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67화 (67/202)

# 67

나 혼자 10만 대군 067화

20장 에스이언 경매(1)

에스이언 경매장은 이 세계에 던전과 이변이 생기고, 그 뒤를 따라 시스템을 받은 헌터들이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경매장이었다

경매장이 열리는 것은 1년에 단 4번. 그럼에도 헌터들이 이 경매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 경매장에 나오는 물품들 때문이었다.

귀하다는 ‘아티팩트’는 기본이고, 어디서 공수해 왔는지 모를 괴수나 몬스터의 마정석, 말도 안 되는 옵션을 가진 무기와 방어구들이 나오기는 곳이었다.

그런 보물들이 거래되는 경매장.

“뭐, 한번 가보기는 할 생각이었는데.”

“오, 진짜요!? 그럼 저도 데려가요, 아저씨!”

“흐음.”

사실 옛날에 짜놓은 계획대로라면 에스이언 경매장에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가더라도 시간이 지난 뒤에 갔겠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할 수 있는 건 전부 한다.

원래는 헌터들이 성장할 수 있게 미래를 바꾸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려고 했지만, 그런 내 의도는 이제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

내가 강해져야 했다.

혼자서도 악마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힘과 능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악마 휘하에 있을 부하와 괴수들도 염두에 둬야 했기 때문에 인재 영입을 멈출 생각이 없지만, 아무튼 예전과는 목표가 달라졌다.

“근데 너 지금 S급 마정석 보고 가고 싶다는 거지?”

“그쵸? 이제 슬슬 A급 마정석도 약간, 예전에 C급 마정석 먹던 때의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근데 너, 이 S급 마정석이 얼마인지는 알아?”

“당연히 알죠! 우선 저번에 그, 그…… 누구였더라? 무슨 부장님? 그 협회 지부 인사부에 아저씨랑 친한 그 아저씨 있잖아요?”

“아, 강형찬 부장?”

“네, 그 아저씨가 보통 S급 마정석은 그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5억 정도라고.”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엑? 왜요?”

“지금 네가 보여준 이 S급 마정석은 ‘카스투르’라는 S급 괴수에서 나온 마정석이거든,”

“그런데요?”

나는 김서윤에게 받았던 스마트폰을 쥐여주며 말했다.

“한번 쳐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에스이언 경매장은 진귀한 물건과 희귀한 물건을 취급한다.

“뭘요?”

“‘카스투르’ 한번 쳐보라고,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주자면 거기는 도매상이 아니라, ‘경매장’이야. 사려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그 가격이 바뀔 수 있다, 이 말이지.”

내 말에 슬쩍 인상을 찌푸리던 김서윤이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가져감과 동시에, 이로하의 더듬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통역 팔찌가 잘못됐나?”

“응? 왜요?”

“아니, 길드장님이 방금 말해주신 괴수의 이름을 쳐봤는데, S급 괴수 중 최상위종이고 위키에 공개된 마정석 판매 내역을 보니까…… 한화로 50억이라는데?”

“?”

“뭐, 그 정도 하겠지.”

카스투르는 S급 중에서도 최상위종인 데다가, 그 마정석과 시체는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싸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의 물건, 그러니까 협회 쪽에 넘기지 않고, 아까운 수수료 전부 부담하고, 에스이언 경매장에게 붙였겠지.

분명 그 경매장에 있는 사람 중에서 그 마정석에 50억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녀석이 나올 테니까.

“헐…….”

이로하의 말을 들은 김서윤이 망연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 이거 보고 돈 모아놨는데…… 턱없이 모자라.”

강아지 귀가 있다면 그 귀가 아래로 축 처질 정도로 실망하는 김서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줄까?”

“네?”

“S급 마정석, 물론 공짜로 사주는 건 아니고, 당연히 갚아야지.”

“헐, 정말요!?”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던전 증폭 사태 때 황금굴을 털어서 얻은 돈이 아직 남아 있었다.

물론 그 경매장에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고, 김서윤의 마정석까지 사면 얼마가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때는 다시 돈을 모으면 될 일이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길드원들이 작정하고 돈을 모은다면, 1~2달도 안 돼서 지금 내가 가진 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너무 과장인가?

아무튼, 나는 피식 웃으며 김서윤에게 확답 아닌 확답을 주곤 입을 닫았다.

* * *

하리남의 일과는 무척 심플했다.

사무소에 출근해서 길드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적당히 시간이 되면 길드에 할당된 던전을 클리어하러 간다.

혼자서.

물론 다른 길드에서는, 그것이 C급 던전이든 B급 던전이든 혼자서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하겠지만, ‘씨커’ 길드원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씨커’ 길드의 헌터에게 혼자서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은별은 스타폴로 던전을 때려 부수고, 김서윤은 던전에 없던 길을 만들어 최단 시간으로 던전 보스를 쳐죽인다.

길드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후카이 이로하는 그냥 능력을 억제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던전을 클리어한다.

그리고 하리남은 그냥 맞으면서 던전의 몬스터를 공략한다.

아무튼, 그렇게 던전 공략을 끝내고 나면 훈련을 하고, 시간이 너무 늦었을 때는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요즘 그런 하리남의 일상에 추가된 점이 있다면 바로 인터넷상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채팅하는 것이었다.

할 게 없어서 별생각 없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정착하게 된 ‘씨커’의 팬카페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러던 중 어쩌다 개인 채팅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하리남은 몇몇 유저들과 친해졌다.

요즘에도 일과가 끝날 때쯤이면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최강지존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최강지존: 안녕하세요.

푸른달빛: 안녕하세요~

붉은악마의미소: ㅎㅇㅎㅇ~

최강지존: 오늘도 전부 계시네요?

푸른달빛: 오늘은 일이 좀 일찍 끝났거든요.

붉은악마의미소: 오, 우연. 저도 일찍 끝났는데 ㅎㅎㅎ 근데 푸른달빛 님, 다음 화는 언제 올라오나요?

푸른달빛: 음……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붉은악마의미소: 헐 ㅠㅠ 다음 화, 보고 싶은데 빨리 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료ㅠㅠ

푸른달빛: ^^……;;

하리남은 빠르게 내려가는 채팅방을 보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 채팅방에 있는 닉네임 ‘푸른달빛’은 씨커 팬카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이유는 바로 저 사람이 팬카페에서 쓴 팬픽인 ‘애틋하게 뜨겁게’ 덕분이었는데, 하리남은 글을 읽는 데는 별흥미가 없어 조금밖에 읽어보진 않았다.

그렇지만 푸른달빛이 쓴 글은 올라올 때마다 조회 수 만 단위는 가볍게 찍으며, 카페의 추천 글 라인에 올라갈 정도였다.

붉은악마의미소: 최강지존 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최강지존: 으음, 저는 아직 초반밖에 읽어보지를 않아서…….

붉은악마의미소: 몇 화까지?

최강지존: 어…… 5화까지였나?

붉은악마의미소: 헐, 그다음 화부터가 최고 존엄인데……빨리 읽으세욧! 진짜 푸른달빛 님 쓰신 거 보면 진짜 그림자 왕을 옆에서 보고 쓴 것처럼 생생하게 썼다니까요.

“뭐어, 확실히 신기하기는 하지.”

하리남은 불과 며칠 전에 읽었던 ‘애틋하게 뜨겁게’를 떠올렸다.

물론 핵심 요소인 연애는 5화 전에는 있는 듯 없는 듯 나오지만, 그 글을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그 글 속에 나오는 김우현이 진짜 김우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마치 원작 고증을 확실하게 끝낸 팬팩과 같은 느낌일까.

기본적으로 차분한 말투에, 가끔가다가 별 이유 없이 던지는 개그와 더불어 길드원들 상담해 줄 때의 무척이나 진지한 모습.

게다가 조금씩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것 같은 발언들은 진짜 현실의 김우현을 따온 것 같았다.

“응?”

그렇게 ‘붉은악마의미소’에게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던 하리남은 곧 깨달은 사실을 채팅에 써내려갔다.

최강지존: 어, 시비 거는 건 아닌데, 진짜 그림자 왕이랑 똑같은지는 어떻게 아셨어요?

최강지존이 그 채팅을 치자마자 갑자기 얼어붙은 채팅방.

하리남은 말을 잘못했다는 생각에 급하게 변명하기 위해 자판에 손가락을 올렸지만, 붉은악마의미소가 곧 말을 이었다.

붉은악마의미소: 그거야 당연히 그냥 감이죠! ㅋㅋㅋㅋㅋ 제가 그림자 왕이 어떤지 어떻게 알까요……ㅠ

푸른달빛: 저도 그냥 그림자 왕이면 그럴 것 같다, 상상하면서 쓰는 거라서……^^

최강지존: 아 그렇군요!

‘역시, 그럴 리 없지?’

하리남은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던 어처구니없는 의문들을 털어냈다.

혹시 지금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이들이 사실은 매일 만나는 길드원들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하긴, 서윤이는 몰라도 은별이 누나는 이런 채팅을 할 것 같은 이미지는 아니지.’

김서윤의 경우야 원래 항상 스마트폰을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노는 듯했지만, 이은별 같은 경우는 들고 다니는 수첩에 항상 무엇인가를 적을 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내 쓸데없는 의문을 털어버린 하리남은 채팅에 집중했다.

3명밖에 없는 채팅방이었지만 역시 그들과 함께하는 채팅은 꽤나 즐거웠다.

* * *

3일 뒤, 독일 함브루크의 공항에 도착한 나는 진룡에게서 추가로 빼앗은 통역 반지를 통해 무난하게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곧 공항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 경매장으로 이동했다.

“후…….”

이곳에 오기 직전 김서윤이 자기도 가고 싶다는 티를 냈지만, 다행히도 S급 마정석을 미끼로 흔들자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여기서 볼 일은 경매장밖에 없으니, 데리고 와도 그리 큰 불편함은 없겠지만.

뭐, 여기에 온다는 것을 굳이 세상에 알려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게다가 김서윤을 데리고 오면 그것을 빌미로 다른 길드원들도 은근슬쩍 낄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 나름대로 잘한 선택 같았다.

슬쩍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늘 4시에 시작되는 에스이언 경매장의 공개 등록 상품들을 둘러보며 나는 간단하게 사야 할 목록을 정리했다.

우선은 김서윤이 원하는 카스투르의 ‘S급 괴수의 마정석’

그다음은 바로 내가 이 경매장에 온 목적 중 하나인 ‘손잡이밖에 없는 검’이었다.

그 두 개 외에도 챙길 만한 물건을 많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그 두 개의 물건이었다.

그렇게 사야 할 물품을 간단하게 생각하며, 조금 시간이 지나자, 거대한 돔 형태의 건물, 에스이언 경매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어두운 방 안, 가운데 위치한 원형 탁자에는 총 4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중 두 자리에는 이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검은 붕대로 양팔을 칭칭 감고 있는 남자와 여자. 여자의 등 뒤에는 모래로 만들어진 구체가 떠 있었다.

그들은 한참이나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고, 이내 남자의 짜증 어린 목소리로 시작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새끼들 언제 와?”

남자의 투정 어린 목소리,

“‘괴물’은 던전 포식하러 간다고 했고, ‘안개’는 중요한 업무 때문에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했잖아.”

“뭐? 난 처음 듣는데?”

“못 들었어?”

여자의 무뚝뚝한 말투에 순간 분노가 차오른 듯 인상을 찌푸린 남자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됐다, 됐어. 그 새끼들한테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뭐, 애초에 그 새끼들 없어도 되는 이야기니까 상관도 없고,”

쳇 하고 짧게 혀를 찬 남자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경매장’은?”

“준비 끝났어.”

“침투 인원은?”

“A급 변형 개체 10마리에 S급 변형 개체 1마리야.”

“SS급 이상 헌터는 몇 명 정도 참여할 예정이야?”

“이번 경매장에는 1명”

“좋아, 작전 시작하기 전에 확실하게 전해둬. 우리 목표는 두 가지야. 하나는 카스투르의 S급 마정석이고, 다른 하나는…….”

남자는 폈던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

“경매에 참가한 영국 황실 소속 S급 헌터 ‘이사벨라’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