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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60화 (60/202)

# 60

나 혼자 10만 대군 060화

18장 좀 맞자, 규륜(1)

“흡!”

꽝!

‘탐식’의 능력을 사용한 김서윤의 주먹이 망설임 없이 내 몸을 강타한다.

김서윤의 공격에 맞은 순간 뒤로 밀리는 몸.

하나 내 등 뒤에서 빠져나온 그림자는 내 몸이 밀리지 않게 제동을 걸었다.

곧바로 앞에 다가온 김서윤이 다리를 아래로 내려그으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 했지만…….

“아…….”

이미 그녀의 목 뒤에 날카롭게 만들어진 그림자 가시들을 보며 김서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졌어요, 아저씨.”

김서윤의 항복하자 그림자 능력을 거둔 나는, 뭔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서윤에게 말했다.

“왜 또 그렇게 뾰루퉁해?”

“진짜 아저씨 능력은 이길 수가 없어서요. 아니, 어떻게 그렇게 빨리 능력이 성장해요?”

내 말에 반박하며 분하다는 듯 인상을 쓰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오히려 나로서는 본격적으로 헌터 업계에 뛰어든 지 1년도 되지 않은 김서윤이 각성 상태의 나와 엇비슷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게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뭐, 김서윤 이외에도 이은별은 헌터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김서윤과 함께 S급을 찍었고, 하리남도 능력 개화를 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았는데, 능력을 각성함으로써 A급 헌터가 되었다.

다른 헌터들은 몇 년을 노력하더라도 될까 말까 하는 일들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었다.

“아무튼 사기라고요…….”

그렇게 투정을 부리는 김서윤을 보며 피식 웃은 나는 곧 훈련시간이 끝났기에 협회 훈련실을 빠져나왔다.

그곳에서는 이은별과 하리남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 형님, 나오셨어요?”

“뭘 그렇게 붙어서 보고 있어?”

“아, 이거요.”

하리남은 곧바로 이은별과 함께 보던 스마트폰을 내게 들이밀었고, 나는 거기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바라봤다.

영상에는 그림자들이 보였다.

그것도 무척이나 많이.

“이거 아저씨가 1주일 전에 강남 복원을 요청받아서 도와줬던 그 영상이죠? 나도 보긴 했는데, 시점이 다른 걸 보니까 이건 협회 쪽에서 새로 올린 건가?”

조금 전의 뾰로통한 표정은 어디 갔는지 김서윤은 금세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내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S급 무기를 구매한 지도 정확히 13일째.

그동안 나는 중국에 가기 전 미리 해놓아야 할 것을 해놓기 시작했고, 지금 유튜X에 올라와 있는 영상도 바로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완전히 반파되어 버린 강남 중심지를 복원하는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부서진 강남을 예전처럼 복구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그나마도 예전처럼 강남이 서울의 중심지가 될 수는 없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무색하게, 내 그림자들은 전문가들의 상식을 초월한 속도로 강남을 복원해 나갔다.

“와…… 진짜 아저씨 능력은 완전 만능이네요.”

김서윤의 말을 들으며 그림자들이 폐건물을 부수고, 그 잔해를 옮겨 담는 영상을 바라본다.

뭐, 내가 강남 복원을 위해 도움을 줬던 건 ‘건물’을 만드는 게 아닌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를 치우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강남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가능해졌다.

-랜스챠징: 와, 개쩐다. 저 정도면 김우현은 거의 헌터가 아니라 그냥 상하차만 해도 진짜 먹고 사는 거 씹가능하다 ㄹㅇ

-인정하는부분을: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거 전초 작업 하는 거 2년인가, 3년 걸린다더니, 그림자 왕이 혼자서 깨-끗하게 처리해 버리네. 거의 갓림자 왕이자너.

-으기라무타: ㄹㅇ 갓림자 왕. 그냥 상하차 하고 잡역만 뛰어도 일 1,000 씹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함? 진짜 개쩐다…… ㅋㅋㅋ

└흠헌터: 흠, 어차피 그거 안 해도 그림자 왕은 던전만 쓸고 다녀도 그냥 경제 인플레 개박살 낼 정도로 벌 것 같은데 굳…… 이?

└허허허허이보게: 흠, 어떻게 생각이 거기까지밖에 도달하지 않는가? 내가 볼 때 자네는 찐따임이 틀림이 없군!

└으기라무타: 아니, 왜 갑자기 시비시죠?

영상 바로 아래에 쓰여 있는 댓글들.

벌써 1주일 전에 찍힌 영상이건만 이 영상은 아직도 유튜X의 실시간 랭킹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 그럼 시간도 됐으니까 오늘도 해산하자.”

“네~”

“수고하셨어요, 길드장님,”

“아저씨, 수고!”

곧 하리남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며 말하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 훈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강남 복구를 도운 뒤에도 할 일은 많았다.

우선 당장 S급 마정석을 채우기 하루하루 던전에 들어가서 마정석을 모으고, 새로 얻은 각성 스킬을 예전처럼 몸에 익히기 위해 김서윤과 훈련실에서 몇 번이고 모의 전투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나는 어느 정도 예전의 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모든 리미트가 풀려 있던 예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 상태로도 3일 뒤 중국에서 규륜을 만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앞으로 3일인가.”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준비는 끝났다.

S급 마정석도 이제 완연히 어두운 빛을 띄우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림자 영체로 소환할 수 있었고, 각성 스킬에도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다.

이제 3일 뒤면, 이 엉망진창으로 바뀌기 시작한 미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덤으로 규륜의 정체가 무엇인지까지.

나는 훈련실 옆에 있는 탈의실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 * *

“이런 젠장!”

규륜은 요즘 들어 심해진 기억의 괴리감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점점 심해지잖아……!’

규륜은 기억의 공백이 점점 더 심해지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인상을 찌푸렸다.

기억 괴리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2주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참아라, 이제 슬슬 기억의 괴리감이 사라질 테니까.]

“무슨……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말했을 텐데? 기억의 괴리가 심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슬슬 영약을 복용 후 2주가 지났으니 기억 괴리도 점점 사그라들 거다.]

규륜은 머릿속,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존댓말만 쓰던 규륜의 입에서, 처음으로 반말이 터져 나왔지만, 목소리는 그런 규륜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 듯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보고를 받을 때 기억 괴리가 일어난 것 같으니 정리해 주도록 하지. 네가 계획한 대로 이번 대형길드 회의가 시작될 때, ‘청룡단’, ‘무산중’, ‘백랑주’ 총 세 개에 길드에 하이브 사태가 일어날 거다.]

목소리는 거기까지 말한 뒤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 이외에도 주작홍 건물에서도 하이브 사태가 일어나겠지만, 그건 미리 헌터들을 대기시켜 하이브를 조기 진압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고.]

하나 그런 목소리에도 규륜은 순간적인 기억 괴리가 무척이나 짜증이 나는 듯 한참이나 의자에 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있을 뿐이었다.

곧 시간이 지나 인상을 찌푸린 규륜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 기억 괴리는 이제 곧 사라지는 겁니까?”

규륜의 물음에 목소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이제 슬슬 기억 괴리는 사라지고 영약의 효과만이 남게 될 거다.]

“……믿도록 하죠.”

한참이나 대답이 없던 규륜은 긍정의 말뜻을 내비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규륜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지만, 규륜은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지금 그 목소리에게 내가 이용당하고 있……?’

순간 규륜의 머릿속이 짧게 점멸했다 돌아왔다.

‘조금 전에 분명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마치 머릿속에 표백제를 들이부은 듯 깨끗해진 머릿속.

그 뒤, 규륜은 한참이나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멍하니 있는 규륜의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목소리가 울렸다.

[그러고 보니 말하지 않은 게 있군.]

“……뭡니까?”

[이전, 우리가 단체로 납치했던 ‘신천’ 길드에 관한 이야기다.]

* * *

3일 뒤.

중국 베이징, 수많은 고층건물 사이에서도 높은 층수를 자랑하는 주작홍 길드의 건물을 본 나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더럽게 높네.”

고구려 길드 건물 정도의 크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척이나 높게 서 있는 건물을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거의 고개를 끝까지 올려야 건물의 끝이 보이는 크기.

규륜이 주작홍 길드를 떠나 대형 길드들이 여는 회의에 참여하러 가기 하루 전, 나는 성공적으로 중국에 밀입국할 수 있었다.

뭐, 마음만 같아서는 그냥 오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규륜이 냄새를 맡고 길드에 박혀 있으면 곤란하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슬쩍 스마트폰을 바라보자 시간은 6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미 11월인지라 해는 빠르게 서쪽으로 내려가 어느새 베이징의 고층 건물 사이에 걸려 있었다.

석양이 지기 시작할 무렵에 주작홍 건물 옥상에서 헬기 한 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고도를 높인 헬기가 베이징 상공을 날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틀림없이 규륜이 타고 있을 헬기를 보며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각성.”

헬기가 빠져나감에 따라 스킬명을 외치자 내 주변으로 심연이 생겨나고, 어둠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몸에서는 검은색의 아지랑이가 뿜어져 나오며 각성이 완벽하게 발동됐지만, 내 정체를 가리기 위해서는 내 몸에 그림자를 덧씌워야 했다.

내 의지에 따라 검은색의 그림자가 발끝에서부터 내 몸을 갉아 먹는 것처럼 올라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은 그림자에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아직 각성 스킬에 패널티가 붙어 있어서인지, 그림자로 무언가를 상세히 모방할 정도는 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나는 멀리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보며 그림자를 변화시켜 등 뒤에 날개를 만들어냈다.

검은 그림자가 허공을 먹어치우며 등 뒤에 날개의 뼈대를 세우고, 거기에 그림자들이 덕지덕지 달라붙는 것으로 내 몸보다 몇 배는 커 보이는 날개가 만들어진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각성’ 스킬이 아직 완벽하지 않을 터라 유리창에 비친 내 몸과 날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아지랑이를 내뿜고 있었다.

그야말로 효율이 최악이었지만, 나를 중국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밀입국하게 해준 비행 능력은 다른 단점을 덮을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덤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분의 마정석도 있으니, 아마 그림자가 부족하진 않을 것이다.

생각을 끝낸 나는 헬기 방향으로 자세를 잡고 몸을 웅크렸다.

극심하게 소모되고 있는 그림자들 사이에서 또다시 새로운 아지랑이가 흘러나와 발과 발목을 감싼다.

건물 벽이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깨지기 시작하고, 곧 벽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파아아아아앙-!

나는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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