다.

애초에 ‘사슬 낫’을 사용하는 헌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까.

사회자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는지 장식장에 걸린 하얀 사슬낫을 급하게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다들 실망하신 것 같습니다만, 이 사슬 낫의 고유 능력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 말과 함께 사회자의 손에 들려 있던 사슬 낫이 사회자의 손에서 녹아내리며,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 S+급의 무기에는 무려 ‘트랜스 폼’ 능력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오……!

관중석 한 곳에서 슬쩍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기세를 탄 사회자가 곧바로 입을 놀리며 권갑으로 변했던 무기를 검으로, 검으로 변한 무기를 다시 도끼로 바꾸며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자 사회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 이런 S+급의 무기가 놀랍게도 이 물품을 출품한 주인의 요구로 경매 시작가 400만 달러부터 시작합니다!”

400만 달러를 한화로 치환하면 40억. S+급의 무기치고는 싼 경매 시작가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고, 이윽고 경매가 시작되었다.

“450만.”

“500만.”

“700만.”

“800만!”

경매를 시작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800만 달러까지 올라간 장비의 가격은,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몸값을 계속해서 불려가, 2,300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2,600만!”

한 남자의 목소리를 끝으로 조용해진 경매장, 사회자는 미묘하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봤지만, 이내 곧 입을 열었다.

“더 없으십니까!? 만약 더 없으시다면 지금부터 숫자를 세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보고 숫자를 세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3,000만.”

“3,000만! 3,000만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경매를 끝을 미뤘다. 순간 주변이 웅성거렸다.

2,600만 달러였다가 순식간에 3,000만 달러로 올라간 S+급 장비는 결국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성에게 판매되었다.

그 뒤, 3,000만 달러에 낙찰된 S+급 장비에 관중들이 탄성을 지르던 것도 잠시, 그 뒤로 경매장은 다시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이유는 뻔하지만, 바로 그 이후에 나온 물건들이 관중들의 눈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경매장에 출품되고 있는 장비나 아티팩트들도 무척이나 고가의 물품들이었지만, 이 에스이언 경매장에서는 ‘글쎄?’ 정도의 반응밖에 끌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지루한 경매가 이루어지던 중.

“자, 이번에 여러분께 보여드릴 물건은 바로 이 에스이언이 열리는 함부르크에서 출현한 S급 일반 던전 ‘바르테’에서 나온 무기 ‘핸디드’입니다!”

드디어 원하던 물건이 나왔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무대 위로 올라온 핸디드의 모습에 관중들이 노골적으로 실망했다는 티를 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핸디드의 외견은 볼품없었으니까. 게다가…….

“음, 지금 눈앞에 보시는 핸디드는 A급 무기지만,동시에 아직 그 성능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성능 무기입니다!”

미성능 무기.

아직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이르는 말이지만, 대부분의 헌터들은 미성능 무기를 꺼렸다.

미성능 무기라는 건 결국 ‘도박’이나 다름없으니까.

거기에다 무기 등급도 A등급으로 소개되었으니, 관객들이 실망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지금 보니 정작 물건을 소개한 사회자도 묘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에 있는 핸디드를 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왜 경매 출품 기준에 통과되었을까? 하는 눈빛이었다.

뭐, 아마 관계자들 사이에서 혹시 미성능 무기를 수집하고 싶어 하는 돈 많은 부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넣은 것 같았지만.

굳이 저걸 사려는 사람은 없겠지.

그 생각을 끝으로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

“자, 이 무기의 경매 시작가는 50만 달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5억, 고작 A급 무기인 데다가 미성능 무기인 것을 포함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다.

아마 경매장 측에서는 경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올려놓은 것 같은데, 이래서야 누구라도 살 리가 없었다.

그래, 저 미성능 무기의 진짜 능력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말이지.

“없…… 으십니까?”

슬쩍 말꼬리를 흘리며 관객들을 보는 사회자, 나는 말 없이 손을 들었다.

“60만”

“60만! 60만 나왔습니다!”

고작 1틱이 올라갔는데도 호들갑을 떨며 외치는 사회자.

하지만 곧 더 이상 값을 올리는 관객이 없었기에 나는 더 이상의 손실 없이 ‘핸디드’를 얻을 수 있었다.

A급 미성능 무기 핸디드, 심지어 외관도 구리다.

하지만 이 무기의 진정한 사용법을 안다면, 핸디드는 고작 A급이 아니라 S급을 넘어 SS급까지 바라볼 수도 있는 무기였다.

나는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기에 그때부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매를 지켜봤다.

이제 남은 것은 김서윤이 원했던 ‘S급 괴수의 마정석’이었지만 뭐, 솔직히 마정석 부류는 경매장에서 그리 인기 있는 부류가 아니었기에, 조금만 더 돈을 얹어 부른다면 못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경매가 계속되고 슬슬 관중들이 묘하게 피로함을 느낄 때쯤, 사회자는 내가 사야 할 두 번째 물건을 내놓았다.

“자 다음 물건은 카스투르의 S급 마정석입니다! 곧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경매 시작가는 600만 달러부터입니다!”

물건이 물건이니만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경매자는 곧바로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고.

“900만 달러.”

“1,000만.”

“1,200만.”

가격은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정석의 가격은 1,500만을 기점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무척이나 더듬더듬 올라가는 마정석의 가격.

“1,800만.”

나는 대충 더 이상 마정석에 딜을 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싶을 때 마정석의 가격을 올려 불렀다.

“1,800만! 1,800만입니다. 더 없으십니까?”

한화로 180억. 시세를 다지면 200억 가까이 되는 돈이지만, 뭐 돈이야 다시 벌어들일 수 있으니.

그렇게 사회자의 카운트 다운을 들으며 느긋하게 앉아 있을 때.

“2,500만”

“2, 2500만 나왔습니다!”

누군가가 추가로 딜을 했다.

그것도 1,500만이라는 가격에서 2배 가까이라고 할 수 있는 2,500만이라는 가격으로.

그리고 그런 가격을 부른 이는 바로 내 옆에 있던 여자였다.

순간 눈빛이 마주친다.

사회자는 이 정도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다는 듯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지만, S급 마정석을 사는 데 2,500만 달러라는 돈을 투자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냥 포기하는 수밖에.

나는 시선을 돌리고 슬쩍 한숨을 쉬었다.

“3! 2! 1! 네 그럼 이 S급 마정석은 번호 3…… 컥!?”

“뭐, 뭐야!?”

그리고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사회를 보던 사회자의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이어서 무대 위에 붉은 피가 흩뿌려진다.

그와 동시에 천장을 뚫고 내려오는 기묘한 괴인들에 의해 사방은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경매가 진행되던 공간은 난입한 괴인들로 인해 삽시간에 피바다가 되었고, 나는 눈앞에 나타난 괴수를 보며 각성을 사용했다.

쾅!

불시의 일격에 맞은 내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지만, 다행히도 괴인의 공격보다 스킬이 발동되는 시기가 빨라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허공에 뜬 상태에서 자세를 잡고 곧바로 그림자 손을 쏘아 보내자, 내 옆에 있던 여자에게 자신의 손을 휘두르던 괴인이 내 공격을 피해 뒤로 빠져나갔다.

“……저건 또 뭐야?”

그리고 곧, 나는 이 경매장을 습격한 괴인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검붉은 피부, 눈코입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거대한 눈알이 자리하고 있고, 손과 발은 마치 괴수의 손발처럼 비대하고 흉측했다.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도 뭐하고, 괴수라고 부르기에도 묘한 녀석들이 이 경매장 안을 휘젓고 있었다.

경매장을 지키는 헌터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순간 호위 헌터들을 떠올리고 시선을 돌렸지만, 이곳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저것들한테 전부 당한 거겠지.

S급 헌터가 5명 그리고 A급 헌터가 20명이 넘는 호위 인원을 전부 뚫고 경매장을 개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게다가 한쪽을 보니 경매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괴수들과는, 또 다른 생김새를 가진 녀석이 경매품을 쓸어 담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뒤질라고.”

내 몸에서 수많은 그림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동화.”

그와 동시에 생기는 뿔과 붉은 안광, 내 몸 전체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뿜어져 나온다.

괴수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여성이 보인다.

그리고 괴인의 손이 크게 들어 올려 졌을 때.

꽝!

내 몸에서 나온 아지랑이가 괴인의 몸통을 꿰뚫었다.

순간 경매장을 난장판으로 만들던 괴인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고, 괴인들이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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