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33화 (33/202)

# 33

나 혼자 10만 대군 033화

10장 ‘그림자’ 던전(1)

‘던전 증식’사태가 끝났다.

언론 매체는 던전 증식 사태가 끝나자 여태껏 모아왔던 정보와 지라시를 통해 자신들의 입맛대로 자극적인 가십거리들 만들어서 뿌려댔고, 시민들은 그 가십거리 하나하나에 흥미를 보였다.

그리고 최근 그런 가십거리 중 헌터 뉴스 매체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야기는 바로 ‘던전 증식 사태’의 최대 수혜자를 뽑는 랭킹이었다.

제대로 된 조사가 끝나지 않은 채, 그저 언론들의 짜깁기식 정보가 한데 모여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랭킹표.

그중 1위는 바로 던전 증식 사태가 끝나기 하루 전 ‘마정석의 숲’을 클리어한 ‘고구려 길드’였으며, 2위는 ‘수정 동굴’을 클리어한 ‘무천 길드’, 3위부터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형 길드였다.

그런 식으로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은 정보가 기자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짜깁기 되어 있는 랭킹표는 시민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 던전 증식에 대한 언론 매체의 반응이 식고, 헌터 업계는 새로운 소재로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무천 소속의 S급 헌터 ‘유태영’ 다른 길드로 이적?]

[고구려 길드의 S급 헌터의 충격 발언! ‘소속 이동 없을 것!’]

[대형 길드의 찍어누르기식 헤드헌팅, 이대로 괜찮은가?]

[중형 길드, 대형 길드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을 창설 고려 중…….]

언론에서 새롭게 타오르는 소재는 바로 이번 9월에 열리는 ‘헌터 계약 시장’에 대한 이야기.

물론 헌터들은 ‘헌터 계약 시장’이 열리는 9월을 제외하고도 아무 때나 자연스럽게 계약을 새롭게 하거나 파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언론 매체에서 9월을 ‘헌터 계약 시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정말 단순하게도 그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의 가장 위에 있는 3대 길드가 알게 모르게 그런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이런 시장이 만들어진 이유는 대형 길드와 헌터들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점점 상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헌터들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올라온 헌터들을 길드에 영입해 더더욱 힘을 키우는 대형 길드.

이 과정에서 대형 길드에 헌터를 빼앗겨 성장하지 못하는 건 결국 소형 길드와 중형 길드다.

처음에는 대형 길드가 헌터들을 빼먹기 쉽게 은밀하고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이 ‘헌터 계약 시장’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대형 길드가 만들어 놓은 그 시장을 없앨 수도 없었다.

오히려 헌터에게 ‘헌터 계약 시장’은 일종의 기회와도 같았으니까. 1년 동안 자신을 증명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렇기에 대형 길드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이 계약 시장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 조건에…… 정말로 되는 겁니까?”

조용한 사무실.

계약서를 읽고 있던 남자, 하리남은 이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게 질문해 왔다.

“네, 그게 제가 제시하는 조건입니다.”

내가 대답하자 하리남 이 계약 조건이 믿기지 않는 듯 다시 한번 계약서를 보며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하리남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김서윤을 봤다.

무표정하지만 묘하게 그 얼굴에서 탐탁지 않은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던전 증식 사태가 끝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정쩡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채 시작됐던 튜토리얼 던전.

그것이 끝나자마자 나는 하리남에게 접근해 그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건…….”

하리남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확실히 그의 입장에서는 지금 눈앞에 있는 계약서가 정말 본인의 계약서가 맞는지 의심이 될 수밖에 없겠지.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해 어정쩡하게 끝난 튜토리얼 던전.

하지만 그곳에서도 ‘하리남’의 성적은 중위권으로 치기에는 애매한 중하위권이었다.

그 정도 성적으로 길드에서 영입제의가 오기에는 어렵고, 그렇다고 아예 길드에 들어가지 않기에는 아까운 순위.

아마 하리남 본인도 그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눈앞의 계약서가 마치 꿈과 같을 것이다.

하나 그럼에도 하리남은 충분히 데려올 만한 가치가 있는 헌터였다.

지금은 그저 다른 D급 헌터들과 비슷하지만, 회귀 전에 봤던 그의 능력인 ‘절대 방어’는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방어하는 능력.

‘절대 방어.’

하리남의 경우 한 번도 같은 곳에서 싸워 본 적은 없었지만, 회귀 전 그가 만들어 낸 업적들은 꽤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SS급 괴수를 상대로 홀로 쓰러뜨린 업적.

물론 SS급 괴수를 쓰러뜨리는 데에 소모한 시간은 3일 정도로 굉장히 오랜 시간 괴수와 혈투를 벌였지만, 그 당시에 S급 괴수와는 차원이 다른 SS급 괴수를 홀로 토벌할 수 있는 헌터는 나를 포함해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하리남의 인성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물론 그 인성이라는 것도 뉴스에서 보도하는 것을 본 것뿐이라 그리 믿을 수는 없지만, 그가 이뤄냈던 업적들 대부분은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것에서 비롯된 업적이란 것을 생각해 보면 대충 하리남의 인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혹시, 저도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네?”

조용히 하리남의 대답을 기다리던 중 나온 하리남의 질문에 나는 의문을 표했고, 하리남은 무엇인가를 우물쭈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김우현 헌터님은 그 헌터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솔직히 제 성적이 이 정도의 계약서를 받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하리남은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내게 입을 열었다.

나는 순간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소문은 어디에서……?”

“어…… 뭐 그냥 여러 군데에서요. 그냥 뉴스나 팬카페 같은 데 가보면 정말 그럴싸한 말들이 쓰여 있거든요.”

하리남은 자기가 말해 놓고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런 기사가 있었나? 아니 가끔가다 한 번씩 본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뉴스 같은 걸 보고 직접 묻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입을 열었다.

“당연히 아시겠지만, 제가 미래를 본다든가 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역시 그렇죠……?”

……분명 처음 봤을 때는 강직한 얼굴 때문에 능력을 개화하면 믿음직스럽겠거니 싶었는데, 왠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묘한 어리숙함이 느껴진다.

뭐 그저 순박하다고 생각하면 적당히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나는 그때부터 하리남에게 대충 그를 영입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어차피 그래 봤자 이야기의 결론은 ‘그냥 내가 봤을 때 가능성이 보여서 영입 제의를 했다’ 정도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하리남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만약 그러다가 제가 김우현 헌터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뭐, 그럼 그때는 그냥 제 눈이 잘못된 거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내게 그렇게 말하며 하리남에게 슬쩍 눈짓하자, 하리남의 목이 자연스레 내가 눈짓한 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김서윤과 훈련소에 가기 전 무엇인가를 적고 있는 이은별의 모습이 보였다.

곧 고개를 돌린 하리남의 입이 굳게 다물어지고, 무척이나 진중하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계약하겠습니다.”

마침내 하리남의 입이 열렸다.

* * *

“와~ 아저씨 이거 봐요. 진짜로 아저씨 관련 뉴스 엄청나게 많은데?”

하리남과 계약을 마치고 얼마 뒤, 김서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김서윤이 건네준 스마트폰을 받아 보자, 거기에는 나와 관련된 기사들이 쓰여 있었다.

[대박 사건! 김우현 헌터의 능력은 사실 미래도 볼 수 있다!?]

[김우현, 능력뿐만이 아니라 스카우터 능력도 출중하다!]

[이번 9월 헌터 이적 시장 김우현이 선택하는 헌터는 누구???]

[D급 이하의 헌터들, ‘그림자 왕의 러브콜이 필요해!]

“……그러네.”

“뭐 솔직히 아저씨가 현재 발굴한 인재만 해도 2명이나 되니까요.”

확실히, 그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세간의 시선은 나를 뉴스처럼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야 이미 미래가 보증되어 있는 헌터를 데려온 것뿐이지만, 다른 이의 시선에는 아마 내가 계약하는 헌터마다 대박이 터지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 테니까.

게다가 그냥 대박도 아니고 초대박.

한 명 한 명 거의 미래에 S급은 확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박이 터지는 헌터들만을 골라 계약한다.

“확실히…….”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아저씨. 솔직히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말 진짜예요?”

“뭐?”

“뭐 나 영입할 때도 그런 말 했잖아? 가능성이 보인다고. 진짜 아저씨 눈에는 그런 게 보여서 그러는 거야?”

정말로 궁금한 듯 묘하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뭐, 직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기는 하지.”

“오! 진짜로? 예를 들면 어떤 느낌인데?”

내 말에 순간 반응한 김서윤.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그런 김서윤이 묘하게 부담스러워 슬쩍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나를 묘한 눈으로 보고 있는 이은별이 보였다.

“뭐…… 대충 그냥 팟 하는 느낌으로……?”

“그것뿐……?”

“그럼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뭔가 김새잖아…….”

“그럼 진짜 이것밖에 없는데 뭘 더 설명해?”

내 말에 뭔가 아쉬운 듯 나를 바라본 김서윤은 이내 내 손에 들려 있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져가서는 그대로 소파에 앉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근데, 우리는 길드원 추가로 안 받아?”

“길드원? 추가라면 방금 새로운 헌터 한 명 받았잖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나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보니까 원래 소형 길드만 해도 헌터들이 기본은 10명이 넘는다던데?”

김서윤의 말에 옆에서 무엇인가를 적고 있던 이은별도 입을 열었다.

“확실히 서윤이 말대로 그건 맞는 것 같기는 해요.”

“뭐, 나는 사실 길드원이 많든 적든 상관없기는 한데. 그냥 좀 궁금해서.”

“뭐 그거야…….”

어차피 장차 다가올 미래에서 어중이떠중이는 별로 도움이 안 될 테니까.

당장 지금이야 헌터를 모아 나만의 세력을 모으면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일도 확실히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어중이떠중이를 모아봤자 3년…… 아니, 당장 2년 뒤만 하더라도 슬슬 A급 이하의 헌터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몬스터와 던전의 질이 높아진다.

“이 길드는 ‘소수 정예’로 만들 예정이니까.”

그러니까 결국 지금 헌터를 모으는 건 당장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결국 후에 가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었다.

내 말에 일순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던 이은별은 나름대로 수긍한 듯했고, 김서윤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다.

……뭔가 좀 더 자세히 캐물을 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쉽게 납득한 그녀들의 모습에 뭔가 묘한 느낌이 받았지만.

뭐 어떤가, 좋은 게 좋은 거지.

나는 자리에 앉았다.

* * *

‘주작홍’ 길드 건물의 지하 10층에 있는 회의실.

그곳에는 붉은 장포를 입고 있는 규륜과 3명의 남자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웨이하이’로 넘어가서 이제 막 출현 한 A급 던전에 잠입하고 있으란 소리야?”

“맞습니다.”

“……이유는?”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한국의 헌터 한 명이 그쪽으로 갈 거라고. 당신들 임무는 그냥 그 던전에 들어온 그 헌터를 처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규륜의 말이 끝나고 이어지는 침묵.

하지만 곧 규륜의 오른쪽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굳이 S급 헌터가 3명이나 가야 하는 일이야? 뭐, 내가 들은 바로는 ‘일청’이 그 녀석을 암살하려다가 꼬챙이 신세가 됐다는 걸 듣기는 들었는데…….”

남자의 말에 순간 말이 없던 남자, ‘일청’이 무서운 기세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그 녀석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입을 나불거리는 모양인데, 그 녀석은 좀 달라. 많이 다르다고.”

“그래? 그냥 단순히 S급으로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네가 약했던 건 아니고?”

키득거리며 일청을 놀리는 남자. 그 남자의 비꼬는 듯한 발언에 일순 얼굴이 빨개진 일청이 입을 열려 할 때였다.

“그 정도만 하시죠.”

규륜은 그렇게 주위를 정리하더니 다시 조용해진 그들을 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죠, 지금부터 여기 있는 총 3명은 ‘웨이하이’에 있는 ‘그림자 던전’에 잠복합니다. 그리고 제가 말했듯, 그곳에 잠복하고 있다가 자료 속에 있는 그가 오면!”

규륜은 자신의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알겠죠?”

“……그 헌터가 언제 그곳에 올 줄 알고 거기에 가 있으라는 거야?”

조금 전까지 일청을 놀리던 남자의 물음에, 규륜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을 이어갔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들이 잠입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는 반드시 그 던전에 올 겁니다. 왜냐하면.”

규륜이 이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는 무조건 그 던전을 클리어해야 하거든요.”

규륜의 목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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