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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53화 (53/202)

# 53

나 혼자 10만 대군 053화

15장 사기안(5)

죽일까 말까.

쓰러져 있는 헌터들과 나를 보며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아만을 보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이야 내 무력을 이길 수 없으니 일방적인 피해자로 전락해 있는 것 같지만, 아만 아야토는 원래 ‘가해자’에 가깝다.

조금 전, 이로하의 능력을 빼앗기 위해 이 던전에서 이로하를 죽음으로 위장하려고 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아마 내가 모르는 더러운 일들이 털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올 인물이 바로 아만 아야토고, 아마테라스 길드다.

게다가 미래에서도 아마테라스 길드는 달라지지 않는다.

언제나 힘없는 헌터들을 등쳐먹고, 야쿠자의 뒤를 봐주며 검은돈을 자신의 아가리에 집어넣는다.

한 마디로 여기에서 살려줘 봤자 도움도 되지 않고, 필요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오히려 앙심을 품고 내게 달려들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게다가 이미 아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얻었다.

물론 아만 아야토가 말한 정보가 전부 진실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믿을 수 있을 만한 단서를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규륜.’

회귀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지금의 내게는 낯설지 않은 이름.

아무래도 이 묘하게 뒤틀린 미래는 ‘규륜’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슬쩍 시선을 돌려 조금 전 아만 아야토에게 정보를 얻던 도중 빼앗은 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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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의 검]

등급: ???

-알 수 없는 물질로 만들어진 이 검으로 찌른 상대를 죽일 시, 사용자는 죽인 상대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검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마법진이 필요하며, 강탈의 검을 올바르게 사용했을 경우 검은 파괴됩니다.

사용 횟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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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붉은빛을 띠고 있고 검날 중앙에는 검붉은 빛이 감돌고 있는 보석이 박힌 검.

확실히 시스템 설명을 보고 있으면 이 검은 정말 아만 아야토의 말대로 상대방의 능력을 강탈하는 물건이 맞았다.

그래, 시스템 설명만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검은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검이 아니었다.

그림자를 이용해 검붉은 보석이 박힌 곳을 살짝 내리치자 검붉은 빛을 띠고 있는 보석이 완전히 검게 변하며 내 눈앞에 떠있던 시스템 메시지가 이전과는 다른 시스템 정보를 띄워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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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광기, 마법사의 검]

등급: A

-전사들을 싫어하는 마법사가 좋은 무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전사들을 파멸로 이끌기 위해 제작한 무기입니다.

이 무기는 1회에 한해 ‘시스템 설명’을 바꿀 수 있으며, 시스템 설명을 바꾸어도 검의 효과는 변경되지 않습니다.

이 검에 찔릴 경우, 그 대상은 이지를 잃은 광폭화 상태가 되어 모든 생명력을 소진할 때까지 파괴를 멈추지 않는 광인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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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검은 내가 알고 있던 그 무기가 맞았다.

시스템 설명을 바꿀 수 있는 ‘마법사의 검.’

회귀 전에도 이 무기는 꽤 유명했었다. 아니, 그냥 유명했던 정도가 아니라 유럽의 대형 길드 사이에서 이 검은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 정도로 취급되었다.

회귀 전, 유럽 지역에서 이 마법사의 검이 비밀 경매에 출품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마법사의 검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능력치를 시스템창에 달고 나왔고, 유럽의 대형 길드부터 조금이라도 돈이 많다는 헌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이 검을 얻으려 했다.

마법사의 검은 결국 그런 대형 길드 사이에서 돌고 돌아 경매가가 하늘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 당시 길드 자산을 거의 전부 꼬라박은 한 길드가 낙찰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사건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때부터 마법사의 검을 빼앗기 위한 암투가, 유럽에서 펼쳐졌다.

국제 협회는 어떻게든 서로 검을 얻어보겠다고 치고받는 헌터들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검의 효과에 눈이 돌아간 헌터들은 앞뒤가 없었고, 유럽에는 검의 진정한 실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피로 얼룩진 살육이 끊이지 않았다.

그 후 검의 실체가 밝혀지고 난 뒤 그 검의 시스템 설명을 바꾼 채 경매장에 올렸던 헌터는 시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

분명 그렇게 세상에 나와야 했던 검은, 지금 내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만에게 정보를 들었을 때는 어렴풋이 느껴졌던 것이 지금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미래의 지식으로 과거를 자기의 입맛대로 바꾸려는 녀석이 있다는 걸.

그것도 내게는 안 좋은 쪽으로.

마법사의 검을 쥔 나는 그 상태 그대로 시스템 설명을 끈 뒤 눈앞에 있는 아만 아야토를 바라보았다.

그는 몹시 불안한 표정으로 그림자들이 들고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마치 피해자처럼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녀석을 보니 슬쩍 웃음이 나왔다.

애초에 이런 고민을 했던 자신이 조금 우스워졌다.

그림자들이 일제히 칼을 들어 올렸다.

“큭……!”

아만 아야토는 그림자들이 칼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자리를 피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하나 유감스럽게도 아만 아야토는 몸을 날린 지 얼마 가지 못해 10명의 집약체에 의해 온몸이 구속되었다.

“네 녀석……! 약속이 다르잖아!”

“내가 언제 약속한 적 있어? 내가 말했잖아. ‘질문에 잘 답하면 살아나갈 수 있을지도?’라고.”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아만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내 말을 끝으로 사방을 채우고 있던 그림자들이 주변에 있던 헌터들의 몸에 칼을 찔러 넣는다.

푹! 푸욱! 푹! 푸북!

칼이 살점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피가 튀어 오르고, 온몸이 칼에 찔린 아만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끝으로, 냉각의 아귀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남아 있는 것은 죽은 아마테라스 길드원들과 아직도 침대에 묶인 채 기절해 있는 ‘후카이 이로하’뿐.

앞으로 할 일이 많아질 듯했다.

* * *

“아…….”

반지를 낀 이로하가 묘한 탄성을 지르며 그 붉은 눈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떨리는 붉은 동공으로 이곳저곳을 바라본 그녀는 이내 자신의 왼쪽 검지에 끼워진 반지를 슬쩍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약간 흐른 뒤, 쉴 새 없이 주변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말없이 끅끅거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후카이 이로하를 보며 나는 묘한 어색함에 괜히 주변을 둘러보는 척 시선을 돌렸다.

냉각의 아귀에서 아마테라스 길드가 던전 공략 실패로 사망한 지 3일째.

길드장을 포함한 간부진들이 냉각의 아귀에 들어가서 모조리 죽어버리는 바람에, 현재 아마테라스 길드의 위치는 무척이나 애매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붕 뜬 상태.

그동안 아마테라스의 눈치를 보고 있던 중형 길드와 소형 길드는 이제는 약화된 아마테라스 길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치를 보는 중이었고, 아마테라스의 주 전력이 사망하자마자 그 아래에 붙어 있던 야쿠자들도 거침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아마테라스 길드가 공략에 실패한 ‘냉각의 아귀’는 아마테라스가 더는 던전 공략에 힘을 쏟을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하여, 일본 협회 측에서 그 권한을 오로치 길드에게로 넘겼다.

오로치 길드가 오늘 던전을 공략한다고 했으니 아마 지금쯤 냉각의 아귀를 공략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이걸 제가 받아도 되나요?”

어느새 추태를 보였다는 생각 때문인지 눈물을 닦고 물기 어린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로하에게 나는 말했다.

“네, 후카이 씨는 이제부터 저희 길드원이니까요.”

내 말에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며 검지에 끼워진 반지를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는 후카이 이로하를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만 아야토를 죽이고 난 뒤, 그때부터 나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죽여버린 아마테라스의 길드원들을 모두 옮겨 던전에 서식하는 아귀 떼들에게 던져 준 나는 곧이어서 아마테라스 길드원들이 몬스터에게 살해당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아귀들을 사냥했고, 그 마정석들을 적당히 사방에 뿌려놨다.

거기에 덤으로 피에 절은 헌터의 남겨진 방어구 같은 것들을 여기저기 손상시켜 땅바닥에 뿌려 놓는 것을 끝으로 나는 증거 조작을 끝마쳤고, 후카이 이로하의 경우는 이미 그녀를 던전의 입구까지 옮겨 놓았다.

그렇게 일을 끝마치고 난 뒤 냉각의 아귀에 숨겨져 있는 방에서 아이템까지 얻은 나는, 곧장 던전 밖으로 몰래 빠져나왔다.

그 뒤에는 길드장과 그 간부진의 사망으로 붕 뜬 아마테라스 길드와 그사이에 껴서 함께 붕 떠버린 후카이 이로하를 회유한 결과, 나는 결국 ‘후카이 이로하’를 길드원으로 영입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덤으로 뒤틀렸던 미래도 어느 정도 제자리를 되찾았다.

그 뒤, 나는 후카이 이로하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장 일본에 있는 집을 처리하는 문제부터 시작해, 지금은 약식으로 작성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작성할 계약서의 내용까지.

2~3시간에 걸쳐 이로하와 이야기를 나눈 뒤 그녀는 곧 최대한 빨리 한국에 가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고, 나는 곧 그녀와 헤어진 뒤 공항에 도착했다.

“아저씨! 빨리 와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흔드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몸을 움직였다.

* * *

규륜은 눈앞에 있는 보고서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주작홍 길드에서의 규륜은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반대 세력을 숙청해 다른 경쟁자 없이 완벽한 주작홍 길드의 이인자로 자리매김한 규륜은 최근 중립 세력들까지 끌어들이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덤으로 목소리가 알려 준 미래의 지식을 기반으로 좋은 아이팩트를 얻었고,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륜은 계속해서 삐걱거리는 계획을 보며 골똘히 생각했다.

‘이상해…….’

계획은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다.

분명 일본의 헌터업계에 큰 피해를 주기 위해 목소리에게 들었던 미래의 기억을 토대로 판을 짰지만, 이상하게도 규륜이 원하는 것처럼 일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분명 ‘아마테라스’길드가 전멸하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지만, 그 칼에 찔렸을 그녀는 분명 던전을 클리어하고 그 밖으로 나와 일본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남겨 주어야 했다.

하지만 규륜의 예상과는 다르게 눈으로 본 모든 것을 불태우는 그 헌터는 너무도 멀쩡하게 던전을 빠져나왔다.

혼자서.

물론 일본 헌터계에 타격을 주기는 했다.

일본의 대형 길드 중 하나인 ‘아마테라스’ 길드는 아마 이번 일을 기점으로 해체되거나, 결국 이도저도 아닌 길드로 전락하게 될 테니까.

“어떻게 생각합니까?”

규륜의 물음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생각에는 누군가가 개입한 것 같군.]

“……개입?”

[‘후카이 이로하’가 광폭화되지 않았다는 건 곧 그 칼에 찔리지 않았다는 이야기지. 하지만 후카이 이로하는 아마테라스 길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남는 건…….]

“외부의 개입이라…….”

[적어도 지금 상황으로는 그 정도밖에 유추할 수 없군. 하지만 잊지 마라.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목소리의 말에 규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잊지 마라! 지금부터 5일 뒤 한국에서 김우현이 각성할 수 있는 던전이 생긴다. 그때가 기회다.]

머리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고 고민하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준비는 끝났으니까요.”

규륜은 슬쩍 책상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그 던전이 열리고, 김우현이 그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한국에 가장 큰 혼란에 빠질 때가 될 겁니다. 덤으로 김우현 그 녀석도…….”

규륜은 찢어진 눈가를 슬쩍 뜨며 중얼거렸다.

“아마 그곳에서 살아 나오지 못할 겁니다. 거기에 덤으로 그가 모은 길드원들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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