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46화 (46/202)

# 46

나 혼자 10만 대군 046화

13장 하이브 사태가 끝난 뒤(2)

북한은 멸망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멸망하지는 않았다.

다만 하이브 사태로 인해 평양이 몰락하며 북한의 수뇌부 들은 거의 대부분 유명을 달리했고, 그로 인해 현재 북한은 국가로서 유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그 안은 개판이었다.

하이브 사태가 일어나 수뇌부가 무너지자마자 군대는 동요했고, 이때다 싶어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일어난 지방의 지휘관들.

반대로 수뇌부가 무너지자마자 자신의 안위를 찾기 위해 도망친 군인과 고위 장성들.

설상가상으로 하이브 사태 때 전국에 퍼진 괴수들은 아직도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지난날 북한의 던전을 클리어해온 국가 소속의 헌터들까지 사라짐으로써 개방형 던전은 몬스터 웨이브가 터져 오히려 몬스터들이 불어나고 있는 상황.

마찬가지로 평양에 위치한 북한의 헌터협회도 하이브 사태와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는 지금도 그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중,러 북한 대책 위원회, 설립]

[북 수뇌부 사실상 전멸로 인해 무정부 상태]

[3국, 북한 복구작업을 두고 서로 떠넘기기만]

[중.러 ‘북한’ 원래는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이 좀 더 힘써야 하는 것 아니냐]

[3국 대책 위원회, 그 아래 ‘대형 길드’들의 은밀한 알박기]

[국제 협회, 북한 지부 재설립, 급한 대로 헌터들을 모아 괴수를 처리할 것]

하이브 사태가 끝난 지도 어느덧 1주하고도 4일째.

시민들의 최근 관심은 온통 북한의 하이브 이슈로 가득했다.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뉴스는 바로 이번 북한 복구를 위해 열린 ‘한, 중, 러의 북한 대책 위원회’였다.

3일 전, 북한 복구를 주제로 열린 위원회는 분명 3일 전부터 위원회의 시작을 알렸지만, 지금까지 제자리를 맴도는 중이었다.

-모띠모디: 캬, 이 새끼들은 무슨 3일이 지났는데 아무런 제안 하나도 안 나온 거 실화야? ㅋㅋㅋㅋㅋㅋ 무슨 일본 정부 보는 것 같네 ㅋㅋㅋㅋ

-어헐리아: 얘들 지금 위원회 대책 자금으로 전부 어떻게 비리 저질러 볼까 생각하는 거 아니냐?

-세금탈세각: 오지게 잘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함?

└내가바로닝겐이다: 너어는, 너무 시각이 삐뚫어져 있는 거로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정부의 행동에 따라 보이는 시민들의 조롱과 야유 가득한 댓글.

국제 협회에서는 어떻게든 북한 협회 지부를 일으키기 위해 북한에 흩어져 있는 협회 소속 헌터들을 모으고, 다른 지부에는 지원을 요청했다.

대형 길드들은 이때를 노려 국제 협회가 주관하는 북협 살리기 대책위원회에 끼어 들어가 어떻게든 봉쇄 국가였던 북한에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정부의 탁상공론.

거기에 더해 대형 길드들의 자리 싸움.

위쪽이나 아래쪽이나 서로 진흙탕 싸움을 열심히 진행 중이었다.

분명 하이브 사태는 한 달이나 일찍 일어나고, 일찍 끝났지만 결국 정부와 길드가 하는 짓들은 회귀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길드장님!”

“응?”

노트북을 보고 있다가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휴게실 문을 열고 나를 부르는 이은별이 눈에 들어왔다.

덤으로 그 뒤에 서 있는 김서윤도.

“이제 슬슬 가야 해요.”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아저씨 신경 좀 써요! 이거 국가에서 주는 표창장이거든요.”

김서윤이 묘하게 힐난하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애들아, 표창식은 3시부터거든?”

지금 시간은 12시 40분이다.

그럼에도 김서윤과 이은별은 무척이나 굳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가서 미리 연습해야죠! 이거 공중파에도 뜬다는데!”

“…….”

하이브 사태가 끝나고 난 뒤, 그 하이브 사태에서 공을 세운 헌터들 몇 명을 뽑아 상장을 수여한다는 공문이 왔다.

이상하게 우리 길드는 대표격으로 한 명이 뽑힌 게 아니라 전부 다 수상자로 나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무려 공중파에서 실시간 생방송까지 되는 표창식.

“서윤이 너는 TV에 나오기 싫다면서?”

“그거랑 이건 다르죠! 이건 상 받는 김에 공중파에 출연하는 거잖아요?”

그 이후로 김서윤과 이은별의 묘한 눈빛을 받은 나는 결국 그녀들과 함께 2시간이나 빠르게 표창식이 진행되는 헌터협회로 이동했다.

그리고 거기서 예행연습은 개뿔, 우리는 그곳에서 2시간 동안 기다리다 표창식에 참여했다.

찌지직! 찍!

“어…… 어?”

“헉…….”

표창장을 받는 주체가 확실해야 한다며, ‘탐식’의 능력을 사용해 달라는 PD의 요청에 따라 능력을 사용한 채 국방부 장관이 주던 표창장을 받은 김서윤.

“…….”

그녀는 국방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때 그만 표창장을 찢어버렸다.

정확히 두 쪽으로.

“아니, 이게 그러니까…….’

“흠……!”

덤으로 표창장을 찢어버린 그 자리에서 굳은 채 말을 더듬은 김서윤과 그 앞에서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으로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국방부 장관의 모습이 공중파를 타고 시민들에게 송출됐다.

그로부터 3일 뒤.

“이게 뭐야아아아아!!!!!”

“푸하하하하핫!”

“끅…… 끕…….”

김서윤은 합성된 자신의 움짤이 X이버 메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움짤은 국방부 장관이 준 표창장을 김서윤이 웃는 얼굴로 받다가 찢어버린 장면이었는데, 시민들이 합성해 놓은 움짤은 정갈한 옷을 입고 있던 김서윤이 마치 삼류 양아치 같은 옷을 입은 상태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아래 달린 댓글이 더 가관이었다.

BEST TOP 1!

-국방아뒤지고싶냐: ‘김서윤’ 뒤지기 전에 돈으로 바꿔 와라. 니 몸도 이렇게 찢어버리기 전에!

“끄하하하핫!”

베스트 댓글을 보고 그대로 몸을 무너뜨린 하리남과 소리 없이 끅끅거리는 이은별, 그리고 웃음을 참기 힘들어 꾹 참고 있는 내 앞으로, 김서윤이 갑작스레 능력을 발동했다.

“으아아아아아! 이거 만든 새끼, 죽여버릴 거야아아아아아!!!!!”

……결국 그날, 나는 김서윤을 달래기 위해 꽤 많은 돈을 썼다.

* * *

[나는 말했다. 네가 후회하게 될 거라고.]

주작홍의 건물 최상층 바로 아래에 있는 집무실.

규륜은 결국 자신을 위협하는 반대 세력을 모두 처리하고 명실상부한 주작홍의 2인자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유감이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얻을 건 전부 얻었으니까요.”

규륜의 대답에 목소리는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지만, 약간 시간이 지난 뒤 목소리가 다시 규륜의 머릿속에 울렸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글쎄요. 이미 북한에서 연구한 거로 필요한 ‘괴수’ 샘플은 전부 얻었고, 이제 앞으로 일어날 ‘괴수 웨이브’에 관한 일들은 적당히 반대 세력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예정이니까…….”

규륜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남은 건 다른 초대형 길드를 차례대로 무너뜨리는 것뿐이군요.”

[네 생각대로 초대형 길드들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것 같나?]

목소리의 말을 들은 규륜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도와주셔야죠.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기억’으로요. 물론, 저도 도움만 받을 생각은 없어요.”

규륜은 그렇게 말하고 책상 위에 있는 서류 뭉치를 바라보다. 그는 곧 그 서류 뭉치 제일 위에 있는 문서 한 장을 집어 들었다.

한국의 헌터 ‘그림자 왕’ 김우현의 서류다.

“당신이 말한 이 헌터도, 조만간 정리할 생각입니다. 당신도 좋고, 또 저도 좋기 위해서요.”

[너도 보지 않았나? 이미 그 녀석은 날개를 펼쳤다.]

머릿속에 들리는 말에 규륜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여우같이 째진 눈이 가늘게 휘어지며 규륜은 입을 열었다.

“뭐, 확실히 당신의 말은 맞습니다. 그는 이미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죠. 실제로는 이름을 떨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에요.”

규륜은 들고 있던 문서를 책상에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그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내 키득키득 웃기 시작한 규륜.

“상대가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으로 적을 찍어 누른다면, 그 숫자조차 통하지 않는 더 큰 힘으로 밟아주면 그만입니다.”

* * *

[국제 헌터 협회, 당장 내일부터 헌터들 투입해 괴수 처리.]

[한중러, 북한 대책위원회 극적 타결! ‘위험에 노출된 북한 주민 두고 볼 수 없다.]

“두고 볼 수 없기는 개뿔이나. 그냥 국제 협회가 북한을 안정화시키기 전에 먼저 들어가서 자리나 잡으려고 하는 거겠지.”

그로부터 5일 뒤 떠 있는 뉴스를 보며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결국 하이브 사태의 대책은 회귀 전과 똑같은 결말이었다.

조금 다른 건 하이브 사태가 길게 이어지지 않아 그나마 회귀 전보다는 북한의 상태가 멀쩡하다는 것 정도일까?

“이제 이다음에 일어날 일은, 북한 쪽에서 나타나는 S급 괴수인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써놓은 텍스트 파일을 본다.

이다음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바로 북한에 나타나는 S급 괴수.

사실 이것도 지금에 와서는 좀 불안정했다.

회귀 전, S급 괴수는 하이브 사태가 끝나고 1달 뒤에 북한에서 출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애매해.”

애매하다.

이번에도 괴수 남하 사건 때랑 비슷하게, 하이브 사태는 내가 아는 것과 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출현하는 S급 괴수를 그냥 넘기기에는 아깝다. S급 괴수는 ‘그림자 영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니까.

게다가 ‘그림자 영체’를 활용하려면 S급 괴수의 마정석이 필요한데, 북한 이후에 나오는 S급 괴수는 후반으로 가지 않는 이상 혼자서 독식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북한에 나오는 S급 괴수는 S급 괴수 중에서도 하위개체이기 때문에 잡기도 쉽다.

“역시 포기하기는 아깝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S급 괴수라 쓰여 있는 텍스트의 글자를 누르고 지우고를 반복하던 나는 이내 스크롤을 내렸다.

스크롤을 내리자 연표처럼 정리해 놨던 글자들이 사라지고, 이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세 보면 거의 50명은 넘을 것 같은 이름.

이것은 바로 최소 3년 뒤의 미래에 등장하는 SSS급 헌터들의 이름이었다.

지금이야 SSS급 헌터가 전 세계에 고작 20명뿐이지만, 시간이 지나 세계 멸망의 카운터가 점점 다가올수록 SSS급 헌터들은 계속해서 늘어난다.

마치 난세에 많은 영웅이 나타나는 것처럼, 세계 멸망이 가까워짐에 따라 많은 SSS급 헌터들이 나타난다.

모니터를 보며 그때 당시에 생각났던 SSS급 헌터들의 특이사항을 확인한다.

아무래도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 낸 자료이다 보니 세세하게 정리된 자료도 있지만, 그냥 이름과 능력 정도만 쓰여 있는 헌터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S급 괴수를 잡은 뒤, 내가 헌터 영입을 위해 나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그곳은 바로 일본.

일본에 SSS급 헌터가 될 인재는 2명. 한 명은 이미 헌터업계에 나와 중형 길드의 길드장을 맡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 헌터를 유혹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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