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5화 (5/202)

# 5

나 혼자 10만 대군 005화

2장 길드(1)

튜토리얼 던전이 끝난 지도 3일.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TV와 인터넷에서는 튜토리얼 던전에서 나타난 신인을 집중 조명하고 있었다.

본인이 말하길 ‘다구리 마스터.’

인터넷과 각종 매체에서 소개하기를 ‘그림자 왕.’

A급 헌터들 중에서도 몇몇 특정 인물들 사이에서만 붙여지는 것이 이명이지만, 나는 튜토리얼 던전을 클리어함과 동시에 이명을 얻었다. 그것도 두 가지나.

“진짜 질리지도 않는구나.”

계속 울리던 전화가 끊긴다. 그리고 스마트폰 메인에 뜬 ‘부재중 전화 182통.’ 3일이 지났음에도 내 스마트폰은 쉬지 못한 채 몰려드는 전화를 감당하고 있었다.

[‘김우현’그는 대체 누구일까?]

-김우현 헌터는 올해 27살로, 헌터로 본격적으로 입문한 건 25살 때입니다. 그때의 김우현 헌터는 능력을 개방하지 못해…….

아침에 틀어 놓은 TV에서는 나의 신상을 열심히 파고 있는 매스컴들이 눈에 보였고, 낡은 노트북에 띄워놓은 유X브 에서는 내가 타란튤을 잡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올라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이 영상의 조회수는 벌써 150만을 뛰어넘어 200만을 바라보고 있고, 그 아래 달린 댓글들만 수만 개였다.

-앙기모띠: ㅁㅊ 존나 멋지다. ㅋㅋㅋ

-B급헌터김윤원: 역시 인생 될 놈 되네. 나도 저런 능력이나 개화하면 좋겠다.

-괴수성애자: 타란튤을 저렇게 마구잡이로 죽이는 건가요? 괴수도 생명이에욧!

└사람B: ???? 컨셉이지? 그렇다고 해줘.

└이상적인만남: 컨셉이길 빈다, 씹새야.

-고구려시험합격: 지금 쟤는 몸값 얼마 하려나. 최소 10억 ㅇㅈ?

-월하티: 10억이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볼 때 최소 100억이다.

-그림자 왕 팬카페: 김우현 팬카페 만들었습니다. 가입하세여! www.naver.com/cafe/rmflawkdhkd 등업 하면 비공개 영상 뿌립니다!

“진짜 난리도 아니네.”

유명인이 되었다는 감각, 회귀 이전에도 느꼈지만 역시 이 감각은 나쁘지 않다. 자존감을 올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유명세에 취해 헛짓거리했다가는 곧바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힘들어지겠지만, 실제로 회귀 이전에 정말 잘 나가다가 터지는 어이없는 스캔들 한두 개에 멀쩡하던 헌터들이 죄다 엄청난 이미지 타격을 받은 적도 있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이미지 타격을 입는다고 딱히 뭐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냥 힘들어진다.

누구든 그렇지 않은가?

욕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슬슬 상금도 들어왔을 테고,”

튜토리얼 던전을 클리어한 지 3일째.

당연히 던전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헌터는 나였고, 그에 따라 격려금 차원의 상금 5억이 아마 오늘 내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지난 3일간, 계좌에 들어온 5억으로 무엇을 할지는 이미 전부 결정해 놓은 상태였다.

나는 아직까지도 전화가 오고 있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어! 나왔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스카우터들과 기자들이 나에게 달려들어 질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김우현 헌터!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짧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튜토리얼 던전 클리어 이후 ‘어느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겠다’고 발언하셨는데! 실제 의도는 무엇입니까!”

“대한민국의 3대 대형 길드 ‘신천’, ‘고구려’, ‘무천’에서 김우현 선수에게 러브콜을 보낸 게 현재 무척 화제가 되고 있는데, 짧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문을 나선 지 10초도 되지 않아 머리가 아팠다.

역시 그때 인터뷰를 하지 않고 그냥 갔어야 했다.

그냥 별생각 없이 기자가 물어볼 때 어느 길드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발언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발언이 꽤 다른 의미로 부풀려져 있었다.

인터넷에서 봤을 때 내 발언은 두 가지로 해석되고 있었는데, 한쪽은 김우현이 몸값을 키우기 위해 거절을 한 것으로 해석했고, 다른 한쪽은 김우현이 길드는 약한 놈들이나 들어가는 것 정도로 업신여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도대체 순수하게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발언한 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잠깐만 지나가겠습니다.”

결국, 이리저리 들러붙는 기자들과 스카우터를 밀치고 인파 속을 빠져나온 나는 곧바로 달려가 택시 정류장에 있는 택시를 잡아탔다.

“헌터 협회 한국 지부로 가주세요.”

택시에 탈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온 기자들도 더는 따라올 수 없었는지 택시 정류장에서 우두커니 내가 탄 택시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 * *

헌터 협회 한국 지부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지부 안으로 들어가 회귀 전, 내가 알고 있었던 인물을 찾았다.

“길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길드……요?”

헌터 협회 한국 지부장 강형찬…… 아니, 지금은 인사과 소속의 부장으로 불리는 그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협회에 신고할 기본 금액만 있으면 길드를 공식적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길드를 만들게 되면…….”

강형찬 부장이 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안다.

만약 내가 길드를 만든다면 아마 내 위에 있는 길드들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가 조금만 성장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엄청나게 견제를 해올 것이다.

길드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견제도 심해지고, 혹시라도 대형 길드에서 죽자고 달려들면 내가 만든 길드가 성장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그래, 내가 만약 그냥 일반적인 헌터였다면 제대로 된 인맥도 없이 길드를 만드는 순간 다른 길드에 짓밟혔겠지.

내가 일반적인 헌터라면 말이다.

“그냥 만들어주세요.”

내 말에 강형찬 부장은 무엇인가를 말하려다 이내 조용히 입맛을 다시며 알았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형찬 부장으로서는 대형 길드에 넘어가고 있는 협회의 권한 유출을 막아보려고 어떻게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나를 구슬려 기울어지는 협회 측으로 끌어들일 생각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일에 동참할 수는 없었다.

이미 생각해 놓은 스토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미래의 한국 지부 협회장에게 빚을 지워 놓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형찬 부장님?”

“네?”

“제가 좋은 제안을 하나 할까 하는데, 들어보실래요?”

내 말에 강형찬 부장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나는 씩 웃으며 강형찬 부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로부터 2시간 뒤, 나는 헌터 협회를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김우현 씨. 저는 고구려 길드 인사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연희라고 해요.”

문제는 나를 태운 택시가 도중에 멈추더니 갑작스레 ‘고구려’ 부길드장인 ‘지연희’를 태웠다는 것이었다.

지연희가 택시에 타자마자 건네주는 명함을 받아 읽어 보았다.

‘인사부 지연희 부장’

……과거에는 이 사람도 부장이었네.

지연희, 회귀하기 전에는 공식 석상에서나 몇 번 만난 적밖에 없는 그녀의 기억을 떠올려봐도 그리 특이한 기억은 없었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지연희가 고구려 길드의 실세들을 모두 꺾고 고구려 길드의 부길드장으로 올라갔단 것과 고구려 길드 소속의 ‘이연화’가 S랭크를 찍는 데에 큰 도움을 줬다는 것 정도?

“네 저도 반갑네요.”

나는 인사를 하며 명함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별로 놀라지 않네요?”

“굳이 놀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어차피 이 택시도 고구려 길드에서 손을 써서 이런 식으로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겠지.

내가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지연희가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그리 놀랄 필요는 없죠. 저는 그저 김우현 헌터에게 제안을 하려고 온 거니까요.”

“고구려 길드에 들어오라는 제안은 정중히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제가 좀…….”

“저는 100억 정도를 계약금으로 드릴 생각인…….”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일순 지연희의 미소가 굳었지만, 이내 그녀는 굳은 표정을 풀며 입을 열었다.

“길드를 만드신다고요? 과연 잘 될까요?”

어떻게? 라는 표정으로 지연희를 보니 그녀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제가 좀 듣는 귀가 많아서요.”

“아, 네.”

하지만 곧 그녀의 대답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대답을 받아넘겼다. 어차피 들켜도 내게 그건 별다른 의미는 없으니까.

“확실히, 튜토리얼 던전에서 보여준 그 무력은 인정할 만 해요. 하지만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닌가요? 고작 D급 헌터가 ‘협회’에게 주어진 던전 5개를 3달 안에 클리어해준다고 하다니.”

강형찬 부장에게 했던 제안도 들었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잘 할 거라서요.”

내 말에 지연희는 재미있다는 듯 키득키득하며 웃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요구한 게 길드 창설비를 무료로 해주는 것과 헌터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헌터 목록을 1달 동안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라니……, 협회를 도와주려는 게 너무 뻔히 보이는데요?”

“네.”

“어머, 인정하시네요?”

“그런데 제가 뭔 죄라도 저질렀습니까?”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기는 한 건가요?”

협회를 도와준다. 그 말은 어찌 보면 길드들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협회는 공익을 추구하고, 길드는 사익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협회와 길드는 필연적으로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던전의 발견 권한부터 시작해서 마정석 처리 문제, 그 뒤에 있는 수많은 문제와 눈앞에 놓인 이권들이 협회와 길드를 다투게 한다.

“네.”

나는 그녀의 말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순간 택시 안에 정적으로 가득 차고, 이내 지연희의 박장대소가 이어졌다.

뭐야? 갑자기 정신 나간 여자처럼 깔깔 웃어대는 지연희를 보며 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이 그렇게 어처구니가 없었나? 하긴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

길드원 수만 총 5,000명.

그중 A급 헌터가 200명이 넘어가고, S급 헌터는 10명, 심지어 길드장은 전 세계에 100명밖에 없다는 SS랭크였다.

게다가 길드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대형 길드 앞에서 이제 막 튜토리얼 던전을 클리어해 F급에서 D급으로 온 내가 그런 말을 하니, 웃길 만도 했다.

“다 웃었습니까?”

“아, 미안해요. 김우현 헌터는 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사람이었네요?”

“이만 내려도 되겠…….”

“그러니까!”

내 말을 끊고 지연희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요?”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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