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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50화 (50/202)

# 50

나 혼자 10만 대군 050화

15장 사기안(2)

SSS급 헌터 ‘태우는 자’ 후카이 이로하.

그녀의 능력은 바로 ‘눈’으로 본 ‘대상’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언뜻 듣기만 하면 무척이나 사기적인 능력 같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능력의 부작용이나 한계점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후카이 이로하’는 능력을 얻은 부작용으로 눈을 뜨고 다니지 못했다.

후카이 이로하가 본 모든 것들은 그녀가 인식하는 순간부터 불에 타기 시작한다.

즉 후카이 이로하는 능력을 개화하는 그 순간부터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였다.

두 번째로 후카이 이로하의 태우는 능력은 미묘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사기인 능력이었지만 그 한계점이 있었다.

그녀의 능력은 괴수들의 등급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먹히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미래에 SSS급 헌터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녀의 능력이 성장형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입수한 어느 아티팩트 덕분에 그녀는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그녀는 나중에 가서 일본에 존재하는 2명의 SSS급 헌터 중 한 명이 된다.

그리고 미래에는 내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되기도 했고.

“와, 그래서 한국에서 직접 저를 영입하러 왔다고요?”

신주쿠역 근처에 있는 요요기 공원. 그곳에서 나는 오랜만에 ‘후카이 이로하’를 볼 수 있었다.

검은 장발, 전체적으로 미인형 얼굴이었지만 두 눈동자는 눈꺼풀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렇죠.”

“저도 알기는 해요. 얼마 전에 뉴스에서 방송하는 걸 들었거든요.”

이로하는 무엇인가 생각한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듣기로는 수천 마리 괴수가 내려오는 걸 단신으로 막았다고 하던데, 그거 진짜예요? 과대포장 아니고?”

“네, 진짜예요.”

“와! 근데 당신이 진짜 그 김우현이라고요? 하이브 사태를 막은 한국의 헌터? 근데 한국인인데도 일본어를 잘하시네요? 일본어 배웠어요?”

“이건 뭐, 언어를 번역해주는 아티팩트를 차고 있어서요.”

“그런 것도 있어요?”

“네 있습니다.”

내 말을 듣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표정.

“음, 영입제의는 고맙지만 거절하도록 할게요. 뭐, 아마 알고 오신 것 같지만 저는 이미 소속된 길드가 있거든요. 혹시 아마테라스라고 아시려나?”

하지만 그녀는 담담하게 내 영입제의를 거절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아는 게 아니라 아주 자세히 알고 있었다.

특히 아마테라스가 얼마나 쓰레기 길드인지에 대해서는 지금의 이로하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회귀 전 후카이 이로하는 술만 먹으면 내게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아마테라스 길드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대해 항상 열변을 토했으니까.

“제가 거기 소속이거든요. 그래서 아쉽긴 하지만 그 영입 제안은 거절하도록 할게요.”

“음, 제가 듣기로는 능력에 비해 그쪽에서 그다지 좋은 대우를 못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회귀 전에 이로하 본인에게 들었던 것을 기반으로 그녀에게 운을 뗐다.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들은 건가요?”

그녀의 얼굴이 슬쩍 굳어졌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뭐, 제 나름대로 방법이 있어서요.”

내 말에 일순 그녀는 무언가를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뭐, 맞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아마테라스 길드를 떠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녀의 단호한 말에, 나는 곧장 물어봤다.

“그 능력 때문에요?”

“……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당신이 아마테라스 길드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해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당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서서히 굳어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내 예감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회귀 전에 이로하와 친해졌을 때쯤, 그녀의 과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있었다.

19살의 나이로 헌터가 되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20살 때 능력을 개화하게 된 일, 던전을 도는 도중 갑작스레 능력 개화가 일어나 동료 헌터를 죽일 뻔했던 이야기도 들었다.

그 뒤 개화한 자신의 능력이 두려워 눈을 감았던 일부터 시작해, 아마테라스 길드의 길드장 ‘아만 아야토’가 그녀의 능력을 억제해주는 것을 대가로 아마테라스 길드에 한동안 묶여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내 쪽을 봤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걸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그 뒤, 그녀는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꼭 그 이유 때문만도 아니고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나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 *

“이건 또 무슨 개판이야?”

“아, 형님 오셨어요?”

“아저씨! 이거 먹어 봐봐요! 진짜 맛있어!”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하리남과 내게 음식을 권하는 김서윤.

이은별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눈앞의 광경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을 닫았다.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는 빈 캔과 봉투들, 몇몇 음식은 다 먹지도 않은 채 플라스틱에 방치되어 있었다.

“분명 나가기 전만 해도 깨끗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완전 개판 5분 전이 따로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김서윤 너는 왜 여기에 와서 이러고 있어?”

애초에 여자방 남자 방 구분해서 호실을 따로 잡았는데.

“은별이 언니는 피곤해서 바로 자고, 혼자서 먹기에는 심심하니까 왔는데요?”

편의점에서 산 냉동 스파게티를 먹으며 김서윤은 내게 다른 인스턴트 식품을 들이밀며 입안에 있는 면을 씹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보다 아저씨도 이거 한 번 먹어봐요! 완전 존맛인데!?”

“……난 됐다. 네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제대로 치우고 가라. 그리고 TV는 또 왜 켜놨어?”

거대한 한국산 TV에서는 한참 일본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냥 일본 방송은 뭐하나 해서 틀어봤는데, 별거 없더라고요.”

뭐, 대충 알만했다.

그냥 하리남이랑만 있으려니 적적해서 틀어놓은 거겠지.

-내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아마테라스 길드가 한노 쪽에 열린 S급 일반 던전 ‘냉각의 아귀’를 공략하러 들어갈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아마테라스 길드가 인력…….

언어를 번역하는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내게는 똑똑히 들리는 TV 소리에 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S급 던전 ‘냉각의 아귀’는 원래라면 아마테라스 길드가 아니라 한노 쪽에 위치한 대형 길드 중 하나인 오로치 길드가 클리어해야 하는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로치 길드장인 ‘아사토라 카가시’는 S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얻은 보상으로 ‘빙정’이라는 이명을 얻게 되기도 한다.

그냥 단순히 회귀 전과 다르게 바뀐 건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뭔가가 이상했다.

기본적으로 일반 던전은 먼저 발견한 길드가 그 던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근데 ‘한노’ 지역에 위치한 오로치보다, 아마테라스 길드가 더 빠르게 S급 던전을 발견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애초에 아마테라스 길드가 ‘냉각의 아귀’에 관련된 점이 있었나?

회귀 전의 지금은 어차피 내가 능력을 각성할 때가 아니라 딱히 정확한 정보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위화감이 들었다.

뭔가가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리남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흡입하고 있는 김서윤을 적당히 타박하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앉아 생각을 이어나갔고, 이내 결론을 내렸다.

“……내일 한번 가볼까.”

일반 던전 ‘냉각의 아귀’는 다른 일반 던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스 말고도 ‘비밀의 방’에 있는 아이템을 얻어야만 냉각의 아귀가 클리어된다.

그리고 내가 원래 노리고 있던 것도 그 비밀의 방 안에 있는 아이템이었기에, 원래는 던전 클리어가 끝난 이후 사람들의 시선이 뜸해진 틈을 타 아이템을 가지고 나오려 했다.

하지만 회귀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번 확인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던 침대에 등을 기대었다.

역시 푹신한 침대는 좋았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던 나는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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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억제의 반지]

-옛날, 천의 재능을 가진 왕은 자신의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이 반지를 만들었습니다. 이 반지를 착용하면 SS급 이하의 능력은 모두 반지에 의해 무효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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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무덤에서 얻은 아티팩트 중 하나.

물론 그녀의 능력을 성장시켜주는 물건이 아닌, 그냥 능력 자체를 봉인하는 아티팩트였지만, 지금의 그녀는 이거라도 무척 감사하겠지.

아티팩트와 함께 고풍스러운 벽지가 도배되어 있는 천장을 보고 있자니 아까 후카이 이로하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로하의 능력을 억제할 수 있는 아티팩트.

“능력 개화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심한 것 같은데…….”

성품이 온순한 그녀로선 처음 능력 개화를 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1년 동안 함께했던 길드원을 죽일 뻔했던 기억은 확실히 트라우마가 될 만했다.

그 대화 이후 내 나름대로 그녀에게 제안하려 했지만, 그녀는 그 뒤 갑작스레 트라우마가 생각났는지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는 어느 정도 남은 시간이 있었다.

나는 들고 있던 반지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눈을 감았다.

* * *

그다음 날.

고성처럼 꾸며져 있는 아마테라스 길드의 건물에 마련되어 있는 개인 방에서, 후카이 이로하는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 남자는 도대체 뭘까.’

항상 복잡한 마음이 들 때면 찾아가는 공원에서 만난 남자. 그는 자신을 ‘김우현’이라고 소개했다.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혼자서 하이브 사태를 막아낸 한국의 영웅이라는 소리부터 시작해, 그가 영입하는 헌터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영입된 이후에 미친 포텐을 터뜨린다는 소리까지.

2년 전, 능력 개화를 이루고 나서 시력을 거의 잃다시피 한 이로하가 듣는 라디오에서는 그런 김우현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라디오로만 들었던 그 남자가, 찾아왔다.

하지만 곧 그 남자와는 얼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이내 그녀는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와 이야기하던 중 생각난 과거의 트라우마.

문득 처음 능력을 개화했을 때를 떠올렸다.

1년 동안 같이 합을 맞췄던 아마테라스 소속의 헌터들과 언제나처럼 던전을 돌고 있었을 때 급작스럽게 능력의 개화는 시작되었다.

갑자기 눈이 밝게 점멸하는 듯하더니 그때부터 이 저주와도 같은 능력은 내 눈에 똬리를 틀었다.

보이는 것을 태우는 능력.

그녀는 그 능력으로 자신의 동료들을 죽일 뻔했다.

비명을 지르는 동료들의 모습과 어쩔 줄 모른 채 그들에게 시선을 주었던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동료들의 비명도, 살이 타들어 가는 그 모습도, 그 냄새까지도 뇌 한쪽에 틀어박혀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렇게 그녀가 과거의 기억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쯤, 그녀가 앉아 있던 곳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후카이, 가자.”

“네.”

남자가 하는 말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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