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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24화 (2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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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 024화

7장 A급 괴수 남하(1)

“길드장님. ……정말 이렇게 하면 제 능력을 개화할 수 있는 건가요?”

이은별의 불신 가득한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나는 그런 이은별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 보며 대답했다.

“네, 물론 아시다시피 당장 뛰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가 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이은별에게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게다가 이은별 씨는 그동안 사용하셨던 무기가 창이다 보니 이 스태프에도 익숙해 져야 합니다.”

“알겠어요…….”

내 손을 잡고 일어난 이은별은 힘없이 대답하며 옆에 놓여 있던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김서윤을 영입하고 난 지 3주째.

나는 이은별에게 말했던 ‘능력 개화’를 위해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을 이은별에게 직접 가르치는 중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재능이 있긴 합니다. 일반 ‘마법사’형 헌터들은 마력을 느끼는 데만 해도 1달이 가볍게 소모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빨리…….”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는 이은별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확실히 이은별의 재능은 타고났다.

한 달 전, 이은별에게 그녀만을 위해 따로 준비한 능력 개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거짓말을 한 뒤, 남은 1주일의 시간 동안 어떻게 이은별에게 말한 능력 개화 프로그램을 짤 것인지 여러모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분명 능력 개화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이은별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능력 개화’까지 닿았는지는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은별이 ‘능력 개화’를 했던 당시의 상태와 똑같이 맞추는 것이었다.

“후우…….”

지금 한숨을 내쉬고 있는 이은별의 마법 재능은, 천재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나도 마법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어 그저 협회 측에 요구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간단한 교본으로 그녀를 가르쳐 보았다.

그 결과 그녀는 6개월 동안 수련해야 배울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마법의 기초가 되는 ‘마력 유동’ 스킬을 단 2주 만에 배워 버렸다.

……다른 마법사형 헌터들이 본다면 그야말로 경악을 내지르며 시기심에 불타오를 만한 재능이었다.

“이은별 씨의 재능은 남다릅니다. 제가 말씀드렸죠? 이은별 씨는 다른 헌터들은 6개월 혹은 그 이상을 수련해야 배울 수 있는 스킬을 단 2주 만에 배운 겁니다.”

“네, 알고 있어요.”

“솔직히, 이대로 당장 시중에 풀려 있는 마법만 배워서 던전으로 가도 분명 한 사람의 몫, 아니 어쩌면 두세 사람 정도 몫까지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내 격려에 이은별은 우울했던 기분이 살짝이나마 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일부러 위로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협회 측에 데려가서 뼈 빠지게 고생한 마법사 헌터들을 만나게 해줘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이은별이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났다.

“저는 여기서 조금 더 연습하고 갈게요.”

슬쩍 시선을 돌려 스마트폰을 바라보자 이제 오후 5시 3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나는 이은별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협회 측에서 헌터들에게 일정한 돈을 받고 대여해 주는 훈련장을 나와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사무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가면 이은별도 진짜 2~3달 안에 능력을 개화할 수도…….”

물론 이은별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려봤을 땐 개화할 때 어느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 것 같지만…….

그것은 이은별이 ‘능력 개화’를 할 능력이 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도착한 사무실.

익숙하게 사무실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올라가자 그곳에는,

“응? 아저씨 왔어요?”

능력을 사용한 채로 소파에 누워 무엇인가를 씹고 있는 김서윤을 볼 수 있었다.

“……너, 뭔가 많이 바뀌지 않았냐?”

거리낌 없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김서윤을 보며 내가 그렇게 묻자, 줄곧 능력을 사용하고 있던 김서윤이 무슨 소리냐는 듯 입을 열었다.

“뭐가요? 저 뭐 바뀌었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훑어보는 김서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묘한 괴리감에 슬며시 웃었다.

분명 3주 전, 처음 길드에 들어온 김서윤과는 꽤 거리가 먼 모습이었고, 사실 그 거리를 좁히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3주 만에 그녀는 확연히 변했다.

“아저씨! 그보다 이거 봐봐요. 저 지금 뉴스 탔다니까요?”

이은별 때와 같은 일을 만들기 싫어 김서윤과 붙어 다니며 열심히 케어해 준 결과, 그녀는 어느새 나와 어느 정도 장난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져 있었다.

……회귀 전에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나 당장 3주 전에 봤던 그녀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녀가 ‘능력’ 때문에 점차 성격이 괴팍하게 변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그만큼 지금 내 눈앞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밀고 있는 그녀는 쾌활했다.

“아저씨? 왜 계속 멍때려요?”

나를 부르는 김서윤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나는 그녀가 눈앞에 들이밀고 있는 스마트폰을 잡았다.

[튜토리얼 던전 실적 1위! ‘김서윤!]

[김서윤의 소속된 곳은 ‘그림자 왕’ 김우현이 만든 길드!]

[그림자 왕 김우현, 천부적인 스카우터 실력!]

[비주류 계열인 무투계 능력의 정점까지 오를 잠재력! 김서윤 인터뷰!]

[외모만큼 까칠하다! 김서윤!]

뉴스의 내용은 2일 전에 열린 ‘튜토리얼 던전’에서 김서윤이 활약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건 좀 미안하네.

원래 1년에 5번밖에 열리지 않는 튜토리얼 던전. 그 던전이 불과 2달도 되지 않는 시점에 다시 열린 이유는 아무래도 나 때문일 공산이 가장 컸다.

튜토리얼 던전은 말 그대로 헌터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곳이고, 대형 길드에게 있어선 새로 영입한 소속 길드 헌터들의 명성을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번 튜토리얼 던전 때는 내가 튜토리얼 던전에 있는 몬스터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싹쓸이해버린 바람에, 나를 제외한 다른 헌터들은 상대적으로 붕 뜰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마 이번에는 예외를 적용해 튜토리얼 던전이 열린 지 2달도 되지 않아 다시 던전을 열었지만…….

“나 대박이죠? 댓글 읽어 보면 나 인기 쩐다니까요?!”

……이번에도 내가 영입한 김서윤이 운 좋게 튜토리얼 던전을 혼자 다 박살 내버렸다.

슬쩍 스크롤을 내려 다른 뉴스를 보다가 이내 유튜X에 올라와 있는 ‘김서윤의 전투 & 인터뷰 엑기스!’ 파일을 클릭했다.

이윽고 페이지가 바뀌며 재생된 영상은 능력을 사용한 김서윤이 몰려오는 고블린들에게 몸통박치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블린들이 마치 볼링핀처럼 하늘을 날아간다.

분명 몰려오는 고블린의 밀집도는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데, 김서윤은 그저 두 손을 앞으로 하고 가드 자세를 취한 채 달려나가는 것만으로도 마치 불도저처럼 고블린들을 학살했다.

곧바로 화면이 넘어가고 그다음, 김서윤이 달려드는 C급 괴수 ‘크발’의 머리통을 그대로 내리찍는다.

마치 공간 전체를 찍어 누르는 듯한 웅장한 파괴음과 동시에 크발의 몸뚱이가 땅에 꺼지듯 내려앉았지만, 김서윤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크발의 머리를 몇 번이고 내리친다.

그 뒤로, 그런 김서윤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헌터들의 모습이 살짝 웃음 포인트처럼 흘러나왔다.

다시 화면이 바뀌며 김서윤이 C급 괴수인 ‘칸츠’ 의 꼬리를 양손으로 잡고 마치 채찍처럼 땅바닥에 내리꽂는 장면이 눈에 보였다.

“……허.”

이번엔 나도 좀 놀랐다.

길이만 해도 3m는 간단하게 넘어가는 ‘파충류’.

그 C급 괴수의 꼬리를 들고 좌우 상하를 불문하고 내리치는 김서윤의 모습은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했다.

그 뒤로 화면이 점멸되며 ‘김서윤 인터뷰 장면’이라는 글이 영상에 출력되더니, 이내 김서윤이 튜토리얼 던전 앞에서 수많은 마이크에 둘러싸인 모습이 나왔다.

-아 씨……. 다 비켜요, 좀!

김서윤이 대뜸 던진 한마디.

그럼에도 기자들이 몰려들며 질문 공세를 가한다.

-김서윤 헌터! 소속된 길드의 길드장이 그림자 왕 ‘김우현’ 헌터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김서윤 헌터! 개화한 능력명은 어떻게 됩니까?

-시스템에서 측정하는 헌터 랭크가 어떻게 됩니까?

쉴 새 없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서윤이 폭발한다.

-아 씨! 할 말 없으니까 다 비키라고!!!

영상 속에 나오는 김서윤의 모습을 보니, 또 의문이 든다.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김서윤은, 내가 예전에 봤던 그 김서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는데……?

슬쩍 시선을 돌려 김서윤을 바라보자,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한 김서윤이 눈에 들어왔다.

“야, 너 성격이…….”

“……?”

“이 영상 속이랑 지금 너랑 너무 다른데?”

내 말에 김서윤은 순간 묘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불퉁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아저씨한테도 쌀쌀맞게 굴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슬쩍 톤이 올라가는 목소리에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왠지…….”

그 차이가 너무 심해서 문제다. 뭐, 사실 나로서는 김서윤이 이렇게 쾌활한 성격이라는 건 좋은 거지만.

영상에서 김서윤이 있는 대로 기자들에게 히스테리를 내뿜고 있는 장면을 보니, 아무래도 김서윤은 이런 모습을 아마 어느 정도 친해진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슬쩍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 댓글을 봤다.

-리미티드에디션: ㅗㅜㅑ 서윤이 누나, 너무나도 아름답다. 능력 쓰면 피부 붉어지는 거 개 야하다 ㄹㅇ ㅇㅈ?

└구경무새: 가능, ×가능 붉은 피부 ×가능 날카로운 뿔 핸들 ×가능!!!

└김서윤1호팬: ???? 이 새끼들 각도기 깨버리네 ㅁㅊ놈들이???? 고소 각 개날카롭죠?

-PDF 바로 만들었으니까 기대해라, 씹새야.

└구경무새: 죄송합니다. 그냥 장난으로 그런 건데…… 봐주시면 안 돼요?

-떡상필요: 김서윤 김우현 헌터가 만든 길드 소속이라는데 실화임?

-이제껏: 진짜 뭐냐ㅋㅋㅋㅋㅋㅋ 저번 튜토 때도 그림자 왕이 다 뿌셔 버려서 헌터들 데꿀멍했는데, 이번에는 김서윤이 나와서 혼자 다 뿌셔 버리네 ㅋㅋㅋㅋ 헌터들 데꿀멍 봤냐?

-리플레이충: 2:34' 헌터들 데꿀멍하는 부분 ㅋㅋㅋㅋ 새끼들 입 벌리는 거 왜케 웃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미띠: 얼굴빨 수고 ㅋㅋㅋ 걍 얼굴로 밀어 붙이는구만 ㅋㅋㅋ

└찾아간다: 너는 튜토리얼 던전 C급 괴수까지 혼자 클리어한 게 얼굴빨임? ㅋㅋㅋ 걍 까고 싶어서 막 배알이 뒤틀려 뒤져 버리겠냐? 응? 응?

-알칼리성성수: 근데 솔직히 저 능력 외모가 좀 무섭긴 하다…… 김서윤 파충류 눈 어두운 밤에 보면 지릴 것 같지 않냐 ㅋㅋㅋㅋㅋ

└인정하는부분: 진짜 인정한다. 솔직히 좀 무섭게 생기긴 함.

└A급가성헌터: 솔직히 좀 무섭게 생겼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럼 어떠냐? 존나게 쎈데 ㅋㅋㅋㅋㅋ

……이 외에도 수백 개나 되는 댓글이 유튜브 영상 아래에 달려 있었다.

나는 조금 더 댓글을 읽다가 곧 김서윤에게 폰을 돌려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능력 사용은 왜 하고 있는 거야?”

“당연히 이것 때문이죠.”

내 물음에 김서윤은 소파 앞 책상에 놓여 있는 봉투를 들어 올렸다.

그 봉투 안에는 오돌토돌한 마정석 조각들이 꽤 많이 들어 있었다.

김서윤은 봉투 안에서 마정석을 한 움큼 꺼내 입에 집어넣고는 우물우물 씹었다.

씹는 동안에도 까드득 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아 조금 소름이 돋았지만, 정작 본인은 안중에도 없는 듯 다시 마정석을 입에 넣었다.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야?”

“에이~ 제 능력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근데, 확실히 이제 처음 마정석을 먹었을 때처럼 힘이 팍팍 상승하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높은 등급의 마정석을 먹어 치워야 하나?”

3주 전 김서윤을 영입하고 나서, 나는 대충 1주 정도 김서윤을 하급 던전에 데리고 다녔다.

그때 간단한 헌터 수칙과 함께 그녀에게 던전에서 나오는 마정석을 몰아주었다.

처음에는 몬스터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 꺼리는 김서윤 때문에 고민하기도 했지만.

까드드득 까드득.

……보시다시피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마정석을 먹고 있었다.

뭐, 당장 3주 전만 해도 내 그림자들이 달라붙는 것만으로도 주먹을 뻗지 못했던 그녀가, 탐식의 능력을 이용해 마정석을 먹어치운 것만으로 C급 괴수 ‘크발’의 꼬리로 채찍 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걸 보면, 정말 엄청난 능력 상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보며 마정석을 씹고 있는 김서윤을 한번 쳐다본 내가 문득 사무실 의자에 앉으려고 할 때쯤, 스마트폰이 울렸다.

“……?”

발신인은 강형찬 부장. 나는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김우현 헌터,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북쪽에서, A급 괴수가 최소 40개체 이상 남하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던 시간대보다 훨씬 빠르게, 다음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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