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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709화 (709/726)

#709화

지구에 디아블로의 성역과 이어지는 블랙 게이트가 나타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

“……아직도 안 나오는 건가?”

커맨더가 답답한 표정으로 블랙 게이트를 지켜보며 읊조렸다.

일주일 전, 블랙 게이트를 직접 처리하기 위해 나섰던 처용은.

-계속 통제만 해 주십시오. 다시 올 겁니다.

다시 오겠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는 그냥 방치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으로부터 이틀 전, 처용이 다시 블랙 게이트 안으로 진입했다.

처용이 블랙 게이트로 진입해 디아블로와 마주한 지, 벌써 이틀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지금 게이트와 가까운 지점에서는.

-쿠구……!

종종 옅은 진동이 울려 퍼지는 상황.

아마도…… 처용은 이틀 내내 디아블로와 전투를 이어 가고 있는 듯 보였다.

블랙 게이트 내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처용과 디아블로의 전투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아는 것은 없고 알 방법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블랙 게이트 주변을 통제하고 경계하는 커맨더가 답답한 한숨을 흘리자.

“너무 늦긴 하는군요.”

성자가 커맨더 옆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그 역시, 처용을 향한 걱정 어린 목소리를 흘렸지만.

“그래도, 이번엔 예언자가 같이 가지 않았습니까?”

이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 어린 목소리를 이었다.

처용은 이전처럼 혼자 블랙 게이트로 향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예언자인 엘리스가 따라나섰다.

지금 블랙 게이트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믿고 기다리죠.”

성자는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때.

-쿵!

블랙 게이트가 한번 크게 요동치며 열기가 일렁이는 파동을 내뿜었다.

이를 지켜보던 성자와 커맨더, 주변을 경계하던 헌터들이 긴장감을 내비쳤다.

이윽고.

-우우웅. 탁.

블랙 게이트가 일렁이며 누군가가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

루마니아에 나타난 블랙 게이트.

영원히 타오르는 강과 이어지는 게이트에 이변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

-콰아아! 촤아!

디아블로의 성역 중심부.

용암이 흐르고 이글거리는 투기장과 같은 장소.

그곳에서 강렬한 열기와 폭발이 솟구치며 요동치고 있었다.

무려 이틀 동안 반복된 현상.

화염 줄기가 폭발하며 용암이 터지는 성역의 중심부에는.

-차카캉! 차캉!

도끼와 칼날이 격렬한 충격파를 퍼트리며 충돌하고 있었다.

“칫-!”

-차카캉!

처용이 눈앞으로 쇄도해 온 도끼날을 멸절로 쳐내며 혀를 찼다.

상의 옷깃이 거의 다 뜯어지고 불타 일부만이 남은 모습.

그로 인해 드러난 피부 곳곳에도 베인 상처와 화상 자국이 보였다.

부상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화륵. 화륵. 치이!

화상을 입은 부분에 새하얀 화염, 백염이 피어나더니 점차 상처가 회복되었다.

그리고.

“하하하!”

-스릉! 차카캉!

그런 처용에게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두르며 공격을 퍼붓는 디아블로.

그 역시, 피부 곳곳에 베이고 갈라진 흔적이 가득했다.

하지만, 디아블로 역시 처용과 마찬가지로.

-치이! 쩌적-.

타오르는 화염과 함께 상처 곳곳이 재생되고 있었다.

대악마와 인간이 서로 격렬하게 맞붙으며 부상을 입고 자력으로 치유함과 동시에 다시 맞붙는 모습.

악의 종주와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을 완전히 회복한 디아블로와 그를 다시 찾아온 처용의 전투였다.

벌써 이틀이나 흘러간 시간, 조금의 휴식 시간도 없는 48시간 내내 이어가는 싸움이었다.

-차카캉!

처용은 아래에서 위로 후려쳐 오는 디아블로의 도끼날을 흘리듯 받아침과 동시에.

“일치단결.”

-쿠구구! 콰드드-!

수라와의 일체화를 발동하며 초월의 영역에 진입했다.

날카로운 느낌의 검붉은 갑옷이 처용을 감싸고 흉악한 도깨비 가면이 얼굴을 덮었다.

무려 48시간이나 이어진 전투 동안, 이번이 수라와의 다섯 번째 일체화였다.

-크크크, 더 버티기 힘들어 보이는데?

‘웃기지 마라.’

지친 처용을 도발하는 듯한 수라의 목소리에, 처용이 강하게 소리치듯 답하고는.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최후의 전투를 예고하듯, 멸절을 강하게 쥐며 신력과 강기를 끌어 올렸다.

“항마의 화신 – 강신의 상.”

-척! 쿠구구!

처용이 멸절을 두 손으로 쥐며 신력과 강기로 주변을 휘감았다.

금빛이 일렁이는 신력이 처용을 중심으로 모이며 완전한 항마의 화신이 나타났다.

“고작 그 덩치로는 날 처치할 수 없다!”

디아블로가 항마의 화신을 보며 미소를 내지르고는.

-콰아! 화아아!

주변에 퍼진 화염을 제게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마치, 육체 자체로 화염과 용암을 잡아먹으며 제 덩치를 키우는 듯한 모습.

이윽고.

“크하하하!”

-쿵! 콰쾅!

처용이 소환한 항마의 화신보다도 더욱 거대한 모습의 디아블로가 나타났다.

그 크기에 맞춰.

-스릉! 차캉!

차륜 도끼 역시 더욱 거대해지며 디아블로의 손에 잡혔다.

-후욱! 콰콰쾅!

처용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 오는 거대한 도끼날을 피해 뒤로 물러나고는.

“멸천의 화신.”

-콰아아-!

항마의 화신 위로 검붉은 멸천의 신력을 휘감았다.

붉은 무늬가 새겨진 검은 용포와 망토가 형성되며 항마의 화신에게 둘렸고.

-철컥.

금빛의 문양이 빛나는 도깨비 가면이 화신의 얼굴에 씌워졌다.

동시에.

-피핏. 핏. 지이잉!

항마의 화신이 손에 쥐고 있던 금빛의 태극천체일도가 검게 변하며 작은 별들이 반짝였다.

-스릉. 척.

멸천의 화신이 두 손으로 쥔 태극천체일도의 칼날 끝을 디아블로에게 겨누며 안광을 빛냈다.

“……!”

그 모습을 본 디아블로가 찰나의 순간 멈칫했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하지만.

“하하! 하하하!”

-스릉! 콰아아아!

위험한 직감을 받아 멈칫한 건 찰나일 뿐, 곧장 환희를 내지르며 도끼에 화염을 휘감았다.

전투 본능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전했어도, 그 위험성에 몸을 던지며 환희를 내지르는 상황.

지금껏 디아블로가 위험하다고 직감적으로 느낀 존재는 단 한 명뿐이었다.

다름 아닌, 그에게 여러 번 패배를 안겨 준 악의 종주.

그런 악의 종주에게서 느꼈던 위험한 직감을 처용에게서도 받은 것이었다.

“네놈은, 조크 – 크타니드와 ‘동등’하구나!”

-화르륵! 스릉!

디아블로는 오싹하게 전해져 오는 그 직감에 환호하며 흑염을 휘감은 도끼를 치켜세웠다.

장자 이틀 동안 이어진 싸움의 끝을 맺으려는 듯.

-화륵! 콰아아아!

디아블로가 차륜 도끼에 가진 모든 힘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나선을 그리며 차륜처럼 회전하는 검은 화염이, 새까맣게 타락한 태양처럼 격렬히 불타올랐다.

마지막 힘을 불태우는 듯한 모습.

그에 맞서는 처용 역시.

“나의 의지를 관철해라, 멸천.”

-우우웅!

굳게 쥔 태극천체일도에 신력을 집중시키며 천천히 들어 올렸다.

“차륜격 – 흑일(黑日).”

-스릉. 콰화아아!

디아블로가 검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차륜 도끼를 강하게 내리치며 처용에게 돌진했고.

“태극천체일도 - 천지멸절!”

-철컥. 샤아악!

처용은 돌진해 오는 디아블로를 똑바로 응시하며 태극천체일도를 부드럽게 내리쳤다.

-샥! 촤아-!

세상을 둘로 나눌 듯한 검은 선이 처용 앞에 세로로 그어졌다.

이윽고 그 선에 검은 태양이 돌진해 왔고.

-콰아아! 콰화아아-!

서로 충돌하며 격렬한 화염 줄기를 퍼트렸다.

앞을 가로막는 검은 선을 쳐부수고 돌진해 나가려는 듯한 모습.

검은 선은 그런 디아블로를 반으로 갈라 버릴 듯, 짧고 강하게 진동하며 검은 태양을 밀어냈다.

서로가 서로를 부수고 밀어내기 위해, 맹렬한 힘 싸움이 이어질 때.

-피이!

검은 선 사이로 일순간 빛이 점멸하더니.

-촤아아! 콰아!

황금빛 선이 얇게 그어지며 다시 한번 세상을 반으로 나누었다.

가장 얇고 연약해 보이는 황금빛 선에, 검은 선이 반으로 나뉘며 갈라지고.

-화르륵! 촤아!

디아블로가 만들어 낸 검은 태양 역시, 반으로 갈라졌다.

그 태양을 만들어 낸 디아블로의 가슴에도 황금빛 선이 그어졌다.

그 결과.

-쩌저적! 파아! 파아아……!

거대하게 변한 디아블로가 깨지고 부수어지며 그 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디아블로가 원래 크기로 돌아왔고.

-스르륵……!

최후의 일격을 가한 멸천의 화신 역시, 모래성처럼 흩어지며 사그라져갔다.

“네가…… 이겼구나!”

가슴에 황금빛 검상이 그어진 디아블로가 뒤로 밀리듯 넘어지며 읊조렸다.

“나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가! 네놈을 인정하노라!”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처용의 승리 또한 인정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나! 디아블로,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가 네놈을 인정하노라!!

중국에 강림한 디아블로와 처음 마주치고 그를 처치했을 당시가 떠올랐다.

잠시 회상에 잠긴 처용은.

-스릉.

태극천체일도의 칼날을 세우며 성역 중앙에 떨어져 쓰러진 디아블로를 향해 내리쳤다.

힘 싸움에서 밀려나 큰 부상을 입은 디아블로를 끝장낼 기회.

그러나.

-스릉! 차카캉!

태극천체일도의 칼날은, 쓰러진 디아블로에게 꽂히지 않고 바로 옆에 박혔다.

일부로 디아블로를 끝장내지 않는 모습.

쓰러진 디아블로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네놈의 즐거움을 위해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허무하게 끝낼 순 없지.”

반쯤 깨진 검붉은 도깨비 가면 안에서 처용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우웅. 샥!

처용의 위로 공간이 열리며 엘리스가 나타났다.

디아블로가 완전히 무력화된 순간을 노린 듯한 모습.

“연결해라. 만마전(萬魔殿)의 열쇠!”

그런 그녀의 오른손에는 검은 용이 휘감긴 열쇠가 잡혀 있었다.

처용이 지닌 태룡전의 열쇠를 검게 도색한 듯한 형태.

열쇠에 휘감긴 검은 용의 몸통에는 보랏빛과 잿빛을 빛내는 두 개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 검은 열쇠의 머리 부분이 디아블로의 가슴, 심장 부분과 맞닿았고.

-탁. 화르륵! 피이!

디아블로와 열쇠 사이에 불꽃과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스스스. 키링.

열쇠에 휘감긴 검은 용의 몸통에 검붉은 빛을 빛내는 세 번째 보석이 점차 형성되었다.

“흐음?”

디아블로가 알 수 없는 이변에 의문을 드러내자.

“내 에테르를 받아 부활해 놓고 내 허락 없이 소멸할 생각은 마라.”

엘리스가 디아블로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날 당황케 했던 그때하고는 반대의 상황이지?”

-스르륵.

엘리스의 뒤로 니알라가 나타나며 미소 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이게 무엇이냐?”

디아블로가 엘리스가 쥔 검은 열쇠를 바라보며 의문을 묻자.

“뭐긴, 우리를 고생시킨 만큼 그 대가를 톡톡히 받아 내려는 것이지.”

엘리스가 그 말에 답해 주었다.

처용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디아블로를 소멸시키지 않고 살려서 대가를 받아 내겠다는 말에.

“감히 내게 대가를 받겠다? 하하! 재밌구나!”

디아블로가 재밌다는 듯, 큰 웃음을 내질렀다.

엘리스는 그런 디아블로를 보며, 작게 인상을 찌푸리고는.

“3년 뒤에 일어날 최후의 전쟁, 그전까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소원대로 무한히 싸울 수 있게 만들어 주마.”

악의 종주가 선고한 최후의 전쟁을 언급하는 엘리스의 말과.

“아, 그리고 메피스토 말이야. 결국,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어.”

또 다른 삼천마, 메피스토를 언급하는 니알라의 말이 이어지자.

“하하하!”

디아블로가 광소를 내질렀다.

그리고 잠시 웃음을 내지른 디아블로가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메피스토에게 사라진 운명을 말해 주었다지?”

엘리스를 향해 물었다.

“그 사라진 운명 속에서…… 나는 어떻게 되었었나?”

엘리스가 제 운명을 거부한 결과 사라져 버린 과거이자 미래.

오롯이 ‘예언자’라 불리는 엘리스만 알고 있다고 전해지는 정보였다.

그 사라진 운명 속에서, 디아블로는 어떻게 되었는가?

엘리스는 그 질문에 잠시 침묵하더니.

“……변함없이 무모했고 또 무모했지. 싸움에 미친 놈처럼 말이야.”

이내, 디아블로의 질문에 답해 주었다.

“악의 종주가 확실하게 승리한 상황에서, 너는 그놈에게 덤벼들었으니까.”

회귀 전, 악의 종주가 거의 모든 세계를 집어삼켰을 때.

-이제 싸울 녀석은 하나만 남았구나.

디아블로는 돌연, 악의 종주에게 달려들며 그를 전력으로 공격했었다.

물론, 제아무리 삼천마인 디아블로라고 해도, 악의 종주를 홀로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당연히 소멸했겠군.”

디아블로는 사라진 운명 속, 스스로의 최후가 어땠는지를 상상하며 말했다.

“3년 뒤에 다가올 최후의 파멸에서, 너처럼 전투에 미친놈이 필요하다.”

“크흐흐…… 좋군! 네 녀석의 뜻대로 어울려 주마!”

이어지는 엘리스의 말에, 웃음을 흘린 디아블로가 큰 목소리로 소리치듯 말했다.

이윽고.

“나를 잘 아는 만큼, 나를 즐겁게 해 주리라 믿으마. 하하!”

-파사사-!

환희 어린 미소를 지으며 소리친 디아블로가 검은 모래로 변하며 흩어졌다.

동시에.

-화르륵. 키잉!

엘리스가 쥔 열쇠, 마신전의 열쇠에 세 번째 보석이 완성되며 불처럼 이글거리는 검붉은 빛을 빛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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