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57화 (57/202)

# 57

나 혼자 10만 대군 057화

17장 영웅강림(1)

“막아! 막으라고!”

서울의 중심지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강남의 거리, 불과 50분 전만 해도 하루의 시작을 위해 출근으로 붐비던 곳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이런 젠장! 야, 저쪽 지원 보내! 길드장님은 어디 있는 거야!”

“길드장님도 벌써 전투에 참여하셨습니다! 덕분에 남쪽에 있는 괴수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어, 어어어!! 야, 비켜! 이 새끼야, 비키라고!!”

지옥.

이연화는 눈앞에 보이는 그 풍경을 한마디로 일축해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무너진 고층빌딩,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몬스터의 괴성과 사람들의 비명.

눈가를 찌릿하게 만드는 붉은 빛의 불씨가 사방에 튀어 오른다.

그리고 그런 불씨 뒤로 모든 것들을 잡아먹을 듯 타오르는 화염이 강남을 뒤덮고 있었다.

이제껏 보아왔던 그 어떤 화마와도 견줄 수 없는, 그야말로 절대로 꺼질 것 같지 않은 거대한 불꽃이 강남에 똬리를 틀었다.

끔찍한 비명.

그에 맞춰 들리는 괴수의 괴성.

그런 난장판 사이에서 ‘고구려’ 길드의 상징과도 같은 고층 건물에서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건물을 따라 줄기를 내린 붉은 고깃덩이들.

그런 고깃덩어리들 따라 시선을 올려보면 고층 빌딩의 끝에 거대한 알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연화!”

“끅!?”

치이이이익!!

급작스레 들린 소리와 동시에 느껴지는 몸의 고통에 이연화의 정신이 한순간 현실로 돌아온다.

눈앞에는 조금 전 타란튤의 독액에서 자신을 구해준 ‘이윤’이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야, 이연화!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으, 죄송합니다!”

이연화는 이윤의 부축을 받아 빨리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그녀가 서 있던 곳이 타란튤이 내뿜은 독액으로 인해 녹아내리는 것을 확인하며, 이연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파티원들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마주친 B급 괴수 타란튤과 싸움을 벌였다.

그 뒤로부터 계속되는 일방적인 방어전.

파티와 떨어진 이연화와 이 윤은 자신을 노리는 타란튤을 상대했지만, 고층 빌딩이 많은 곳에서 타란튤은 마치 제집인 듯 사방의 건물을 타며 그녀들을 압박했다.

심지어 사방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결국 그녀들에게 빈틈을 만들었다.

“꺄악!”

“언니!”

타란튤의 공격을 막던 중, 이윤이 등 뒤에 나타난 트롤의 공격에 맞아서 날아가는 것을 보며 이연화는 비명을 질렀다.

하나 이연화의 절박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타란튤은 무력화된 이윤의 목숨을 확실히 끊기 위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이연화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으나, 타란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타란튤은 죽음을 맞이했다.

타란튤의 몸을 꿰뚫고 있는 검은색의 가시에 의해서.

이연화의 눈이 검은 가시를 따라 시선을 돌아가고, 마침내 이연화의 눈동자에 한 인영이 비쳤다.

그곳에 한 남자가 있었다.

온몸이 검은 무엇인가로 일렁거리는 남자는 두 눈에는 붉은 안광을 두르고 있었고, 이마에는 뿔이 자라나 있었다.

붉게 일렁이는 안광이 한번 주변을 훑고, 이내 남자가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의 몸에서 쏘아진 수십 개의 검은 아지랑이들이 괴수와 몬스터들을 꿰뚫고, 부수기 시작했다.

어떤 아지랑이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몬스터를 찔러 죽이고, 어떤 아지랑이는 거대한 손이 되어 괴수의 골통을 깨부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옥의 귀곡성을 내뿜고 있던 강남이 한순간 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다.

남자의 몸에서 튀어나온 아지랑이들이 그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 주변에서 ‘그림자’들이 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림자…… 왕……?”

뒤에 서 있던 헌터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저갱 같은 어둠 속에서 그림자들이 빠져나옴에 따라 그림자 왕은 다시금 자세를 갖추기 시작한다.

두 다리를 굽히고, 마치 힘을 모으듯 자세를 잡는다.

그런 그의 발치에 마치 근육처럼 이루어진 그림자들이 그의 다리와 발목을 감싸고, 그가 서 있던 지반이 마치 무엇인가에 짓눌리듯 부서지기 시작했다.

파아아앙!!!

지반을 박살 내며,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뛰어오른 그림자 왕의 머리 위로 거대한 무엇인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손……?”

거대한 손.

그 손에 잡힌, 거인들이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방망이가 그 손에 쥐어져 있었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방망이가 움직인다.

조금은 느릿한 속도.

하지만 주변에 있던 헌터들은 그 느릿하게 움직이는 방망이의 광경에 압도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곧, 거대한 방망이가 중력의 도움을 받아 고층빌딩에 자리 잡고 있는 알을 내리쳤다.

귓가를 깨부술 것 같은 거대한 소음이 지옥의 끝을 알렸다.

* * *

유튜X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영상 시청 사이트였다.

하루에도 올라오는 영상의 수가 몇만 건은 가볍게 넘어가는 이 사이트에서 크리에이터는 구독자들을 늘리고자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동영상을 만든다.

마치 인터넷 기사와 같이, 크리에이터는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현재 유튜X의 최상위권에 위치한 영상은 그렇지 않았다.

‘영웅 강림.’

유튜X 실시간 1위에 올라와 있는 제목의 이름은 무척이나 심플하고, 또 오글거렸다.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가서 영상의 제목을 말한다면 도대체 왜 제목을 그런 식으로 짓냐고 핀잔을 들을 만큼 영상의 제목은 오글거리고, 또 이상했다.

하지만 이 제목이 중2병 같다거나 오글거린다고 말하던 이들도, 한번 보고 난 뒤에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화마가 가득하고 괴수와 몬스터들이 가득한 강남의 풍경.

헌터들이 괴수와 싸우는 장면도, 시민들이 사방으로 도망치는 장면도, 그 영상에는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영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헌터들은 오염되어 버린 길드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괴수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 남자는 불현듯 지옥 한가운데에 나타났다.

온몸을 검은색의 아지랑이로 뒤덮고, 붉은 안광을 흩뿌리는 남자.

‘그림자 왕’.

이어진 영상은, 그 누가 보더라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자의 몸에서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아지랑이들이 쏘아져 나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헌터들에게서 승기를 잡고 있던 괴수들을 처치한다.

그 뒤, 믿을 수 없는 도약력으로 길드 건물의 최상층까지 뛰어오른 그림자 왕은 하늘마저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방망이를 휘두른다.

그 공격으로 길드 건물에 있던 알을 파괴하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호다다닥: 와…… 이거 진짜 뭐냐? 영화냐?

└인생은한방아니냐: 이거 실화냐……? 진짜 개멋있다. 저거 진짜 그림자 왕임?

└이거리얼팩트: 와…… 진짜 지렸다. 저 정도면 그냥 SSS급 아님?

└그림자왕이되고싶어: 이광천 의문의 찐따행 ㅋㅋㅋㅋㅋ 그림자 왕 2분 컷 하는데 우리 광천이 아무것도 못 했죠?

└안기모라티: 이건 진짜, 유럽에 있는 그 헌터 뭐였지? 신성을 받드는 검 영상보다 더 간지나게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ㄷㄷㄷ

-근데솔직히: 근데 솔직히 이 정도면 제목 오글거리는 거 그냥 인정해줄 만하다. 나는 첨에 또 뭔 중2병 어그로인가 해서 들어왔는데 영상 보고 거의 심쿵해 버렸다……나 남자인데 어쩌지…….

-B급헌터광광우럭따: 근데 진짜 이번에 그림자 왕이 보여준 기술 뭐임? 꺼라 위키 가봐도 딱히 서술된 거 없던데 이번에 처음 선보인 기술임?

-네임드로얄: 역시 인생은 재능빨이구나. 내가 볼 때 김우현 SSS급 씹가능하다. 본격적으로 능력 개화 하고 1년 내외로 SSS급 찍을 것 같은데? 이광천도 김우현한테 떡 발릴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인생봐라: 왘ㅋㅋ 진짜 간지, 그 자체넼ㅋㅋㅋㅋ 지금 씨커 길드 팬카페 회원수 100만 넘을랑말랑 한데 이유가 있었구나. 그야말로 미쳤따리.

-오늘부터우리는: 영! 웅! 강! 림!

└진짜로이건: 제목을 잘 지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함.

그 이외에도 이 영상에는 수만 개의 댓글이 난잡하게 달려 있었다.

개중에는 한국어가 아닌 각종 외국어로 달린 댓글도 있었지만, 그 역시 대부분은 하이브 사태를 끝맺은 자신을 찬양하는 댓글이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

“후…….”

몸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고통이 내 전신을 타고 흐른다.

“진짜 더럽게 아프네.”

강남에 터진 하이브 사태가 끝난 지도 3일, 각성과 동화를 한 번에 사용한 대가로 나는 엄청난 반동을 감당하고 있었다.

--------------------------

이름: 김우현 칭호:---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 (shadow) [18,000] [2/4]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SS [새롭게 측정 중]]

[평가 잠재력: 새롭게 측정 중 / 새롭게 측정 중]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 (2/4)

영역 (2/4)

집약 (1/4)

그림자영체 (1/4)

각성 ( 0 / 6000 )

[그림자 영체 3/5]

-사령술사 리치

-A급 괴수 은수랑

-A급 괴수 하테

--------------------------

끙끙거리며 다시 한번 눈앞에 보이는 시스템창을 읽어 내려간다.

10,000명이 넘은 그림자의 총량.

그리고 새롭게 생긴 ‘각성’ 스킬.

뭐, 사실 스킬 이름이 각성이지, 사실 이 스킬의 효과는 그림자들을 내 몸에 집약시키는 능력이었다.

총 6,000개의 그림자를 내 몸 안에 흡수해 일순간 내가 만들어내는 집약체들과 같이 내 몸의 전체적인 신체 능력을 뻥튀기하는 능력,

덤으로 집약체를 활용하는 것과 같이 내 몸 안에서 그림자를 뿜어내 싸우는 것도 가능했다.

단점이라면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그림자를 ‘연료’로서 넣어야 한다는 것일까.

물론 이것도 앞으로 검은 돌을 모은다면 점점 더 페널티가 사라지고 나중에는 그림자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 문제는 지금의 내게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끄응…….”

동화로 신체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각성까지 사용한 채 날뛰다 보니 현재 내 몸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언제까지 이렇게 누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이브 사태가 끝나고 3일, 그동안 한국에는 꽤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3일 전, 하이브 사태가 끝남과 동시에 신천 길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영상조차 없는 터라 그 당시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나 뉴스에 의하면 하이브 사태가 끝났을 때 갑작스레 신천길드의 회의장이 환한 빛에 휩싸였고…….

신천길드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사라져 버렸다.

하이브 사태가 끝남과 동시에 공교롭게 일어난 사건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알던 미래와는 그냥 완전히 달라진 지금의 상황들.

그냥 달라진 게 아니라 아주 개판이 나고 있는 상황들을 상기하며, 나는 머릿속으로 한 가지 키워드를 떠올렸다.

규륜.

아무래도 조만간, 중국에 가야 할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