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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20화 (20/202)

# 20

나 혼자 10만 대군 020화

6장 ‘탐식’(1)

사실 미래에 있을 SSS급 헌터들을 영입하는 것을 나는 조금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회귀 전 SSS급이었던 헌터들의 대부분은 ‘능력 개화’를 하기 전에는 다들 그저 그런 헌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김서윤의 성격을 걱정하고 있으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래도 쉽게 영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관심 없으니까 좀 꺼져요.”

“…….”

이은별에게 능력개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지도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나는 다음 영입할 대상인 김서윤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처음에는 협회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고지식한 강형찬 부장에게 막혀 실패했다.

결국 고구려 길드 전용 채널에 두 번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을 조건으로, 고구려 길드의 지연희 부장에게 도움을 받아 나는 김서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 봤자 김서윤은 헌터 등록만 되어 있던 상태라 결국 내가 얻은 건 김서윤의 거주지 정보와 그녀가 특이하게도 시스템을 개화하자마자 ‘능력 개화’를 했다는 정보였다.

“그러고 보니까 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김서윤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내 얼굴을 노려본다.

확실히 회귀 전과는 다르게 성격이 서글서글했던 이은별과는 달리,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김서윤은 회귀 전 봤던 김서윤을 빼다 박은 것 같았다.

우선 거친 입부터 시작해서, 묘하게 올라가 있는 눈꼬리 덕분에 엄청 날카로워 보이는 눈빛도 회귀 전 봐왔던 김서윤과 똑같았다.

“내가 알 게 뭐야.”

나를 앞에 두고 곰곰이 생각하던 김서윤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만……!”

순간 그냥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걸어가려는 그녀를 부르자, 김서윤은 짜증 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요? 관심 없다니까요?”

날카로운 김서윤의 눈빛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순간 김서윤과 나 사이에 생긴 어색한 침묵.

김서윤은 나를 보며 어깨를 한번 으쓱이더니 조그맣게 욕설을 중얼거리며 나를 지나쳤고, 이내 골목길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가버린 골목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격을 봐서는 미래에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매스컴이건 뭐건 닥치는 대로 전부 때려 부수었던 그 김서윤이 확실해 보였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성격은 진짜 더럽네.

“참…….”

게다가 길드 이야기를 꺼내자 다짜고짜 욕설부터 날리는 것을 보니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회귀 전 딱히 그녀와 친한 것도 아니어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적당히 구슬릴 말을 찾기도 힘들었다.

만약 김서윤이 적당한 성격이었다면 어떻게든 설득이라도 해보겠는데, 다짜고짜 욕부터 해대며 짜증을 내는 걸 봐서는 억지로 이야기를 한다고 그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회귀 전 그녀에 대해 다시 떠올려봤다.

첫 만남에 들었던 쌀쌀한 목소리, 그리고 그 뒤 협회 소속의 담당자들에게 욕을 퍼부었던 그 목소리는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그 이외에는 또 뭐가 있었지?

“아!”

문득 회귀 전, 협회 직원에게 들었던 경고가 생각났다.

“……외모에 대해서 평가하지 말라고 했었나?”

분명 김서윤을 섭외한 협회 측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대형 던전을 클리어하는 일에 김서윤과 함께 투입됐을 때,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김서윤 헌터는 능력을 사용한 이후 외모에 무척이나 민감하니 외모에 대해서는 가급적 대화를 지양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확실히 ‘탐식’의 능력을 사용한 그녀의 겉모습은 솔직히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그녀가 ‘헌터’가 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디로 갔더라?”

어차피 지금 당장 그녀를 영입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으니, 한 번 떠보기라도 할까?

나는 그녀가 사라진 골목길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복잡한 종로의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김서윤을 찾아다닌 지 5분 정도 되었을까.

얽히고설킨 골목길을 헤매며 나는 결국 김서윤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그곳에는 김서윤 혼자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뭐야?”

보이는 것은 골목길 구석구석에 쓰러져서 몸을 비틀고 있는 남자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괴물’이 서 있었다.

온몸이 타오를 것만 같은 붉은 피부, 동공은 마치 파충류의 그것처럼 쫙 찢어져 있었고, 씨익 웃고 있는 입은 인간의 치아가 아닌, 마치 상어처럼 뾰족뾰족한 이빨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서윤?”

그곳에는 ‘탐식’을 활성화한 김서윤이 한 손으로 남자를 들어 올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설마 또 길드 영입인가 뭔가 때문에 온 거야?”

한껏 인상을 찌푸린 그녀의 얼굴이 마치 악귀와 같이 변했다.

손에 붙잡혀 있던 남자는 김서윤이 손을 털자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골목 한구석에 처박혔다.

그 뒤, 내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김서윤의 모습과 동시에 그녀의 뒤에서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있는 남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와! 진짜 5년 전에도 막 나가는 스타일이었구나.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나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왔다.

“걱정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까. 애초에 요즘 계속해서 시비를 거는 새끼들은 쟤들이거든?”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내 위아래를 흘끗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나는 분명히 꺼지라고 했던 거로 알고 있는데?”

“음, 괜찮으면 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한 번 들어보기라도 하는 건 어떻습니까? 만약 듣고서도 제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가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서윤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정중하게 제안했다.

“까고 있네. 그냥 가지? 안 그래도 요즘 저 새끼들이 계속 들이대는 통에 짜증 나 죽겠는데.”

……그냥 영입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솔직히 김서윤이 아니더라도 당장 미래에 SSS급이 될 인재들이 있기는 하다.

다른 사람들도 제법 있긴 한데, 역시 이 정도로 그녀를 영입하는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면 이미 능력 개화까지 전부 끝낸 것 같으니, 아마 그녀가 길드에 들어오고 조금만 훈련을 받는다면 그녀의 능력 특성상 곧바로 길드의 전력이 될 수 있었다.

다른 능력들은 개화하더라도 어느 정도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훈련해야 하지만 애초에 그녀가 가지고 있는 ‘탐식’은 훈련 따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김서윤이 가지고 있는 ‘탐식’이라는 능력은, 몬스터의 마정석을 먹어치워 그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조금이지만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게다가 덤으로 지금처럼 외모가 조금 악마같이 변하는 대신 B급 몬스터 저리 가라 할 수준의 물리 내성과 마법 내성을 갖추게 되고, 거기에 정신 내성까지 추가된다.

심지어는 그런 기본적인 능력도 마정석을 섭취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다 보니 그녀는 5년 뒤에 가서는 ‘탐식’이라는 이명 이외에도 ‘불사신’이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그야말로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먼치킨 캐릭터.

그것이 바로 그녀였다.

“혹시 외모 때문입니까?”

내 질문에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인상이 순간 더욱 험악하게 찌푸려졌다.

“뭐?”

“묻고 있는 겁니다. 그만한 힘을 가지고도 아직 헌터로서 길드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가 혹시 능력을 사용할 때 변하게 되는 ‘외모’ 때문인가 해서요.”

내 말에 순간 그녀의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가 이내 탁 풀어지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하하…… 하……!!”

그리고,

“이 새끼가……!”

한순간, 정색하는 김서윤의 모습과 함께 뒤로 한껏 젖혀진 그녀의 주먹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빡!

“……?!”

내 그림자를 통해 형상들이 치솟으며 그녀의 주먹을 막아선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어느새 내 주변을 기점으로 영역이 펼쳐지며 곧바로 다음 공격을 내지르기 위해 손을 빼는 김서윤의 팔을 구속한다.

처음에는 달라붙어 있는 그림자들을 무시하고 억지로 손을 빼려는 듯 몸을 움직였지만, 그림자들은 김서윤의 팔을 구속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작 몇 초 사이에 자신의 팔과 다리를 구속한 그림자를 연신 쳐다보고는 이내 무엇인가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아까는 기억이 안 났는데, 이제 기억났다. 너 걔지? 대형 던전을 혼자서 클리어한 헌터.”

“잘 알고 있는 것 같네요.”

나는 대답하고는 살짝 후회했다.

아무래도 ‘헌터’가 되지 않은 이유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맞는 것 같은데, 그녀가 다짜고짜 공격을 날릴 정도로 반응할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훨씬 더, 그녀는 ‘탐식’의 능력을 사용할 때에 바뀌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심한 듯했다.

“근데, 왜 그런 새끼가 갑자기 알아서 잘살고 있는 나한테 와서 훈계질이야?”

“아니, 훈계질이 아니라 그냥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이라서 영입이나 한 번 해볼까 하고…….”

“네가 날 언제 봤다고 가능성이 있느니 없느니 해? 앙?”

……생각보다 그녀의 콤플렉스를 너무 돌직구로 건드린 듯했다.

전혀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 * *

“역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역시 이은별을 영입할 때처럼 쉽게는 안 되는구나.”

뭐, 사실 한 번에 영입에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막상 실패하니 기분이 좀 씁쓸했다.

“뭐, 어쩔 수 없지, 김서윤에 대해서는 영입하는 방법을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네.”

그렇다고 당장 수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그녀가 어째서 헌터업계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지 정도는 깨달았으니까.

“김서윤은 우선 뒤로 넘기고, 우선 당장 해야 할 일을 좀 생각해 볼까.”

김서윤을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아직 여유가 있고, 내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내일은 장비를 좀 마련하러 가볼까?”

처음 이곳으로 회귀하고 난 뒤에는 지금까지 딱히 맞출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A급 괴수 남하 사건 이후부터는 이제 슬슬 내 몸을 지켜줄 방어구와 무기 정도는 사 둬야 했다.

“뭐, 내가 싸우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지 않는가?

회귀 전에도 처음에는 그저 비싸고 내게는 별 효용도 없는 장비들이라고 생각해서 완전 동화를 쓰는데 필요한 무기를 빼고는 방어구를 사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B급 괴수인 타란튤을 잡는 도중 독액이 내게로 튀어서 한 번 골로 갈 뻔한 적이 있었지.

“……아무리 강하고 방어막을 칠 수 있다고 해도 정작 진짜 몸은 칼침 한 방이면 죽으니까.”

확실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이외에도…… 이은별한테 쥐여줄 ‘스태프’도 따로 사야 하고, 길드 보상 문제로 협회도 들려야 하고.”

얼마 전에 꽤 거액의 출연료를 조건으로 TV프로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였었다.

“……아, 그 TV프로 출연이 언제였더라?”

쥐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날짜를 확인해 보니 남은 시간은 앞으로 2일.

“그 이외에도 슬슬 던전도 다시 한번 돌아다니면서 대형 던전 때 소모했던 그림자도 좀 채워놓아야 하고, 마정석도 구해서 돈도 좀 모아 놓고.”

어째 요즘 들어 계속해서 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우선 김서윤은 대충 3~4일 정도 뒤에 다시 한번 찾아가 보는 거로 하고, 당장 내일은 협회 측 ‘구매소’에 한 번 들러야겠네.”

‘구매소’는 협회 측에서 운영하는, 게임으로 치자면 마치 무기점과 방어구 판매점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에서는 일반적으로 만든 무기들이 아닌 마정석과 몬스터의 부산물을 이용해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하는 곳이었다.

“……물론 더럽게 비싸지만.”

다만 단점이 있다면 구매소에서 파는 물건들은 확실히 장비 자체는 좋지만, 물건의 단가 자체가 더럽게 비쌌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헌터들은 강남 쪽에 위치한 ‘헌터 존’에서 그곳의 장인들에게 무기나 방어구를 사기는 하지만 그래도 협회 측에서 ‘제작’능력을 개화해 장비를 만드는 사람들보다는 품질 면에서는 좋지 않았다.

“우선 내일은 구매소에 들리자.”

그렇게 내일의 행선지를 정한 나는 이내 침대에 누워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준비하는 건 상당히 힘들구나, 그런 잡생각을 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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