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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22화 (22/202)

# 22

나 혼자 10만 대군 022화

6장 ‘탐식’(3)

“그러니까 시작은 너희 새끼들이 먼저……!”

“네~ 그런 말은 경찰서 가서 하시구요. 헌터가 일반 시민 상대로 능력 쓰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징역이야 징역! 그러니까 꽃다운 나이에 감방 가기 싫으면 합의금 주면 되잖아? 돈이 없어?”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냥 징역 사는 거지~”

김서윤에게 전화를 받고 갔을 때, 낡은 빌라촌 근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김서윤이 씩씩거리며 남자 두 명을 바라보고 있었고, 남자들은 씩 웃으며 김서윤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있었다.

“응?”

그들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김서윤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의 눈이 순간 내게로 옮겨진다.

“응? 너는…….”

그때 김서윤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곧 팔에 깁스를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줄곧 비웃음을 짓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묘하게 굳어지며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했고, 김서윤은 묘하게 재촉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조금 전 구매소에서 나와 김서윤을 찾아가기 위해 준비하던 중, 김서윤은 내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내게 아주 그럴듯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건 바로 지금 처한 문제만 어떻게 해결된다면 김서윤이 스스로 내 길드에 들어오겠다는 조건이었다.

이곳에 오면서 방금 들였던 말과 지금 이 상황을 보니, 김서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어, 설마 그림자 왕?”

남자가 순간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나는 그런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우선은 정중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네, 맞습니다. 그보다 무슨 일로……?”

내가 슬쩍 김서윤의 옆에 서서 입을 열자, 그들은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김서윤을 바라보며 비웃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던 남자는 곧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김우현 헌터는 그 학생하고 무슨 관계이신지?”

그의 말에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생각하다가 순순히 대답했다.

“그냥 좀 아는 지인입니다. 마침 지나가던 길에 큰 소리가 나서 와보니 아는 사람이 있어서요.”

적당히 대꾸하자 굳어 있던 남자의 얼굴에서 경계심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그보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내가 다시 질문을 던지자 남자는 그제야 묘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그쪽에 있는 학생이 저희 애들을 좀 다치게 해서 말입니다. 사실 학생들끼리의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 학생 중 한 명이 헌터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않습니까?”

남자의 입에 걸려 있던 묘한 미소가 슬쩍, 비열한 웃음으로 바뀌어 나갔다.

“능력까지 개화한 헌터가 무고한 일반인들을 폭행했습니다. 제 조카는 팔이 부러졌고, 조카의 친구 중에는 제 조카보다도 심하게 다친 애들도 있습니다.”

그제야 나는 옆에 팔에 깁스하고 있던 남자가 4일 전, 김서윤을 찾으러 골목길에 들어갔을 때, 김서윤에게 멱살을 잡혔던 녀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발. 그러니까 먼저 시비를 걸었던 건 너희들이고, 나는 먼저……!”

남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서윤이 옆에서 발작하려는 순간 나는 김서윤의 입을 조용히 막았고, 남자는 그런 김서윤의 모습을 보면서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경찰서로 향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헌터라는 사실만 아니라면 결국 학생들끼리 벌어진 일이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 학생에게 조금이라도 기회를 주기 위해 찾아온 겁니다.”

눈은 침통한다는 듯 측은하게 감고 있지만, 입가에는 비열한 미소가 가시지를 않는 게 진짜 꼴 보기 싫었다.

일부러 저러는 걸까?

아니면 연기?

일부러 저러는 거면 진짜 대단하고, 만약 연기라면 앞으로 연기 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런 발연기를 끝낸 그는 옆에 서 있는 깁스한 남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슬쩍 옆을 보자 내가 말을 막은 게 화가 나는지 나를 째려보고 있는 김서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전에도 앞뒤 생각 없이 행동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힘이 있었기에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냥 생각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저지르고 보는 타입인 것 같았다.

뭐, 그런 김서윤의 성격 때문에 당장 김서윤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지만.

그래도 진짜 이런 ‘사기’에 제대로 걸려들다니, 김서윤 특유의 성격이 문제가 된 듯했다.

뭐, 굳이 김서윤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기는 헌터업계에서는 꽤 자주 있는 일 중 하나기도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에 시스템을 개화해 헌터가 된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지만, 확실히 회귀 이전에도 이런 유형의 사기 사건이 몇 번 정도 뉴스에 보도되거나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아직 정서적으로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학생 때 헌터가 된 이들을 표적으로 한 상습적인 공갈 사기꾼들.

이건 학생 신분일 때 시스템을 개화해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자기 힘에 도취된 학생 헌터들에게 일부러 맞아주고, 헌터에게만 따로 개정된 법을 악용해 그들에게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기 방법이었다.

뭐, 길드에 들어간 헌터들이야 길드에서 자체적으로 보호해주기도 하고, 또 애초에 길드에 들어간 헌터들은 이런 일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는 터라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기를 당할 일이 없지만.

“그래서 합의금은 얼마 정도나 생각하고 계시는데요?”

“음, 우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금액은 2억 정도 됩니다.”

“×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김서윤이 발악하며 소리를 지르자, 순간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며 따지듯 입을 열었다.

“음, 지금 네가 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네가 폭력을 휘두른 학생들만 15명이 넘어가는 건 알고 있지? 그것도 헌터의 능력까지 사용해…….”

“알겠습니다.”

“……네?”

순간 남자가 입을 벌리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합의금으로 2억이면 됩니까?”

내 말에 남자의 눈빛이 순간 가늘어진다.

“아니, 그…….”

그러고는 갑자기 슬쩍 눈을 돌리며 말꼬리를 늘린다.

“뭐!? 너 미쳤어!? 왜 내가 하지도 않았는데 2억이나……!!!”

“죄송합니다만, 생각해 봤는데 합의금 2억으로는 턱도 없을 것 같군요.”

“……분명 아까 합의금은 2억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슬슬 이 새끼가 약을 팔기 시작하려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아시겠지만, 저 헌터에게 폭행을 당한 이들은 전부 학생입니다. 그 학생들은 모두 저 헌터에게 폭행을 당해 다들 전치 8주 이상을 받았고, 잘 다니고 있던 학교도 쉬고 있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쳐다봤다.

그의 눈에 아주 대놓고 한 번 벗겨 먹겠다는 눈빛이 보였다.

“……거기에 학생들의 정신적인 피해까지 이것저것 합쳐보면, 최소 10억은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곤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듯 나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서는 김서윤이 미친 새끼라고 떠들어 대고 있었고, 내 입에서는 어이가 없어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새끼가 사람을 호구로 보네?

얼굴을 보니 아주 호구 잡았다고 희희낙락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역겨웠다.

“후…….”

내가 한숨을 내쉬자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희 학생 중에서는 이제 앞으로 인생에 중요한 시기인 고3을 지내고 있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또 입을 여는 남자를 보니 이제는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총 합의금은…… 그래, 15억 정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2억에서, 단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15억으로 불어난 합의금.

옆에 있던 김서윤은 어이가 없어서 화낼 생각도 들지 않았는지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남자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합의금이 2억쯤 되었을 때는 복잡한 게 싫어서 그냥 빠르게 처리해버리고 끝내려 했다.

근데 2억이 10억으로 올랐을 때는 어이가 없었고, 10억이 15억으로 올랐을 때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꼈다.

“저기요.”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합당한…….”

“내가 호구로 보이냐?”

“네…… 아니, 뭐?”

순간 웃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그 남자의 굳은 얼굴을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내가 2억까지는 그냥 귀찮아서 대충 넘기려고 했거든? 2억이야 뭐 던전 가서 좀 고생하면 금방 벌거든. 거기서 끝냈으면 딱 좋았을 텐데.”

스마트폰에서 강형찬 부장의 연락처를 찾은 나는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적당히 해야지? 응?”

“지금 그게 무슨……!”

“아, 강형찬 부장님. 예, 강형찬 부장님이 넣어주신 프로모션 덕분에 좀 싸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나는 시선을 눈앞의 남자에게 돌리며 입을 열었다.

“협회에서 혹시 조금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네.”

남자는 그 와중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도망치려는 듯 곧바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뭐, 뭐야!”

이미 그의 발밑에서 튀어나온 검은 손이 남자의 두 발을 잡고 있었다.

-도움이라니…… 무슨?

“제가 헌터를 전문으로 노리는 ‘상습 공갈범’을 찾은 것 같은데……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는 검은 손을 떼어내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남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강형찬 부장에게 간단하게 이곳 주소를 알려주는 것을 끝으로, 스마트폰을 닫은 나는 이내 아직도 도망가기 위해 용을 쓰고 있는 남자를 봤다.

남자는 이내 도망가기를 포기했는지 나를 보고 버럭 역정을 내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김우현 헌터! 당신,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헌터는 일반인한테 능력 사용하면 특별법 적용돼서 더 크게 형량 받는 거 몰라 엉!?”

“그래서?”

“뭐……?”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남자를 보며,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협회에 가서도 그 잘난 입을 계속해서 나불거릴 수 있나 한번 보자? 응?”

* * *

그로부터 3일 후, 여의도 한국 헌터 지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네? 이번 한 번만 봐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 하지 않고 열심히 새사람 되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나를 호구로 보고 어떻게든 벗겨 먹으려 한 남자는 협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게 선처를 바라고 있었다.

“정말 돈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아버지 병세로 회사는 기울고, 집안도 마찬가지로 점점 망해가고 있고……. 그래서 그랬습니다. ……제발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발…….”

그는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두 손바닥을 열심히 비벼가며 내게 애원했지만, 이내 협회로 직접 찾아온 경찰들은 그의 양팔을 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경찰이 잡았던 팔을 필사적으로 뿌리치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지만, 역시 조금도 불쌍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옆에는 김서윤이 끌려가는 그 남자의 모습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었다.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남자가 힘없이 경찰들에게 끌려갈 때쯤, 강형찬 부장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 남자, 김우현 헌터의 말대로 정말 상습적으로 헌터들을 공갈 협박했더군요, 그것도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요.”

3일 전, 헌터 협회에 끌려온 남자는 그날을 기점으로 3일 동안 경찰과 협력해 남자를 취조했고, 곧 그의 자취를 뒤져 그가 전문적으로 학생 헌터들을 등쳐먹는 ‘공갈 사기꾼’이라는 증거를 입수했다.

처음에는 부정하던 그 남자도 서서히 시간이 지날수록 제발 봐달라고 선처를 부탁했지만, 여기서 그 남자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은 없었다.

나는 강형찬 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형찬 부장님도 제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아닙니다. 저런 녀석들을 잡아 처넣는 것도 저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인데요. 물론 우리 협회에서 직접 저런 녀석들을 잡아다가 심판할 수는 없지만, 서와 연계해 범죄 흔적을 찾아내는 정도는 가능하니까요.”

“그렇군요.”

“게다가 공갈에 가담했던 학생 녀석들도 아마 죄다 잡혀가서 따로 조치가 될 것 같습니다. 웃긴 건 그들 중 몇 명은 학생이 아니라 이미 성인이더군요.”

그렇게 말하며 어이없다는 듯 웃는 강형찬 부장과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눈 뒤, 나는 김서윤을 데리고 협회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김서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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