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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56화 (56/202)

# 56

나 혼자 10만 대군 056화

16장 각성 던전 ‘죽음의 거리’(3)

SS급 헌터 광인 진룡.

일본에서 만난 아만 아야토와 다르게 그는 진짜배기 SS급 헌터였다.

게다가 나와의 상성은 아주 극악이다 못해 최악인 헌터.

그런 진룡의 능력은 바로 ‘강화’.

말 그대로 자신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능력이었다.

그야말로 무척이나 단순하고 심플한 능력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강했다.

헌터의 신체 능력은 노력만 하면 끝없이 상승한다.

그러한 신체 능력을 보조해 줄 수 있는 강화라는 능력은 헌터 자체의 특성상 시너지가 무척이나 좋았다.

신체 능력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더욱더 높은 시너지를 내뿜을 수 있는 능력, 그렇기에 그 능력은 나와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전, 눈앞에 괴인이 나타나고, 그게 진룡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탄식을 했을 정도였다.

그래, 조금 전까지는.

검은 돌이 내 몸에 닿아 흡수되고, 진룡의 주먹이 느릿하게 재생되는 것처럼 내 얼굴에 날아온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진룡의 주먹을 보며, 나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각성.”

그 말과 함께 눈앞에 보이던 진룡의 주먹이 멈추고, 오히려 반대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곧 나를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쨍그랑! 챙! 창!

충격파에 의해 뒤로 날려진 진룡.

그런 진룡을 따라 성안에 있던 유리창들이 찢어지는 소음을 내며 깨지져 나간다.

그리고 주변에 퍼져 있던 검은 영역이 서서히 내게로 빨려들어 왔다.

마치 몸 안에 무엇인가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

그와 함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언데드와 보스를 상대하던 집약체들이 내게 달려와 서서히 흡수된다.

그림자들이 내 몸으로 흡수되며, 어둡게 일렁이는 그림자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내 아래에 있던 심연과도 같은 영역이 마침내 하나도 남지 않고 내 안에 빨려 들어갔을 때, 왕좌를 부수고 벽에 처박힌 진룡이 부서진 잔해 사이로 걸어 나왔다.

“뭐야? 아주 번지르르하게 변신했네?”

느긋하게 걸어 나오며 입을 여는 진룡.

부서진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확실히 이전과는 달랐다.

몸에는 검은빛의 그림자가 일렁거리고 있었고, 눈에는 강렬한 안광이 내 동공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런 진룡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되묻는 것으로 답했다.

“그래서, 쫄았냐?”

내 되물음에 진룡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너 같은 놈을 너무 많이 봐서. 아주 겉은 번지르르하게 변하는데 실속은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고.”

“그래? 그러면…….”

가볍게 땅을 차올린다.

간결한 동작.

그것만으로 나는 꽤 거리를 두고 서 있던 진룡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웃고 있던 진룡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모습을 보며…….

“확인해 보면 되겠네.”

주먹을 휘둘렀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주먹이 진룡의 얼굴에 적중하고, 다시 한번 벽에 처박히는 진룡.

지만 흙먼지가 가시기도 전에 진룡이 흙먼지 속에서 빠져나와 내게 쇄도했다.

내 앞에 당도한 진룡은 그대로 몸을 돌려 내게 정권을 날렸다.

꽈아아앙!

공기가 터져 가는 소리, 하지만 진룡의 주먹은 내게 닿지 않았다.

“……잔재주가 많은 놈이네?”

내 등 뒤에서 촉수처럼 튀어나온 거대한 그림자 손에 의해서 진룡의 주먹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촉수처럼 뻗어 있는 그림자 손.

무엇이든 분쇄해 버릴 것 같던 진룡의 주먹은 내 그림자에 막힌다.

그것을 보고 이죽거리는 진룡의 목소리에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 놈한테 너는 지금 뚜까 처맞고 있는 거 아냐?”

“지금 내가 진짜 힘으…….”

꽝! 콰지지직!

진룡의 팔을 붙잡은 그림자가 그 상태로 진룡을 패대기치듯 땅바닥에 내리꽂는다.

당연히, 한 번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꽝! 꽝! 꽝! 꽝!

진룡의 손을 놓지 않은 그림자가 잡힌 진룡의 몸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내리꽂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땅바닥에 꽂힐 때마다 돌 부스러기가 튀어 오르고 도저히 인간을 내리꽂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의 폭음소리가 내 귓가에 꽂혔다.

“이 새끼가아아아……!”

알토와 소프라노를 오가는 진룡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오지만, 그림자 손은 그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는 손을 촉수처럼 길게 늘인 뒤, 마지막으로 진룡의 몸을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콰가가가가각!

진룡이 땅바닥에 내리꽂힌 충격으로 지반이 무너져 내린다.

자세를 잡지 못해 그대로 나락으로 추락하는 진룡.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의지에 따라 커지기 시작한 도깨비 방망이가 그림자의 손에 들린다.

도깨비 방망이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림자의 손도 같이 커졌다.

그리고, 삽시간에 엄청난 크기로 커진 도깨비 방망이가 떨어지고 있는 진룡을 내리꽂았다.

───

귀가 멍해질 정도의 폭음.

귓가에 들리는 이명을 들으며 성의 하층에 착지한 나는 완전히 박살 나버린 성의 풍경과 그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진룡을 볼 수 있었다.

“이 새끼가……!”

아까의 여유로운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흙먼지 속에서 걸어 나온 진룡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휴, 아주 개판이 나셨네?”

그렇게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진룡의 몸은 아직 그리 크게 다친 곳이 없어 보였다.

여기저기 피부가 긁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뿐.

진룡은 멀쩡했다.

다시 한번 진룡이 달려든다.

이전과는 확연하게 빨라진 속도!

쾅쾅쾅쾅쾅!

쉴 새 없이 내리치는 진룡의 주먹, 하지만 내 등 뒤에 여러 갈래로 솟아난 그림자 주먹은 진룡의 일격들을 막고 있었다.

빡세다.

시스템을 보니 진룡의 일격을 막을 때마다 줄어드는 그림자의 소모가 엄청났다.

주먹을 쳐 올려 진룡의 연타를 끊은 뒤 진룡의 발을 잡아 저 멀리 날려 버린 나는 엄청난 속도로 깎여나간 그림자를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5분도 되지 않은 짧은 전투.

분명 일반 헌터라면 진작에 뼈도 추리지 못할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진룡은 특별한 부상 없이 전투를 지속하고 있었다.

아무리 상성을 탄다고 해도 저 정도의 맷집은 SS급 수준이 아니었다.

처박혔던 진룡이 다시 튀어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전투가 지속된다.

진룡은 그 특유의 맷집으로 내 공격을 전부 맞으면서 달려들었고, 나는 그런 진룡의 공격을 방어하며 공방을 주고받는다.

“하, 진짜 말도 안 되는 능력이군. 규륜이 그렇게 사정사정하던 이유가 있었어.”

“……규륜?”

또 들려오는 규륜이라는 이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기는 했지만 진룡의 입에서 들으니 내 마음속에 있던 윤곽이 더 확실하게 잡혔다.

진룡은 내 표정을 보더니 이내씩 웃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내가 재미있는 거 하나 말해줄까?”

“……뭐?”

“재미있는 거.”

갑자기 싸우다 말고 키득키득하는 진룡을 보며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진룡은 또라이가 맞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 미친 듯이 달려들며 싸우다가 이제는 갑자기 키득거리며 말을 거는 꼴이라니.

혹시 시간을 벌려는 수작인가? 생각해 봤지만, 진룡의 능력 특성상 시간을 끌어봤자 좋은 건 없었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밖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지? 이 던전 밖 말이야.”

“…….”

“지금쯤 밖에는 괴수들과 몬스터들이 득실대고 있을 거다. 물론 한국 전체에 퍼져 있지는 않지, 다만 확실한 게 뭐냐면,”

진룡은 손가락으로 나를 삿대질하며 입을 열었다.

“고구려 길드가 있는 곳이랑, 네가 속해 있는 길드가 있는 곳은, 이미 괴수랑 몬스터한테 범벅이 되어 있을걸?

“이야~ 이제야 좀 표정이 굳는구만? 시종일관 싸우면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말이야.”

내가 얼굴을 굳히자 정말로 만족했다는 듯 키득키득 웃고 있는 진룡을 보았다.

광인이라는 이명은 역시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미친 새끼.

진룡은 다시 싸울 준비를 하며 입을 열었다.

“빨리 밖에 나가고 싶지? 근데 유감이어서 어쩌나…….? 넌 나한테 오늘 여기서 죽어야 할 텐데.”

“조금 전까지 오지게 처맞기만 하던 놈이 아가리는 잘 나불거리네.”

“어차피 넌 날 못 이길 테니까. 내가 항상 봐왔던 건데, 꼭 너같이 변신하는 놈들은 제한시간 같은 게 있더라고,”

피식 웃으며 말하는 진룡.

“네 그 상태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상태가 끝나면…… 응?”

내게 확인을 구하듯 어깨를 으쓱이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맞는 말이긴 했다. 진룡이 아마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어 그림자를 모두 소모한다면 진룡에게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말이 맞…… 억?”

“이 상태가 끝나기 전에…….”

나의 등 뒤에서 빠져나온 그림자 손이 진룡이 있던 곳에서 뚫고 나와 진룡의 다리를 움켜잡는다.

순식간에 내 앞으로 끌려온 진룡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엄청난 양의 그림자 손들.

“너를 조지면 되는 일이지!”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진룡에게 그림자들의 주먹이 쏟아져 내린다.

그와 동시에 등 뒤로 빠져나와 있는 그림자가 최하층을 이루고 있는 내성의 기둥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지반이 무너질 기미가 보였다.

확실히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상태에서 진룡을 죽일 수는 없다.

“여기서 좀 오래 썩어 있어라, 이 미친 새끼야……!”

하지만 그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진룡을 강타하고 있던 무수한 주먹이 내 손으로 스며들며, 검은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진룡은 무엇인가 예감이 안 좋은 듯 내 공격을 피하려고 몸을 뒤트는 듯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몸을 일으켰을 때, 내 주먹은 이미 진룡의 머리에 닿아 있었다.

꽈아아아아앙!

지반이 무너지고 그림자 손이 내성의 기둥을 파괴해 성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림자 손은 지반이 무너지자마자 의지에 따라 나를 성 밖으로 탈출시켰고,

내가 밖으로 빠져나옴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내성은 엄청난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런 성을 뒤로하고 곧바로 던전의 밖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 * *

퍼엉!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의 머리가 날아가자, 한숨을 내쉰 김서윤은 이내 몰려오는 괴수들을 상대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대체! 뭐냐고!!”

눈앞의 괴수를 처리한 김서윤은 짜증이 난다는 듯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은 무너진 길드 하우스와 괴수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길드원들.

이은별은 하리남의 절대 방어 뒤에서 몰려오는 괴수를 향해 유성을 떨어뜨리고 있었고, 김윤원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하리남의 뒤에서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에에에에엑!.

김서윤은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에 인상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길드 하우스를 파괴하며 나타난 괴기스러운 알의 출현.

자신은 괜찮았지만, 만약 하리남이 아니었다면 자칫 모두가 위험해졌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김서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은별의 도움으로 길드사무소 한가운데에 출현했던 알은 어찌어찌 처리했지만, 이미 그사이에 빠져나온 괴수와 몬스터들이 주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곳이 그냥 넓은 공터였으면……!’

그랬다면 마음껏 힘을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곳에는 시민들이 있었다.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빌라와 상가에 숨어 있는 시민들이.

그 덕분에 이은별도 최대한 힘을 제한해서 사용 중이었고, 후카이 이로하의 경우는 능력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으…… 진짜!”

눈앞에 다가오는 오크를 발차기로 날려 버린 김서윤이 짜증을 내고 있을 때.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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