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4화 (4/202)

# 4

나 혼자 10만 대군 004화

1장 숫자의 폭력(4)

“이런 미친!”

누군가의 욕설이 넓은 회장을 울렸다.

분명 소리를 송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스피커는 더 이상 소리를 송출하지 않았고, 스카우터들도 그저 넋을 잃은 채 스크린을 바라봤다.

튜토리얼 던전의 4단계에 나타나는 동물형 C급 괴수 ‘칸츠.’

온몸에 두꺼운 철판을 덧댄 것같이 질긴 가죽을 가지고 있는 그 괴수는 B급 헌터들도 잡기를 꺼리는 C급 괴수 중 하나였다.

가죽은 질겨 능력이 잘 통하지 않았고, 그나마 좋은 무기를 사용해야만 칸츠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었다.

“……저 헌터 대체 누구야?”

그림자들이 다시금 몸을 움직여 이 튜토리얼 던전의 마지막 단계인 5단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림자들이 있던 곳에는 입에서 잔뜩 피를 토한 채 죽어 있는 칸츠가 보였다.

“이번엔 몇 분이야?”

“6분 30초…….”

“C급 괴수를 잡는데 걸린 시간이 고작 6분 남짓이라고?”

“도대체 뭐야?”

스크린은 어느새 그림자들의 뒤를 따라가는 남자에게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청바지에 반팔, 도저히 던전에 들어오는 ‘헌터’의 복장이라고 볼 수 없는 모순이 가득한 복장이었지만, 그렇기에 여기 있는 스카우터들은 저 남자가 먼저 앞서 나간 그림자들을 조종하는 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사람 신상명세서 있는 사람?”

“길드 헌터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진짜 신규 헌터야?”

스카우터들은 다시금 웅성거리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스카우터들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5단계에 도착한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5단계 던전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4단계보다도 더 큰 거대한 공동, 그리고 그 천장에 적어도 6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거미가 입구 쪽을 밀고 들어오고 있는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5년 만인가?”

5년 전에도 타란튤을 토벌하기 위해 5단계에 진입한, 그때 기준으로 꽤 유망했다고 평가받는 헌터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타란튤을 토벌하러 들어간 지 10분도 되지 않아 제대로 된 공격도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대부분이 타란튤의 공격을 피하지 못해 중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길드 측에서 대기시키고 있던 헌터들이 있었기에 사상자는 나지 않았지만, 그 뒤로 튜토리얼 던전에서 타란튤에게 도전하는 신인들은 없었다.

“타란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하기는 하지.”

거미형 B급 괴수 타란튤은 A급 헌터들도 토벌하기를 무척이나 꺼렸다.

우선 기본적으로 거대한 몸체에 비해 날렵한 속도를 가지고 있었고, 타란튤의 입에서 뿜어내는 독액은 강철마저도 녹여 버리는 산성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외피마저 쉽게 상처 입힐 수 없을 정도로 질기니, B급 헌터들은 물론이고 A급 헌터도 타란튤은 사냥하기를 꺼렸다.

“……아무래도 타란튤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글쎄, 지금까지 보여준 포텐셜이면 어쩌면…….”

“그것도 우선 괴수한테 닿아야 가능한 이야기지, 타란튤은 아마 천장에서 내려오지 않을 텐데?”

스카우터들은 5단계 던전으로 흘러나오는 그림자들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강형찬 부장은 그런 스카우터들의 토론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스크린을 바라봤다.

그리고, 타란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쉽지 않네.”

천장의 이곳저곳으로 벽을 타고 다니며 독액을 쏘아내는 타란튤. 그림자들은 그런 타라튤에게 닿지 못한 채 놈들이 내뱉은 독액에 잠식되어 사라졌다.

남은 그림자들이 타란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지만, 천장에 있는 타란튤에게 달라붙을 능력은 되지 않는다.

그처럼 일방적으로 타란튤에게 당하기만 하는 상황에 마정석을 섭취해 1,000명에 가까울 정도로 많았던 그림자들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물론 계속 당해줄 생각은 없지만.

다시 한번 타란튤을 자세히 관찰한다.

놈들은 쉴 새 없이 천장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몸에는 닿지도 않을 그림자들을 따돌리다가 한순간 몸을 울컥거리며 독액을 토해낸다.

그렇게 타란튤이 독액을 토해내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초.

“그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그림자를 조종해 아직도 타란튤을 쫓아가고 있는 그림자들을 공동 한가운데로 모으기 시작했다.

타란튤은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움직임을 멈추고 모여 있는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그림자를 본 타란튤은 재빠르게 그림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움직여 몸을 울컥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림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그림자를 타고 오른다. 그림자 위에 그림자가, 또 그 그림자 위에 다른 그림자가 올라타 그림자들이 거대한 형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저건…… 손?”

순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이연화’와 ‘신천후’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헌터들.

그들은 멍한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

그림자들은 어느새 ‘손’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림자들 하나하나가 서로를 붙잡고 기어 올라가 만들어진 손이 독액을 내뿜는 타란튤의 몸을 그대로 후려쳤다!

“크레에에에엑!!”

꽝 하며 지면이 깨져나갈 듯한 소음과 함께 천장에 붙어 있던 타란튤이 땅바닥에 처박히고, 타란튤이 8개의 다리를 필사적으로 허공에 돌려대며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지만 그림자들로 만들어진 손은 다시 한번 땅바닥에 박혀 있는 타란튤을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찍어 내렸다.

“끄에에에에엑!!!!!!”

소름 끼치는 비명이 귓가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뭉쳐 있던 손이 서서히 흩어지더니 다시 그림자들로 돌아와 땅바닥에서 허우적대는 타란튤에게 달려든다.

그로기 상태로 허공에 발을 휘젓는 타란튤의 관절을 반대로 꺾어 내리고, 타란튤의 눈알에 그림자의 주먹이 파고 들어간다.

소름이 끼치는 비명이 연신 귓가를 강타한다.

타란튤은 몸을 뒤집기 위해 무게중심을 뒤틀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타란튤 주변에 있는 수백의 그림자들은 타란튤의 몸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타란튤의 육체가 점점 그림자들로 덮여 나가기 시작한다. 흠칫거리던 타란튤의 육체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들려오던 괴성도 서서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끝에 들리는 것은 타란튤의 다리가 꺾일 때마다 들리는 특유의 까직거리는 소리뿐.

“음,”

무자비한 숫자의 폭력 앞에 굴복한 타란튤은 이미 제 모습을 잃고 다리가 모두 뜯긴 채 몸통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상태창”

--------------------------

이름: 김우현 칭호: ---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853]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

[평가 잠재력: --/--]

[스킬]

군집체

--------------------------

상태창을 열자 만족스러운 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1,000명 남짓했던 그림자는 타란튤에게 조금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800명을 넘어섰고, 스킬에는 ‘군집체’라는 스킬이 새로 추가되었다.

회귀 전 이 스킬을 얻어 아직 능력을 제대로 각성시키지 못했을 때, 어떻게든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익혔던 스킬 중 하나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머리가 아파서 오래 지속할 수는 없지만.”

군집체는 그림자들 전체를 마치 부속품처럼 사용해 거대한 ‘하나’로 만드는 스킬.

사용하는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담이 많아져 오래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2~30초를 유지하는 정도는 가능했다.

“게다가 스킬도 생겼고,”

사실 제대로 스킬을 계승하기 전까지는 공란일 줄 알았던 스킬란이 그저 예전의 기억을 이용해 다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채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쁘지 않은 이득이다.

나는 능력을 해제했다.

능력을 해제하자마자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던 그림자들이 마치 슬라임처럼 흐물흐물 해지더니 이내 땅속에 스며들며 내 그림자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곤 던전의 입구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아.”

‘이연화’와 ‘신천후’를 포함한 헌터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대체 뭐죠?”

이연화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구리 마스터.”

처음 이 능력을 갖추고 헌터계에 데뷔했을 때 내게 붙었던, 조롱과 비슷한 그 이명을 내뱉은 나는 그들을 지나쳐 던전의 입구로 향했다.

* * *

“야, 나야!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니까, 빨리 이번 헌터 신상명세서 다 뽑아서 회장으로 와. 빨리!”

“지금 빨리 차 보내! 튜토리얼 입구로 간다!”

“야, 우리도 빨리 차 보내야 해! 뭐? 길드 소속 아니냐고? 아니니까 이 난리인 것 아니야! 빨리빨리 준비해! 빨리 가야 된다고!”

“네 길드장님! 30분! 튜토리얼 클리어하는데 걸린 시간이 28분 34초라구요! 그것도 혼자서요!”

개판이다.

“야 오늘 촬영한 거 다들 잘 들고 있지? CCTV중계권 가지고 있는 방송사 어디야? MPC? 거기에 연락 넣어서 관계자가 영상 확인하기 전에 저작권 따봐!”

“내일 뉴스 특집으로 바로 달린다! 그 헌터 신상명세 쫙 조사해봐! 어디 사는 누구인지부터 뭘 하다가 어떻게 헌터가 됐는지, 전부!”

“내 말 잘 들어. 지금 처음으로 입구에 나오는 사람 반드시 잡아서 인터뷰 따! 한마디라도 들으라고. 뭐 묻냐고!? 새끼야 내가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해!?”

그야말로 회장은 개판 5분 전이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각 길드의 스카우터들은 어떻게라도 그 헌터에게 접촉하기 위해 어딘가로 전화를 걸거나 소란스러운 회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튜토리얼 던전을 촬영하기 위해 왔던 각종 매스컴은 그 자리에서 전화를 하거나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심지어 앉을 의자가 부족 하자 기자들은 땅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붙잡고 있는 이들도 보였다.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인 회장 안에서 강형찬 부장은 알 수 없는 먹먹함을 느꼈다.

‘내가 먼저 찾았는데!’

강형찬 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찾으면 뭐하겠는가.

그 헌터는 이미 세상에 드러났고, 아마 내일이면 한국에서, 아니 어쩌면 전 세계의 포탈 검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지도 몰랐다.

강형찬 부장은 세삼 답답한 마음에 담배가 땅겨 회장 밖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딜 그리 정신없이 가는지 ‘지연희’와 ‘이시영’이 각각의 차에 탑승해 회장을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강형찬 부장은 그런 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는 끝내 놓친 물고기가 너무도 아쉬운 탓에 혼돈의 도가니인 회장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때, 회장 안으로 들어온 강형찬 부장은 이내 스크린 한가운데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 남자가 웃으며 입 앞에 가져다 댄 마이크를 잡는 것을 보았다.

“저는…….”

그 남자, 튜토리얼 던전을 30분도 걸리지 않아 클리어한 김우현이 입을 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