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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58화 (58/202)

# 58

나 혼자 10만 대군 058화

17장 영웅강림(2)

“으으으, 너무 좁아.”

“……이곳이 좁다고?”

“아니, 실제로 그렇게 좁은 건 아닌데…… 뭔가 넓은 곳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까 좁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김서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오른쪽에는 창가에 놓인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김윤원이 보였다.

방 한가운데에는 책상이, 그 왼쪽에는 소파가 놓쳐 있었고, 그곳에 김서윤과 이은별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하리남과 후카이 이로하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확실히…….”

건물을 사기 이전에 이곳에서 생활했을 때는 인원이 3명 밖에 없어서 사무실이 분명 널찍했던 것 같은데, 길드원이 6명으로 불어난 지금은 이 공간이 꽤 비좁게 느껴졌다.

방 안에 북적이는 길드원들을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 몸을 회복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5일.

하지만 내 몸이 회복되었어도 박살이 나버린 길드 사무소는 5일의 시간만으로는 복구되지 않았다.

당장 갈 곳이 없어진 우리는 결국 이전에 쓰던 길드 사무실을 한동안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으, 역시 뭔가 답답한 느낌이야.”

“좀만 기다려. 길드 건물로 쓸 만한 매물을 알아보는 중이니까.”

“그래요?”

뭐, 대충 3~5달 정도만 기다리고 나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정부의 지원으로 길드 사무소를 다시 건설할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이 사무실이 너무 좁았다.

사무실 소파에 옹기종기 앉아서 각자 할 일을 하는 길드원들,

뭐, 그래 봤자 다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뿐이지만.

그 와중에도 이은별은 자그마한 손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은별은 사무소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하기보다는 주로 손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다.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적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

아무튼 이렇게 작은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려니 좁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게, 확실히 길드 사무소를 구하긴 해야 할 것 같았다.

돈은 많으니까.

슬쩍 시선을 돌려 뉴스 페이지를 바라보자, 눈앞에는 수많은 뉴스거리가 요란하게 배너를 바꿔대며 자신을 어필하고 있었다.

[신천 길드, 갑작스러운 공백! 도대체 무슨 일?]

[이번 하이브 사태로 인한 강남 지역 이외의 두 곳, 재산적 피해 이루 말할 수 없어……]

[세계 곳곳에서 연달아 터지는 하이브 사태! 도대체 무슨 일이?]

[SS급 이광천 길드장 ‘새로운 길드 건물도 강남’ 발언!]

눈앞에 베스트로 올라와 있는 기사들이 눈길을 끈다.

이미 한 번씩은 전부 읽어 본 기사들.

특히 상단에 떠 있는 세 가지는 요즘 헌터 업계…… 아니, 헌터 업계뿐만이 아닌 국민 전체가 공통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기삿거리였다.

첫 번째로 신천 길드의 길드장 독문석과 함께 고위 길드가 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환한 빛과 함께 갑작스레 증발한 사건.

협회와 경찰들이 나서서 자세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보나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가 고구려 길드 건물에 생겨났던 알을 파괴한 시간과 신천 길드의 고위 간부들이 사라진 시간이 맞물린 것을 짜 맞춰, 혹시 이 일이 신천 길드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시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의혹이었지만, 솔직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죽음의 거리’에서 만났던 진룡은 ‘하이브’ 사태가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주작홍 길드와 알게 모르게 동맹 아닌 동맹을 맺고 있는 신천 길드도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다.

……뭐, 이 문제는 조만간 알 수 있겠지.

슬쩍 마우스를 눌러 방금 따로 스크랩한 뉴스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초대형 길드 ‘주작홍’의 실세 ‘규륜’이 홍콩에서 열리는 대형길드 회의에 참석한다는 내용이었다.

규륜이 대형 길드 회의에 참여하는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일 뒤인 11월 03일.

그 11월 03일 날, 나는 ‘규륜’을 찾아가 끝장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우려하던 대로 언론에 노출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체를 가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와……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에 터졌네.”

“또 하이브 사태?”

“네, 이것까지 합치면 벌써 4번째인데……? 진짜 이러다가 세계 멸망하는 거 아니야?”

문득 하리남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서윤은 이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뭐, 확실히 최근 좀 뒤숭숭하기는 하지.”

김서윤이 말한 내용, 그것이 현재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두 번째 이슈였다.

바로 전 세계에 수시로 터지고 있는 하이브 사태.

처음 북한에서 터진 하이브 사태를 시작으로, 원래는 하이브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한국부터 미국, 일본, 인도, 독일, 우크라이나까지 하이브 사태가 일어났다.

미국과 인도, 독일의 경우는 자국이나 근처 동맹국에 있던 SSS급 헌터의 도움으로 하이브 사태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었기에, 북한처럼 나라 전체가 막장이 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상황이 약간 달랐다.

일본도 하이브 사태를 막을 수는 있었지만, SSS급 헌터의 부재로 인해 꽤 큰 손해를 입었다.

나는 마우스를 조작해 맨 위에 떠 있는 ‘글로벌 하이브 사태’라는 기사에 들어갔다.

그 기사에서는 현재 하이브 사태가 일어난 장소와 하이브 사태를 종결시킨 헌터들의 이름들을 정리해 놓은 정리본이 있었다.

[미국 켄사스주에 하이브 사태 발발. / SSS급 헌터 ‘차가운 빛’ 레이나가 토벌에 성공.]

[인도 오리사에 하이브 사태 발발. / SSS급 헌터 ‘학살자’ 예만이 토벌에 성공.]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하이브 사태 발발. / SSS급 헌터 ‘저격왕’ 볼프강 슈타우터가 토벌에 성공.]

[일본 오키나와 하이브 사태 발발. / SS급 헌터 ‘빙정’ 아사토라 카가시 외 2명이 토벌에 성공.]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하이브 사태 발발. / 현재 토벌 중.]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아마 하이브 사태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확실한 건 이 이후로도 하이브 사태가 20번은 가볍게 넘길 만큼 일어난 뒤에야 하이브 사태는 사그라든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던전 침식’이 일어난다.

……기간상으로 아직 던전 침식이 일어나려면 9개월 이상이 남았지만, 이것도 규륜이라는 녀석이 내가 모르는 무언가로 미래를 바꿨다면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

“후.”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앞을 바라본다.

눈앞에는 소파에 앉아 있는 길드원들이 저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리남과 김서윤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이은별과 후카이 이로하가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어 곧 꽤 활기찬 상황이 연출된다.

지금에야 아직 성장 중이지만 지금 당장 이곳에 있는 길드원들이 멀쩡하게 성장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의 짐이 조금 가시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길드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멍하니 보던 중, 나는 슬슬 ‘강형찬 부장’과 잡았던 약속을 떠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나갔다 올게.”

* * *

“그럼,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뭐라고?”

“예?”

“……아니, 아니다.”

규륜의 말에 따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몸을 숙인 남자가 사무실을 나가는 것으로 규륜은 순간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방금 뭐였지?’

분명 남자가 들어오는 것까지 규륜은 제대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규륜은 손에 들린 결재 서류를 바라보며 생각을 이어갔다.

‘기억이 없다.’

마치 남자가 보고한 부분만 기억을 잘라낸 듯 느껴지는 묘한 괴리감을 느끼며 규륜은 자신의 눈앞에 들린 결재 서류를 바라보았다.

‘이번 한 번뿐만이 아니다.’

분명 5일 전, 아니, 그보다도 훨씬 전부터 이런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잠시 멍한 것 정도라고 생각했던 그 괴리감이,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규륜은 자신의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답했다.

“당신 짓입니까?”

[뭘 말하는 거지.]

“제 기억에 묘하게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괴리감? 무슨 괴리감을 말하는 거지? 만약 기억의 손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면 아마 이번에 얻은 영약 덕분이겠지.]

“……복용한 영약의 시스템 설명에는 그런 부작용이 있다는 말은 없었는데요?”

[쓰여 있지 않을 뿐이다. 분명 내가 그 영약을 복용하기 전에 주의하지 않았나? 영약이 몸에 익숙해지는 15일간, 기억의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고 말이야.]

“그런 말을 했습니까……?”

의심으로 가득하던 규륜의 눈동자에 일순 빛이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확실히 그런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군요.”

[말해두지만 간편하게 힘을 얻는 데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내가 제시해 준 방법은 최소한의 대가로 최대한의 능력을 얻는 방법이다.]

‘그러니 더는 따지지 마라’라고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규륜은 머릿속에 남아 있던 괴리감을 억지로 지워내고, 결재서류를 펼쳤다.

* * *

“심심하드아아아아아…….”

김서윤은 한가해진 사무실을 둘러보며 소파에 몸을 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길드원으로 꽉꽉 채워졌던 사무실은 김우현이 강형찬 부장과의 약속으로 사무소를 나가자마자 하나둘 사무소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은별과 하리남은 능력 컨트롤을 위해 협회 측 훈련실로 떠났고, 얼마 전 길드에 새롭게 들어온 후카이 이로하는 길드사무소가 파괴되며 새롭게 얻은 오피스텔에 짐을 정리해야 한다며 가버렸다.

결국 남아 있는 건 소파에 누워 있는 김서윤과 저기서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김윤원뿐이었다.

최근 절권도를 마스터 하고 그다음으로 익히고 있는 시스테마를 배우러 가기에는 꽤 시간이 남아 있던 터라 김서윤은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러던 중 어쩌다 보니 김서윤은 ‘씨커’ 길드의 팬카페에 접속하게 되었고, 그곳에 가입하게 되었으며, 어쩌다 보니 카페 게시판 메인에 떠 있는 실시간 인기 추천 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김서윤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눈앞에 떠 있는 제목을 읽었다.

[(그림자 왕) 애틋하게 뜨겁게 (15금) -14-]

김서윤은 어렵지 않게 저 앞에 쓰여 있는 ‘그림자 왕’이 김우현의 이명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글이 ‘팬픽’이라 부르는 소설의 장르인 것도 어렵지 않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

문득 제목을 향해 움직이던 손가락이 순간 멈칫했다.

왜인지 느껴지는 거부감.

꾹-

하나 그 거부감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궁금함과 두근거림이 더욱 큰 탓에 김서윤은 눈앞에 쓰여 있는 제목을 손가락으로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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