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나 혼자 10만 대군 066화
19장 트리거 분쇄(3)
양첸 길드의 길드장이자 S급 헌터 ‘장하오’는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손안에 들어올 돈을 생각하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옛날이라면 이런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있어야 하는 사업은 그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최근 그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자금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중국의 초대형 길드인 주작홍 길드가 요청한 ‘실험’을 대신하고 그 대가로 받는 돈.
고작 길거리의 노숙자 몇 명을 납치해 와 실험하고 그 경과를 보고하는 것만으로도 받을 수 있는 그 엄청난 돈은 ‘장하오’와 양첸 길드의 간부들에게는 무척이나 달콤한 과실이었다.
하지만 장하오는 알지 못했다.
그 달콤하기 그지없는, 마약과도 같은 과실이, 사실 자신과 길드를 말아먹을 수도 있는 독이 든 과실이었다는 것을,
“끄아아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하오의 옆에서 웃고 떠들던 간부의 몸뚱이가 괴인의 주먹에 맞아 움푹 패인다.
콰직!
그리고 완전히 박살 나버린 자신의 몸을 부여잡으며 몸을 빼는 간부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 나가며 양첸 길드의 지하에 있는 실험실은 정적에 빠졌다.
“너…… 넌 대체 뭐야……!”
장하오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분명 아까만 해도 평범했던 실험실의 분위기는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그 분위기가 바뀌어 버렸다.
노숙자들의 실험결과를 작성하던 서기는 몸통이 두 갈래로 나누어져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고.
조금 전까지 실험을 끝마친 노숙자들을 보안 문제상 죽이고 있었던 자신의 부하는 무언가에 압착된 듯 그 가죽이 아예 땅바닥에 눌어붙어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하이브 사태로 인해 주작홍 길드가 갑작스러운 경영난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에 대해 지하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던 양첸 길드의 간부진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조금 전 천장을 깨부수고 들어온 괴인에게 죽임을 당했다.
말 그대로 지옥도가 펼쳐진 이곳에서 장하오는 눈앞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괴인을 보았다.
척 보기에도 2m는 넘어 보이는 거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쿵쿵거리는 묵직한 소음을 내고 있었고, 괴인은 그야말로 기괴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온몸은 검고, 손과 발에는 마치 ‘괴수’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이 자라나 있었다.
게다가 사람의 눈코입이 있어야 할 부분에 뻥 뚫려 있는 심연과도 같은 구멍은, 눈앞의 괴인을 더더욱 기괴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장하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곧바로 몸을 뒤로 빼며 공격을 준비하려 했지만,
“끄웹?!”
장하오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 괴인은 장하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곧바로 그의 얼굴을 잡아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순간 눈앞에 새하얗게 변할 정도의 충격에도 장하오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고유 능력인 ‘절삭’을 사용했고, 일 순간 괴인의 피부가 크게 벌어지며 상처가 났지만…….
스르르
이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단 몇 초 만에 엄청난 속도로 재생되는 괴인의 피부를 보며 장하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처음 괴인이 실험실의 천장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회의실에 있던 헌터들은 괴인을 죽이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지만, 괴인에게 별다른 상처도 내지 못하고 전부 죽어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헌터들이 공격을 가할 때마다 상처가 나기는 했지만, 괴인은 그때마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재생력을 발휘해 한터들의 공격을 전부 무위로 되돌렸다.
심지어 S급 헌터인 장하오의 능력마저도 괴인은 일순간 큰 상처를 입는 듯싶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복구했다.
“사, 살려줘! 큭!?”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목소리, 하나 괴인은 장하오의 말을 듣지 않고 그의 목을 움켜쥔 채 들어 올렸다.
장하오의 다리가 허공에서 버둥거릴 때, 괴인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무슨 실험을 하고 있었지?”
괴인의 물음.
‘인간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장하오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나, 나도 잘 몰라……! 주작홍 길드가 시켰…… 시켜서 하는 거라고!”
장하오는 눈앞에서 목도한 죽음의 향기에 미래를 생각지 않고 주작홍 길드와 약속했던 비밀엄수를 깼지만, 괴인은 장하오의 말을 듣고…….
꽈득.
“커헉?!”
그대로 장하오의 몸을 부숴 죽였다.
이내 장하오의 몸이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고.
괴인, 아니, 김우현은 실험실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완전히 개판이 되어버린 실험실 한쪽에는 이미 죽어버린 노숙자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고, 실험실 내부에 있는 유리관에서는 지금도 실험이 진행 중이었던 듯 노숙자들이 방 안에 갇혀 죽어가고 있었다.
피를 토하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
“후…….”
시선을 돌려 헌터들이 앉아 있던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몸 일부가 거칠게 찢기거나 어느 한 곳이 뭉개져 죽은 헌터들이 보였다.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지만, 순수하게 각성의 부가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강화된 신체 능력만으로 싸우려다 보니 이런 상황이 연출됐다.
혹시라도 모르게 내 모습이 찍힐 수 있는 상황에는 항상 대비해야 하니까.
나는 각성 상태를 해제하지 않은 채, 실험실 한쪽에 정리되어 있는 보고서를 들고 왔던 자루에 집어넣고 그 이외에 추가적인 정보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다녔다.
“히익!”
그러던 와중, 나는 유리로 된 방 안에 갇힌 한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유리방 한구석에서 공포에 젖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죽일까?
아무리 정체를 가린 모습이라도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게 좋았다.
몇 번이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는지 좀 더 공포에 물든 눈망울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곧 눈앞에 있는 유리를 깨부쉈다.
쨍그랑!
강화유리로 만들어져 있는 유리가 허무하게 깨져 나가며 그와 동시에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나는 입을 열었다.
“빨리 나가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실험실을 완전히 없애 버리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최근 3주일간 22차례, 중국과 러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길드 테러. 정체는 괴수?]
[온몸을 어둠으로 감싼 괴인, 그는 대체 누구인가?]
[길드 테러를 일으키는 괴인, ‘어벤져’ 팬카페가 생기다]
[어벤져가 테러를 일으킨 길드들 수사결과 대부분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거나 비인륜적 실험 가담]
[‘어벤져’ 그는 과연 미친 괴인인가 아니면 ‘안티 히어로’인가??]
현재 한국을 포함한 동부는 하이브 사태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새로운 가십거리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것은 불과 3주일 전 갑작스레 등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인 ‘어벤져’에 관한 이야기였다.
갑작스레 세상에 나타나 중형 길드나 대형 길드를 테러하고 사라지는 남자는 그저 처음에는 미친 괴인 정도로 세상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괴인이 테러하는 길드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비인륜적인 실험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하자, 괴인은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괴인에서 어벤져라는 이름으로.
그 어벤져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안티 히어로’로 자리 잡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주.
고작 3주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저 어두운 화질의 사진 몇 장이 찍혀 돌아다닐 뿐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제법 그럴듯한 사진마저 찍히고 있었다.
온몸이 검은 피부로 휩싸인 데다가 가운데의 얼굴은 심연처럼 뚫려 있는 어벤져의 사진.
누가 보더라도 꺼림칙함을 느낄 수 있는 그 사진은 전문 사진가들의 보정을 통해 꺼림칙한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어둠 속에 암약하는 히어로를 보여주는 듯한 사진들이 되어 인터넷에 뿌려졌고, 사람들은 묘하게 불안한 요즘 정세 속에서 나타난 ‘안티 히어로’의 존재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 안티히어로의 존재는, 바로 나였다.
“와! 진짜 개간지다…….”
“아, 근데 이거 보다 보면 좀 누구랑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냐?”
“누구랑요?”
“그 있잖아. 그 히어로 영화에서도 나왔던 애.”
“에이, 걔랑은 다르죠. 애초에 생긴 것도 다른데?”
“……그런가?”
김서윤과 하리남의 대화를 들으며 피식 웃음을 지은 뒤, 나는 꽉꽉 들어차 있는 사무실을 둘러봤다.
분명 처음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좁다고 느꼈는데, 좀 있다 보니 이것도 나름 적응이 된 건지 길드원들은 별 불평 없이 이곳을 잘 이용하고 있었다.
뭐, 그래도 훈련실의 유무 때문에 건물을 구하기는 해야겠지만.
시선을 돌려 TV를 보자 그곳에는 한참 복구 중인 강남의 모습이 보였다.
협회 능력자들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복구되고 있는 강남의 모습.
그 이외에도 한국의 헌터 업계는 대격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겪고 있었다.
정상에 있었던 3대 길드의 몰락.
신천 길드의 경우는 간부진이 완전히 증발해 버리는 사태가 일어났고, 고구려 길드의 경우는 이전 하이브 사태로 인해 헌터들의 수가 무척 많이 감소했다.
무천 길드야 길드장이 골골거릴 때부터 계속해서 침체기였으니 넘어가고.
아무튼 그런 3대 길드의 몰락 아닌 몰락에 따라 그 아래에 있던 길드들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고 서로가 올라가기 위해 본격적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던전을 클리어해 자금과 무기를 얻고, 대형 길드한테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신규 헌터들을 영입에 길드의 세력을 확장한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최근 몇 개의 길드는 지금 꽤 그럴듯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 이외에 중국 같은 경우는 하이브 사태의 후유증을 겪는 것도 잠시, 놀라운 속도로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뭐, 그쪽의 경우는 차고 넘치는 게 헌터다 보니 당연하겠지만……. 뭐 중국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징은 아무래도 복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아저씨, 이거 봐봐요!”
“……?”
TV를 보고 있던 내 눈앞에, 갑작스레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미는 김서윤.
[“아앗, 그, 그만.”]
[검은 눈이 조용히 감기며 번들거리는 입…….]
[그리고 이내 그의 손이 내…….]
“……이걸 왜 나한테 보여주는 건데?”
읽고 있으려니 묘하게 부담스러워 김서윤에게 입을 열자, 김서윤은 머리 위에 ‘?’를 띄우더니 이내 스마트폰을 가져가 화면을 확인했다.
“엑?! 이거 뭐야! 왜 이게 떠 있어!!’
화면을 보며 스마트폰을 연타하는 김서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김서윤이 보여주고 싶었던 이것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이, 이거 보여주려던 거 아니었거든요!?”
“아, 그래.”
“진짜라니까요!?”
“……미성년자가 그런 거 읽는 거 아니다.”
내 장난스러운 말투에 반응한 김서윤이 으으 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이거 15금이거든요!?”
“소설에 그런 등급도 있어?”
보통 소설은 전체 연령가 아니면 19금 아니었던가?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봤던 소설 중에서 15금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15금치고는 그 묘사의 농도가 조금…….
“으으으, 아무튼! 그게 아니라 제가 보여드리려고 했던 건 이거라고요!”
김서윤은 이내 다시 스마트폰을 조작해 내게 주었고 나는 그 스마트폰을 받아 화면에 출력되어 있는 내용을 읽었다.
“……경매?”
“네! 거기 아래에 있는 것 좀 봐요!”
김서윤의 말에 따라 시선을 내려 아래쪽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경매 물품으로 예상되는 물건들이 쓰여 있었고 그중에.
“S급 마정석?”
“네! 그거!”
나는 김서윤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