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나 혼자 10만 대군 039화
11장 왕의 무덤(4)
[‘씨커’ 길드, 강남에 나타난 대형던전을 클리어하다!]
[그림자 왕 ‘김우현’과 탐식 ‘김서윤,’ 정식 헌터 등급은 D급이지만 시스템 정보는 S급??]
[고구려 길드, 불쾌하다! 대형 던전을 가로채기 당한 것 같은 기분.]
[이번에 씨커 길드에 영입된 ‘하리남,’ 그는 대체 누구인가?’]
[그림자 왕, 고구려 길드에게 대형 던전에서 얻은 아티팩트를 나눠주다!]
대형 던전 ‘왕의 무덤’을 클리어하고 이틀 뒤, 아직도 인터넷은 이틀 전 일어났던 대형 던전 ‘왕의 무덤’으로 인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9월에 열리는 헌터 이적 시장이 큰 변화 없이 흐지부지 끝나는 상황이라 언론들은 조회수를 끌어모으기 위해 다른 사건을 찾고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대형 던전’은 무척이나 맛있는 먹잇감이었다.
“와! 아저씨 저거 봐요! 우리 공중파 탔다니까요?”
스마트폰으로 수두룩하게 떠 있는 관련 뉴스를 보고 있을 때였다. 김서윤의 말에 고개를 돌린 나는 길드 사무실 휴게소에 설치된 TV에서 나오는 화면을 바라봤다.
“그러네.”
지금 방송하고 있는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대형 던전’에 들어가기 전, 강남으로 빠져나온 병졸 골렘들을 도륙하는 나와 김서윤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오고 있었다.
김서윤은 자신의 무지막지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병졸 골렘들을 쓸어 버리고 있었고, 그 주변에 보이는 그림자들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병졸 골렘의 수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2인의 헌터가 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토벌 속도.
이내 뉴스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영상이 끝나며 다음 뉴스가 흘러나오자, 김서윤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뉴스랑 유튜X도 난리인 거 알죠?”
“뭐, 언뜻 확인하니까 대충 그런 것 같던데?”
아마 유튜X는 당장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고구려 길드와 우리 길드 측에서 올린 전투 영상을 가지고 열심히 짜깁기를 하고 있을 것이고, 각종 분석글이 판을 치고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전투 엑기스 영상 같은 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스마트폰으로 유튜X를 누르자 아니나 다를까, 유튜X 최상단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는 내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제목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응? 이거 뭐야?”
그리고 그중, 나는 실시간 인기 최상단에 떠 있는 ‘탐식’의 휠윈드 라는 영상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30초짜리 짧은 영상.
호기심에 영상을 눌러보자, 아마 대형 던전으로 들어가 이전에 찍힌 영상인지 ‘강남’의 풍경과 함께 김서윤이 골렘을 묵사발 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오는 골렘들을 무참히 박살 내며 앞으로 나아가던 김서윤.
그렇게 골렘을 부숴 나가며 대형 던전 입구로 향하고 있던 김서윤이 별안간 묘한 기합성을 내지르며 공격을 내지르는 병졸 골렘의 다리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마치 게임의 캐릭터처럼 엄청난 속도로 빙글빙글 회전하며 골렘을 무기로 사용해 주변의 다른 골렘들을 박살 내는 김서윤을 보고는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마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몸을 돌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김서윤. 고작 30초짜리 영상이었지만 그 임팩트가 굉장히 강렬했다.
슬쩍 영상의 댓글을 보기 위해 스크롤을 내리니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초성체가 난무하고 있는 댓글을 볼 수 있었다.
-나좀그만패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만전사세요? 개미쳤넼ㅋㅋㅋㅋ
-SSSS급헌터: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형 던전 돌면서 저러는 패기 무엇? 아니 애초에 저거 기술이라서 저렇게 사용하는 건가?
-앙기모띠: 저게 기술로 보이냐? 내가 보기에는 걍 빡쳐서 골렘 하나 들고 발광하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악하악: 휠윈드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만전사로 전직해 버렸자너!!
-아너무좋다: 서윤이 누나 너무 예쁜 거 실화냐 뿔 한 번만 붙잡아 보고 싶다. 이빨도 한번 만져보고 싶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이상성욕자: ……? 저기 혹시……. 미쳐 버리신 건가요?
└각도기성애자: 각도기가……. 미묘하게 틀어져 있네요……? 한마디만 더했으면 그냥 바로 가는 건데, 그쵸?
-정신해정신: 음……. 왜 저렇게 장난스러운 거죠? 여러분도 망각하시는 모양인데 어제 강남에서 일어난 대형 던전 사태는 정말 큰일이었습니다. 과연 저곳에서 저렇게 장난식으로 몬스터를 잡는 게 맞는 것일까요? 아니, 저만 불편합니까???
└B급헌터김윤원: 실례지만, 혼자서 굉장히 불타고 계십니다.
└김서윤팬클럽 1호: 아…… 그러시군요…… 네, 저기서 저렇게 몬스터 처치하는 게 장난으로 보이신다니 할 말이 없군요.
└그만해라미아뭇다: 불편하시면 안 보시면 되겠네요.
그 이외에도 김서윤에 관련한 댓글들이 스크롤을 끝없이 내려도 끝나지 않을 만큼 많이 달려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스마트폰을 보고 있자 김서윤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저씨,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
“응?”
“응? 이라니, 오늘부터 훈련한다면서요? 은별 언니는 2일 전에 아저씨한테 아티팩트 받은 뒤로 거의 출근하자마자 훈련실에 처박혀 사는데…….”
“그러면 너는?”
내 물음에 김서윤은 묘하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요즘 절권도 배우러 다니는데요? ……아직 1주일도 안 됐지만.”
“……절권도?”
“네, 어차피 제 능력은 신체 능력 기반이니까 혹시 무술 배워놓으면 쓸 때가 있을까 싶어서요.”
김서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기는 하지.”
“그래서, 아저씨는 왜 어제부터 누워 있는데요?”
“……내가 어제도 말하지 않았나?”
“설마, 아직도 부작용이에요?”
“그래.”
2일 전, 그러니까 ‘대형 던전’에서 아티팩트를 가지고 나온 그 날, 나는 이은별과 김서윤을 불러 던전에서 얻은 아티팩트를 나누어 주었다.
이은별 같은 경우는 ‘환수의 뿔을 갈아 만든 마법석’을 받자마자 무척이나 기뻐하며 그 뒤로 훈련실에 틀어박혀 마력 양을 늘리는 수련에만 열중하는 중이었고, 반대로 김서윤 같은 경우는 아티팩트를 받고 나서 이게 정말 좋은 건가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그다음 날 아티팩트를 장착한 채로 던전을 한 번 돌아보더니 무척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 맞다. 아저씨 이 장갑 있잖아요? 진짜 좋던데요?”
“당연하지.”
“몬스터들을 죽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움직임이 딱 멈추거든요? 그럼 제가 배우는 기술을 실험해 보기가 쉬워요.”
“……절권도 수업받으면서 배운 기술?”
“네!”
뭐, 확실히 헌터가 상대하는 건 몬스터니까 몬스터를 상대로 기술을 연마하는 건 좋은 선택이다.
근데 분명 내 부작용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금세 다른 이야기로 빠지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2일 전, 이은별과 김서윤에게 각각 아티팩트를 나누어 주며 미리 빼놨던 ‘왕의 피를 섞어 만든 영약’을 망설임 없이 먹어치웠다.
진짜 피를 섞은 듯 느껴지는 비릿한 맛이 내 미각을 마비시켰지만, 고작 맛없는 물약을 먹는 대가로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 주고 없는 재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참을 만했다.
뭐, 거기서부터 문제가 일어났지만.
물약을 마시고 나서 당장은 좋았다. ‘동화’를 쓸 때만큼은 아니지만 온몸에는 이전과는 다른 활력이 도는 듯했고, 실제로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 것 같은 착각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온몸의 뼈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고, 이어서 정말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차라리 기절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이 전부 끝났을 때, 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근육통에 앓아누웠다.
그게 바로 2일 전 이야기.
“아니 근데, 보통 영약 같은 거 먹으면 아저씨처럼 몸이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뒤에 오히려 그 뒤에는 몸 상태가 좋아지지 않나?”
뭐, 확실히 무협소설 같은 데 보면 그런 장면이 많기는 하지.
“그런 정보는 또 어디서 들었어?”
“뭐, 어디서 들은 건 아니고, 그냥 무협소설이나 게임 같은 거 해보면 그런 식으로 나오던데요?”
“……이게 게임이냐?”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제가 언제 게임이라고 했어요? 그보다 아저씨 어제보다는 나아진 것 같은데요?”
슬쩍 말을 돌리며 나를 바라보는 김서윤을 보았다.
“뭐, 어제보다는…… 그렇긴 하지. 아예 몸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어제랑은 다르게 과하게 활동하지 않으면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으니까.”
그 말을 뒤로 그녀와 몇 마디 정도를 더 나눈 뒤, 이내 김서윤은 절권도를 배우러 가야 한다는 말과 함께 휴게실을 떠났고 나는 텅 빈 휴게실 소파에 누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내일이면 몸을 다시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회귀 전에는 이런 부작용은 듣지도 못해서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역시 없는 재능을 만들어주는데 이런 부작용이 없을 리는 없었다.
뭐, 내심 아무런 부작용이 없기를 기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작용을 몰랐다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았다. 만약 이런 ‘끔찍한 고통’이 동반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이 영약을 먹기 전에…… 솔직히 엄청나게 많이 고민했을 것 같으니까.
나는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이제 하이브 사태까지 1달하고도 3주…….”
‘하이브’ 사태.
원래 회귀 전, 북한에서 일어났던 하이브 사태는 그 주변국들에는 ‘재앙’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굉장한 여파를 가져왔다.
북한에서부터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괴수와 몬스터들.
당장 국제협회가 하이브 사태를 미리 알아차리고 그 대처를 위해 백방으로 움직였지만 하이브 사태는 그저 대처만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그 주변국들이 몰려오는 괴수와 몬스터들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고,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군대와 헌터를 남김없이 동원해 하이브 사태를 막았지만, 괴수와 몬스터의 인해전술은 고작 몇만 명의 헌터가 막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SS급 헌터 ‘이광천’과 SS급 헌터 ‘독문석, 그 둘을 포함한 수많은 S급 헌터들이 괴수들을 막기 위해 몸을 굴렸지만, 그 끔찍할 정도로 압도적인 물량 앞에 헌터들과 군대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선이 몇 번이나 밀려나는 도중, 러시아의 SSS급 헌터가 급파되어 북한 평양에 있는 ‘하이브’를 직접 파괴하는 것으로 하이브 사태는 막을 내렸지만, 그 이후에도 한동안 하이브의 여파는 지워지지 않았다.
주변국들은 하이브 사태가 끝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여 이미 영토라고 부를 수도 없는 북한 영토의 복구권을 서로에게 떠넘기면서도, 조금이라도 이권을 찾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길드들도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남하 사건에서 잃은 피해를 메꾸기 위해서 그 진흙탕 싸움에 끼어든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
그야말로 하이브 사태가 시작되기 전이던, 끝난 이후든 정부와 길드들은 자신의 이익과 탐욕을 위해 움직였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준비할 게 많네.”
이제 남은 기간은 어림잡아서 한 달. 내가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전부 얻었다.
이제 남은 건 하이브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최대한 신체 단련을 하는 것과 ‘그림자’ 던전에서 얻은 스킬 중 하나인 ‘그림자 영체’를 사용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는 것뿐이었다.
누가 뭐래도 이 능력은 장차 하이브 사태에서는 무척이나 도움이 될 능력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