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7화 (7/202)

# 7

나 혼자 10만 대군 007화

2장 길드(3)

“네, 됐습니다. 필요한 촬영은 전부 끝냈어요.”

이연화의 옆에 서 있던 카메라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곧바로 던전 공략에 들어간 지 5일째.

나는 강형찬 부장과 약속했던 대로 마지막 던전인 ‘고블린 성채’까지 성공적으로 클리어했다.

“그래서 이 영상은 어떻게 사용하려고 합니까?”

고블린 성채에서 빠져나가는 도중, 줄곧 내 전투 영상을 찍던 카메라맨에게 묻자 그는 입을 열었다.

“지연희 부장님 말씀으로는 우선 ‘기자들에게 뿌리는 떡밥’으로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떡밥이라…….

어제 ‘죽음의 늪’을 공략하고 빠져나왔을 때 지연희에게 걸려온 전화. 그 통화에서 지연희는 나에게 전투장면을 촬영하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물었었다.

나 같은 경우엔 내 능력이 영상으로 퍼져도 특별히 밝혀질 것은 없기에 허락했지만, 내심 어디에 쓰려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런 쓰임새로 전투장면을 촬영한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마 고구려 전용 채널에 내 전투 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기자나 다른 길드에 김우현과 고구려 길드가 어떤 식으로든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게 목적이겠지.

대충 지연희의 의도를 파악하고 걷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그 능력은 대체 뭐죠?”

고개를 돌려보자 거기에는 던전에 들어오고 난 뒤 줄곧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이연화가 있었다.

“……?”

그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능력, 한계가 있기는 한 건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쳐다봤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나는 그녀의 눈빛에 어린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음, 한계라……”

그녀의 눈빛에는 시기심과 동시에 묘한 열등감이 서려 있었다. 아마 그녀는 나와 본인을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튜토리얼 던전에서부터 10일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한국이라는 나라에 ‘김우현’이라는 이름 석 자를 똑똑히 각인시킨 나.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길드를 통해 전문적인 헌터 훈련을 받고 고구려 길드의 빛나는 인재로 성장했음에도, 내게 가려져 제대로 빛도 못 보고 쩌리가 된 이연화.

세계의 멸망을 보고 돌아온 입장에서는 그녀가 내게 열등감을 느낀다는 게 웃겼지만, 그녀의 입장에서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시작해 능력 하나로 자기보다 높은 곳에 올라간 헌터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눈빛에 보이는 열등감과 자괴감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한계가 있기는 하죠.”

사실 그녀가 계속 열등감을 가지고 나를 목표로 해서 빠르게 능력을 올리면 좋겠지만, 그녀는 훗날 빠른 속도로 SS급에 도달한다.

“우선 숫자로 밀어내다 보니 D~C급 던전이나 괴수들은 어떻게든 숫자의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게 가능하지만, 그보다 높은 등급은 아마 힘들지 않을까요?”

게다가 미래의 그녀는 S급 헌터인데도 불구하고 꽤 심성이 착한 편에 속했다.

그러한 심성은 묘하게도 소심한 그녀의 성격 때문이라고 하는 걸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높은 등급의 던전은 그림자 없이 그 ‘손’만 사용해도…….”

“‘군집체’스킬을 말하는 거라면, 뭉쳐서 손을 만드는 것도 오래는 지속하지 못하니까 높은 등급의 던전에서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요? 사실, 지금도 살짝 지치거든요.”

그러니까 아마도 소심한 그녀에게는 열등감보다 열등감을 해소할만한 말이 더 필요할 테니, 지금은 적당히 그녀 마음에 있는 열등감을 풀어주도록 하자.

“그런…… 가요?”

이연화의 눈빛에 열등감이 살짝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네, 제 생각에 아마 이연화 씨가 능력을 본격적으로 개화해서 ‘홍염’을 쓰게 되면, 저보다 더 강해지지 않을까요?”

“네? 홍염이요?”

그녀가 순간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차. 지금 이연화는 아직 능력 개화를 하지 않은 상태였나?

회귀 전 고구려 길드의 길드장인 이연화는 ‘홍염의 마창사’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것을 기억하고 입에 담았는데, 그녀는 아직 능력 개화를 안 한 모양이다.

“아, 그…… 뭐냐 유X브! 그곳에 훈련 영상에서 훈련관들이 이연화 씨를 평가하는 걸 보니까 아마 능력 개화가 ‘화염’ 쪽으로 될 거라고 말하더라구요?”

“아…….”

그제서야 묘하게 납득한 듯한 이연화의 끄덕거림에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위험했다.

아무래도 조심성을 조금 더 키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튼 뭐든지 조심하는 게 좋으니까.

그 뒤, 나는 고블린 성채를 빠져나가며 카메라맨과 간단한 이야기 한두 가지를 나누며 던전을 나섰다.

그다음 날.

매스컴과 포탈은 온통 내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림자 왕’ 5일 동안 5개 던전 클리어!]

[김우현 헌터, 그는 도대체 어디까지 달려나가는가?]

[새로운 한국의 S급 유망주? 김우현 헌터!]

[김우현 때문에 다 죽겠다! 102기 튜토리얼 기수들의 한탄!!]

[김우현 ‘고블린 성채’ 공략 영상 화제! 고구려 길드와 연관?? 공략 영상에 이연화 출현해.]

“정말 5개의 던전을 전부 클리어했군요, 김우현 헌터.”

강형찬 부장은 나를 만나자마자 정말로 놀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는 못 지킬 약속은 하지 않는 타입이라서요.”

그렇게 웃으며 말하자 강형찬 부장은 내게 하나의 USB와 열쇠를 건넸다.

열쇠고리에는 무엇인가 쓰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주소인 것 같았다.

“헌터들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키 코드입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그 안에 등록된 건 헌터로 처음 각성하게 되었을 때, 헌터들이 헌터자격증을 만들기 위해 적은 간단한 내용뿐입니다.”

이를테면 하며 말꼬리를 흐린 강형찬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안에 등록된 건 아마 헌터들이 처음 자격증을 만들 때 썼던 이름과 나이, 그리고 헌터자격증을 갱신하러 온 사람들에 한해서 소속 정도가 적혀 있을 겁니다.”

나는 강형찬 부장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정도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사실 협회 쪽의 ‘헌터정보 열람’은 길드의 인원수가 10명 이상만 되면 그 정보를 열어볼 권한이 주어진다.

하지만 길드원 10명을 모을 때까지 앉아서 죽치고 있을 생각도 없었고, 이왕에 길드를 만들기로 한 이상 어중이떠중이를 길드에 넣고 싶지는 않았다.

“근데 이건……?”

USB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함께 받았던 키를 강형찬 부장에게 보여주니 그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저희 쪽에서 준비한 선물입니다.”

“선물이요?”

“그 열쇠고리에 붙어 있는 주소로 가시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적당한 크기의 사무실을 차릴만할 정도는 될 겁니다.”

강형찬 부장의 말에 나는 열쇠를 쳐다봤다.

사무실을 구할 생각을 하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구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럼 감사하게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아마 강형찬 부장 쪽에서도 길드원이 10명 정도만 되면 얻을 수 있는 협회 정보와 길드 창설비 정도로는 너무 대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래도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는 건, 처음 이 제안을 했을 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해 제안을 수락했던 강형찬 부장이, 이런 선물을 준비해 놓았다는 게 좀 신기했다. 아니면 뉴스가 뜨기 시작하자마자 급하게 수배했나?

뭐, 어찌 되었든 내게는 좋은 일이다.

강형찬 부장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려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나는 입을 열었다.

“혹시 길드 창설 절차는 전부 끝났습니까?”

“아, 우선 길드 창설 요청이 상부로 들어간 상태고, 이제 승인만 되면 정식으로 길드를 운영하실 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강형찬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끝으로, 나는 협회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 * *

협회를 나와 집으로 돌아온 지 3시간째. 나는 강형찬 부장이 건네준 협회 정보를 뒤진 끝에, 원하던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겨우 찾았네.”

이제야 찾은 정보가 눈앞에 갱신되는 것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검색엔진이 너무 쓰레기라 찾는 게 너무 오래 걸렸다.

분명 협회에 가보면 당장 편리하다고 느껴지는 기계들이 한가득 있는데, 어째서 어느 면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검색엔진이 이따위인 걸까.

“떴다.”

그런 불평도 잠시, 이내 눈앞에 갱신된 간단한 정보창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는 마지막 확인을 마치고 확신했다.

“확실해.”

이름 이은별. 나이는 22세로 헌터 랭크는 D급이고 ‘NT아이언’이라는 길드 소속이었다.

“4년 뒤에는 같은 SSS급도 싸우기를 꺼린다는 ‘스타 폴(star fall)’이 된다니, 믿기지 않는군.”

스타 폴(star fall) 이은별. 내가 회귀하기 이전 그녀가 가지고 있던 이명으로, 그녀의 또 다른 이명은 걸어 다니는 재앙이었다.

“어우.”

회귀 이전, 그녀와 함께 싸웠던 때가 떠올랐다.

‘대형 던전’의 발생으로 인해 산 하나가 몬스터로 가득 차 있을 때였다.

몬스터가 밀고 내려오는 걸 그림자로 최대한 막으며 다른 헌터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때 이은별이 보여주었던 장관에 가까운 광경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지름 3M가 되어 보이는 유성우들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괴수들과 몬스터들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유성우는 멈추지 않고 몬스터들과 괴수들을 유린했고, 그녀가 나타난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적어도 수천은 돼 보였던 몬스터들은 전부 유성우와 함께 파편이 되어 사라졌다.

그 뒤에는 멀쩡했던 산이 그 유성우 폭격에 맞아 사라진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고, 생각보다 쌀쌀맞은 그녀의 태도에 좀 어색해하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가능하면 빨리 데려오는 게 좋겠지?”

이미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헌터를 빼 오는 건 힘든 일이다.

과거 이은별 본인에게, 어쩌다 보니 같이하게 된 술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능력을 개화하기 이전까진 꽤 불우한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술을 마시며 들었던 이야기고, 그마저도 꽤 오래된 이야기라 이은별의 말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대략적인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다.

돌아가신 부모의 빚을 떠안게 된 이은별은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과 살기 위해 헌터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하지만 착취를 일삼는 악덕 길드에 붙잡히면서 점점 피폐해지는 삶을 살다가 어느 시점에 능력을 개화하면서 그대로 SSS급 헌터가 된다.

그 후 그녀는 더는 어느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고 홀로 떠도는 헌터로 살아간다.

“좀 더 세세하게 기억나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녀를 영입하는 데 이 정도의 정보면 충분했다.

“내일 바로 시작해 볼까?”

나는 ‘NT아이언’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정보를 찾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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