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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44화 (44/202)

# 44

나 혼자 10만 대군 044화

12장 하이브(5)

전투가 지속되고, 그에 따라 시간이 지나간다.

새벽에서 해가 떠오르는 아침으로, 아침에서 해가 중천에 뜨는 정오로. 그리고 이제는 태양마저 완연하게 떠 있는 지상에는 수많은 괴수의 시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곳곳에는 그로테스크하게 짓이겨진 몬스터의 시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사이를, 그림자로 이루어진 망자 군단이 감싸고 있었다.

더 이상 내 눈앞에 움직이고 있는 괴수와 몬스터는 없었다.

이겼다.

불현듯 그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후…….”

한숨을 내뱉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돌아봐도 살아 있는 괴수와 몬스터는 없었다.

내 눈앞에 존재하는 것은 내 그림자와 망자, 내가 다시 살려낸 그림자로 만들어 낸 ‘괴수’ 1마리, 그리고 내 뒤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망자들을 지휘하는 언데드뿐이었다.

그 엄청난 숫자의 괴수를 온전하게 막아냈다.

내게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 내 반대쪽도 웨이브를 확실하게 막아낸 거겠지.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저씨!”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바라보자, 김서윤이 탐식의 능력을 사용한 채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 애초에 내가 직접 싸운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그보다 반대편은 어떻게 됐어?”

“반대쪽도 거의 소강상태예요. 저는 아까 잠깐 저쪽으로 지원을 갔다 오기는 했는데, 우선 헌터 사상자가 많기는 해도 어떻게 막기는 했어요.”

“그것 참 다행이네.”

다행히도 회귀 전처럼 전선이 뚫리지는 않은 것 같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

하지만 이곳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해서 이 하이브 사태가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니었다. 이 하이브 사태를 끝내려면 평양에 있는 ‘하이브의 핵’을 파괴해야 한다.

어떻게 하지?

나는 고민했다.

원래라면 3일 동안 웨이브를 막으며 러시아의 SSS급 헌터가 하이브의 핵을 파괴해주기를 기다리려 했지만, 하이브 사태가 벌어진 시간대가 달라진 만큼 언제 하이브의 핵이 파괴될지 모른다.

원래 예상하기는 했지만 아마 헌터들의 피해가 점점 늘어감에 따라 이 괴수 웨이브를 막는 것은 점점 힘겨워질 게 뻔했다.

짧은 고민 후 결론을 내린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서윤아,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무슨 말인데요?”

고민을 끝낸 나는 곧바로 입을 열어 김서윤에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나는 북한으로 갈 거야.”

내 말에, 순간 김서윤의 표정이 멍했다가 이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아저씨 미쳤어요!?”

김서윤의 타박을 들으며 나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 * *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뀐다.

해는 어느덧 내가 괴수를 처음 막을 때와 같이 서서히 지고 있었고, 내 눈앞에는 문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징그러운 살덩이들이 가득한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평양의 광경.

북한으로 출발하기 전, 나는 김서윤에게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그대로 협회에 전해달라고 하고는 북한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가 없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더라도 지금부터 평양까지 가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내게는 다행히 이런 때에 쓸 수 있을 만한 괴수의 마정석을 가지고 있었다.

‘A’급 괴수 아랑의 마정석.

은빛 갈기를 두르고 위압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늑대 괴수. 나는 아랑을 ‘그림자 영체’를 이용해 불러냈다.

은빛 갈기를 가지고 있었던 아랑은, 어둡고 칙칙한 검은 갈기를 두르고 내게 종속된 채 다시 한번 세상에 나타났다.

검은 갈기를 휘날리며, 지치지도 않고 내 명령에 따라 거의 전속력으로 뛰는 아랑의 등에 탄 나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평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회귀 전에 얻었던 정보를 토대로 봤을 때 하이브의 핵이 있는 장소는 평양 외곽에 위치한 벙커였다.

그것만으로는 하이브의 중앙을 찾기에는 어려울 테지만, 그곳이 고깃덩어리들이 뭉쳐 있는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찾는 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이 평양을 뒤덮고 있는 이 고깃덩어리들은 마치 어디 한 곳과 연결된 것처럼 한쪽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슬슬 평양에 도착하고 본격적으로 그로테스크한 고깃덩어리들이 보이는 순간부터, 올 때는 하나둘 드문드문 보였던 괴수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수는 충분히 길을 막고도 남을 정도의 숫자였지만 아랑은 내 의지에 따라 너무나도 가볍게 주변에 있는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타고 괴수들을 그대로 회피해 가며 몸을 움직인다.

해가 동쪽으로 넘어가 석양이 되었을 때쯤.

“드디어 찾았다.”

나는 그로테스크한 고깃덩어리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알.

그 아래 지하 벙커로 보이는 곳에서는 마치 기계에서 찍어내듯 엄청난 양의 고깃덩어리들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며 괴수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이곳이 맞나 틀리나 재보고 있던 내 머릿속의 저울추가 그것을 보자 단번에 기울었다.

이곳이 맞았다.

아마 하이브의 핵은 안에 있겠지.

또다시 고민했지만, 이번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직접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하이브의 안, 분명 괴수와 몬스터로 풀 무장을 하고 있을 하이브 안을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들어가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게다가 하이브의 핵을 찾기까지 또 시간이 걸릴 테고.

그러니까,

“그냥 통째로 부숴 버려야지.”

결심과 동시에 행동한다.

아랑의 등에서 내려 곧바로 능력을 전개한다.

동시에 내 그림자가 심연의 구멍을 소환하는 것처럼 넓어지고, 그 아래에서 그림자들이 올라온다.

그 수는 80개체.

하나하나 전부 100개체를 집약시켜 놓은 그림자들이 내 주변에 나타났다.

“동화!”

내가 입을 열자 그림자들에게 이마에 붉은 안광과 뿔이 생겨난다.

아랑을 타고 오며 최대한 체력을 비축했지만, 이미 너무 긴 시간 동화를 쓴 터라 그런지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슬쩍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내 의지와 동시에 그림자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춤에 있는 방망이를 꺼내 들었고, 그림자들의 손에 검은 방망이가 쥐어진다.

괴수들이 어느새 알의 사방으로 움직이는 그림자들을 의식한 듯 그림자들을 막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지만, 아랑은 몰려오는 괴수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아랑의 날카로운 발톱이 몰려오는 괴수들을 찢어 죽이고, 날카로운 이빨이 모여 있는 몬스터들을 한 번에 물어 죽인다.

아랑이 그렇게 괴수들을 막아주고 있는 동안 알의 근처까지 도착한 그림자들은 망설임 없이 몸을 높이 도약했다.

그리고 그림자들이 높게 뛰어올라 도깨비방망이를 치켜들었을 때, 이윽고 그림자들이 들고 있던 방망이들이 일제히 커지기 시작했다.

야구 방망이와 비슷하던 크기의 도깨비방망이가 점점 커진다.

방망이의 크기가 통나무만 해진다.

아직 부족했다.

방망이의 크기가 거목과 같이 커졌다.

그래도 부족했다.

그림자들이 들고 있던 방망이 하나하나가, 마치 5층짜리 건물처럼 거대해진다.

들고 있는 그림자마저 무거워진 방망이를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가 되자, 중력의 힘에 따라 아래로 내리쳐진다.

그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소름 끼치는 괴성이 귓가를 때렸고, 엄청난 흙먼지와 함께 땅 위에 솟아나 있던 알에서 정체불명의 액체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

그와 동시에 내가 있는 곳의 지반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지반.

그림자를 해제하고 최대한 몸을 빼기 위해 움직이자, 괴수를 죽이고 있던 아랑이 재빠르게 달려와 내 몸을 받아낸 채 몸을 뒤로 뺀다.

아랑이 내 몸을 빼고 뒤로 빠지자마자 지반이 아래로 깨져 내려가며 엄청난 흙먼지와 동시에 다이너마이트가 터진 것 같은 폭음이 들린다.

한 번 지반이 무너져 내린 것을 시작으로 다른 곳도 연속해서 땅이 꺼지며 끊이지 않는 폭음소리가 내 청각을 무디게 만든다.

체감상 5분 정도 계속해서 무너져 내린 지반을 끝으로 흙먼지가 서서히 걷혀 나가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이 있었던 그곳은 지반이 무너져 내려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끝났다…….”

내 말과 동시에 거대한 ‘알’과 연결되어 있던 살덩어리들이 생기를 빨리듯 급속하게 수축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석양빛에 물들어 있던 붉은 고깃덩어리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슬쩍 시선을 돌려 검게 물드는 고깃덩어리를 따라가자, 그곳에는 조금 전 지나왔던 평양의 모습이 보였다.

평양을 뒤덮고 있던 고깃덩어리들이 삽시간에 검게 물들며 사방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검은 고깃덩이들이 그 힘을 잃고 떨어져도 이미 고깃덩이에 박살 나버린 평양은 본래 가지고 있던 도시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고깃덩이들이 검게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하이브 사태를 이 두 손으로 끝내버렸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응?”

검게 변해 이제는 썩은 내를 풍기기 시작하는 검은 고깃덩이를 뒤로하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늑대의 등에 탔을 때였다.

나는 문득 조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돌 사이에 껴 있는 빛나는 물체를 발견했다.

“이건…….”

붉고 빛을 토해내는 보석,

이거 설마…… 하이브의 핵인가?

회귀 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하이브의 핵은 ‘붉은빛의 보석’과 같은 빛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알이 터짐과 동시에 핵이 파괴되지 않았다고?

회귀 전, 러시아의 SSS급 헌터는 하이브의 ‘핵’을 없애는 것으로 하이브 사태를 막았다. 그것은 이 이후에 일어난 하이브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시선을 돌려 확실히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고깃덩이를 바라본다.

알에서 빠져나왔던 그것들은 모두 힘을 잃고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눈앞의 모습을 봤을 때, 확실히 하이브는 파괴됐다.

“도대체 뭐야……?”

순간 혹시라도 모를 위협은 제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핵을 파괴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한동안 손에 쥔 붉은 보석을 들고 있던 나는 이내 핵을 집어 들고 다시 아랑의 등으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눈앞의 정경이 바뀜과 동시에 아랑이 나의 의지에 따라 몸을 돌려 다시 남한으로 내려가기 위해 움직인다.

나는 아랑의 위에서 동화를 해제했다.

* * *

미국 LA에 있는 ‘국제 헌터 협회.’

처음 ‘이변’ 과 ‘던전’이 이 세계에 나타나고, ‘괴수’와 ’몬스터’로 세상이 떠들썩해졌을 때 만들어진 이 협회는 전 세계에 협회 지부를 가지고 있었고, 전 세계의 길드와 헌터들에게 영향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헌터업계의 ‘정부’라고 봐도 될 정도.

“월터 의원님!”

‘국제헌터협회’의 상위의원실.

그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국제헌터협회에서 단 3명밖에 없는 상임위원 중 한 명인 ‘T. 월터’는 헐레벌떡 뛰어오는 자신의 비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에밀리?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뛰지 말라고…….”

“하이브가 클리어됐습니다! “

“……뭐라고? 설마 벌써 러시아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건가?”

“아닙니다! 하이브 사태를 막은 건 그가 아니에요! 바로 이 사람입니다.”

에밀리라 불린 여자는 재빠르게 다가와 월터가 작업하고 있던 서류 위에 한 장의 용지를 들이밀었다.

월터는 짐짓 서두르는 듯한 몸짓으로 에밀리가 준 용지를 들고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이내 곧 그는 입을 열었다.

“한국의 헌터?”

월터의 눈이 책상 위에 놓인 한 장의 사진에 고정되었다.

거기에는 평양에 있는 하이브를 파괴하고, ‘아랑’을 타고 작전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는 김우현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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