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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55화 (55/202)

# 55

나 혼자 10만 대군 055화

16장 각성 던전 ‘죽음의 거리’(2)

인공물의 눈가에서 터져 나온 푸른빛이 성을 감싸고, 이내 분명히 어둑어둑했던 밤하늘을 영롱한 푸른빛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곧 인공물에서 터져 나오는 빛이 완전히 하늘을 푸른빛으로 만들었을 때…….

까각…… 끄그극…… 까각…….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한 언데드들이, 땅속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나왔던 언데드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모습.

땅속에서 기어 나온 언데드들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눈 없는 동공 안에는 푸른 안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림자들이 내 의지에 따라 땅을 박차고 나온 스켈레톤의 머리에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콰각!

놀랍게도 도깨비 방망이에 맞은 스켈레톤은 조금의 흠집만 남은 뿐, 자신을 공격한 그림자에게 들고 있던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에 맞자마자 튕겨 나간 그림자가 조각상 뒤에 있던 민가에 처박혔고, 나는 그런 그림자를 보며 그제야 입맛을 다셨다.

이게 바로 A급 던전 ‘죽음의 거리’에 숨어 있는 비밀이었다.

“가변형 S급 던전 ‘죽음의 거리’.”

이 던전은 비록 지금은 A급 던전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어둠의 구슬을 찾아 성 중심에 있는 조각상에 올려놓는 그 순간, 던전의 등급이 S급으로 상승하게 된다.

게다가 몬스터들의 등급도 A급 몬스터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다.

아무리 약했던 몬스터라도 한 마리 한 마리가 최소 A급의 몬스터들로 변하고, S급 던전으로 바뀌고 난 뒤 출현하는 보스인 ‘푸른 달의 왕’도 원래 나와야 했던 ‘언데드 킹’보다 몇십 배는 더 강했다.

주변에는 점점 푸른빛을 띠는 스켈레톤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10마리 남짓했던 스켈레톤은, 잠깐의 시간 사이에 이 도로를 꽉 채울 정도로 많은 언데드 군단이 되었고, 그림자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제 진짜 ‘죽음의 거리’를 제대로 공략할 시간이 되었다.

“그림자 영체.”

내 부름에 따라 시스템에 보이는 그림자의 숫자가 깎여 나가며 그림자가 폭사하고, 이내 검은 아지랑이가 폭발하듯 흩뿌려지던 그곳에서 ‘리치’가 만들어진다.

불길해 보이는 지팡이.

보라색 안광이 일렁거리는 눈은 그저 소환된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흩뿌리며, 푸른 언데드들과는 또 다른 언데드들을 소환해 낸다.

그림자 언데드들을.

구울과 스켈레톤, 거기에 듀라한이 마구잡이로 소환되며 푸른 언데드들을 막아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림자 언데드들은 푸른 언데드들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전투를 성립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딱 그 정도였다.

리치가 소환한 그림자 언데드들이 적들을 막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곧바로 집약체를 만들었다.

이윽고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진 집약체들이 순식간에 그림자 언데드 사이에 끼어들어 가 푸른빛이 감도는 언데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집약체가 휘두른 도깨비 방망이에 스켈레톤의 두개골이 깨져 나가고, 구울과 좀비의 몸뚱이가 사정없이 짓이겨진다.

리치가 소환한 언데드들이 고기 방패 역할을 하고, 집약체들이 그 사이로 들어가 언데드들을 죽인다.

시스템 창에는 리치를 소환하느라 떨어졌던 그림자의 숫자가 점점 차오르고 있었고, 그에 따라 집약체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며 푸른빛의 언데드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곧 그림자의 한계점인 8,000이 채워졌을 때, 나는 푸른 달 아래에 있는 내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SS급 헌터 ‘광인’ 진룡.

그는 중국에서 어떤 의미로든 그 이름이 알려진 사내였다.

헌터 업계의 외부에서 그는 ‘중국에서 나올 세 번째 SSS급 헌터’ 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업계의 내부에서는 ‘악마’ ‘사탄’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뒤에는 끝없이 범죄자의 타이틀이 따라다녔지만, 공안이나 그 어느 길드도 범죄를 저지르는 진룡을 제지하지 못했다.

그에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주작홍 길드 그리고 중국의 세 번째 SSS급 헌터가 될 수도 있다는 그 위명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국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헌터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

그런 진룡은 현재 한국 북한산 지역에 열린 ‘죽음의 거리’에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짜증 나는 곳이군.”

다가오고 있는 푸른 스켈레톤을 그저 주먹 한 방으로 보내 버리는 진룡, 그는 이내 푸르게 빛나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몸을 풀었다.

“후…….”

무료한 목소리,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성을 보며 진룡은 조금 전 자신과 함께 한국에 온 규륜의 떨거지를 생각했다.

‘이 던전안에 있는 헌터를 죽이는게 목적이라.’

그 뒤에는 규륜이 따로 맡긴 자신의 임무를 다하겠다며 헤어진, 이름도 모르는 헌터를 생각하며 진룡은 피식 웃었다.

“뭐, ‘대가’도 받았으니 받은 만큼은 해 줘야지.”

진룡은 저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걸음을 옮겨 나갔다.

눈앞에 푸른빛을 띠는 몬스터들이 그를 공격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그것은 진룡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저 간단한 주먹질과 발길질 몇 번으로 스켈레톤들을 박살 낸 진룡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에서부터 이어져 있는 길에는 그 길목마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듯 듯 모조리 곤죽이 되거나 박살 나 있는 언데드가 보였고 진룡은 죽어 있는 언데드를 따라 길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가, 내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죽음의 거리’의 내성,

‘푸른 달의 왕’이라고 불리는 언데드는 일반적인 언데드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색이 바랜 것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남자.

하지만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 그의 피부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고, 결정적으로 눈알이 없는 그의 오른쪽 눈에는 푸른빛의 마력 덩어리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마 정 중앙에 박혀 있는 ‘검은 돌’은 내가 찾고 있던 그것이 맞았다.

푸른 달의 왕이 달려드는 언데드들을 수 없이 베어내며 자신의 마력을 사방에 흩뿌린다.

마력을 사방으로 흩뿌리자마자 그 마력이 마치 슬라임처럼 부들부들 떨리며 마침내 푸른빛을 띠는 스켈레톤 나이트로 변한다.

이미 이 내성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그림자 언데드들이 푸른 달의 왕과 스켈레톤 나이트 덕분에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역시 조금 빡세다.

회귀 전 죽음의 거리를 공략할 때는 이미 ‘검은 돌’을 4개 이상 얻었던 터라 지금보다 훨씬 편하게 죽음의 거리를 공략할 수 있었다.

‘김서윤을 데려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짧게나마 스쳤지만, 김서윤의 실력으로는 지금 치르고 있는 보스전에서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리치가 소환하고 있는 그림자 언데드들이 생각 이상으로 고기 방패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는 것과 성 밖에 있는 언데드들 죽이며 얻은 마정석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 정도일까.

눈앞에 ‘푸른 달의 왕’이 자신에게 검을 내리치는 듀라한의 몸을 깔끔하게 두 동강 내며 곧바로 다음 타깃을 죽이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푸른 달의 왕’이 딱히 이성 없이 눈앞에 있는 적들만을 죽이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성이 있어서 나를 최우선으로 노렸다면, 아마 꽤 힘든 전투가 되었겠지.

아마 이런 식으로 전투를 지속하면 결국 보스를 토벌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푸른 달의 왕은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점점 집약체들에게 타격을 받고 있었으니까.

푸른 달의 왕이 눈앞의 스켈레톤을 베어냄과 동시에 오른쪽으로 짓쳐들어오는 집약체의 몽둥이를 피해냈다.

하지만 집약체의 뒤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손이 푸른 달의 왕을 잡아챈다.

그와 동시에 위쪽으로 도약했던 집약체가 그 위로 몽둥이를 휘두르고 쓰러진 언데드의 앞으로 튀어나온 그림자가 힘차게 칼을 휘두른다.

푹! 쾅! 까직.

집약체의 공격을 맞은 보스는 신체가 뭉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집약체들을 썰어버렸다.

그러고는 그대로 달려들어 눈앞의 언데드들을 공격해 왔다.

확실히 공격은 통하고 있……?

전투 도중 갑작스레 느껴진 등 뒤의 살기에 나는 생각을 멈추고, 당장 몸을 옆으로 뒤틀었다.

꽝!!!

머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차올린 뒤,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이미 짓쳐오는 주먹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느리게 보이는 주먹, 내 앞에서 만들어진 집약체가 내 얼굴로 날아드는 주먹을 위로 쳐올렸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온 손이 공중에 뜬 내 몸을 끌어당겼다.

쾅!

분명 허공을 갈랐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터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갑작스레 나타난 괴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생각보다 잘 피하네?”

유창한 한국어와 함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서 있던 곳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2m는 되어 보일 듯한 거구.

마치 맹수처럼 작은 동공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괴인으로부터 거리를 벌리며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언데들를 학살하고 있었던 ‘푸른 달의 왕’은 나를 노린 눈먼 기습에 맞아 땅바닥에 처박혀 있는 상태였다.

나는 괴인을 경계하면서도 ‘보스’의 숨통을 끊기 위해 집약체를 움직이며 말했다.

“……‘광인’ 진룡?”

“나를 알고 있나 보군.”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남자를 보며 나는 얼굴을 굳혔다.

이번에도 주작홍 길드, 그것도 이번에는 어중간한 헌터가 아니라 상당히 버거운 녀석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주작홍 길드의 SS급 헌터 ‘광인’ 진룡.

그는 회귀 전에도 무척이나 악명이 높은 헌터 중 한 명이었다.

‘중국 베이징 주변의 소도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50%는 전부 진룡의 짓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만큼 그는 업계의 뒤쪽에서는 미친놈 취급을 받고 있었고, 실제로도 미친놈이었다.

“그보다 내 말은 잘 들리나?’

“…….”

“얼굴이 굳어지는 걸 보니 잘 들리나 보군.”

만족스럽다는 듯 키득거리는 진룡의 뒤로 슬쩍 시선을 준다.

푸른 달의 왕은 이미 그림자들에게 죽임을 당한 듯 더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림자는 내 의지대로 보스의 이마에 있는 검은 돌을 빼고 있었다.

유감스럽지만 ‘푸른 달의 왕’에게 얻은 검은 돌을 흡수하지 않은 지금 상태로는 진룡에게 승산이 없었다.

“이거 좋구만? 자동 번역 기능이라니.”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미친놈처럼 입을 여는 진룡.

그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붉은 반지를 슬슬 쳐다봤다.

“그럼, 말이 잘 들리는 것도 확인했고 이제 그만…….”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내 앞에 도달한 진룡이 주먹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내 의지에 따라 그림자가 던진 검은 돌이 내 몸에 닿았다.

“죽어라.”

진룡이 말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고, 그와 동시에 검은 돌이 내 몸 안에 스며드는 것을 끝으로…….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레퍼토리가 한결같냐 이 짱깨 새끼들아……!”

나는 곧바로 각성함으로써 얻은 새로운 스킬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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