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699화 (699/726)

#699화

악의 종주가 악몽과 이어지는 균열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간 순간.

-쩌저저적!

악몽의 입구가 빠르게 닫혔고 이내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

그리고.

[성지쟁탈전이 종전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동시에.

-우우웅!

바알을 포함한 대악마들 뒤로 검은 게이트가 발생하며 그들을 빨아들였다.

시스템이 공증한 성지쟁탈전이 끝나, 악마들을 판데모니움으로 돌려보낸 것이었다.

치열한 격전 도중, 갑작스레 전쟁이 끝난 상황.

-뭐, 뭐야?

-갑자기…… 사라졌는데?

악마들과 마수들을 저지하러 나섰던 이들.

특히, 성좌들과 함께 최전방에 서던 헌터들이 의문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남은 마수들이 빠르게 정리되었고.

[성지쟁탈전의 승자는 우리다.]

-파아아!

황룡이 황금빛을 퍼트리며 잔잔한 목소리로 승리를 선언하자.

-이겼어!

-이야야-!

그제야,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기쁨과 안도를 표했다.

물론, 성지쟁탈전이 승리로 끝났다 하여, 완전히 안도할 순 없었다.

전쟁이 벌어진 대지는 검게 황폐화되어 있었고 악마들이 사라지며 남긴 블랙 게이트의 일부도 남아 있었다.

모든 악마가 제 성역과 이어지는 게이트로 추방된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는 처용을 도운 니알라와 벨페고르, 안드로말리우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니알라의 앞에는.

[시간을 허락해 주어서 감사하오. 안개의 대악마.]

검게 흩날리는 긴 로브와 앙상한 왼손에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리치 모습의 대악마.

판데모니움 서열 13위, 사음의 대악마 벨레드가 니알라를 향해 감사를 표하듯 말했다.

적대적인 악마들은 모두 추방되었음에도, 아직 무림에 강림 중인 벨레드.

그런 그의 주변에는.

-스스스.

니알라가 퍼트린 듯 보이는 짙은 어둠의 안개가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샥. 탓.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처용이, 니알라의 옆에 나타났다.

분위기를 보고 벨레드를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경계 어린 눈빛을 내비쳤다.

[아마도, 괜찮을 거야.]

니알라는 그런 처용을 향해 말하고는.

[나야 너를 잘 안다지만, 네가 굳이 이곳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어.]

벨레드의 말에 답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 벨레드는 니알라의 조치 덕분에, 곧장 추방되지는 않은 상태.

니알라가 그렇게 조치한 이유는, 벨레드가 대화를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삼천마께서 모두 각자 갈라지신 것 같은데…… 맞소이까?]

벨레드가 니알라의 경고 어린 말에 본론을 이야기하며 물었다.

[맞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메피스토와 디아블로는 이제 그자를 따르지 않는다는 거다.]

니알라가 벨레드의 말에 순순히 답해 주자.

[하나가 되었던 판데모니움이, 다시 세 갈래로 갈라지겠군…….]

벨레드가 잔잔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혹은 결심하듯 짧게 생각에 잠긴 벨레드는.

[메피스토 님께서 정녕 위대한 존재와 의절하신 것이 맞는가?]

이번엔 처용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를 향한 증오를 거두겠다고 했다.”

잠시 벨레드를 노려본 처용이 그 말에 사실대로 답해 주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더는 그대들과 싸울 이유가 없다.]

그 대답을 들은 벨레드가 망설임 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는 처용을 적대하지 않겠다는 것.

처용과 함께하는 모든 세력에 맞서지 않겠다는 것.

악의 종주와 바알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

처용이 알 수 없다는 듯, 소리 없는 의문을 드러냈고.

[돌아가면, 메피스토한테 클레핀의 안부나 전해 주라고.]

-스스스.

니알라가 벨레드를 향해 말하며 주변에 일렁이는 옅은 안개를 거두었다.

그 결과.

-츠즈즛. 우웅.

벨레드의 뒤로 마기가 모이더니, 블랙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 게이트 속으로 벨레드가 점차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 갔고.

[잘 전달해 드리겠소.]

-우우웅. 파아!

마지막 말을 남기며 블랙 게이트와 함께 사라졌다.

니알라는 벨레드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응시하며 침묵하고는.

[그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판데모니움은 각각 세력이 나뉘어 있었어.]

처용의 의문에 답하듯, 입을 열었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바로 처용이 알지 못하는 판데모니움의 옛 과거.

악의 종주가 판데모니움을 점령하기 전의 일이었다.

다양하고 척박한 환경이 펼쳐진 판데모니움은 크게 세 세력으로 나뉘어 있었다.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바알.

끝없는 증오의 대악마 메피스토.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디아블로.

바로, 삼천마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력이었다.

단,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면.

[메피스토 이전에는 아가레스가 한 축을 지배하고 있었지.]

본래 메피스토가 지배하던 곳은 전대 삼천마인 아가레스가 지배했다는 점이었다.

그런 아가레스가 메피스토에게 패배하고 그의 영토를 모두 메피스토가 차지했다.

다른 악마들이 그 틈을 노려 아가레스의 영토였던 곳을 탐내기도 했지만, 불가능했다.

거의 모든 대악마가, 아가레스가 메피스토의 샤네에 머리가 베이는 순간을 직접 봤기 때문이었다.

삼천마인 아가레스를 힘으로 짓밟아 버린 메피스토에게 감히 전쟁을 선포하는 바보는 없었다.

아가레스와 같은 삼천마였던 바알과 디아블로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바알은 삼천마의 서열이 바뀌었음에도 관심 없다는 듯 방관했고.

-아가레스는 애초에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 놈이었다.

디아블로는 메피스토가 새로운 삼천마가 된 것을 환영한다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었다.

아가레스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메피스토가 대체했음에도 판데모니움에 큰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삼천마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세 갈래로 나누어진 균형을 유지했으니까.

그리고 삼천마들에게 중립적이거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던 이들도 있었다.

세력과 권력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제 성역에만 머물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대악마들.

바로, 니알라와 벨페고르 등이었다.

다시 현재 상황으로 돌아와서…….

아직, 삼천마 중 하나인 바알은 악의 종주를 끝까지 따르는 상황이었다.

반면에, 다른 두 삼천마는 악의 종주와 완전히 갈라섰다.

판데모니움이 다시 예전처럼, 세 갈래로 나뉜 것이었다.

“악마들이 분열되겠군요.”

니알라의 이야기를 들은 처용이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말했다.

삼천마들이 갈라섰으니, 본래 그들을 따르던 악마들도 갈라서리라고 예측되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벨레드같은 이들은 제가 따르던 삼천마를 따라 움직일 거야.]

그 말에, 니알라 역시 동의했다.

방금 벨레드처럼, 바알이 아닌 다른 삼천마를 따르던 악마들이 하나둘 분열하리라 생각했다.

[아니면……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니알라가 조금 먼 곳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는.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말했잖아? 내가 너를 선택한 이상, 너는 선택권이 없다고.”

이전과는 많이 변한, 제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는 안드로말리우스와 엘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현재 상황이 심히 당황스러운 듯 보이는 안드로말리우스.

“잘 생각해 봐라, 바알조차도 갖지 못한 단 하나뿐인 보석이 바로 나다.”

엘리스가 지친 숨을 고르며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자신의 가치를 말했다.

태초의 그릇을 품고 네크로노미콘까지 다루는 이 우주에 단 하나뿐인 인간.

성좌들과 악마들에게 예언자라 불리는 그녀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말석의 대악마를 성좌로 선택한 결과, 안드로말리우스의 힘이 크게 증폭되었다.

무려, 상위 서열의 대악마와 힘 싸움을 벌여서 이길 정도.

보통, 성좌에게 선택받은 신관의 힘이 증폭되는 것과는 완벽히 반대의 상황이었다.

그만큼, 엘리스의 가치가 성좌들에게 있어 엄청나다는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선택을 받은 대신, 넌 내게 거스를 수 없을 테지만.”

엘리스가 네크로노미콘을 펼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계약의 주도권은 성좌인 안드로말리우스가 아니라, 신관인 엘리스에게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엘리스에게 아무런 영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반면에, 엘리스는 성좌의 계약을 스스로 끊는 것이 가능했다.

심지어, 안드로말리우스를 뜻대로 이용할 방법까지 있었다.

성좌가 신관의 목줄을 틀어쥔 것이 아닌, 신관이 성좌의 목줄을 틀어쥔 상황.

뒤바뀐 갑(甲)과 을(乙)의 관계.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황당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혹시 알아? 말석이었던 네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지.”

[…….]

그는 지금, 엘리스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 계약을 통해 얻은 힘과 이점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 때문에, 그녀에게 강한 태도를 보일 수 없었다.

결국.

[무엇을…… 원하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납득한 안드로말리우스가 조금 수그러든 목소리로 말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더 반발하지 않고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자, 엘리스가 미소를 지었다.

한편.

[…….]

이번 전쟁의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성좌.

아테나가 많은 생각이 휘몰아치는 듯한 눈빛으로.

-우웅.

왼손에 잡혀 은은한 황금빛을 내뿜는 망치, 신법의 존엄을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탓.

그런 그녀에게 니알라와의 대화를 끝낸 처용이 다가오자, 아테나가 복잡한 눈빛으로 처용을 바라봤다.

“자격이 있으니까 인정을 받았겠죠.”

침묵하는 아테나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아는 듯, 처용이 말했다.

이곳에서 자리를 비운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략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아테나가 처용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묻자.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저는 그리 판단합니다. 정의(正意)와 공정(公正)의 여신님.”

처용이 진심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이전, 처용이 여래의 봉인을 풀기 위해 신법을 살펴볼 때.

-물론, 선천적 신격들에게 신법을 맡겨도 되는지는 아직 못 미덥구나.

-저 역시 같은 생각이 들어서 문제입니다.

선천적 신격들을 믿을 수 없다는 여래의 말에 처용은 전적으로 공감했었다.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은 쉬이 청산될 수 없는 죄업이었으니까.

하지만, 누구보다도 선천적 신격들을 증오했던 여래가, 아테나를 인정했다.

복수를 위해 깨우친 역천을 버리면서까지 그녀를 인정한 것.

처용은 그런 여래의 선택을 존중했고.

“계승자인 내가 당신을 믿습니다.”

처용 역시, 신법의 선택을 받은 아테나를 존중하고 인정했다.

[자격 있는 고귀한 자이기에 신법의 선택을 받은 것이니, 자신감을 가지시지요.]

어느새 처용 옆에 다가온 여래도 아테나를 인정한다고 한 번 더 말해 주었다.

신법을 짊어졌던 자와, 계승자인 처용의 진심 어린 인정에.

[덕분에…… 망설임과 불안감이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테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태초신 후보에 더더욱 어울리는 신이 되겠습니다.”

처용이 그런 아테나에게 반쯤 농담 섞인 목소리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것만큼은 사양하겠다. 신법을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과분하니까.]

미소를 지은 아테나가 처용을 향해 반쯤 진심을 담아 답했다.

신법이라는 강력한 신명과 권력을 손에 쥐었음에도, 더 큰 것을 바라지 않는 모습.

한결같이 올곧은 아테나의 모습에 처용이 작은 미소를 흘렸다.

그때.

[계승자, 그리고 그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늘 위에서 은은한 황금빛 파동을 내뿜고 있던 황룡이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황룡의 말에 처용과 아테나가 그를 바라보자.

[파멸이 순순히 물러난 덕분에, 이 망가진 세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황룡이 전쟁이 끝난 지상을 넓게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파멸의 힘을 끝도 없이 내뿜던 악의 종주와 이에 맞서던 성좌들.

곳곳에서 날뛰는 악마들과 마수들.

그들을 저지하고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선 모든 이들.

그 거칠고 치열했던 전쟁의 여파는, 이 무림 세계의 황폐화를 불러일으켰다.

녹림이 가득했던 땅은, 자연력만으로는 회생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무림 세계의 중심인 중원은 완전히 쑥대밭으로 변해 버린 상태였다.

이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막았다 해도, 너무나도 큰 피해를 받은 상황.

황룡은 그 피해를 어느 정도 수복할 필요성을 느꼈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기꺼이 돕겠습니다.]

그런 황룡의 도움 요청에 처용과 아테나가 수락한다며 즉답했다.

그리고.

“나도 도울게.”

처용의 옆으로 다가온 여아.

유리아를 안고 있는 보살이 나타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살님?”

처용이 우려 어린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자.

“내가 좀 많이 작아졌어도, 선술은 다룰 수 있어.”

보살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답했다.

동시에.

-삑.

그녀에게 안겨 있던 유리아가 처용을 향해 울음소리를 냈다.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

잠시 고민한 처용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신법의 주인으로서 선고한다.]

가장 먼저 행동한 이는 아테나.

그녀가 왼손에 쥔 황금빛 망치, 신법의 존엄을 들고 땅 아래를 겨누며 말했다.

[이 세계에 허락받지 않은 어둠을, 모두 몰아낼지어다.]

아테나가 판결을 내리는 재판장처럼, 망치를 짧게 내리치며 말을 잇자.

-탓. 파아아! 촤라라!

황금빛 사슬들이 주변으로 길게 뻗어 나가며 찬란한 금빛 파동을 퍼트렸다.

그 금빛 파동이 검게 죽은 땅에 깃들었고.

-스스스…….

죽은 땅에 일렁이는 파멸의 힘과 악마들의 마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아테나가 가장 먼저 행동한 후.

[자연이, 조화를 이루리라.]

여래가 두 손을 합장하며 신력을 끌어 올렸다.

[선법 – 팔괘생령진.]

-우우웅. 스르륵.

푸른 신력이 땅에 깃들며 여래를 중심으로 팔괘의 진법을 형성한 순간.

“선법 – 팔괘생령진.”

“선법 – 팔괘생령진.”

-탁. 우우웅.

처용과 보살 역시 두 손을 합장하며 여래가 만든 진법에 힘을 보태었다.

세 명의 선인(仙人)이 팔괘의 진법을 그리며 선술을 발현하자.

-파아아! 스스스……!

팔괘의 진법에서 퍼져 나간 생명력이 무림 세계의 땅에 깃들었다.

아테나가 파멸의 힘과 마기를 몰아냈다 해도, 아직 죽어 있는 땅.

그 검은 땅에 선인들이 펼친 생명력이 깃들자.

-스륵. 스르륵.

완전히 검게 변했던 땅과 하늘, 세계의 색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삑.

보살의 품에서 벗어난 유리아가 양손에 팔레트와 붓을 소환했다.

그것은 샬럿 로스의 할아버지이자 회귀 전 처용이 연옥에서 만난 인연 중 하나.

화가인 미스터 밥의 유품.

[천지창조(天地創造)의 숨결 / 신물]

이제는 신물로 변화한 아티팩트였다.

-스륵. 파앗.

유리아가 낡은 붓으로 팔레트에서 녹색 빛을 내는 물감을 찍어 퍼트리자.

-촤아아-.

마치 빈 종이에 물감을 칠하듯, 땅 위로 녹색의 물결이 지나가며 색이 입혀졌다.

그 결과.

-스륵. 스르륵.

녹색의 물결이 발라진 땅 위로,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시간을 빠르게 돌린 듯, 순식간에 자라난 새싹이 크고 작은 들풀을 형성했고.

-쩌저적! 파아!

이내, 나무까지 자라나며 곳곳에 숲을 만들어 내었다.

유리아가 푸른 물감을 뿌리면.

-촤아! 쏴아아!

물줄기가 생기며 작은 계곡과 강이 만들어졌다.

황톳빛 물감을 뿌리면 땅과 바위가 들썩이며 언덕과 산이 나타났다.

검게 죽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땅이, 자연으로 가득 차며 복구되는 모습.

그 모습을 본 모든 이들이, 되살아나는 세계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망가진 무림이…… 살아나는구나.”

황폐하게 변했던 무림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본 한 사람.

“파멸을 맞이했던 우리의 미래가…… 바뀌었구나.”

검성이 감격에 처한 듯 읊조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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