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화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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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 001화

1장 숫자의 폭력(1)

서울특별시 여의도에 위치해 있는 헌터 협회 한국 지부.

“허, 대체 무슨 일이야?”

“그게, 저도 잘…….”

“아니, 새끼야. 내가 그 말 듣고 싶어서 물어봤겠냐?”

강형찬 부장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는 부하에게 삐딱한 대답을 내뱉은 뒤,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CCTV 영상 처음부터 다시 틀어 봐.”

부장의 말에 부하직원은 속으로 씨부렁거리며 컴퓨터를 조작했고, 이내 인사부 회의실 가운데 있던 프로젝터가 돌아가며 영상 하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날짜는 6월 9일이고, 지역은 가능동 외곽 쪽입니다.”

영상의 시작은 C급 괴수 ‘쿠파’ 3마리가 외곽 쪽에 있는 농가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훼손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곧 쿠파들만 보이던 영상에는 한 남자가 찍혀 나오기 시작했다.

영상에 찍힌 남자는 얼굴이나 외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행동에서 여유가 묻어 나왔다. 마치 동네 마실을 나온 듯한 느긋한 걸음걸이.

그때, 한동안 눈앞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느라 정신이 없던 쿠파들도 남자의 존재를 눈치채고 몸을 돌렸다.

4인 파티를 기준으로 잡는 C급 사족보행 괴수 세 마리가 일제히 남자에게 시선을 집중했지만, 남자의 걸음걸이는 여유로웠다. 손에 무기를 들고 있나 싶었지만 심지어 그것도 아니었다.

이윽고 쿠파들이 남자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남자의 주변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남자의 형체가 마치 분신처럼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 형태는 마치 그림자처럼 어둡지만, 남자와 똑같이 생긴, ‘그림자’들이 점점 늘어났던 것.

3명, 5명, 10명…….

쿠파가 지척에 다가올 때쯤, 이미 남자의 그림자는 재생되고 있는 영상의 한쪽 면을 채우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50은 넘어 보일 것 같은 숫자로 불어난 형상들에게 쿠파들이 돌진했다.

순간 마치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던 그림자들이 사방으로 튕겨 올라가 볼링핀처럼 날아가 농가 주변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림자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헌터도 제대로 맞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쿠파의 돌격.

하지만 그림자들은 쿠파의 돌진을 정면에서 받았음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일어나 이내 쿠파에게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에도 그림자는 계속해서 늘어나 어느새 영상 화면의 절반을 채우고 있었다.

반은 괴수, 반은 그림자.

쿠파들은 그림자를 떨쳐내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역부족이었고, 그림자들은 서서히 쿠파의 온몸을 잠식해 가기 시작했다.

쿠파의 온몸에 모기처럼 달라붙고, 목숨을 도외시한 병사처럼 쿠파가 그림자들을 물어뜯기 위해 벌린 입안으로 꾸역꾸역 기어들어 가기도 했다.

쿠파의 발에 짓이겨지거나 꼬리에 맞아도 그림자들은 아무런 고통도 없는 듯 일어나 쿠파의 몸에 달라붙어 주먹을 휘둘렀다.

9분 45초.

그야말로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에 ‘쿠파’ 3마리가 죽음을 맞이한 시간이었다.

쿠파가 죽자 그림자들은 이내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땅속으로 사라졌고,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있는 남자가 다시 영상에 잡혔다.

남자는 죽어 있는 쿠파들을 한 차례 둘러보고 느긋한 걸음걸이로 화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하…… 하하.”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며 강형찬 부장은 헛웃음을 흘렸다.

‘C급 헌터 3~4명이 모여 30분 정도를 드잡이질해야 잡을 수 있는 괴수 3마리를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잡아?’

“이 영상, 열람기록 있어?”

“없습니다. 애초에 이 영상은 농가에서 설치한 사설 CCTV에 찍힌 거라 다음 날 현장 직원이 시체 회수하러 갔을 때 가져온 영상입니다.”

부하의 말에 강형찬은 책상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을 조작하며 말했다.

“넌 이제부터 마정석 환전소 가서 4월 12일 이후로 ‘쿠파’ 마정석 환전한 사람 리스트 쫙 뽑아와. 환전소 직원이 물어보면 적당히 둘러대고,”

“아니, 잠깐…… 부장님! 그거 불법 아닙니까!?”

“환전소장한테는 내가 시켰다고 하고 받아 와!”

강형찬 부장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화를 걸며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반드시 협회에서 잡아야 하는 인재야……!!’

그는 통화음이 계속되는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는 생각했다.

곧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그의 스마트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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