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나 혼자 10만 대군 036화
11장 왕의 무덤(1)
“우선 이걸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절차는 모두 끝났습니다만…….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사인 가능하십니까?”
종로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교무실.
옆에서는 김서윤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웃고 있고, 그 앞에는 어색하게 웃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내게 슬쩍 공책을 내밀고 있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제 아들놈이 팬이라서…… 하하하.”
“아 네, 뭐 이정도야…….”
“아, 서윤이의 ‘헌터 출석 면제’신청은 끝났습니다만. 명심해야 할 건 서윤이가 1달 기준으로 5일은 학교에 나와서 출석을 받아야만 정식으로 헌터 출석이 인정되니까, 그건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알겠어요.”
나를 보며 입을 열던 중년인 선생의 말에 대답한 것은, 그 말을 듣고 있던 김서윤이었다.
그녀는 담임 선생님이 넘겨준 헌터 출석 면제 서류를 아주 곱게 접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는 곧바로 볼일이 다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자 담임도 마주 일어나며 인사를 했고,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아싸!”
교무실을 빠져나오자마자 신이 난다는 듯 만면에 웃음을 띤 김서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좋냐?”
“당연하죠. 아저씨! 진짜 아침에 일어나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고등학생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등교 안 하는 게 거의 로망일걸요?”
웃으며 말하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고등학교 때는 하루하루 등교하는 게 지옥이었지.
당장 나만 해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지각했던 기억이 있었다.
김서윤과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학교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였다.
“와! 진짜 그림자 왕이다!”
“형! 저 팬인데 옷에 사인 하나만 해주시면 안 돼요!?”
“오빠 팬이에요! 저도 사인 좀 해주세요!”
“야야! 빨리 이리 와봐! 진짜 그림자 왕이다! 빨리!”
학교 현관으로 내려간 순간, 눈앞에 가득 몰려드는 학생들의 숫자에 슬쩍 뒷걸음질을 쳤다.
“아, 지금 쉬는 시간이었지…….”
김서윤의 실수했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와 나와 김서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둘러싸인 나는 쉬는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들이 수업을 위해 학생들을 끌고 갈 때까지, 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꺅꺅거리는 여학생들과 남학생들 사이에 껴서 사인을 해주어야만 했다.
“어우, 진 빠져…….”
솔직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몰린 터라 순간 피곤함이 몰려왔다.
나의 한숨에 슬쩍 고개를 돌린 김서윤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지금부터 사무실로 갈 거예요?”
“뭐, 딱히 특별한 일 없으니까 아마 그럴 것 같은데?.”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리던 그녀는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어? 뭔가 말할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말할 거?”
“……아! 기억났다. 아저씨 저희 길드 사무실 옮긴다고 하지 않았어요?”
김서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뭐 돈도 충분히 있고, 은별이도 언제까지 계속 마력 컨트롤 연습하겠다고 협회 훈련소까지 시간 허비하면서 갈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훈련장이 슬슬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고.
이윽고 김서윤에게 집에 들렀다가 사무실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향했다.
‘그림자’ 던전을 클리어하고 중국에서 돌아온 지도 2주째.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동화의 반동으로 거의 4일 가까이 근육통으로 고통받고 난 뒤, 나는 곧바로 할 일을 골라 하기 시작했다.
그중 첫 번째로 한 것이 길드 사무실 이전이었다.
어차피 하이브 사태가 끝날 때까지 길드원이 늘어날 일은 없을 테지만, 이은별을 포함한 김서윤과 하리남의 수련을 위해서도 훈련장이 필요할 것 같았다.
때마침 얼마 전 ‘던전 증식’ 사태에 크게 당해 길드를 해체하게 되면서 매물로 나온 4층짜리 단독 빌라를 괜찮은 값에 매입했다.
애초에 ‘길드’용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라 1층부터 4층까지는 길드 부서로 나누어져 있다.
지하에 있는 거대한 훈련장은 정말 억 소리 날 정도로 넓은 건 아니지만 길드원들이 각자 구역을 나누어 훈련하기에는 꽤 괜찮은 넓이였다.
아마 다음 주쯤에는 이전이 가능하겠지.
그다음으로 두 번째로 한 것이 중국에서 얻은 정보의 조사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건 전혀 진척이 없었다.
중국에서 돌아오기 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던 복면인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주작홍 길드, 그리고 복면인에게서 나온 ‘규륜’이라는 이름.
주작홍 길드는 회귀 전에도 아주 잘 알고 있던 길드였다.
하지만 ‘규륜’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물론 회귀 전에 내가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작홍의 암살자를 움직일 정도로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녀석이라면 내가 모를 리 없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규륜’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내 기억 속에 없었다.
그냥 내 행동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 건가?
그렇게 생각해도 회귀 이후 괴수 남하 사건을 포함해서 중국과의 연결점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근데도 주작홍의 암살 대상으로 내가 지목되었고, 그 사이에서 ‘규륜’이라는 녀석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
뭐, 그렇다고 해도 결국 내가 할 일은 똑같지만.
받은 만큼, 그 곱절로 갚아준다.
어째서 ‘주작홍’길드가…… 아니, ‘규륜’이라는 녀석이 나를 암살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나 대로 갚아주면 되는 것이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상대방이 이유 없이 너를 싫어하면 너를 싫어하는 그 X 같은 이유를 만들어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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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우현 칭호: ---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8,000] [1.5/4]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S]
[평가 잠재력: 측정X / 측정X]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¼)
영역(¼)
집약
그림자 영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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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김윤원의 인사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 눈앞에 떠 있는 시스템창을 보았다.
3,500명에서 8,000명으로 늘어난 그림자의 총량, 그리고 새롭게 생긴 집약과 그림자 영체.
그림자 영체는 특수한 조건이 있어서 사용하지 못하지만, 집약은 처음 각성을 했을 때부터 무척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용하는 원리도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저 그림자에 그림자를 더하는 것. 그것으로 합친 그림자의 전체적인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이 이 스킬의 효과였다.
확실히 내 생각보다 막강한 적에게 사용하기에는 좋은 스킬이지만, 지금처럼 그림자의 힘을 전부 각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쓰기에는 상당히 별로인 스킬이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상태에서 한계까지 그림자를 겹쳐봐야 겨우 100체 남짓이고, 그림자 100체 겹쳐봤자 100배의 힘이 아니라 평소 그림자의 4배 정도밖에 강해질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차차 그림자 능력을 각성시켜감에 따라 능력의 상승 폭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득보다 실이 많은 스킬이었다.
“음…….”
그래도 타이밍 좋게 각성 던전이 나와준 것은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앞으로의 일을 구상하며 시스템창을 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왔어?”
이은별이었다.
딱 보기만 해도 ‘나 지쳤어요’라는 표정을 얼굴에 표시하고 있던 이은별은 이내 사무실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힘없이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요즘 상태는 어때?”
앉아 있는 이은별에게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게, 이제 확실히 능력 컨트롤이 되기는 하는데, 능력 유지가 힘들어요.”
“그래?”
“하아, 능력을 발동한 순간부터는 자유자재로 능력을 구사할 수 있기는 한데 마력이 너무 빨리 사라져서……. 게다가 이 마력이라는 게 생각보다 잘 늘어나지 않더라구요. 저도 빨리 던전이나 괴수를 잡으며 제 몫을 하고 싶은데.”
투덜거리는 이은별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을 개화했을 당시만 해도 이은별과 꽤 친해지긴 했지만 벽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이은별은 꽤 마음의 벽을 허문 듯 요즘 항상 훈련을 다녀오면 내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투덜거리며 속내를 풀어 놓았다.
처음이랑은 다르게 발전한 이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뭐, 그러니까 요점은 ‘컨트롤’은 어느 정도 되는데 ‘마력’이 부족해서 힘들다는 거지?”
“네.”
“뭐, 확실히 그건 어쩔 수 없지. ‘마력’은 진짜 순수하게 수련을 해서 늘리는 수밖에 없으니까. 아니면 아티팩트를 사거나.”
내 말에 한숨을 내쉬는 이은별.
“그래도 지금 너처럼 재능있는 사람 없다니까? 네 능력이 그냥 순수하게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 것뿐이야.”
“그건 알고 있지만…….”
나는 그 뒤로 이은별의 투정 아닌 투정을 들어주었고, 김서윤이 사무실로 도착하고 나서야 그 투덜거림이 멈추었다.
묘하게 김서윤에게는 자신이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것 같은 이은별의 모습이 은근히 귀여웠다.
왠지 동생에게 이런 모습은 보이기 싫다. 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어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김윤원이 가져온 결제서류에 사인을 한 나는 곧바로 이다음에 일어날 일을 확인했다.
북한의 하이브 사태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
그리고 회귀 전의 기억으로는 이제 3주 뒤, 하이브 사태가 터지기 전 마지막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이 출현한다.
‘대형 던전.’
‘사령술사의 밤’과 같은 대형 던전이 다시 한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거기에서 중요한 건 바로 그 ‘대형 던전’이 아니라, 그 던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아티팩트’ 아이템이었다.
아직 지금의 현대 기술로는 만들지 못하고, 무조건 던전에서만 나온다고 알려진 아티팩트 아이템을 앞으로 3주 뒤에 열릴 ‘대형 던전’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대형 던전에 나오는 아티팩트 아이템 중 하나가 지금의 내게 무척 도움이 되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대형 던전 안에는 내가 기억하기로 이은별의 마력 고갈 현상을 충분히 보조해줄 만한 아티팩트 아이템도 존재했다.
김서윤은…… 뭐 애초에 무투계 능력자인데다 그 본신의 능력 자체도 출중하다 보니 아티팩트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하이브’사태가 터지기 전, 마지막으로 힘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나는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도 대형 길드가 뺀질거리면 좋으련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대형 던전이 일어나는 곳인 ‘강남’에는 대형 길드 중 한 곳인 고구려 길드의 본진이 있는 만큼, 아마 고구려 길드도 던전을 막기 위해 튀어나올 것이다.
그래 봤자 던전에 먼저 들어가서 보스를 클리어하는 쪽이 아티팩트를 독식하게 되겠지만.
나는 이제 곧 일어날 대형 던전에 대해 정리하기 위해 노트북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