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6화 (16/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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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 016화

4장 대형 던전(4)

의정부역에서 대형 던전이 출현한 지 이제 1시간 하고도 20분이 살짝 넘어가는 시간, 대형 던전의 입구가 완전히 열리고 나서 사태는 점점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이런 ×발. 도대체 언제까지 나오는 거야!?”

“그걸 조금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네요, 선배!”

협회 측 헌터라는 것을 보여주듯 협회 마크를 가슴팍에 달고 있던 남자가 성질을 내며 달려오는 구울의 머리를 검으로 내리쳤다.

완전히 열린 대형 던전.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

그나마 처음에는 이제 막 시스템의 축복을 받은 F급 헌터라도 한둘은 상대할 수 있는 좀비와 스켈레톤만이 밀려 나왔지만, 기이하게도 던전이 열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좀 더 강한 몬스터들이 나왔다.

처음에는 좀비의 상위단계인 구울, 그다음에는 스켈레톤의 상위단계라고 말할 수 있는 스켈레톤 본.

도로 건너편에서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 탈출하지 못한 시민들이 혼란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도와주러 온 줄 알았던 길드 새끼들도 쓸 만한 헌터들은 죄다 저 던전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헌터 협회의 B급 헌터이자 ‘던전’부서의 팀장인 임유찬은 짜증을 내며 불과 20분 전에 일어난 일을 생각했다.

한참 늘어난 몬스터를 정리하느라 고생하던 와중이었다.

그때 갑작스레 몬스터들이 모여 있던 곳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고구려 길드의 길드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신천 길드가 길드원을 이끌고 몰려왔고, 그다음에는 무천 길드가 의정부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중형 길드와 소형 길드들 덕분에 금방이라도 뚫려버릴 것 같았던 전선은 한순간이나마 안정을 되찾았다.

대형 길드에서 꾸린 파티가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길드 새끼들…… 협회에서 처먹을 수 있는 이득은 죄다 쏙쏙 뽑아 쳐먹으면서 정작 중요할 때는 사익만 챙기느라 바쁘고……!!’

임유찬은 몬스터들이 몰려나오는 대형 던전을 보며 이를 갈았다.

‘분명 의정부나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안 쓰고 있었겠지. 그러다가 김우현이 먼저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거고. 김우현 헌터가 던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마 길드들은 1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협회에 최대한의 이득을 뜯어내기 위해서.

어차피 대형 던전을 막을 수 있는 길드는 전부 3대 길드를 포함해 그 아래에 있고, 서로 틈만 나면 서로 물어뜯는 길드들도 ‘협회’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는 암묵적으로 협력을 맺는다.

시민의 안전이나 공익이랑은 전혀 연관되지 않는, 말 그대로의 사익을 위해 움직이는 길드들.

아마 길드들은 시민이 죽고, 이 의정부가 몬스터로 범벅이 된 뒤에도 웃으며 협회와 정부에 뜯어낼 이득이 많아졌다고 좋아했을 것이다.

“역겨운 새끼들.”

급하게 던전 안으로 들어간 것도 아마 요즘 떠오르는 신인인 김우현보다 먼저 보스몬스터를 잡고 그 보상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임유찬은 내심 생각하며 다가오는 구울의 머리를 잘라냈다.

“선배! 좌익이 위험하니까 지원 좀 하고 올게요!”

분명 아까보다는 여유롭다. 3대 대형 길드의 길드원들이 보스 몬스터를 잡기 위해 던전 안으로 들어갔지만, 중형 길드와 소형 길드는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덕분에 헌터의 숫자에는 꽤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지는 몬스터들 때문에 헌터들의 숫자가 늘어나도 몬스터를 밀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밀려 나오는 몬스터를 막는 데에만 급급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가는 김에 군인들 차량 빌려서 우익 구석 골목 막으라고 해! 그 새끼들은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쳐 놓고 있는 거야!”

후임의 말에 대꾸해준 임유찬은 몰려오는 몬스터를 쉴 새 없이 베어나가며 생각했다.

‘김우현, 그 녀석이 보상이고 뭐고 차라리 다 처먹어 버렸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가 요즘 떠오르는 신인이고, 그의 전투 방식이 다른 헌터들과는 전혀 달라 혼자서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는 아직 D급 헌터였다.

게다가 최소 등급이 무조건 A급으로 측정되는 대형 던전은 D급 헌터 혼자서 클리어하기에는 요원했다.

아마 무리겠지 라는 생각이 임유찬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애초에 그는 도대체 김우현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대형 던전 안으로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감에 찬 오만이었을까?

‘×발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임유찬은 마음속으로나마 김우현을 응원했다. 길드 새끼들이 조금이라도 엿을 먹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 * *

대형 던전의 내부는 무척이나 기괴하게 생겼다.

던전에 사령술사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듯 던전 안쪽에는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것들이 한가득 있었다.

사람의 몸을 따로따로 분리해 천장에 매달아 놓거나 기괴한 형상을 벽에 그려 놓거나 한 곳도 있었고, 이미 살점이 남지 않아 뼈와 두개골만 가득한 공간이 보기도 했다.

때론 인간의 시체가 아닌 몬스터의 시체를 볼 때도 있었다.

“진짜 개판이네.”

던전은 일자형으로 만들어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지만 던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보이는 기괴한 오브제와 벽에 그려져 있는 형상들.

그리고 무엇보다 끔찍하게 훼손된 좀비들은 정말 비위가 상할 정도로 역겨웠다.

하지만 그런 역겨운 몬스터의 형태와는 다르게 오히려 훼손되어 있는 좀비는 조금이나마 던전 공략의 속도를 높여주었다.

“그래도 다시 들어오기는 싫은 곳이네.”

보기만 해도 역겨운 좀비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혐오스러운 시체들과 기괴한 문양.

덤으로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 이런 걸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역겨운 오브제는 보기만 하고 있어도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몬스터 자체는 그리 위험하지 않지만.”

던전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기분 나쁜 분위기가 사람을 묘하게 피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좀비들과 스켈레톤을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 거대한 공동의 입구가 나타났다.

“1시간 가까이 걸은 보람이 있네.”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움직여 공동 쪽으로 몸을 움직였고,

“……허, 이게 뭐야?”

곧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할 말을 잃었다.

끝없이 이어진 던전의 끝에 있는 건 거대한 공동이었다.

거대한 축구장 한두 개를 붙여 놔야 할 정도로 커다란 공동 안에는, 진정한 의미의 ‘군대’가 있었다.

“……좀비에 구울, 스켈레톤이랑 스켈레톤 본……? 게다가 듀라한까지……?”

거대한 공동 안을 꽉 채울 정도의 몬스터들이 이리 엉키고 저리 엉켜 공동을 배회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이 던전 안쪽에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듀라한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드물게 보이고 있었다.

다른 몬스터들과는 달리 철그럭거리는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머리가 없이 돌아다니는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듀라한이 서성거리는 곳의 중심에는 보스 몬스터인 ‘리치’가 있었다.

온몸을 시커먼 로브로 가리고, 뼈밖에 없는 왼손에는 언뜻 보기에도 검은 마력이 넘실거리는 구슬이 박힌 스태프를 들고 있었다.

눈알이 없는 동공에는 보랏빛의 마력이 넘실거리고, 두개골이 위치한 이마에는 스태프와 마찬가지로 검은 마력이 넘실거리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흐흐흐흐. 침입자인가.]

그리고 곧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던 입속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흘러나왔다.

칙칙하고도 걸걸한,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불쾌해지는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렸다.

“……지성이 있는 건가?”

확실히, 지성이 있는 몬스터는 회귀 이전에 많이 본 적이 있었다.

[그래, 연약하고 어리석은 필멸자들보다 넘치는 지성을 가지고 있지.]

“…….”

보라빛의 마력이 넘실거리는 두개골이 정확히 입구에 서 있는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공동 안을 배회하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분명 눈알이 없고, 있더라도 썩어 문드러져 느껴질 리 없는 시선이 내 전신을 압박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뼈를 긁어내는 듯한 감각.

나는 순간 몸을 긴장시켰다.

내 주위를 배회하던 그림자들이 서서히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던전을 뚫기 위해 최소한으로 줄여 놓았던 그림자의 숫자가 풀리며 한순간에 그림자들이 증식하기 시작했다.

100, 200, 400, 800…….

끝없이 늘어나는 그림자.

[호오! 너, 아니 네 능력은 신기해.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죽어 있는 것도 아니군……. 하지만 어중간한 존재는 결국 파멸하는 법. 내가 친히 너를 선도해 죽음으로 이끌어 주도록 하겠다.]

딱히 별다른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능력을 전개한 것만으로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하던 리치는 이내 죽은 자들의 군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 참…….”

말이 통한다고 해서 대화가 통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아니, 애초에 이쪽도 대화할 생각은 없었지만.

한순간에 입구 쪽으로 몰려오는 죽은 자들의 군세를 바라봤다. 스켈레톤, 좀비, 구울부터 시작해 그 상위종까지.

그리고 그보다 더 상위종인 갑옷을 입고 있는 듀라한까지 돌격하는 장면은 언뜻 보면 기가 눌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쪽도 말이야.”

사실 처음 회귀하고 나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적어 나갈 때, 이 대형 던전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었다.

클리어하려면 아무리 낮은 난이도라도 A급 헌터가 수십 명은 되어야 클리어할 수 있는 대형 던전.

확실히 능력이 죄다 초기화돼 버린 나로선 가변적인 A급의 던전을 클리어한다는 건 꽤 위험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대형 던전을 클리어하자고 마음먹은 이유는, 이 대형 던전이 몬스터 하나하나의 ‘전투력’보다는 ‘물량’을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던전이기 때문이었다.

“물량이라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

몬스터들이 거의 지척에 다다를 때쯤, 3,500에 달하는 그림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이 대형 던전에 나타났다.

검은 그림자들의 군단.

곧 지척에 도달한 죽은 자들의 군대가 그림자들에게 부딪힘과 동시에, 전쟁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거대한 개인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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