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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31화 (31/202)

# 31

나 혼자 10만 대군 031화

9장 도깨비의 밤(2)

지난 5일 동안 한국 헌터업계는 무척이나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으로 많이 관측되는 일반 던전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노다지’와도 같은 던전들!

그로 인해 움직이는 헌터들과 노다지인 던전을 발견해 선점권을 두고 싸우는 길드들.

뭐 그래 봤자 이미 ‘진짜’ 노다지인 던전은 내가 다 털어먹고 난 뒤지만.

‘던전 증식’이 일어나는 첫째 날 나오는 ‘황금굴.’ 그리고 그다음 날 나오는 B급에서 A급 사이의 무기를 떨구는 B급 던전 ‘무기 보관소’를 시작으로, 진짜 노다지라고 할만한 던전들은 이미 한발 앞서 내가 먼저 모두 선점해 버렸다.

하지만 내가 먼저 선점했던 그 어느 ‘일반 던전’이라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던전보다는 그 가치가 낮았다.

“도깨비들의 밤.”

‘던전 증식’ 사건에 나오는 단 하나의 A+급 등급을 가지고 있는 던전 ‘도깨비들의 밤.’ 아무리 높아도 B+ 등급을 넘지 못하는 던전에서 유일하게 나온 A+ 던전은 그 난이도가 무척이나 괴랄했다.

처음 이 던전을 발견하고 들어갔던 헌터는 결국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다음 순서로 던전을 발견한 길드도 뒤늦게 던전의 몬스터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빠져나오려 했지만, 헌터가 들어간 순간 던전의 입구가 막히는 ‘도깨비의 밤’의 특성 때문에 마찬가지로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낮은 난이도만 나오던 일반 던전에 갑작스레 나타난 괴랄한 난이도에 헌터들은 자연스레 이 던전을 상위 길드에 올렸고, 그 결과 신천 길드가 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나섰다.

그렇게 해서 결론적으로 신천 길드는 A+급의 던전인 ‘도깨비의 밤’을 클리어하기는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신천 길드의 많은 헌터들이 죽거나 심한 중상을 입었다.

A+급 던전 하나로 인한 대형 길드의 갑작스러운 전력 공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천 길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던전에 들어갔던 신천의 길드장 ‘독문석’이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으로 ‘SSS’급 헌터로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특정 헌터의 등급을, 그것도 SS급 헌터를 일시적이지만 SSS급으로 올려 줄 정도의 아이템이 ‘도깨비의 밤’에는 잠들어 있었다.

서울 하남에 위치한 미개발 구역, 버려진 폐가가 많은 골목 한가운데.

회귀 전의 기억을 되살려 온 이곳에서 한동안 서 있던 나는 던전이 출현하지 않는 골목길을 보며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

폐가가 잔뜩 늘어서 있는 골목길에, 던전 출현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이 어느 한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불었고, 그 골목 가운데에 어두운 일렁거림이 생긴다.

그리고 일순간 검은 일렁거림에서 튀어나온 밝은 빛이 시야를 한 번 가렸을 때.

“찾았다……!”

나는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던전 안에 보이는 어둡고 웅장한 공동, 그리고 그사이에 마치 길을 인도하듯 이어져 있는 횃불들.

그것은 내가 회귀 전 동영상으로 봤던 ‘도깨비의 밤’의 던전 입구와 똑같았다.

“후…….”

나도 모르게 묘한 긴장감이 내 몸을 맴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곧 던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던전에 들어서자 밝았던 밖과는 달리 어두운 공동 안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은 마치 어둠에 잠식된 듯 보이지 않았고, 그사이에 걸려 있는 횃불은 마치 가야 할 길을 인도하는 것처럼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횃불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그림자들을 소환한다.

삽시간에 혼자 걷고 있던 길이 또 다른 어둠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고, 익숙한 병장기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온다.

그리고 곧 일렬로 늘어서 있던 횃불이 사라지고, 녹색 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거대한 공동에 나는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볼 수 있었다.

공동의 끝에 서 있는 녹색 빛의 도깨비를.

녹색 도깨비의 몸체는 거대했다.

딱 봐도 4m는 넘어 보일 것 같은 거대한 몸체, 그리고 그 도깨비에게 쥐어져 있는 검은 몽둥이는 한 번 맞기만 해도 온몸의 뼈가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단해 보였다.

이윽고 녹색 도깨비의 시선이 나와 마주치고, 도깨비의 몸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한 번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거대한 울림.

점점 그 진동 소리가 강하고 빨라진다.

큰 보폭으로 한순간 그림자들에게 다가온 도깨비가 거침없이 몸을 들이밀고, 모여 있던 그림자들이 폭죽처럼 사방으로 튕겨 날아간다.

하지만 튕겨 날아간 그림자들이 거대한 손을 만들어 이어서 몽둥이를 휘두르려 하는 도깨비를 부여잡고, 이어서 만들어진 다른 손이 녹색 도깨비의 벌어져 있는 입안에 처박힌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도깨비의 괴성과 함께 도깨비의 입에 처박혔던 손이 휘두른 방망이에 의해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순식간에 해체되는 군집체 스킬.

하지만 이것으로 목적은 달성했다. 마치 광분하듯 사방에 있는 그림자를 밟아 죽이는 도깨비를 보며 나는 몸을 뒤로 뺐다.

* * *

최근 김서윤의 하루 일과는 무척이나 비슷했다.

지루한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되면 항상 집으로 향했던 발걸음은 자연스레 길드 사무소로 향했다.

길드 사무소에 도착하면 곧바로 주변에 있는 개방형 C급 던전이나 B급 던전에 들어가 혼자서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몬스터를 잡아 마정석을 모은다.

그게 최근 그녀가 보내고 있는 일상이었다.

“흐흥~ 오늘은 드디어 포식날인가!”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녀의 일정이 조금 달랐다.

매달 15일, 그녀에게 그날은 평소처럼 던전에 가는 대신에, 그동안 던전에 가서 모아왔던 마정석을 먹어치우는 날이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마정석을 한꺼번에 모아서 먹는 포식은 꽤 최근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C급이나 B급 마정석에도 반응해 착실하게 키워졌던 능력도 마정석을 먹으면 먹을수록 그 성장력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최근에 와서는 B급 마정석을 한 움큼 입에 넣고 씹어도 능력이 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기분 문제겠지만 그나마 한 번에 많이 먹는 게 김서윤으로서는 능력이 강화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김서윤은 딱히 효율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마정석을 모았다.

‘A급 마정석…… 먹어보고 싶다.’

사무실에 들어와 김윤원의 인사를 받으며 그렇게 중얼거린 김서윤은 이내 얼마 전 김우현에게 배달된 큼지막한 괴수의 A급 마정석을 떠올렸다.

‘진짜, 그거 하나만 먹으면 지금보다 두 배는 강해질 것 같은데…….’

그런 아쉬움도 잠시, 김서윤은 이내 표정을 바꾸며 사무실 한쪽에 있는 자신의 사물함으로 다가갔다.

어제를 비롯해 B급 마정석과 C급 마정석을 지퍼백에 꽉꽉 눌러 담아 4팩씩 채워 총 8팩이나 되는 마정석을 김서윤은 자신의 사물함에 보관하고 있었다.

시세로 치면 거의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마정석 조각들을 먹기 위해 김서윤은 사물함을 열었고,

“……어?”

그녀는 곧 텅텅 비어 있는 자신의 사물함을 보았다.

“뭐야? 뭐지?”

순간 김서윤의 눈빛에 혼란이 깃들며 눈을 사방으로 굴렸다.

김서윤은 혹시 다른 사물함을 열었나 싶어 이름표를 확인했지만, 확실히 이 사물함은 자신의 사물함이 맞았다.

“…….”

허망함이 담긴 표정으로 김서윤이 지퍼백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보고 있을 때였다.

“저기, 김서윤 씨?”

“……왜요?”

김윤원이 김서윤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길드장님이 김서윤 헌터가 오면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김서윤은 멍한 표정으로 김윤원의 손을 바라보다 이내 앗! 하는 소리를 내며 김윤원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냉큼 집어 들었다.

“이건……!”

“A급 마정석이라고, 김서윤 헌터가 사무실로 돌아오면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김윤원의 말에, A급 마정석을 집어 들었던 김서윤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김윤원이 추가로 무어라 말하는 것이 들리기는 했지만 이미 김서윤의 오감은 A급 마정석에 홀려 있었다.

* * *

노란 도깨비가 눈과 입에서 붉은 피를 토해내며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른다.

그로 인해 도깨비를 붙잡고 있던 그림자 거인이 힘없이 바스라지며 사라지고, 이어서 노란 도깨비의 난동에 바닥에 몰려 있던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렇게 한참을 날뛰던 도깨비는 이내 힘이 다했는지 입가에 거대한 피 분수를 쏟아내는 것을 끝으로 땅바닥에 몸을 뉘었다.

“후…….”

눈앞에 쓰러져 있는 노란 도깨비를 보며 나는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미리 띄워놓았던 시스템창에는 2,000대로 줄어들었던 그림자들이 가져온 마정석을 먹어치우며 원래의 숫자를 회복하고 있었다.

원래는 모아놓은 마정석을 포함해 A급 마정석을 하나 가져올까 싶었지만, 고작 C급 마정석 조각으로도 가볍게 수급할 수 있는 그림자에게 A급 마정석을 사용한다는 것이 아까워 결국 서윤이가 모아놨던 마정석 조각들을 대신 들고 왔다.

뭐, 그래도 A급 마정석을 받았으니 정작 본인은 좋다고 하겠지만.

쓰러져 있는 노란 도깨비의 시체를 바라보며 주저앉은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힘든데……?”

나도 모르게 나온 혼잣말.

A+ 급 던전 ‘도깨비의 밤’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바로 던전의 구성에 있었다.

보통의 던전이라면 기본적으로 던전 입구에는 일반적인 몬스터들이, 그리고 그 던전의 끝에 가면 보스 몬스터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모든 던전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런데도 현대에 출현하는 던전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그런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도깨비의 밤’의 경우엔 일반 몬스터 대신, 일직선 구조로 연결된 각 방을 지키는 4명의 도깨비가 이 던전의 전부였다.

첫 번째 방을 지키는 ‘녹색 도깨비.’

두 번째 방을 지키는 ‘푸른 도깨비.’

세 번째 방을 지키는 ‘노란 도깨비.’

마지막 방을 지키는 ‘붉은 도깨비.’

덩치와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약한 A급 괴수보다 월등히 높은 방어력 때문에 숫자의 폭력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들 도깨비들을 억지로 잡으며 간신히 여기까지 왔다.

이제 남은 건 이 던전에서 제일 강한, 진짜 ‘보스’인 붉은 도깨비뿐.

“……하지만 어쨌든 얻는 건 성공했다.”

나는 조금 전 쓰러진 노란 도깨비의 뿔에 걸려 있던 팔찌를 주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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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염원이 모인 구슬 팔찌]

-도깨비 사천왕 노란 도깨비가 자신과 다른 도깨비들의 염원을 담아 만들어 낸 구슬입니다.

팔찌는 착용 시 귀속되며 착용자에게, 귀속 시 착용자는 자신의 체력 소모를 동반해 ‘동화(同化)’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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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가에 찢어질 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아이템 때문에 나는 상성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곳까지 들어왔다.

SS급에 정체 중이던 신천 길드의 길드장을 단번에 한 단계 높은 등급인 SSS급으로 만들어준 아이템이자 독문석이 엄청난 전력 공백에 처하고도 ‘한국’에서 날뛸 수 있게 만들어 준 바로 그 아이템.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 팔찌를 내 왼손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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