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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25화 (25/202)

# 25

나 혼자 10만 대군 025화

7장 A급 괴수 남하(2)

강형찬 부장에게 연락을 받은 그 날, 나는 협회 측 차를 타고 A급 괴수가 남하하고 있다는 연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상한데.”

저물어 가는 석양을 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회귀 전 일어났던 사건들은 내 기억대로 일어나고 있었지만, 묘하게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대형 던전의 경우 던전이 열리는 시간이 어그러졌고,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꽤 시간이 남아 있을 거라고 보았던 A급 괴수 남하 사건이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터졌다.

“A급 괴수 40개체……라.”

게다가 회귀 전에 봤던 내용과는 다르게 무려 18개체 정도나 많은 A급 괴수의 숫자.

A급 괴수 하나만 해도 A급 헌터가 최소 16명은 달라붙어야 그나마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데, 무려 40개체의 A급 괴수면 단순히 산수로 계산만 해봐도 최소 필요한 A급 헌터의 숫자가 640명.

“힘들겠는데…….”

사익을 우선시하는 길드에서, 그나마 정말 얼마 없는 S급 바로 뒤에 있는 A급 헌터를 그렇게 쉽게 빼주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자기들이 위험하지 않은 이상은.

하지만 그런 내 걱정도 잠시, 곧 도착한 연천군청에는 내 예상보다 꽤 많은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군청 주차장에는 급하게 천막으로 만든 협회 작전소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딱 봐도 질 좋은 장비를 끼고 있는 헌터들.

심지어 내가 도착한 시점에서도 각 길드의 표식이 박혀 있는 차를 타고 합류하는 헌터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고, 곧 헌터 협회 쪽에서 세워 놓은 단상에 누군가가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헌터 협회 한국 지부에서 정보부 부장을 맡은 김우석이라고 합니다. 긴급 상황이라 이런 식으로밖에 브리핑을 하지 못하는 점,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김우석 부장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고개를 슬쩍 숙이고는 곧바로 입을 열어 간단하게 현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 측에서 이변으로 인해 나타난 엄청난 숫자의 A급 괴수.

북한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협회 쪽에서 헌터를 보냈지만, 중국의 헌터들은 A급 괴수들을 막지 못했다.

-그 결과, 총 40개체가 넘는 괴수들이 국경을 뚫고 남하하고 있습니다.

헌터들에게 간략하게 브리핑을 한 김우석이 말을 끝낼 무렵,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건 대략 들었으니까 알고 있다.”

굵고 묵직한 목소리.

헌터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돌아갔다.

“……이광천?”

“고구려 길드장 이광천이다……!”

순간 헌터들에게서 탄성이 내뱉어진다.

이광천은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코트에 손을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확실하게 알고 싶은 건, 협회 측에서 내건 조건이다. 여기서 한 번 확인을 거치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광천의 말에 웅성거렸던 장내가 한순간 조용해졌다.

단상 위에서 그런 이광천에게 묘한 시선을 보내는 김우석과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김우석을 바라보는 이광천.

-네, 알겠습니다.

그것도 잠시, 김우석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더니 입을 열었다.

-저희가 사전에 공지했다시피, 협회 측은 이번에 남하하고 있는 A급 괴수 40개체의 양도권을 일체 포기합니다. 남하하는 A급 괴수는 순수하게 ‘괴수’를 잡은 헌터의 것으로 인정하고, 괴수의 시체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마정석에 관해 저희 협회는 그 어떤 세금이나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우석의 말을 듣고 술렁거리는 헌터들.

그때 김우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국제헌터 협회’에서 직접 지령을 받은 일로, 이 자리에 계신 헌터분들은 이 순간부터 A급 괴수 남하가 끝날 때까지 부당한 명령이 아닌 한 ‘협회’의 지시에 따라 주셔야 합니다.

그 말이 끝나고, 나는 그제야 이 연천에 이렇게 많은 헌터들이 모여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조건 때문에 고구려 길드장이 직접 이곳에 행차했구만?

A급 괴수.

분명 A급 괴수는 재앙이지만, A급 괴수의 마정석이나 괴수의 시체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부산물들은 던전에서 나오는 다른 몬스터들의 부산물보다 더 순도가 높고 가치도 높았다.

하지만 문제는 협회에서 받아먹는 수수료와 세금이었다.

기본적으로 마정석을 환전하는 것은 협회 측의 일이고, 시체의 부산물들을 처리하는 곳도 ‘헌터 거리’의 장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협회에서 처리한다.

그렇기에 협회는 길드에서 잡아 오는 괴수들의 시체나 마정석을 사들일 때, 꽤 많은 액수의 수수료를 뗀다.

그리고 지금 저 단상 위에 올라가 있는 김우석 부장은, 현재 남하하고 있는 괴수를 한정으로 그 A급 괴수에 대한 수수료와 세금을 떼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웅성거리기 시작한 장내를 정리한 김우석은 곧바로 군청 앞에 붙어 있는 거대한 스크린을 이용해 현재 상황을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 * *

정보부장 김우석의 브리핑 내용은 간단했다.

협회 측에서 분석한 결과, A급 괴수 40개체는 총 3가지 루트로 나뉘어서 남하하고 있고, 헌터들은 괴수들의 루트에 따라 총 3곳으로 나뉘어 남하하는 괴수들을 막게 되었다.

“그냥 삼파전이네.”

조금 전, 신천 길드에서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던 고구려 길드장 이광천과 신천 길드장 독문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로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A급 괴수가 오는 쪽으로 가기 위해 서로를 깎아내리며 당장에라도 싸울 기세로 시비를 거는 양측 길드장의 모습은 어찌 보면 조금 추해 보였다.

그런 식으로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운 결과, 고구려 길드와 그 하위 길드는 연천 오른쪽에 있는 산길에, 신천 길드와 그 하위들은 연천 오른쪽에 있는 계곡가에 위치하게 됐다.

또 정작 길드장이 병고를 이유로 참가하지 않은 무천 길드와 그 하위 길드, 그리고 협회의 헌터들은 A급 괴수가 몇 개체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천 시내에 위치하게 되었다.

“참.”

당장 이걸 못 막으면 서울이 개판이 날 상황에 부닥쳤는데도, 길드는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입에 넣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뭐, 길드야 항상 그런 식이니까 기대도 하지 않지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제 완전히 어두워진 도로를 바라본다.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거리.

“너무 달라졌어…….”

사실, 이상했다.

지금 이 상황은 회귀 전, 내가 듣고 보았던 그 괴수 남하 사건과는 너무나도 다른 동선을 타고 있었다.

회귀 전보다 2배로 늘어난 A급 괴수들, 길드를 참여시키기 위해 협회 쪽에서 둔 초강수, 그리고 세 루트로 나누어서 남하하는 A급 괴수들.

그것들은 전부, 회귀 전에는 없던 일들이다.

“……괴수를 막으려고 동원되었던 군인들은 오히려 전부 철수시킨 것 같은데.”

이 정도라면 이미 이 사건은 회귀 전에 내가 알고 있던 그 괴수 남하 사건과는 무척이나 달라져 버렸다.

괴수가 남하한다는 것만이 같을 뿐, 아예 다른 사건으로 취급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낡은 폐공장을 바라본다.

회귀 전, A급 괴수가 남하하는 진로는 바로 연천에서 조금 더 위쪽에 위치해 있지만, 시내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이 ‘폐공장 단지’였다.

그 때문에 나는 길드들의 삼파전에 끼지 않은 채, 혼자 이 폐공장 단지에 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드론도 있지만.”

나는 슬쩍 고개를 들고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을 바라본다.

한참 삼파전 중인 길드를 곤란한 듯 바라보고 있는 김우석 부장에게 부탁해, 강형찬 부장의 이름을 대고 가지고 나온 영상드론이었다.

그 드론이 하늘에 떠서 카메라를 굴리고 있었다.

내가 굳이 김우석 부장에게 부탁해서 저 드론을 가지고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상한 정치질에 휘말리는 건 막아야지.”

혹시나 내 예상이 맞는다면, 겸사겸사 이 드론을 통해 이쪽 상황을 보고 있는 협회 측 인물들이 적당한 때에 이쪽으로 헌터들을 보내겠지.

“내 예상이 맞았으면 좋겠는데…….”

대형 던전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분명 헌터 협회는 민락동 근처에 대형 던전이 열릴 거라 했지만, 실제로 대형 던전은 내가 회귀 전에 기억하던 ‘의정부역’에서 열렸다.

……만약 이번에도 내 예상이 맞아 이곳으로 A급 괴수들이 모두 몰려온다면, 아직 2차 각성을 하지 않은 나로서는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뭐 힘든 싸움 정도지, 못 이기는 건 아니겠지만.

다만 어느 정도의 두통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빼고는…….

“뭐, 그래도 얻는 건 많겠지만.”

나는 허리춤에 찬 장검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A급 괴수의 시체를 팔아서 나오는 돈도 무시할 수 없지만, 내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바로 A급 괴수에게서 나오는 그 마정석이었다.

“……마정석을 최소 5개 정도만 얻을 수 있으면야.”

사실, 삼파전에 끼지 않고 내가 기억하고 있던 폐공장 단지에 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중에 또 분배해달라고 하면 귀찮지. 길드 놈들은 더럽게 끈질기니까.”

A급 괴수들을 최대한 많이 독식해야 한다.

뭐, 내 예상과는 다르게 괴수들이 협회가 예측한 루트를 통해 남하한다면, 괴수 독식은커녕 뒤늦게 싸움에 참여해 이미 한통속인 길드 사이에 끼어 마정석의 분배권을 놓고 투닥거려야 할 것이다.

다만 늦게 참여하던 처음부터 참여하던 마정석과 괴수 시체를 두고 투덕거린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을 내쉬고 폐공장 한쪽 철창에 기댔다.

차라리 이쪽으로 딱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괴수가 몰려오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린 지 얼마나 됐을까.

진동이 울렸다.

처음에는 집중해야 느낄 수 있었던 진동이, 서서히 커진다.

점점 더 땅이 울리고, 소리가 커진다.

작은 소음으로 시작해 곧 거대한 울림이 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씩 웃었다.

내 예상대로, 온 것이다. A급 괴수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힘차게 뽑는다. 그와 동시에 가로등에 잠겨 있던 내 그림자가 마치 어둠을 퍼트리듯, 불빛을 잡아먹고 빛마저 반사하지 않는 묵빛으로 변해나간다.

그리고 빛조차 삼켜버릴 것 같은 내 영역 안에서, 형상들이 올라온다.

10, 20, 40, 80…….

형체가 정해져 있지 않은 형상들이 증식하듯 퍼져 나간다.

160, 320…….

형상들이 서서히 형태를 갖춰간다.

640, 1,280, 2,560…….

부지불식간에 폐공장과 그 근처를 덮을 정도로 많아진 그림자 군단.

……3,500!

그림자 군단이 폐공장 저편에서 나타난, 딱 봐도 거대해 보이는 괴수들에게로 일제히 시선을 돌린다.

먼저 보이는 괴수의 뒤로 다른 괴수의 몸체가 보인다.

괴수의 포악한 눈빛이 마치 나와 눈이 마주친 듯했다.

심장이 뛰고, 오랜만에 보는 거대한 괴수의 위압감에 숨이 막혔지만, 이내 나는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악!!!”

괴수의 울부짖음과 함께, 그림자 군단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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