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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23화 (23/202)

# 23

나 혼자 10만 대군 023화

6장 ‘탐식’(4)

SSS급 헌터 ‘탐식’ 김서윤.

회귀 전에는 적어도 그 이름과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피부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사람들이 생각하는 악마의 이미지와 비슷한 김서윤의 외모.

하지만 악마와 같은 외모라고 해도 회귀 전의 김서윤이 사람들에게 기피당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회귀 전의 김서윤은 연예인급으로 따지자면 거의 월드클래스에 준하는 유명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뭘까?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김서윤에게 달라붙어 있던 그림자들이 튕겨 나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김서윤의 몸이 빠르게 움직여 바로 앞에 있는 그림자들에게 정권을 날린다.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날아가는 그림자들.

순간 김서윤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지고, 잽싸게 땅을 박차 공중으로 도약한 김서윤은, 경악할 만한 신체 능력을 보여주며 순식간에 내 앞에 당도했다.

그러고는 다시 휘둘러지는 주먹.

그림자에 숨어 있던 형상들이 솟아오르며 김서윤의 주먹에 몸을 들이밀지만, 김서윤의 주먹은 그림자를 밀어내고서 내 눈앞에 당도했다.

“끄으으으으……!!”

하지만 딱 내 눈앞까지 당도한 그녀의 주먹은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왜냐면 이미 내가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그녀의 몸을 완전히 구속하고 있었으니까.

“졌어!”

그녀의 말과 동시에 그녀를 옥죄고 있던 그림자들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내 그림자로 돌아와 사라지고, 그녀는 탐식의 능력을 해제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회귀 전, 그녀가 악마 같은 외모를 가지고도 사람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오히려 경외까지 받은 이유는 바로 그녀가 ‘강해서’ 였다.

‘강함.’

그것은 헌터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그녀의 외모가 악마같이 생겼다?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강하면 된다.

강하면 무엇이든 용서가 된다. 심지어 범죄를 저질러도, 공권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면, 용서 아닌 용서를 받을 수 있다.

마치 회귀 전의 김서윤이 그랬던 것처럼.

“……네 말대로 졌으니까 약속은 지킬게.”

김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터는 시늉을 하며 입을 열었다.

헌터 협회를 떠나기 직전, 나는 김서윤에게 한 가지 조건을 걸었었다.

“도대체 어차피 이길 거면서 이런 조건은 왜 걸었던 거야?”

“잠깐 이리 와서 이것 좀 볼래요?”

“……?”

그것은 바로 나와 싸워서 혹시라도 나를 이긴다면 길드 영입 제안은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던 조건으로, 김서윤은 나와 헌터 협회 훈련장에서 또 한 번 싸움을 벌였다.

김서윤이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며 나는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조작해 영상 하나를 틀었다.

“이건 뭐…… 으엑, 이거 뭐야?”

영상에서는 보기에도 흉측해 보이는 괴물이 나오고 있었다.

온몸은 마치 역병에 걸린 사람처럼 쩍쩍 갈라져 있고, 두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공허한 어둠만이 보인다.

영상 속에 나온 그 ‘괴물’은 자신의 손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드는 또 다른 괴물들과 싸움을 시작했다.

그 영상을 한참이나 보고 있던 김서윤은 어는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지금 영상에 나오고 있는 저거, 헌터야?”

“네, 유튜브 영상 제목을 보면 나와 있죠? 인도의 S급 헌터 ‘다르멘드라.’ 그는 ‘역병 괴물’이라는 이명을 가졌죠.”

나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김서윤 씨, 지금 이 영상에 나오고 있는 헌터는 어때 보입니까?”

“뭐……?”

“그냥 외모만 봤을 때 말입니다.”

순간 묘하게 낯빛이 굳는 그녀.

“……그야, 몬스터 아닌가 싶을 정도기는 한데…….”

시간차를 두고 나온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는 이어서 질문했다.

“그렇다면 그가 인도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 것 같습니까?”

“……취급?”

“네.”

내 말에 김서윤은 뭔가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S급이기는 해도, 조금 사람들한테 배척받지 않을까?”

김서윤의 말에 나는 곧바로 김서윤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잠시 돌려받은 뒤, 인도의 S급 헌터 다르멘드라를 검색해 김서윤에게 보여줬다.

“이건…….”

김서윤이 보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다르멘드라’에 대한 뉴스가 빼곡하게 떠 있었다.

[다르멘드라가 착용하는 ‘해골’ 반지 인도에서 대인기! 한국에도 수입된다?]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르멘드라’열풍!]

[그의 실력은 진짜다! 인도의 S급 헌터 다르멘드라에 대해 알아보자!]

김서윤이 빤히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것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김서윤 씨 생각에는 처음 영상을 봤을 때 ‘괴물’로만 보이던 그 헌터가 어떻게 인도에서 이처럼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던 김서윤의 고개가 들렸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바로 그 헌터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강하기…… 때문?”

“그렇죠. 만약 저 다르멘드라 라는 헌터가 외모는 저렇고 능력은 별 볼 일 없는 헌터였다면? 아마 지금 같은 인기를 얻기는 어려웠겠죠.”

김서윤이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눈짓하며 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서윤 씨는 능력을 사용했을 때 악마처럼 변하는 외모 때문에 헌터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더군요.”

“…….”

입을 열지 않는 김서윤.

“솔직히, 제가 볼 때 그건 멍청한 짓입니다.”

그 말에 순간 발끈해서 입을 열려는 김서윤이였지만 나는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악마 같은 외모? 그건 김서윤 씨가 강하기만 하면 콤플렉스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하찮은 겁니다. 헌터는 연예인이 아닙니다. 헌터가 할 일은 던전에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이변으로 발생하는 괴수들을 사냥하는, 말 그대로의 의미로 ‘사냥꾼’입니다.”

“그야 뭐…….”

“사냥꾼이 외모가 중요합니까? 아니요. 사냥꾼한테는 사냥감을 사냥할 ‘힘’만 있으면 됩니다. 그렇게 사냥감을 사냥하며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게 시민의 관심이고 유명세죠.”

그렇게까지 말한 뒤, 나는 김서윤이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받아들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김서윤 씨는 외모 콤플렉스를 엎어 버릴 만큼 헌터로서의 가능성이 차다 못해 넘쳐요! 그러니까 제가 직접 찾아와서 김서윤 씨를 영입하기를 원했던 거구요.”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원래 조건은 제가 싸움에서 이길 경우 김서윤 씨가 길드로 들어오는 것이었지만, 다시 한번 선택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한 뒤,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그 같잖은 외모 콤플렉스를 끝까지 가지고 가실 겁니까?”

김서윤이 말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면, 헌터가 돼서 그런 어쭙잖은 콤플렉스는 집어치워 버리고 돈과 명예를 얻으며 떵떵거리며 사시겠습니까?”

사실 무난하게 그녀를 길드로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선택으로 길드에 들어왔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타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과 하나의 동기를 가지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질적으로 차이가 날 테니까.

원래라면 성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에게 이런 선택을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서윤을 설득하기 위해 조사한 S급 헌터 ‘역병 괴물’ 다르멘드라를 보여줄 때 그녀는 크게 동요했고, 그 모습을 보니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훈련장에 침묵이 감돌았고, 나는 말 없이 김서윤을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녀의 입이 열렸다.

“……저한테 존댓말 쓰지 말아요. ……저랑 10살 차이 나지 않아요? 아니, 11살인가?”

그녀는 왠지 새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계약서 작성하면 되죠……? 주소 보내주세요. 내일 길드 사무소로 찾아갈게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 * *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80층도 넘어갈 것 같은 고급 빌라.

중국의 초대형 길드 중 하나인 ‘주작홍’이 들어선 이 빌라의 최상층에는 주작홍의 길드장이자 현재 전 세계에 단 20명밖에 없는 SSS급 헌터 중 한 명인 ‘장영’이 있었다.

그는 앞에 부복해 있는 자신의 부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준비는 다 끝났나?”

“예, 북한 측과는 이미 이야기를 끝내놨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베이징이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에서 한참이나 그 정경을 바라보고 있던 장영이 입을 열었다.

“이번 작전에 사용할 실험체가 몇 개체라고?”

“총 22개체입니다.”

“22개체라……. 딱 맞춰서 40개체로 하지.”

“……예? 아니, 알겠습니다!”

장영의 앞에 부복한 남자는 고개를 들고 되물으려다 이내 실수했다는 듯 머리를 바닥에 처박으며 대답했고, 장영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너도 이번 일이 꽤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명심해라. 중요한 건 한국인들에게 혼란을 주는 거야. 한국의 ‘헌터’ 와 ‘협회’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부복한 남자에게 턱짓을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장영.

이윽고 남자가 나간 뒤, 곧이어 닫혔던 문 쪽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몸의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고도 오히려 그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대담하게 장영의 옆으로 걸어온 여자. 그녀는 이내 조심스레 정경을 보고 있는 장영의 오른팔에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흐응. 당신, 이제 준비가 끝난 건가요?”

비음 섞인 여자의 말에, 장영은 오른손으로 여자의 어깨를 슬쩍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여자의 묘한 비음이 장영의 귓가에 들렸지만, 장영은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번 건만 잘 처리하면 자국 길드로 꽉꽉 막힌 한국 시장에 진출할 구멍이 생기겠지.”

“흐응, 그날이 너무 기대되네요.”

“……그리고 한국에 진출하기만 하면, 한국 헌터계를 주무르는 건 시간 문제야.”

장영은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에서 비릿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고, 그에 호응하듯 여자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아, 한국 하니까 생각났는데…… 혹시 그 일 아시나요?”

“……?”

“저번에 한국에서 대단한 헌터가 나왔다는데……. 그 대형 던전을 혼자 클리어한 헌터요.”

“……아, 듣기는 들었지.”

기억이 안 나는 듯 고개를 슬쩍 틀던 장영은 이내 얼마 전 간단한 보고서와 함께 올라온 한 한국인의 영상을 떠올렸다.

압도적인 숫자로 몬스터들을 유린하는 헌터.

“김우현이었던가?”

장영은 가소롭다는 듯 살며시 웃었다.

SS급 이상에 오르고 나서부터는 남의 이름도 제대로 외우지 않았는데, 문득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의 이름이 뇌리에 남아 있다는 게 장영은 왠지 우스웠다.

“뭐, 하지만 고작 그것뿐이지.”

장영은 옆에 있는 여자의 몸을 마치 제 것처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개미가 많이 모여 있더라도 그 개미들이 사람을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거든.”

장영은 그렇게 말하며 베이징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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