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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3화 (13/202)

# 13

나 혼자 10만 대군 013화

4장 대형 던전(1)

6월 25일, 의정부역 한가운데에 대형 던전이 열리기까지 앞으로 24시간 남짓 남은 시점.

“이걸로 끝.”

나는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뭉치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불과 2일 전만 해도 달랑 사무실 책상 하나와 의자 2개만 있었던 사무실.

하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가구들이 들어와 여느 중소 길드의 사무실처럼 제법 세팅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꾸며놓으니까 좋네.”

우선 급한 대로 사무실을 대충 꾸며놓고 나니 책상 한구석에 놓인 통지서들이 눈에 보였고, 그래서 당장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전부 처리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많네.”

눈앞에 있는 일들은 해결했다. 당장 헌터 협회에 알려야 하는 길드원들의 계약 내용과 제일 중요한 길드명, 그 이외에도 길드원 보험 같은 것은 읽어보고 적당히 사인만 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훨씬 많았다.

“이건 진짜 대형 던전을 끝내고 나서 차근차근 해결하든가 해야지.”

게다가 돈도 없고.

“이렇게 5억이 빨리 사라질 줄이야.”

분명 돈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도 5억이나 되는 돈이 벌써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라졌다.

뭐, 거기엔 이은별을 영입하는 데에 썼던 계약금 4억이 무엇보다 크지만.

“……대형 던전 끝나면 다시 자금도 모일 거고.”

게다가 애초에 그 정도 지출은 예상했으니 새삼스레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비어버린 통장 잔고는 왠지 쓸쓸해 보였다.

“돈이 더 필요해.”

길드 통지서를 읽으며 하나하나 문제를 처리하고 있으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이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대형 던전이 열린다면 5일도 안 돼 가뭄이 든 통장도 다시 원래의 자리를 되찾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우선 내가 원하는 이들을 길드원으로 영입해야 하고, 그 길드원들을 양성할 만한 환경도 제공해야 했다.

거기다 추가로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대신 처리해 줄 수 있는 사무원도 필요하다.

“길드가 커지면 커질수록 왜 건물도 커지고, 사람도 많아지는지 이제 알겠네.”

혼자서 독고다이로 헌터 생활을 할 때는 몰랐던 일들이 하나둘 눈앞에 다가오자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우선 대형 던전을 끝내고 나면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시간대가 꽤 뒤쪽이니까…….”

회귀 전 일어났던 일을 차근차근히 생각해봤다.

우선 당장 내일 일어날 ‘대형 던전.’

의정부 전체가 몬스터와 괴수로 물든다고 묘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몬스터가 밖으로 뛰쳐나온다.

아마도 회귀 전에는 3대 길드에서 s급 헌터를 파견해 결국 던전을 클리어했던 것 같다.

“대형 던전 다음에는…… A급 괴수 웨이브였나?”

그건 유튜× 영상으로 거의 수천 개가 도배되다시피 올라와 있어 꽤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나타난 A급 괴수. 물론 A급 괴수가 한 마리 정도였다면 북한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잡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시 나타난 A급 괴수는 한 마리가 아니라 22마리였다.

북한은 당연히 A급 괴수를 막는 데 실패했고,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A급 괴수를 없애려 했지만 거기서 더 상황이 나빠진다.

어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파견한 헌터가 A급 괴수와 전투를 벌인 뒤, A급 괴수들이 단 한 마리도 죽지 않고 모두 남하한 것이다.

“……그때도 개판이었던 것 같은데.”

군대와 정부는 난리가 났고, 어떻게든 괴수를 막으려고 정부에서는 헌터들을 대거 최전선에 투입했지만, 그것만으로 A급 괴수 22마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A급 괴수는 B급 괴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D급과 C급 괴수가 한 단계 차이 나고, C급과 B급 괴수가 한 단계 차이가 난다면, B급 괴수와 A급 괴수는 최소 5단계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

“……뭐, A급 괴수 한 마리당 최소 적정 인원이 A급 16명이니까.”

A급부터는 B급과는 다르게 몸집이 무척이나 비대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맷집도 좋고, 살상력이나 파괴력도 굉장히 높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몸집이 비대해진 덕분에 그나마 공격을 회피하기가 쉽다는 건데, 사실 그것도 다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급 괴수한테 공격을 직통으로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그건 S급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아니, 만약 방어계열 능력을 개화한 S급이 맞는다면 죽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뒤로 한국은 어찌어찌 그 A급 괴수들을 모두 처리하고 북한과 중국을 추궁하지만, 결국 그들의 배 째라 전법에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심지어는 A급 괴수들이 북한에서 처음 나타났으니, 마정석 빼고 시체를 넘겨달라는 북한의 망언까지 들어야 했다.

그렇게 혼자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이은별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네. 은별 씨 이번 던전은 어땠습니까?”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이은별의 인사를 받으며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물었다.

“아, 네. 오늘은 ‘회색빛의 숲’에 들어갔었는데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하는 이은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협회에서 있었던 강형찬 부장과의 거래 덕분에, 나는 이은별에게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뭐, 사실 애당초 강형창 부장에게 내건 조건 자체가 길드원들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그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너무 소름 끼쳐요. 분명 고블린과 놀이 주류로 나오는데도 몸이 회색빛이라 좀…….”

“확실히 회색빛의 숲이 좀 소름 끼치긴 하죠.”

어두운 실험실은 역겨운 분위기지만, 회색빛의 숲은 분명 눈에 띄는 느낌은 아니지만 묘하게 소름이 돋는 곳이었다.

던전 안이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는 세상.

“하지만…….”

이어서 말을 하는 이은별에게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문득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불과 4일 전 이야기지만,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얼굴이 보였다. 조금 밝아진 모습.

그동안 꿈도 희망도 없이 낙오자들만 모이는 헌터 인력사무소에서 하루하루 밥벌이를 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협회 쪽에서 헌터로서 성장하고 있으니 기쁠 수밖에 없겠지.

아마 그녀도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 대충 감을 잡고 있을 것이다.

던전에서의 그녀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뒤 나는 입을 열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뇨, 사실 이런 기회도 길드장님이 만들어 주지 않았으면 애초에 체험도 하지 못했을 텐데요.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보며 나는 손사래를 쳤다.

“괜찮습니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이은별 씨의 가능성을 봐서 영입한 거라고요. 그러니 굳이 그렇게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다시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그냥, 잘 성장해주시면 됩니다. 나중에 잘 성장해서 저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내 말에 그녀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이은별이 돌아간 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적응이 안 된다.

회귀 전 보았던 이은별이 내게 처음으로 날렸던 말이 떠올랐다.

‘말 걸지 마, 짜증 나니까. 너, 나 알아?’

온몸으로 ‘나 지금 짜증 났으니까 말 걸지 마세요’하는 냄새를 풍기며 쌀쌀맞게 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했다.

“역시 어색해.”

혹시 본성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앞뒤 상황을 고려해 보면, 아마도 후천적으로 성격이 그렇게 변한 게 아닐까.

“……진짜 인생 개판이었구나.”

뭐, 지금에 와서야 만약 성격이 후천적으로 변했다면 회귀 전의 그 성격으로 돌아갈 일은 전혀 없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이제 내일 의정부 한복판에 나타나는 대형 던전이다.

“헌터 협회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대피 권고를 내린 게 언제였지?”

협회 쪽에서는 미친 듯이 대피 권고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대형 던전이 출현한 적은 처음이라 시민들이 미적거리는 바람에 무척이나 큰 인명피해가 일어났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시간을 보자 이제 슬슬 오후 7시로 넘어가며 해가 질 무렵이었다.

“이제 슬슬 대피 권고 문자가 올 것 같은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중얼거렸다.

* * *

그로부터 1시간 뒤, 32헌터 협회 한국 지부.

“지금 당장 의정부시 전체에 대피 권고 문자 내보내! 아니, 의정부 쪽뿐만 아니라 그냥 노원이랑 동두천, 그 근처에 있는 지역은 모두 대피 권고 보내라고! 지금 당장 길드에도 다 연락 넣고!”

강형찬 부장은 눈앞에서 빽빽 소리를 질러대며 주변 인물들을 지휘하는 남자를 보았다.

“야! 이 팀장 어디 갔어!? 퇴근?! 지금 남한 위쪽이 몬스터로 득실거릴지도 모르는데 퇴근을 해!? 이 새끼 다시 불러와!”

정보과 김우석 부장. 그는 예기치 못한 지금의 상황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에 있던 정보과 사무원들은 그의 눈치를 보며 일처리를 하기 시작했고, 그는 곧 정보과 앞에 서 있던 강형찬 부장에게 입을 열었다

“강 부장! 너도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애들 불러서 길드에 연락 좀 넣어봐!”

“안 그래도 하고 있어.”

강형찬은 김우석의 말에 대답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처럼 비슷한 시간에 퇴근 준비를 하려던 강형찬에게 갑작스레 들려온 보고.

그 뒤부터 헌터 협회 내부는 어느 과를 가던 전부 이런 식으로 비상이 걸려 있었다.

“국제 협회에서는 뭐래?”

강형찬의 물음에 김우석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몰라. 대형 던전 파악됐다는 정보만 알려주고는 연락도 제대로 안 된다고! 게다가 그것도 심지어 대형 던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개새끼들, 미국이나 중국에 대형 던전이 일어났을 때는 1주일 전에 미리 알아차리더니.

김우석 부장은 짜증이 나는 듯 중얼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튼 지금 당장 시민들 전부 대피시켜야 해. 군대건 뭐건 전부 동원해서. 그렇지 않으면 진짜 다 죽는다고.”

“대형 던전 예상 시간이 언제인데?”

강형찬 부장의 물음에 김우석 부장은 입에 붙어버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 밤 12시.”

“뭐?”

강형찬 부장의 굳었던 얼굴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오늘 자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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