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화
무려 5일에 걸친 세계 헌터 회의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가장 첫 번째로 결정된 사항은 다름 아닌.
-이주 뒤, 파멸한 세계 수복을 시작한다.
에스라 대륙에 열린 검은 문을 공략할, 대규모 원정대가 결성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계 헌터 회의가 끝났음에도, 각 길드의 신관들과 고레벨 헌터들은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태룡시가 아닌 태룡사 상단에 세워진 수련탑.
그 지하에 설립된 특수 수련장이었다.
이전, 니알라 덕분에 모든 대악마의 환영과 대련할 수 있는 특수 수련장.
그곳에 천 명이 훌쩍 넘는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그 많은 헌터들이 한곳에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여러분은 모두 자발적으로 모인 겁니다?”
예언자가 넌지시 건넨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수련탑 중앙에 선 레나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헌터들을 향해 확인하듯 말하자.
“모두 각오하고 왔습니다.”
가장 앞에 있는 헌터 중 한 명.
성자가 레나를 향해 각오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에 레나가 미소를 짓고는.
“……디아블로, 문을 열어라.”
이내, 그녀의 입에서 엘리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디아블로를 부르는 진짜 예언자의 목소리에.
-우웅. 화르르륵!
엘리스의 옆에 검은 화염이 타오르며 3미터 크기의 게이트가 나타났다.
딱 봐도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불길함을 넘실넘실 내뿜는 게이트.
검은 화염이 불타오르는 그 게이트를 바라본 헌터들이 침을 한번 삼키고는.
-저벅.
긴장감 어린 표정으로 하나둘 들어섰다.
가장 앞장서 검은 화염의 게이트 속으로 들어선 헌터.
-우웅. 화르륵.
제시카가 화염을 뚫고 눈을 뜨자.
-콰화아아!
용암과 화염이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강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드넓은 강의 중심부에 마치 투기장처럼 솟아오른 검고 평평한 제단이 있었고.
-우웅. 웅. 탁.
검은 게이트에 들어섰던 헌터들이 모두 그 제단 위에 나타났다.
무려 천 명이 넘는 헌터들이 올라서도 드넓게 보일 정도의 광활한 제단.
마치, 불타오르는 거대한 경기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글거리는 열기가 피어나며 주변에 넘실거리고 있었지만.
“…….”
“…….”
그곳에 모인 헌터들은 모두 200레벨을 넘기거나, 그에 근접한 최상위 헌터들.
주변을 잠식한 더위에 허덕일 정도로 약한 이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최상위 헌터들 모두가 긴장감을 드러내며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런 헌터들이 노려보는 장소.
제단의 정중앙에는.
-콰화아아-!
주변의 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화염을 휘감은 대악마.
무려 본신 상태로 강림 중인 디아블로의 모습이 보였다.
“봐주지 않아도 상관없고 뭘 하든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스르륵.
그의 옆에 서 있던 엘리스가 디아블로를 향해 말했다.
그런 엘리스의 말에 디아블로가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어디 네 말대로 되는지 한번 보자꾸나.]
-쿵! 후우욱!
옥좌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키며 열기가 이글거리는 검은 파동을 내뿜었다.
억누르고 있던 기운을 외부로 방출한 순간.
-으어억!?
-으으……!
-아악!
돌연, 기세를 끌어올리던 헌터들이 눈을 부릅뜨며 괴성을 지르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거나 허공을 보며 소리치는 등.
무언가 ‘공포’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이었다.
삼천마, 디아블로는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그런 디아블로에게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짙은 공포의 기운을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200레벨을 넘기지 못한 이들.
심지어 200레벨을 넘긴 이들 중에서도.
-으억……!
-제, 제길!
-툭. 후둑!
무릎을 꿇으며 고꾸라지는 헌터들이 있었다.
거의 90%에 달하는 헌터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파아아! 화아!
그들 모두가 빛무리가 되며 사라졌다.
단순히 억누르던 기운을 방출한 것조차도 견디지 못했기에, 밖으로 추방된 것이었다.
이제 이 자리에 남은 헌터들은 고작 백 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허!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정녕 백이 넘을 줄이야.]
디아블로는 남은 헌터들을 보며 놀라운 듯 미소를 보였다.
지금은 화신체도 아닌 본신 상태.
게다가, 이곳은 그의 성역이었기에, 거의 ‘전력’에 달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 디아블로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공포의 기운은 같은 대악마조차도 움츠러들게 만드는 정도.
어지간한 성좌들조차도 그런 디아블로의 기운을 견딜 수 있는 이들은 적었다.
그런데도.
“……!”
“후!”
주저앉지 않고 버틴 헌터들이 백 명이었다.
고작 백 명이 남은 것이 아니라, 무려 백 명이나 버틴 것이 놀라운 상황이었다.
[날 직접 마주하고도 전의를 잃지 않는 것인가?]
“첫 번째 내기는 내가 이겼어. 디아블로.”
엘리스가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디아블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하자.
[허나! 고작 내 앞에 섰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쿵. 스르릉.
디아블로가 앞으로 한 발 걸어 나가며 차륜 도끼를 치켜들었다.
먼 곳에서 한 발 한 발, 천천히 다가오는 것에 불과함에도.
-……!
-이.
그 모습을 본 남은 헌터 대부분이 몸을 떨며 침음을 흘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쉬이 움직이지 못하는 듯한 모습.
그때.
-탓! 스르릉!
헌터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뛰쳐나가 디아블로와 마주했다.
“후-!”
-우우웅!
강렬한 강기를 내뿜으며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른 진호가 쌍검을 치켜들며 깊고 짧은 숨을 내쉬자.
[호오? 네놈은 내가 기억하고 있다.]
디아블로가 진호를 향해 흥미로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중국에 처음 불완전한 상태로 강림했을 때,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헌터.
그 당시, 처용을 제외하고 디아블로에게 타격을 준 유일한 헌터가 바로 진호였다.
“인간을 상당히 깔보는데 말이야. 삼천마 양반.”
-깡.
앞으로 나선 진호가 왼쪽 어깨에 걸쳐진 견갑을 칼등으로 쳐 보이며 말했다.
날카롭고 큰 뿔을 반으로 가르고 가공하여 만든 듯 보이는 어깨 보호구.
그것은, 진호가 뿔을 잘라 내고 종국에는 사냥에 성공한 악마.
서열 50위의 대악마, 푸르카스의 뿔을 가공해 만든 아티팩트였다.
진정한 악마 사냥꾼(Hunter)이라 불릴 만한 증거.
그러나.
[푸르카스? 하하하!]
그 모습을 본 디아블로는 재밌다는 듯 웃어 보이고는.
[고작 하위 서열을 유지하던 놈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냐?]
-콰화아아!
이내, 그 웃음이 헛웃음으로 바뀌며 화염의 기운을 퍼트렸다.
디아블로가 가볍게 터트린 화염이 파동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옅은 파도처럼 퍼진 화염이 진호에게 닿으려는 순간.
“미네르바!”
-화아아! 콰쾅!
결전기를 발동해 미네르바로 변한 제시카가 방패를 치켜든 채 진호 앞에 나타났다.
“크흐읍-!”
-콰아! 콰쾅!
제시카는 신력을 두른 방패를 강하게 밀어 쳐 화염을 막아 냄과 동시에.
“전쟁군주의 선포!”
-피이! 파아아!
아스트라페로 지면을 내리찍으며 신력의 파동을 퍼트렸다.
은은한 녹색 빛이 일렁이는 신력이 헌터들을 휘감자, 그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탓! 샥!
제시카의 곁으로 성자를 시작으로 다른 헌터들이 나타나 나란히 섰다.
가장 최전방에 선 이들은 바로 그녀와 같은 신관들이었다.
그때.
-샥. 스릉.
눈 깜짝할 순간에 사라진 디아블로가 헌터들 앞에 나타났고 가벼운 손놀림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제시카가 반사적으로 자세를 숙이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디아블로의 공격을 정면이 아닌, 비스듬하게 흘리려는 자세였다.
그런 그녀를 도와.
“샤이닝 리플렉트.”
“태양의 성벽!”
-피이! 화아아!
성자와 라진이 앞으로 나서며 방어 스킬을 사용해 제시카를 도왔다.
그러나 디아블로의 느릿해 보이는 도끼날이 가로로 크게 휘둘러진 순간.
-키잉!
디아블로의 앞에 공간을 갈라 버릴 듯한 붉은 선이 그어졌고.
“어-?”
“무슨!?”
“……!”
앞으로 나섰던 제시카와 라진, 성자가 그 붉은 선에 몸이 반으로 잘리며 의문을 내뱉었다.
그저 디아블로가 가볍게 내지른 단 한 번의 공격을 버티지도 흘리지도 막아 내지도 못한 결과.
-파아아……!
반으로 갈라진 그들이 빛무리가 되며 사그라졌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헌터들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 없는 경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듯.
“뇌호의 격노!”
“라바 블레이드!”
“싸늘한 바람.”
백호와 현아, 야스라가 디아블로의 주변에 나타나며 공격을 내질렀다.
강렬한 벼락이 이글거리는 백호의 주먹과 현아가 용암으로 만들어 낸 칼날.
날카로운 바람이 휘감긴 야스라의 태도가 디아블로를 향해 쇄도했다.
디아블로는 여유로운 눈길로 그들을 한 명 한 명 응시하고는.
-화륵. 휙.
꼬리 끝에 화염을 휘감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디아블로를 중심으로 새빨간 화염의 선이 그려졌다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파아아……!
기습 공격을 가한 세 명의 헌터가 빛무리로 변하며 사라졌다.
고작 화염을 휘감은 꼬리를 휘둘러 가한 반격에 당해 버린 것이었다.
단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최상위 헌터 여섯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당한 상황.
[실망이구나.]
-스릉. 콰화아아!
디아블로는 남은 헌터들을 향해 무심한 눈빛을 보내며 흑염이 휘감긴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나선을 그리며 휘몰아치는 검은 화염이 도끼날의 궤적에 따라 크게 퍼져 나갔다.
그 공격에.
“큭!?”
“이런 씨-!”
후속 공격을 가하려던 연화와 연아.
“젠장!”
그 뒤에서 방어를 준비하던 커맨더를 포함한.
-화르륵! 콰화아아!
모든 헌터가 불길에 휩싸이며 타올랐다.
디아블로의 ‘전력’을 담은 단 한 번의 공격에 헌터들이 몰살당한 상황이었다.
모든 헌터가 당한 듯 보인 그때.
[오호?]
디아블로가 눈동자를 위로 돌리며 흥미로운 목소리를 흘렸다.
그곳에는.
무릎 아래, 두 다리가 잘려 사라진 진호가 쌍검을 양어깨로 교차한 채 낙하하고 있었다.
디아블로가 휘두른 공격을 아주 가까스로 피한 듯한 모습.
동시에 공격의 회피를 기회 삼아.
“폭풍참 - 낙하!”
-우우웅! 스릉!
디아블로에게 반격을 가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강기가 일렁이는 쌍검을 교차한 진호가 디아블로에게 낙하했고.
-후욱.
그 모습을 본 디아블로는 차륜 도끼를 아래에서 위로 가볍게 휘둘렀다.
이윽고.
“벽라(碧羅)의 칼날!”
-차카캉!
위로 솟구쳐 오는 도끼날을 부릅뜬 눈으로 응시한 진호가 교차한 쌍검을 크게 펼치듯 휘둘렀다.
그 결과.
-촤아아!
진호의 왼팔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붉은 선이 그어지며 잘려 나갔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은 결과.
-파아아……!
그 역시 점점 빛무리로 변하며 흩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스릉!
진호가 아직 남은 오른팔의 검을 앞으로 강하게 내질렀다.
사라지기 전에, 단 한 번의 공격이라도 내지르려는 모습.
그러나 그의 칼날 끝이 디아블로에게 닿기도 전에.
[닿지조차 못했구나.]
-파아아!
흥미로움과 실망감이 반 섞인 디아블로의 목소리와 함께 진호가 사라졌다.
진호를 마지막으로 모든 헌터들이 그의 성역에서 사라지자.
[두 번째 내기는 네년이 지겠구나.]
디아블로가 엘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장담하기엔 이른데?”
그 말에, 엘리스가 침착한 눈빛을 보이며 읊조리듯 답했다.
[저 나약한 놈들이 나를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디아블로가 조금 전, 이곳에 나타났던 헌터들을 떠올리며 물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무력으로 헌터들을 휩쓸어 버린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디아블로.
그런 디아블로에게 공포를 느끼며 처치당한 헌터들이 하루 안에 다시 그와 마주하는 것.
이것이 엘리스와 한 두 번째 내기의 내용이었다.
디아블로는 나약한 인간들이 압도적인 공포를 느낀 이상, 다시 일어서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처용이나 엘리스처럼, 특별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이들.
그런 이들이 아니라면, 이 압도적인 절망과 공포를 거스르고 바로 일어서기란 불가능했다.
적어도 디아블로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때.
-우웅. 화아아!
제단 위로 게이트가 열리더니, 누군가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본 디아블로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고.
“내가 장담하기엔 이르다고 말하지 않았나?”
엘리스는 제단 위에 곧장 다시 나타난 헌터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태룡사 상단의 수련탑 내부.
그곳에는 조금 전 디아블로와 마주했었던 헌터들이 바닥에 엎어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정신을 수습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 외 나머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
수련탑의 시스템이 발휘하는 규칙 덕에, 그들이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한처용 헌터는 혼자 싸워서 이겼다고 하지 않았어?
-역천군주랑 우리랑 같냐?
-그래도, 어느 정도는 비벼 볼 줄 알았지.
-저 괴물하고 3일 동안 싸웠던 괴물을 우리랑 비교하지 말아라…….
본신 상태의 디아블로를 마주하고 느낀 압도적인 공포와 절망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본체…….”
“화신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제시카와 성자를 포함한 신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려 신력을 각성한 그들조차도, 디아블로의 공격 한 번을 막아 내지 못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높이와 가늠이 되지 않는 두께의 벽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전의를 다소 잃은 듯한 한숨이 흘러나올 때.
“내가…… 노오오-력! 의 길을 걷는 놈이야!”
-탓!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던 헌터.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생각과 고민에 잠겨 있던 진호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쳤다.
동시에.
-닿지조차 못했구나.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한 진호를 향해 실망한 듯, 조롱하는 듯한 디아블로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런 디아블로의 조소 어린 목소리와 눈빛을 상기한 진호는.
“오늘 안에, 반드시 단 한 대만큼은 때려본다.”
오기가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고는.
“사즉생 생즉-!”
-우우웅!
엘리스가 만들어 낸 검은 화염의 게이트 속으로 몸을 던졌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본래의 뜻은,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다만, 헌터들 사이에서는 내가 죽기 전에 상대를 먼저 공격해 죽인다는 의미로 종종 쓰이는 말이었다.
진호는 디아블로에게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 대만큼은 제대로 때려 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수련탑의 규칙에 의해 죽을 일은 없으니, 오기와 객기라도 부려본 것이었다.
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화염의 게이트에 진호가 홀로 진입한 지, 3초도 지나지 않아.
“사…….”
-샥. 쿵!
게이트 바깥에 대자로 뻗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호기롭게 기합을 내지르며 다시 덤벼든 결과.
-촤아!
그는 단 한 번의 도끼질을 피하지도, 막아 내지도 못하고 죽어 버렸다.
게다가 이번엔, 공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다른 헌터들의 도움 없이, 홀로 디아블로와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호는 더더욱 큰 절망을 마주했음에도.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탓! 우우웅.
이를 악물고 소리치며 벌떡 일어서고는 다시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오기와 객기를 부리면서도 끊임없이 디아블로를 향해 몸을 던지는 진호의 모습에.
“……이진호 헌터가 나오면, 저도 다시 같이 갑니다.”
“저도…… 가죠.”
“나도-.”
제시카와 성자를 시작으로 하나둘 몸을 일으키고 허리를 펴며 다시금 투지를 불태웠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