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
나 혼자 10만 대군 045화
13장 하이브 사태가 끝난 뒤(1)
이름 하나가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아니, 한국뿐만이 아니라 북한을 국경에 두고 하이브 사태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겪은 국가 중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대한민국의 헌터 그림자 왕 김우현.
하이브 사태가 끝난 지 5일째.
‘동화’를 오랫동안 사용한 부작용으로 거의 5일간 집에서 요양을 취하던 나는 인터넷으로는 느껴지지 않던 유명세를 길드 사무소에 와서야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이게…… 뭐야?”
길드 사무소 3층.
분명 인테리어도 하지 않아 김서윤이 억지로 끌고 올라왔을 때를 빼고는 한 번도 올라오지 않은 이곳에는 엄청난 양의 상자들이 3층을 꽉 채우고 있었다.
“뭐긴 뭐예요. 아저씨한테 온 선물이죠.”
왠지 묘하게 부럽다는 듯 입을 여는 김서윤.
“진짜?”
“그럼 제가 거짓말할까요?”
“뭐, 그렇기는 한데…….”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3층의 문이 열리며 손에 꽤 커다란 상자를 든 하리남이 들어왔다.
“형님, 이것도 받아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이건 뭐야?”
“팬레터요.”
“……팬레터?”
하리남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큰 상자를 그대로 내려놨고, 곧 나는 그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엄청난 양의 편지를 보았다.
하나하나 일일이 꺼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양에 슬쩍 기가 질렸다.
“이게 전부 나한테 온 거라고?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이거 하이브 사태가 끝나고 나서부터 온 거지?”
“음, 그렇죠?”
하리남의 말에 나는 멍하니 팬레터와 선물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갑자기……?”
“아저씨,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지?”
“응?”
“형님 지금 한국에서 완전 영웅 취급인 거 몰라요?”
“아니, 뭐…… 누워 있는 동안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긴 해서 대충 분위기는 알고 있는데.”
확실히 이렇게 확 와닿지는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싶지만, 애초에 나는 하이브 사태를 해결하기 이전에도 이미 유명인이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다량의 선물이 온 적은 없었다.
왜 이렇게 시민들의 반응이 격하지?
시민들이 어느 정도 자극적인 이슈를 원하기 때문에 헌터업계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회귀 전에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결국 시민들의 입장에서 ‘헌터’들의 이야기는 결국 재미있는 이슈에 불과했다.
물론 최근에는 뒤숭숭한 일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지 슬슬 회귀 전처럼 헌터들을 ‘흥밋거리’보다 본질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기는 했지만, 뭐 그래도 아직 헌터업계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그 정도였다.
“이것 말고도 더 있어요. 윤원 씨한테 가보면 아마 형님 머리 터져버릴 것 같은데요?”
“왜?”
“결재할 서류……? 가 아니라 뭐 여기저기에서 온 게 엄청나게 많거든요. ……솔직히 보면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요.”
“그 정도야?”
“아 맞아 아저씨! 나 무슨 TV 출현하라는데, 그런 건 다 빼주면 안 돼? 나 그런 거 싫은데.”
“TV 출연?”
“아, 그건…… 음,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윤원이가 서류 정리 중이니까 차근차근 들으시는 게 훨씬 더 이해가 빠를 것 같은데요?”
“그건 알겠어……. 아, 그보다 은별이는? 퇴원한다고 하지 않았나?”
“아, 아마 오늘 퇴원했을걸요. 오늘 오후쯤에 오지 않을까요?”
김서윤의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처음 능력을 개화했을 때와는 다르게 그 일대를 전부 쓸어버릴 만큼 굉장한 유성우를 떨어뜨렸으니, 이은별이 마력탈진 현상에 걸리는 것도 이해는 갔다.
솔직히 처음 유성우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봤을 때는 나도 깜짝 놀랐을 정도니까.
분명 내가 이은별에게 원했던 지원은 그냥 A급 괴수가 몰려왔을 때 거인이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틈을 만들어주는 것 정도였는데, 이은별은 단 한 번의 능력 사용으로 일대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물론 그 후유증으로 마력탈진 현상을 겪었지만, 이은별이 보여준 그야말로 엄청난 파괴력은 쉽사리 기억에서 잊히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이은별의 마력 컨트롤이 부족해 단발성으로 능력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녀는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런 유성우 따위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다.
“아저씨, 이 선물은 언제 까볼 거예요?”
“글쎄, 우선 김윤원 씨한테 들러서 지난 4일간 결제하지 못한 서류 좀 처리하고, 그다음에 느긋하게 까봐야겠지?”
“제가 도와줄게요!”
“어차피 안 도와줘도 된다고 해도 도울 거지?”
“네! 궁금하니까요.”
“네 마음대로 해.”
“형님,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서윤과 하리남의 말을 들은 나는 엄청난 양의 팬레터와 선물을 3층에 두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내 자리에 노트북과 같이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서류들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내가 질린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려 하자, 지난 나흘 동안 많이 수척해진 김윤원이 묵직한 두께의 결재서류를 넘겨 주었다.
“……이렇게 많습니까?”
“네, 우선 열어보시면 협회 쪽 결재문서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길드장님이 직접 읽어 보셔야 하는 게 많습니다.”
“읽어 봐야 하는 거요?”
“네, 예를 들면 이번 공중파 3사에서 전부 TV 출연을 요청해 온 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기업의 광고모델 제의, 그다음으로는 인터뷰가 있고, 또…… 인터넷 모델 광고 제안서도 있습니다. 그것 이외에도…….”
쉴 새 없이 입을 여는 김윤원의 말을 들으며 나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걸 느꼈다.
고작 나흘 동안 길드 사무소를 비웠을 뿐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무튼, 알겠습니다. 이건 한 번 읽어볼 테니, 윤원 씨는 좀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 말에 김윤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어차피 이제 서류는 거의 다 정리했으니 오늘 퇴근하고 나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김윤원을 보며 나는 결재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와…… 이건, 뭐가 이렇게 많아?”
결재 서류철이 두꺼운 이유가 있었다.
협회에서 보낸 문서부터 시작해서, 언론 매체들이 보낸 인터뷰 요청과 지상파 TV 출연 요청, 거기에다 유명한 기업의 모델 출연 요청, 공공기관 모델 출연 요청, 더 나아가서는 내 전투 영상을 광고에 가져가고 싶다는 요청까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껴 있는 제안서에는 나뿐만 아니라 김서윤과 이은별을 모델로 원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
이건 결재서류가 아니라 그냥 요청 제안서를 전부 모아 온 것 같은데…….
뭐 김윤원의 입장에서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아무래도 제안서 같은 건 전부 자신이 처리하지 않고 모아서 온 듯했다.
나는 곧 눈앞에 있는 결재서류 중 제일 앞에 있는 협회 관련 서류에만 사인했다.
하이브 사태에서 죽인 괴수들의 보상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번 일로 인해 정부에서 여는 공식적인 시상식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서류.
그 이외에도 이것저것 자잘한 제안서들이 많았지만, 그 제안서를 일일이 확인해 보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나는 대충 제안서를 대충 훑고 노트북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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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우현 칭호: ---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8,000] [1.5/4]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S[측정 중]]
[평가 잠재력: 새롭게 측정 중 / 새롭게 측정 중]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 (¼)
영역 (¼)
집약
그림자 영체
[그림자 영체 3/4]
-사령술사 리치
-A급 괴수 은수랑
-A급 괴수 하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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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켜는 도중 시스템창을 연다.
이번 하이브 사태가 끝나며 내게는 스킬 아래 새로운 목록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내 스킬 중 하나인 ‘그림자 영체’로 소환해 낼 수 있는 몬스터의 목록이었다.
한 번 그림자를 채워 소환할 수 있게 된 몬스터는 그 이후에는 원래 투자한 그림자 숫자의 20% 정도만을 투자해도 다시 불러낼 수 있었다.
뭐, 이것도 각성 던전을 계속 찾아다니면서 검은 돌을 모은다면 집약과 같이 스킬의 패널티가 줄어들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는 패널티를 감수해야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었다.
노트북이 켜지자 나는 곧바로 눈앞에 일렁이는 시스템창을 끈 뒤, 5일이 지나도록 실시간 검색어에서 떨어지지 않은 내 이름을 클릭했다.
이름을 클릭하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뉴스들.
[한국의 떠오르는 헌터 그림자 왕 김우현!]
[김우현, 한국 최초의 SSS급 헌터가 되나? 그의 전투 영상]
[이광천, 독문석을 뛰어넘은 김우현의 피지컬!]
[한국을 구한 헌터 김우현!]
분명 요양할 때 보았던 뉴스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뉴스들이 눈에 보인다.
또 한편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전투 영상에 잠깐이나마 등장했던 이은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고, 이후 반대편에 있던 헌터들을 지원했던 김서윤에 관한 뉴스도 꽤 많이 검색되었다.
그런데 길드 사무소의 풍경을 보고 나서 뉴스를 보니, 그 느낌이 묘하게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진짜 ‘영웅’으로 우대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그렇게 한동안 뉴스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결국 피식 웃으며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략 제안서는 훑어봤으니 선물이나 까면서 길드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덤으로 편지도 읽어가면서.
* * *
프로젝터에서 쏘아져 나오는 영상.
그곳에는 끝도 없이 늘어선 그림자들의 군단이 괴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의 숫자로 달려드는 괴수와 몬스터들을 상대로 한치의 밀림도 없이 몰려오는 괴수들을 모조리 도륙하는 그림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망자들이 땅에서 솟아나 괴수와 몬스터들을 먹어치우고, 그림자들이 달려나가 거대한 방망이와 칼로 괴수들을 때려죽인다.
숫자를 이용해 그 우위를 점했던 괴수들은 그보다 더한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에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 그림자들을 밀어내기 위해 A급 괴수들이 자신들의 동료를 짓밟으며 통로를 뚫고 들어오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A급 괴수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푸른빛의 유성우에 의해 전부 목숨을 잃는다.
영상에서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1시간에서 2시간을 넘어, 3시간, 4시간까지.
괴수들은 끊임없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림자들도 마찬가지로 몰려오는 괴수들을 막는다.
애초에 피로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처음 소환되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그림자들은 몰려오는 괴수들에게 공평하게 죽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그림자에게 죽었던 A급 괴수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림자로 부활했고, 생전에 자신들의 동료였던 괴수를 죽이는 모습을 끝으로, 동영상이 끝난다.
“…….”
주작홍 길드, 지하 10층.
반대 세력을 처리함으로써 완벽하게 주작홍 길드의 2인자로 군림하게 된 규륜은 눈앞의 영상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말했을 것이다. 분명 후회하게 될 거라고.]
규륜은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 영상에 나왔던 한국의 웨이브 디펜스 영상을 생각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괴수의 숫자들을 똑같이 숫자의 폭력으로 막아낸 괴물.
“저건 말도 안 되는군요. 정말로.”
규륜은 저도 모르게 책상을 손가락으로 탁탁 치며 중얼거렸다.
저게 과연 일개 헌터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아니, 할 수도 있었다.
만약 SSS급 헌터가 김우현 대신 저 자리에 있다면, A급 괴수가 다수 존재하지 않았던 저 전투에서 저런 활약을 보여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림자 왕, 김우현.”
책상을 치던 규륜의 손가락이 그 이름을 부른 순간 멎었다.
그렇게 그의 집무실에는 침묵이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