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
나 혼자 10만 대군 037화
11장 왕의 무덤(2)
“와! 형님! 진짜 이 건물 전체가 저희 길드 사무소입니까?”
하리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내일부터는 전부 이곳으로 출근하면 돼. 은별이는 이제 협회 훈련실 이용할 필요 없이 지하에 있는 훈련실 이용하면 되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그로부터 1주 뒤, 우리는 새로 매입한 길드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은별은 벌써 훈련장이 궁금한지 김서윤과 함께 지하 계단을 통해 내려가고 있었고, 하리남도 아직 그 둘이 어색한지 약간 뒤에서 그녀들을 뒤쫓아 내려갔다.
“아, 김윤원 씨의 개인 사무실도 1층에 만들어 뒀습니다.”
“네? 제 개인 사무실이요?”
“네.”
내 말에 순간 무엇인가를 잘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던 김윤원은, 이내 엇 하는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저…… 어차피 저는 그냥 사무원인데 개인 사무실까지야…….”
왠지 어깨가 축 처져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김윤원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은 뒤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김윤원 씨는 제 예상보다도 훨씬 잘해주고 있습니다.”
“아,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방도 많이 남아도는 판에 하나 만들어 드린 거니까 그렇게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윤원 씨는 그저 하던 대로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 말에 뭔가 정말로 감동을 하였다는 듯 힘차게 대답한 김윤원은 이내 내게 건물을 둘러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사무실 건물로 들어갔다.
“처음 봤을 때랑은 다르게 좀 깨끗하네?”
처음 이곳을 매입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는 중형 길드가 망하며 신속하게 짐을 빼서 그런지 여기저기 더러운 부분이 있길래 건물을 매입하면서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어 인테리어를 맡겼었다
1층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이전 사무실보다도 훨씬 넓은 방의 풍경이 보였다.
“……근데 이건 좀 많지 않나?”
근데 문제는 생각보다 인테리어를 전형적인 사무실로 해놓아서 그런지 어째 가림막하고 책상이 이곳저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애초에 서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고는 나와 김윤원밖에 없는데…….
슬쩍 시선을 한쪽으로 돌리자 1층에 따라 마련된 개인 사무실을 가지게 된 김윤원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사무실 안에 있는 의자를 쓰다듬고 있었다.
무언가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길래 나는 굳이 그 행복을 깨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갔다.
“오…….”
2층으로 올라오자 이번에는 이전에 있던 사무실처럼 꾸며놓은 휴게실을 볼 수 있었다.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책상이 있고, 그 주변을 소파가 감싸고 있었다. 벽 한쪽에는 책장으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 놓여 있었고, 문의 맞은편 구석에는 간이침대로 보이는 것이 놓여 있었다.
게다가 소파 앞과 간이침대 주변에 놓인 책상에는 각각 컴퓨터와 TV도 설치되어 있었다.
……역시 인테리어랑 같이 가구 배치까지 맡긴 게 정답이었다.
저번처럼 좁은 사무실에 이것저것 놓아둬서 복잡한 분위기가 아니라 딱딱 정리돼서 조금을 쉬더라도 편하게 쉴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3층과 4층은 따로 인테리어를 부탁하지 않았으니 텅 비었을 테고, 이번에는 지하로 가볼까?
그대로 몸을 돌려 지하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넓은 훈련장을 보며 한창 감탄하고 있는 김서윤과 이은별, 하리남이 있었다.
“……이거 약간 이상한데?”
훈련장이 원래 크기는 컸던 것 같은데, 왠지 생각 이상으로 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지하를 깊게 파서 만들어서인지 천장의 높이도 꽤 높았고, 좀 과장되게 말해서 이곳에서 축구를 해도 될 정도로 훈련장이 넓었다.
훈련장 한쪽에서 좋아하고 있는 길드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은 총 3명.
하지만 이제 곧 일어날 대형 던전을 넘어서 하이브 사태까지 끝내고 나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해외 쪽으로 나가 인재들을 영입해 와야 했다.
최종적으로 몇 명의 헌터를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헌터들은 최대한 많이 모아 볼 생각이다.
뭐,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당장 앞에 일어날 큰일부터 막는 게 중요하지만.
“아저씨! 저희 2층 올라가요!”
“나는 이미 올라갔다 왔어.”
“그래도 또 올라가요!”
“왜?”
“혼자 올라가서 보는 거랑 또 같이 올라가는 거랑은 다르거든요? 아저씨 친구 없죠?”
“형님! 같이 올라가서 한번 보시죠!”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김서윤이 내게 와 채근을 했고, 그 옆을 따라온 하리남까지 함께 가자고 종용을 한다.
“……그래, 알았다”
왠지 한 번 더 말하면 이번에는 이은별까지 합세해서 무엇이라고 말할 기세였기에, 나는 결국 깔끔하게 포기한 채 길드원들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다들 하나같이 신나하는 기색이 보이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짓게 되었다.
결국 그날, 김서윤에게 끌려다니며 거의 두 시간가량 인테리어도 되어 있지 않은 3, 4층까지 탐험하고 나서야 간신히 김서윤의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전에 쇼핑에 데려갔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역시 굉장히 피곤한 경험이 되었다.
김서윤은 벌써 인테리어도 되어 있지 않은 3, 4층에 먹고 잘 수 있는 방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이은별에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왕의 무덤.’
그것이 바로 이 ‘대형 던전’의 정식 명칭이었다.
회귀 전에 봤던 정보로는 끊임없이 나오는 병졸 골렘들, 그리고 대형 던전 안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교묘하게 설치된 함정들 덕분에 ‘왕의 무덤’은 상당히 높은 난이도로 평가받는 던전 중 하나였다.
“와, 진짜 오후 3시인데 강남역 엄청 조용하네요?”
그로부터 다시 1주일 뒤 강남역.
협회는 2일 전부터 ‘대형 던전’의 출현을 빠르게 알리고 강남역 근처에서부터 반경 10km를 피난 구역으로 지정하면서 현재 강남역은 마치 유령도시 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옆에는 김서윤이 텅텅 비어버린 강남역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말하고 있었고, 나는 곧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제 슬슬 긴장해……. 이미 대형 던전이 열려 있는 상태라 ‘협회’랑 ‘고구려’ 쪽에서 막고 있을 테니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조금 빗나간 것,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물론 시간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외우지는 못했지만, 강남역에 출현하는 대형 던전의 경우는 대충 기억하기로는 분명 ‘저녁’에 출현했는데, 이번에는 출현하는 시간이 한낮이었다.
“알겠어요.”
“그리고 추가로, 싸우는 건 싸우는 거고, 내가 보스 잡을 때 영상 촬영하는 거 잊지 마.”
“그거, 벌써 세 번째 말하는 거 알죠?”
“그만큼 중요한 거라니까?”
“알겠어요. 아저씨, 걱정하지 말라니까요?”
아주 자신만만하게 카메라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어 보이며 호언장담하는 김서윤의 얼굴이 왠지 못 미더웠지만, 결국 그러려니 했다.
원래는 혹시 모를 아티팩트 소유권 때문에 내가 직접 촬영을 하려 했지만, 대형 던전이 출현하고 난 뒤 자기도 대형 던전에 가고 싶다는 김서윤의 말을 듣고 고민 끝에 그녀를 데려왔다.
이번 대형 던전은 내 생각에 보스 말고는 김서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몬스터는 없을 테니까.
김서윤과 함께 대형 던전이 발생한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슬슬 어느 순간부터 날카로운 쇳소리와 폭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형 던전이 출현한 곳으로 완전히 다가갔을 때였다.
“저건 뭐예요……? 사람?”
“아니, 골렘이야.”
곧 대형 던전에 가까워지자 그 입구에서 몰려나오는 중세시대의 병사를 모방해서 만들어진 ‘골렘’을 볼 수 있었다.
대형 던전의 입구에서는 수많은 골렘이 튀어나와 고층 건물들의 주변을 점령한 채 사방으로 퍼져 나가려 하고 있었고, ‘협회’ 측 헌터들과 ‘고구려’ 측 헌터들은 골렘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일정 지역에서 수성을 하고 있었다.
등급으로 따지면 고작 B급이나 C급밖에 안 되는 골렘이지만,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계속해서 빠져나오는 숫자에 기가 질릴 만도 한데 고구려 길드는 ‘대형 길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골렘들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내 말에 반응한 김서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끝으로 그녀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탐식’을 발동함과 동시에 붉게 변하는 피부, 머리 위에 난 붉은색의 뿔은 그 무엇이라도 뚫을 것처럼 날카롭게 세워졌고, 김서윤의 치아가 마치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벼려진다.
그와 동시에 씩 하고 마치 악동 같은 미소를 지은 김서윤이 그대로 몸을 숙이는 듯하더니, 그 자리에서 몸을 도약해 골렘들이 잔뜩 있는 곳으로 점프했다.
콰지지직! 쾅!
김서윤이 떨어져 내린 자리에 마치 거대한 구멍이 생기듯 골렘들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고, 골렘들의 한가운데에 떨어져 내린 김서윤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무기를 겨눈 골렘들을 쳐다본다.
……저 모습을 보니 제대로 영상을 촬영하기는 할까? 하는 걱정이 드는데…….
아니, 어쩌면 조금 전 점프해 골렘들 사이로 들어간 것만으로도 카메라가 망가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혹시 몰라서 카메라를 하나 더 준비해 오길 잘한 것 같은데?
나는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액션캠의 촉감을 느끼며 대형 던전의 입구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낮에 내 주변을 기점으로, 마치 심연 같은 어둠이 가득히 퍼져 나간다.
두 번째 각성을 끝내서인지, 내 반경 4m 정도까지 늘어나는 거대한 영역에서, 그림자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형상이 없는 그림자가 형태를 잡으며 마치 심연에서 올라오듯 기어 나온다.
“동화!”
그리고 그림자가 어느 정도 상승했다 싶을 때, 망설임 없이 동화를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그림자들의 형태가 바뀐다. 왼쪽 이마에는 김서윤과 같이 뿔이 자라나고, 밋밋했던 눈에서는 시뻘건 안광이 마치 빛처럼 그림자들의 눈가를 채운다.
그 순간 그림자들이 내 의지에 맞게 수성을 하고 있는 협회 헌터들을 뛰어넘어 골렘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괜히 근육통으로 고생하긴 싫었기 때문에 동화는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혹시나 고구려 길드가 먼저 들어가 대형 던전을 클리어하게 되면 괜히 귀찮아진다.
오히려 이쪽이 고구려 길드를 물고 늘어져야 할 수도 있는 상황.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이미 고구려 길드가 내가 오기 전에 미리 대형 던전 안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선택했다.
내 영역을 통해 끝없이 소환되는 그림자들이 골렘들을 빠르게 처리한다.
다양한 병장기를 들고 있는 골렘들이 그림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지만, 유감스럽게도 골렘의 무기는 그림자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그림자들이 앞으로 나아가며 골렘들을 부숴나가고, 한순간 확 줄어버린 골렘의 숫자에 수성 진에 여유가 생긴다. 그림자들의 숫자는 그 와중에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이내 내가 대형 던전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던전 밖으로 나온 골렘들은 김서윤과 그림자의 손에 고철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나는 던전 안으로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