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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30화 (30/202)

# 30

나 혼자 10만 대군 030화

9장 도깨비의 밤(1)

경기도 화성 쪽에 위치한 C급 던전 ‘늑대들의 밤.’

좁은 던전의 길목에는 그림자들이 들어차 있고, 던전 내에 주로 나타나는 몬스터인 ‘변종 늑대’는 그림자의 숫자 앞에 제대로 된 짖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그림자들에게 붙잡혀 그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눈앞에는 이 C급 던전 늑대들의 밤의 보스인 ‘웨어울프’가 그 날카로운 손톱을 빼 들고 내 순식간에 그림자들을 넘어 내게 도약했다.

푹 푸욱 푹푹!

“크에에에에에엑!”

웨어울프가 점프함과 동시에 어둡게 변한 영역에서 그림자들이 빼곡히 빠져나와 검을 쳐드는 것만으로, 내게 도약한 웨어울프는 마치 가시밭에 몸을 던진 것처럼 온몸이 칼에 꿰뚫려 괴성을 질러댄다.

푹!

칼에 꽂힌 채로 온몸에서 울컥울컥 피를 쏟아내는 웨어울프의 미간에 칼을 박아 넣는다.

그 간단한 행동 하나로 웨어울프의 동공이 커지고, 곧 웨어울프는 온몸을 축 늘어뜨리더니 어금니를 드러내던 잇몸을 아래로 숙였다.

쿵……!

미간에 꽂혀 있던 칼을 빼자 그림자들이 제각각 웨어울프에게 꽂았던 칼을 회수했고, 곧 거대한 웨어울프의 몸체가 땅으로 떨어진다.

"이걸로 할당된 던전은 전부 클리어했나?"

그림자들이 웨어울프의 몸 안에 있는 마정석을 꺼내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던전에서 나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울리는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D급 던전 ‘놀의 밭’ 클리어했어요. 보스도 클리어했구요.

“좋아, 그럼 이제 오늘 할 일은 끝.”

-던전에 있는 마정석은요?

“그건 협회에 그냥 통째로 넘겨. 어차피 몬스터한테서 마정석 회수 안 했지?”

-네. 아니, 어떻게 몬스터라도 그렇지, 시체 안에 손을 집어넣어요? 전 징그러워서 그런 거 못 해요.

생각만 해도 싫다는 듯 으으으 신음을 흘리는 김서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픽 웃음을 지었다.

당장 D급 던전이면 김서윤이 주먹만 휘둘러도 사지가 멀쩡할 몬스터가 없었을 텐데도, 마치 그런 일은 하지 못한다는 듯 투덜거리는 김서윤.

“우선 다 끝났으면 집에 가든가 사무실 들리든가 하고……. 아, 어차피 너 내일 학교 가는 날 아니야?”

-그렇긴 한데……. 아 맞다! 아저씨! 저 ‘헌터 출석 면제’ 신청해주면 안 돼요?

“헌터 출석 면제?”

-그 뭐냐, 길드 들어가서 헌터일 시작하면 그거 신청하면 된다네요. 학교 안 다녀도 길드 출근만 하면 학교 출석으로 인정해 준다는데.

“그런 것도 있어?”

처음 알았다.

뭐 애초에 회귀하기 전에도 길드랑은 거리가 멀어서 이런 쪽에 무지하기는 했다.

-아무튼요. 해주시면 안 돼요?

“뭐, 네가 하고 싶다면야.”

그 뒤로 김서윤과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눈 나는 이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보겠다는 김서윤을 말을 듣고 통화를 종료했고,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로부터 1시간 후 돌아온 사무실.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아 네, 혹시 별일은 없었습니까?”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정갈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슬쩍 고개를 숙이며 나를 반겨줬다.

“네, 당장 별일은 없었고, 길드장님이 처리해야 할 서류가 있기는 합니다.”

“그건 제 책상에 가져다주시고, 은별이는요?“

“이은별 씨는 현재 협회 훈련장에 있습니다.”

내 나름의 휴식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움직인 지 1주일째. 나는 자리에 앉아 뻐근한 목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무실 한편에는 얼마 전 이런저런 자잘한 문제나 길드의 사소한 공문 같은 것을 처리하기 위해 고용한 사무원 ‘김윤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고, 휑했던 길드 사무실은 지난 1주일간 좀 더 그럴듯한 모습을 갖췄다.

뭐, 단순히 사무원이 온다는 핑계로 돈을 조금 쏟아부어 인테리어를 조금 더 그럴듯하게 손봤을 뿐이지만, 역시 돈의 힘은 좋은 것인지 사무원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딱 필요한 것만 구비되어 있던 사무실은 꽤 괜찮은 모습을 갖췄다.

“여기, 결재해야 할 서류입니다.”

“네.”

자리에 앉아 있자 결재서류를 가져다주는 김윤원.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보기 시작했고, 나는 그가 처리해 놓은 서류들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사무원을 뽑을 때 혹시나 스파이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경력이 있었던 사람들이나 적당히 나이가 찬 사람들은 뽑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지원한 이들 중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을 뽑았다.

그 때문에 솔직히 처음부터 일을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김윤원은 내 생각보다 일을 무척 잘해주고 있었다.

슬쩍 시선을 돌려 켜져 있는 노트북의 날짜를 바라봤다.

[8 / 18]

이제 시작이다.

회귀 전 내 기억으로는, 오늘 밤을 기점으로 정확히 8월 28일까지, 한국은 ‘던전 증식’ 사태에 빠진다.

원래라면 1달에 많아봤자 5~6개밖에 관측되지 않는 일반 던전들은 오늘 밤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8월 28일을 넘기는 시점에서는 거의 100개가 넘는 일반 던전이 출현하게 된다.

뭐 그래 봤자 어차피 한 번 클리어하면 사라지는 일반 던전인데다가 던전의 난이도 자체도 몇몇 던전을 제외하면 그리 높지 않기에 큰 위협이 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 건 던전 증식 중 출현하는 던전 중에는 난이도에 비해 굉장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던전들이 생긴다는 거지.

하지만 이번 던전 증식에 나오는 던전 중에서도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던전은 5일 뒤에 출현하는 A+급 던전이다.

그 A+급의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무조건 얻어야만 했다. 그 아이템은 내 능력의 상승과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석양이 지는 시간대.

나는 노트북을 이용해 지도를 열어 1주일 동안 준비했던 던전의 루트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 * *

8월 18일에서 8월 19일로 넘어가는 자정.

경기도 동두천 쪽 계곡에 앉아 있던 나는 슬슬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날씨를 느끼며 중얼거렸다.

“이제 슬슬 열릴 때가 됐는데.”

‘던전 증식’ 사태의 시작이자 100개가 넘게 열리는 일반던전 중,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노다지 던전인 ‘황금굴.’ 던전 등급은 고작 B등급밖에 되지 않지만, 던전에 붙여진 이름과 같이, 이 B급 던전 안에는 엄청난 양의 황금들이 있었다.

그리고 던전의 보스인 ‘황금충’의 몸에서 나오는 황금 마정석은 그 본연의 가치로는 그리 가격이 높지 않지만, 그 특유의 아름다운 외형 덕분에 굉장히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그래서 회귀 전, 처음 이 던전을 발견했던 중형 길드는 이 던전을 끝으로 그 길드를 해체하고, 그 던전에서 나온 황금을 나눠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 뉴스에 나온 적도 있었다.

또 그 당사자 중 한 명이 ‘그 던전이 사라지기 전 안에 있던 황금을 다 가지고 나오지 못해 아쉬웠을 정도’라고 말한 것까지도.

슬쩍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보려던 찰나, 계곡 한쪽에서 묘한 분위기의 일그러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람이 일순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곳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온다.

본능적으로, 나는 던전의 입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

던전 안을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이라면 눈이 돌아갈 만큼의 황금이 마치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산삼을 찾아낸 심마니의 심정이 이것과 비슷할까?

걸음을 옮기며 능력을 끌어올린다. 내 의지에 반응한 그림자들이 서서히 내 영역에서 빠져나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점점 많아지는 그림자들이 던전의 입구로 몸을 움직인다.

“끼릭!? 키릭! 끼릭!”

영상으로만 봤던 황금굴은 실제로 본 느낌은 정말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장관이었다.

황금이 사방에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고 있고, 심지어 동굴 위에도 황금이 구석구석 박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동굴 사방에 붙어서 침입자를 경계하는 듯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는 ‘황금충’들이 등장한다.

제각각 다양한 벌레의 형상을 하고 있는 황금충들,

어떤 것은 거미의 형태를 띤 것도 있었고, 또 다른 것은 마치 무당벌레처럼 온몸이 날개로 덮여 있거나 지네처럼 다리가 많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벌레들의 공통점은 크기가 사람 키의 반 정도는 될 정도로 컸고, 죄다 몸에 황금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황금층들. 아마 이 벌레들은 제각각 공격하는 방법도 다를 테고 약점도 전부 다를 테지만, 내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황금충들이 일제히 그림자들을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려들었던 황금충들은 모두 그림자의 먹이가 되었다.

그렇게 던전의 몬스터들을 도륙하며 ‘황금굴’에 진입한 지 30분. 나는 무척이나 순조롭게 이 황금굴의 보스인 ‘황금거미’를 잡을 수 있었다.

기괴하게 흔들리던 황금거미의 다리가 서서히 그 움직임을 멈춰가고, 마치 거미의 경직 현상처럼 다리를 오므려 완전히 죽음에 빠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림자들은 거미를 향해 들고 있던 칼과 몸둥이를 회수했다.

황금거미가 죽자마자 그의 몸을 파헤치기 시작하던 그림자들은 이내 ‘황금거미’의 몸속에서 마정석을 찾아냈고, 그것을 내게 건넸다.

“……영상으로만 봤는데, 확실히 진짜 예쁘기는 하네.”

황금빛 마력이 영롱하게 담겨서 빛을 발하는 마정석은 확실히 소장가치가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뭐, 그래 봤자 이 던전에서 얻는 이득도 앞으로 5일 뒤에 있을 A급 던전에서 얻을 ‘아이템’에 비하면 그리 큰 건 아니지만.

나는 미리 주머니에 넣어놨던 것을 꺼냈다.

며칠 전 구매소에서 산 ‘쿠파’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포댓자루. 내가 포댓자루를 손에 쥐자 그림자들이 쥐고 있던 칼과 몽둥이가 사라지고, 그 대신 그림자들의 손에는 나와 같은 포댓자루가 들려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이제 돈을 쓸어 담을 시간이었다.

* * *

김윤원. 최근 그는 자신의 삶에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취업난이 엄청난 한국에서 적당한 4년제 대학을 나와 취업에 대한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을 때쯤 왔던 면접 제의. 그것은 바로 그림자 왕이 만든 길드 ‘씨커’에서였다.

처음 그림자 왕이 알려졌을 때, 그림자 왕의 팬이 되어 팬카페에 가입해 꾸준히 활동하던 중, 들었던 사무원 구인 소문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나 넣어봤던 이력서가 그림자 왕에게 뽑힌 것이다.

그 뒤로는 면접을 보고, 면접에 합격해 김윤원은 ‘씨커’ 길드의 사무원이 되었다.

사무원이 되고 나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되었던 여러 가지 고민은 일을 시작하고 3일도 안 되어 완전히 사라졌다.

신입이 받는 월급치고는 상당히 많은 금액.

적당한 업무량.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되면 무조건 할 수 있는 칼퇴근!

덤으로 자신이 동경하는 그림자 왕과 요즘 한참 인기를 얻고 있는 ‘김서윤’과 ‘이은별’을 볼 수 있다는 사실!

그야말로 김윤원은 본인이 생각하던 ‘꿀직장’을 찾은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며 오늘도 정시보다 20분 일찍 출근한 김윤원.

“길드장님, 이건……?”

“아, 오셨습니까?”

그는 사무실 한구석에서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밝은 빛을 내뿜고 있는 황금들을 바라봤다.

김윤원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신기루인가? 하는 생각에 몇 번이고 눈을 감았다가 떴지만, 사무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황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김윤원이 멍하니 황금을 바라보고 있자, 김우현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아마 좀 바쁘실 겁니다. 환전소에 연락해 놨으니 아마 시간이 되면 환전소 직원들이 올 겁니다. 거기 있는 황금은 그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 되고, 던전 클리어 관련 공문도 오늘 안으로 날아올 테니 처리해 주세요.”

그렇게 말한 김우현은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나 곧바로 몸을 움직이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저는 할 일이 있으니, 나갔다 오겠습니다.”

“아, 예.”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는 김우현을 한동안 바라보던 김윤원은 이내 사무실 벽 한쪽에 가득 쌓여 있는 황금의 산을 보았다.

“……이거 실화냐?”

김윤원의 소리 없는 비명이 사무실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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