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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47화 (4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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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 047화

14장 S급 괴수의 이변(1)

북한에 출현하는 S급 괴수.

“끄에에에에엑!”

괴수들의 괴성.

하지만 그 괴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콰직! 콱! 빠드득!

그림자들이 달려들어 발톱을 휘두르고 있는 B급 괴수의 머리를 도깨비방망이로 짓이긴다.

그림자 한 명이 휘두르는 도깨비방망이는 괴수에게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못했지만, 그 그림자가 한 명이 아니라 수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순식간에 내려꽂히는 도깨비방망이에 괴수는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머리가 깨져 버린다.

동화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몰려 있는 괴수를 상대하며 시선을 돌리자, 오른편에는 김서윤이 절권도의 기본자세를 잡으며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괴수를 마주 보고 있었다.

왼손은 골반에, 오른손은 가슴께에 자리 잡고 있고, 양발은 리듬을 타듯 경쾌하게 풋워크를 밟고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B급 괴수를 바라보고 있던 김서윤은, 괴수가 자신의 앞에 도달한 그 순간, 골반에 있던 왼손을 채찍처럼 올려쳤다.

쩌-엉!

마치 ‘종’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머리에 뼈를 두르고 있던 괴수의 머리가 수박 깨지듯 터져버리고, 김서윤의 신영이 한순간 뒤로 이동한다.

그와 동시에 괴수들이 몰려 있던 곳에 바위만 한 유성이 떨어진다.

귀가 멍하게 울리고 흙먼지가 걷힌 뒤, 유성에 짓이겨져 잔인하게 변해 있는 괴수의 시체가 보인다.

괴수에게 유성을 떨어뜨린 장본인인 이은별은 생각보다 안정적인 모습으로 푸른 오오라를 거둬들였다.

그렇게 이은별이 죽인 괴수를 끝으로, 이 근처에 살아 있는 괴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림자들이 괴수의 내부를 헤집어 마정석을 꺼내는 동안 김서윤과 이은별이 내게 다가왔다.

“드디어 끝났다!”

북한 백원역 근처에 있는 길가. 제대로 된 도로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이곳에서 우리는 안정적으로 10번째 괴수 토벌을 끝마쳤다.

기쁘다는 듯 크게 외친 김서윤이 능력을 해제하고 그림자에게 헤집어지는 괴수를 바라보았고, 이은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괴수들이…… 오히려 처음 왔을 때보다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데요? 헌터들이 계속 괴수들을 처리하고 있는데도…….”

이은별은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뭐, 확실히…… 헌터들이 괴수가 보이는 족족 토벌해도 쉽게 줄어들지를 않네.”

확실히 인력이 부족했다.

지금도 하이브 사태 때 처리하지 못한 괴수들이 북한을 돌아다닌다.

거기에 더해서 꾸준하게 벌어지는 ‘이변’ 현상.

거기에 덤으로 하이브 사태로 인해 제때 처리하지 못한 개방형 던전에서는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

협회에서 파견 나온 헌터들은 일반 던전을 막는 데에 거의 모든 인력이 투입되고 있고, 괴수들을 처리하는 것은 지원 나온 헌터들의 몫이었다.

물론 북한으로 지원을 온 헌터들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다.

다만 능력이 출중한 헌터들은 북한에 지원을 오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길드의 입장에서도 고급 인력을 북한에서 돌리는 것보다는 자국에 출현하는 A급 이상의 일반 던전에 투입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을 테니 당연한 선택이긴 했다.

게다가 길드 입장에서는 어찌 됐든 ‘북한’을 지원했다는 기록만 있으면 되니까.

“아저씨 그보다 저 쩔지 않아요?”

“뭐가?”

“아까 그거요! 절권도에서 배운 잽인데 이제 제대로 기술 배운 뒤로는 확실히 힘을 별로 안 들이고도 파괴력이 강해진다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 괴수의 머리를 터뜨렸던 자세를 보이며 주먹을 휘두르는 김서윤의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김서윤이 휘두른 그 펀치는 굉장히 위력적이었다.

머리에 뼈를 두르고 있는 B급 괴수의 머리를 한 번에 터뜨릴 정도라면,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은별이 너는 괜찮아?”

내 물음에 이은별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네, 이제 이 정도로 마력 탈진이 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러면 다행이고.”

그동안 수련만 줄곧 해오던 이은별은 이번에 이곳으로 따라와 괴수를 상대하며 능력 컨트롤 부분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비포장도로를 지나 백원역으로 돌아온 일행은 기다리고 있던 협회의 차를 탄 뒤,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길드장님, 길드장님은 안 내려가실 건가요?”

“아, 맞다. 아저씨! 오늘 안 내려갈 거예요?”

“뭐, 나는 1주일 정도 더 있으려고.”

“헐, 1주일 동안이나 더?”

김서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브 사태가 끝난 지 1달째가 되던 날.

우리 길드는 북한 복원을 지원하기 위한 명목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물론 내 진짜 목적은 북한에 나오는 S급 괴수를 혼자 독식하는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S급 괴수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여기 1주일만 있어도 끔찍했는데…….”

김서윤이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각자의 수련을 명목으로 1주일 동안만 나와 함께 북한으로 왔던 이은별과 김서윤은 지난 1주일의 생활을 생각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확실히 북한은 거의 반 재난 상황인 데다가 묵을 수 있는 곳도 국제 협회에서 지원해준 헌터 하우스밖에 없었다.

컨테이너로 만든 집과 비슷한 개념인 그 헌터 하우스는 확실히 그냥 일반 컨테이너 박스와는 질이 달랐지만, 그렇다고 해도 진짜 집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집 가면 뜨거운 온수 맞으면서 30분 동안 서 있고 싶다.”

“…….”

김서윤이 생각만 해도 좋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 옆의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길드장 버리고 가는 게 그렇게 좋냐?”

“그럼 아저씨도 가면 되죠! 솔직히 저도 북한이 당장 어려운 상황이라 딱하기는 한데…… 그래도 여기서 계속 지내면서 봉사하기에는 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마음만 같아서는 나도 그냥 가버리고 싶지만, S급 괴수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좋은 기회는 없었으니까.

* * *

그날 밤.

김서윤과 이은별은 오늘을 기점으로 1주일마다 정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버스를 타고 남한으로 내려갔다.

김서윤 같은 경우는 버스가 오자마자 짧은 인사와 함께 버스로 달려가 버렸고, 이은별의 경우는 불편해도 오히려 이곳에 조금 더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이곳에서의 불편한 생활과 한국에 있는 자신의 동생이 걸리는 것 같았다.

“저기, 김우현 헌터?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네?”

맛도 없는 전투 식량을 먹고 어떻게 시간을 때우는 게 좋을까 생각하던 도중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얼마 전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던 한국 지부 협회 소속의 ‘이시영’이 있었고, 그의 뒤에는 왠지 머뭇거리고 있는 여자 한 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이시영을 바라보자 그는 매우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이 녀석이 김우현 헌터에게 사인을 받고 싶다고…… 한 번 물어봐 달라고 해서…….”

슬쩍 말꼬리를 흐리며 눈치를 보는 이시영.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뭐 사인해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 서 있던 여자 헌터에게 사인을 해줬고, 그녀는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 뒤 이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나와 함께 셀카까지 찍고는,

“와! 정말 감사합니다!”

무척이나 큰 목소리로 마지막 감사 인사를 남긴 뒤, 저쪽으로 뛰어가 버렸다.

꺄악꺄악 소리치는 그 여성 헌터의 모습을 내가 멍하니 보고 있자 이시영이 서둘러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지만, 나는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그와 가볍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작스레 생각났다는 듯 이시영이 입을 열었다.

“제가 신경 쓰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혹시 김우현 헌터는 헌터 등급 갱신을 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헌터 등급 갱신? 아, 그러고 보니…….”

“네, 뭐 사실 김우현 헌터의 등급이 S급을 넘어선 건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정작 김우현 헌터는 튜토리얼 던전을 클리어한 뒤로 등급 갱신은 안 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시영은 그렇게 말하더니 슬쩍 떠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뭐, 거창하게 이유라고 할 것까지는 없는데.”

그냥 단순하게 잊어버렸다.

원래 시스템에서 책정된 등급을 정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협회를 통해 시스템이 책정한 등급을 확인받아야 했다.

등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헌터로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많아지지만, 나에게는 사실 그런 혜택이야 있든 없든 별 상관이 없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른 헌터들이야 등급이 오르면 조금이라도 자기 몸값을 올리겠다고 협회로 달려가 바로바로 갱신한다지만, 딱히 나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뭐, 그럼 북한 지원이 끝난 뒤에 한 번 갱신하러 가야겠네요.”

뭐 받을 수 있는 이득이 조금이라고 해도 안 받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겸사겸사 강형찬 부장에게 인사도 할 겸 한 번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던 이시영이 이내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

“그 ‘씨커’ 길드 소속 헌터들은 지금 전부 등급 갱신이 안 돼서 전부 D급 헌터로 되어 있으니, 등급 갱신을 하러 오실 때 길드원들도 같이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나는 이시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이시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시영은 호출을 받고 먼저 자리를 뜨고, 나도 슬슬 시간에 맞춰 S급 괴수가 나오는 곳으로 이동하려던 때였다.

“형님,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응?”

멀리에서 걸어오던 하리남이 내게 말을 걸었다.

하리남은 오늘 떠난 김서윤, 이은별과는 다르게 아직 능력을 개화하지 않아 협회 쪽 인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히 이럴 때 보면 강형찬 부장과 처음 그 거래를 했던 것은 참 좋은 선택이었다.

내 길드는 소수 정예를 목표로 해서 아직 능력 개화를 하지 않은 헌터들을 적절하게 훈련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었으니까.

“협회 사람들 하고는 잘 맞아?”

“네, 오히려 왠지 좀…… 저랑 친해지려고 노력하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친해지려고 한다고?”

“네, 뭐…… 같이 행동하는 헌터들은 상관없는데 요즘 들어서 협회 측의 A급 헌터나 B급 헌터들이 은근히 챙겨주더라고요. 은근히 길드 이야기를 꺼내면서요.”

하리남은 그렇게 말하며 약간 어색한 듯이 머리를 긁적였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너를 통해서 어떻게든 선 한 번 대보려는 건가?”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D급 헌터인데…….”

왠지 풀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하리남.

나는 그를 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마 조만간 너도 능력 개화를 할 때가 올 테니까.”

“네? 진짜요!?”

순간 팍! 하고 들리는 하리남의 얼굴에 나는 슬쩍 당황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니, 뭐…… 그걸 내가 알 방법은 없긴 한데…… 그냥 감으로?”

내 말에 묘하게 쭈글쭈글해지는 얼굴을 보니 살며시 웃음이 나왔다.

“형님, 저는 심각하다니까요?”

묘하게 불퉁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하리남.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

어차피 너는 될 놈이니까.

뭐, 지금이야 당연히 불안하겠지만 하리남은 될 놈이다.

이미 미래를 본 내 처지에서 지금 하는 하리남의 걱정은 하등 쓸데없는 걱정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뒤로 결국 나는 S급 괴수가 출연하기 직전까지 하리남을 위로해주고 나서야 S급 괴수가 출현하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S급 괴수가 출현하는 위치는 희안역 옆의 대동강이었다.

출현시간은 밤 11시.

“오늘도 안 나오나?”

스마트폰의 시계를 바라보자 이제 11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는 숫자.

오늘로 정확히 7일간 이곳에 들렀지만 역시 S급 괴수가 출현할만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1달 동안 꼭 여기서 죽치고 있어야 했나.”

아니, 아예 S급 괴수가 안 나오는 거 아냐?

물론 내가 적어 놓았던 미래에 발생할 사건들 중 시기가 빠르게 일어난 적은 있었지만, 아예 일어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뭐, 어떻게 생각해봐도 결국 결론은 그냥 북한에서 1달 동안 죽치고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었다. S급 괴수를 독식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 보았지만 오늘도 별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려 하우스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

“……!”

바람이 바뀌었다.

물론 종종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지금 부는 바람은 조금 달랐다.

수시로 바람의 세기가 바뀌고, 사방의 바람이 마구잡이로 몰아치며 시들기 시작하는 나뭇잎을 사방으로 퍼뜨린다.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빠직, 하고 마치 유리가 깨지듯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건……!”

‘이변’의 징조였다.

게다가 허공에 일어난 이변의 징조를 보니, 어중간한 놈이 아닌 거대한 괴수가 빠져나오는 듯했다.

거대한 이변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드디어 온 것이다. 내가 기다리던 S급 괴수가……!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웃지 못했다.

“아니 왜 저게 저기에……!”

왜냐하면, 그 ‘이변’의 징조는 내가 원래 알고 있던 대동강 옆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협회와 길드의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에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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