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8화 (18/202)

# 18

나 혼자 10만 대군 018화

5장 유명세(1)

대형 던전 ‘사령술사의 밤’이 의정부역에 출현한 지 2시간 하고도 30분 후.

대형던전이 클리어되었다.

밖에서 언데드를 막고 있던 헌터들은 갑작스레 회색빛으로 화해 사라지는 언데드를 보며 던전이 클리어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곧 그들 중 대부분은 ‘대형 던전’이 2시간 30분 만에 클리어되었다는 것에 한 번 더 경악했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대형 던전이지만 한국이 아닌 중국이나 일본, 미국은 전부 몇 차례 정도 대형 던전의 출현을 겪어봤다. 그 이외의 다른 나라들도.

하지만 이토록 빠른 시간에 대형 던전을 클리어한 나라는 없었다.

게다가 대형던전으로 인해 일어나는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도 이번엔 극히 미미한 정도에 그쳤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던전이 클리어된 지 불과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대형 던전이라는 검색어는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실검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들은 곧 대형 던전을 클리어한 헌터가 누구인지 궁금해했고, 그런 사람들의 궁금증은 얼마 가지 않아 풀렸다.

유튜×에 올라온 라이브 방송.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고구려 전용 채널 방송에는 대형 던전 내에서 요즘 떠오르는 신인인 ‘김우현’헌터와 대형 던전의 보스인 ‘리치’가 싸우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고구려 길드는 영상이 라이브로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영상을 비공개로 돌렸지만, 그사이에 라이브 영상을 프로그램으로 촬영하고 있던 소수의 네티즌은 비공개로 돌려진 영상의 사본을 유튜×에 올리기 시작했다.

[전쟁과도 같은 그림자 왕의 전투!]

[그림자 왕의 거인!]

[거인 총난타 엑기스 + 김우현 헌터 능력 분석]

[대형 던전을 클리어한 헌터는 그림자 왕!? 전투장면 포함]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튜× 채널의 조회수를 얻기 위해 수많은 유튜버가 영상을 퍼날라 짜깁기 영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곧 대형 던전을 클리어한 헌터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영상이 퍼짐에 따라 그다음 날, 한국은 김우현의 이름 때문에 또다시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실시간 급상승!-

1. 김우현

2. 대형 던전

3. 그림자 왕

4. D급 헌터 김우현

5. 김우현 능력

6. 김우현 전투 영상

7. 사령술사의 밤

8. 김우현 전투 영상 해외반응

…….

그날 점심 무렵.

새벽에 잠든 터라 늦게 일어난 나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낡은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 창을 열었다.

그리고 곧 실시간 검색어에 대부분 내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긴, 업적이 좀 크기는 하지.”

대형 던전의 솔로 클리어.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혀 없었던 업적이었다.

“그런데, 전투 영상은 또 뭐야?”

그 공동 안에 누군가가 있었나?

나는 곧 마우스를 움직여 6위에 멈춰 있는 ‘김우현 전투영상’을 클릭했고, 검색어를 누르자마자 화면 상단에 뜨는 동영상을 클릭해 재생했다.

그 영상에는 그림자 군단과 언데드들이 싸우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누가 찍은 거야?”

뒤따라 온 헌터들인가?

영상 속에서는 리치의 중심으로 들어간 내가 군집체를 이용해 만든 거인을 움직여 리치의 방어막을 뚫기 위해 난타하는 장면이 나와 있었고, 종래에는 풍압과 함께 언데드 군단이 회색빛으로 화해 사라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중간중간 영상이 잘려져 있는 것 같은데? 아, 짜깁기구나.”

휙휙 넘어가는 영상을 보며 슬쩍 눈을 돌리자, 그곳에는 ‘김우현 전투장면 레전드 씬’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짜깁기 영상인 듯했다.

그 이외에도 영상이 올려져 있는 유튜×를 확인해 보니 거기에는 같은 영상을 다기 짜깁기해서 만든 것 같은 영상이 수십 개는 연관 검색어로 올라와 있었다.

그중 유튜×의 핫한 동영상 최상단에 올라와 있는 ‘김우현 헌터의 전투씬’ 영상을 대충 넘기면서 본 나는 이내 스크롤을 내려 영상 밑에 달린 댓글을 바라보았다.

-헌먹하고싶다: ㅅㅂ 이게 바로 재능충인가. 김우현 완전 무명이었다가 능력 개화하고 ㄹㅇ 떡상했네. ㅁㅊ 저건 최소 S급 아니냐?

-안총용: 김우현 진짜 ×나 간지난다. 무슨 저런 몬스터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도 존나 멋있었는데. 거인 연타 때리는 거 봤냐? ㅅㅂ 저거 쳐맞으면 SSS급도 안 무사할 듯.

└RIVER: 응~ 그 정도는 아니야~

-어둠의다크를느끼며: 14:32, 그냥 봐라. 보고 지려라.

하이퍼 링크가 매겨져 있는 시간대를 눌러보니, 내가 리치를 잡기 위해 리치를 난타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이거 잘 찍었는데……?”

거기에는 거인이 무차별적으로 리치가 있는 곳을 내리찍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그 뒤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 중 몇 개를 읽어 본 나는 이내 피식 웃으며 다른 영상을 틀어보았다.

“고구려 길드라…….”

댓글을 읽고 내가 알아낸 정보는 이 영상이 고구려 길드의 전용 채널에서 유포된 것이라는 것.

그리고 고구려 길드 측의 영상이 비공개로 돌려지기 전까지는 그 영상이 라이브로 공개되고 있었다는 것 정도이다.

“이건 의정부에서 몰려나오는 언데드들 막을 때 찍힌 것 같고.”

영상 중에서는 고구려 길드에서 흘러나온 것뿐만 아니라, 의정부역에서 찍힌 것들도 보였다.

공원에 생겨나는 그림자들이 던전에서 흘러나오는 언데드들의 머리를 깨부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는 영상도 있었고, 오로지 카메라 앵글이 나에게만 맞춰져 있는 영상도 보였다.

“완전 유명인이네.”

원래도 종종 내 영상이 유튜×에 올라오긴 했지만, 이번 대형 던전을 기점으로 내 유명세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것 같았다.

“아오, 머리야…….”

하지만 유명인이 된 것과는 별개로 한 번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계속되는 두통은 절로 내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도 한 2~3일쯤 가려나?”

무리하게 스킬을 사용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그 두통이 2~3일 정도 간다는 것을 떠올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욱신거려서 신경이 쓰이는데 2~3일 동안이나 이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게 끔찍했다.

“차라리 몸이 아픈 게 낫지.”

뇌를 바늘로 찌르듯 쿡쿡 쑤시는 기분 역시 끔찍했다.

“우선 며칠은 쉬자.”

대형 던전이 끝나도 할 일은 많았다.

우선 첫 번째로 아직 처리하지 못한 길드 문제들이 많았고, 그 길드 문제를 따로 해결할 만한 사무원도 뽑아야 했다.

게다가 그다음 영입 대상인 김서윤도 슬슬 영입해야 할 테니 김서윤에 대한 사전 정보도 어느 정도 모아야 하고…….

아니, 우선 정보를 모으기 전에 계약금부터 버는 게 좋겠다.

“어우, 지끈거려…….”

그 외에도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았지만 이내 몇 번이고 욱신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나는 켜져 있는 노트북을 놔둔 채 침대로 다이빙했다.

“생각은 나중에 하자, 나중에…….”

나는 눈을 감았다.

* * *

구의동에 위치한 낡은 다세대 주택.

그 허름한 원룸 안에서 그녀 이은별은 낡은 PC를 통해 영상을 보고 있었다.

낡은 구형 모니터에서는 수많은 그림자가 언데드를 도륙하고, 그림자로 만들어진 거인이 말도 안 될 정도의 무력을 자랑하며 보스 몬스터를 납작하게 으깨 버렸다.

그 영상을 바라보며 이은별은 다시 한번 묘한 감정에 빠졌다.

“도대체 이 사람이 왜 나를…….”

영입한 거지?

김우현 헌터. 그는 헌터가 된 직후에는 무명이었지만 능력 개화를 한 후부터 튜토리얼 던전을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클리어한 것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튜토리얼 던전을 클리어하고 난 직후에는 곧바로 하급 던전을 ‘혼자서’ 클리어했고, 그 어느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길드’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최소 난이도로 봤을 때 A급 헌터가 수십 명은 필요한 ‘대형 던전’을 혼자서 클리어했다.

벌이는 일마다 그가 얼마나 위로 올라가고 있는지 보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

이은별의 마음속에 처음부터 똬리를 틀고 있던 의심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아주 근본적인 의문.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은별은 어째서 김우현이 자신을 영입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애초에 안면도 없던 사이에다, 스스로 생각해도 헌터로서의 능력은 처참했다.

문득 자신의 질문에 답했던 김우현의 말이 떠올랐다.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 였나?”

어찌 들으면 말 그대로 잠재력을 보고 영입했다는 것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너무 허울 좋은 단어였다.

“…….”

이은별은 유튜×의 영상이 끝나고 나서도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 * *

고구려 길드 본사 회의실.

대형 던전이 출현한 지난 밤과는 다르게 꽤 널찍한 회의실에는 총 6명의 남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회의실 맞은편 벽에서는 유튜×에서 수십 번이나 짜깁기 된 김우현과 리치의 전투 신이 한창 재생되고 있었고, 그림자 거인이 두 주먹을 난타해 리치를 뭉개버리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한동안 프로젝터를 멍하니 바라보던 고구려 길드장 이광천은 이내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게 D급이라고?”

“우선 헌터 정보에 나와 있는 바로는 그렇습니다.”

“시스템이 맛탱이가 가버린 게 틀림없군.”

이광천의 어이없다는 말투.

SS급인 이광천이 새삼스럽게 놀랄 정도로 김우현의 무력은 고작 D급 헌터에서 멈춰 있을 등급이 아니었다.

“능력 개화는 언제 했다고?”

이광천에 물음에 옆에 있던 지연희 부장이 입을 열었다.

“본인이 밝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대략 계산해 봤을 때 나오는 결과는 1개월에서 3개월 사이입니다.”

“능력 개화 3개월째에 A급…… 아니, 거의 반 확정으로 S급 무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

“…….”

“허허허허…….”

이광천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군.

“괴물이 따로 없군.”

이광천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지연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녀석과 주고받은 게 있다고?”

“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우선 김우현을 뒤에서 어느 정도 지원해주는 대가로 김우현과 고구려 사이를 대중에게 살쩍 어필하는…….”

“그래? 뭐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침은 발라놓은 셈이군. 그래서 영입 가능성은 있나?”

이광천의 물음에 지연희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했지만 이내 이광천은 지연희의 표정을 슬쩍 보며 입을 열었다.

“생각하는 걸 보면 그리 성과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군.”

“……죄송합니다. 원래는 지원을 명목으로 김우현이 만든 길드 이미지를 개편해 고구려 길드의 산하 길드로 만들 목적이었는데, 보시다시피…….”

지연희는 김우현의 전투 영상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유튜X를 보며 말했다.

“몸값이 치솟아 오르는 중이라.”

지연희 부장의 말과 동시에 뒤에 서 있던 이들의 몸이 흠칫 떨렸다.

“으…….”

그들은 김우현을 뒤따라 대형 던전으로 들어갔던 고구려 길드의 1팀이었다.

이광천은 뒤에 있는 그들을 쳐다보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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