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687화 (687/726)

#687화

-Hey Bro, 내 말 들리겠지? 크크.

다시금 울려오는 조커의 목소리에.

‘……조커. 어떻게?’

처용이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히며 속으로 되물었다.

조커는 태룡전과 연결된 성좌들, 여래나 니알라와 같은 방식으로 처용에게 대화를 걸어왔으니까.

-흐흐, 어떻게 했냐는 Bro의 질문에는, 전 악몽의 관리자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답해 주지.

그런 처용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한 웃음을 흘린 조커가 흔쾌히 답해 주었다.

처용은 조커의 대답을 듣고 잠시 생각하고는.

‘악몽의 관리자…… 악몽 지배자?’

비슷한 정보를 접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조커가 언급한 악몽의 관리자, 이와 비슷한 어감과 느낌을 지닌 악몽 지배자.

짧게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한 처용은.

‘태초의 마수, 니알라 – 크타니드의 역할이…….’

이내 무언가를 알아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정답이야. Bro.

처용의 대답에 씨익 미소를 지은 조커가 정답이라고 말하며 입을 열었다.

-악몽에 처넣은 전대 우주의 정보가 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그게 니알라 - 크타니드의 역할이었지.

조커가 니알라와 악몽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최초의 우주 관리자들이었던 태초의 마수들.

그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지고 태초신을 돕던 이들이었다.

카투라 – 크타니드는 물과 그곳에서 살아갈 생명체들을 관리했다.

크루마 – 크타니드는 불과 태양을 관리했다.

그리고 악의 종주에게서 살아남은 또 다른 태초의 마수.

니알라 – 크타니드의 역할은 다름 아닌 악몽의 관리였다.

전대 우주의 남은 흔적을 찾고 그 흔적을 악몽 속에 집어넣는 것.

이는 전대 우주의 흔적이 새로 만들어질 우주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또 악몽 속에 버려진 전대 우주의 흔적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관리하는 것.

이것이 태초의 마수, 니알라 – 크타니드가 맡았던 역할이었다.

‘그래서, 하워드랑 네가 악몽을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이었나?’

처용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시간이 돌아오고 다시 악몽 속에 떨어졌을 때.

-악몽을 해킹하는 사이에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졌군?

조커가 나타나 악몽을 조작하며 했었던 말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악몽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잊었었지만.

‘니알라 님의 신관인 하워드는 악몽을 다룰 자격이 있었고 네가 그 힘을 증폭시켰군.’

처용은 뒤늦게나마, 조커가 어떻게 악몽을 조작했는지 이해했다.

조커의 정체는 태초의 마수들과 같은 크타니드의 파편이면서도 그들과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존재.

숙주와 함께 살아가는 크타니드의 파편이 지닌 주된 능력은 다름 아닌 증폭이었다.

분노의 파편, 수라가 처용이 지닌 힘을 한계 이상까지 증폭시켜 주는 것과 같은 원리.

수라와 같은 태생인 조커 역시, 하워드가 지닌 힘을 증폭시켜 악몽을 조작한 것이었다.

-그래, 쉬이 할 수는 없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지.

조커는 처용의 말을 긍정하며 말을 이었다.

-나의 Bro가 악몽 관리자의 신관이었던 덕분에, 가능했었다고.

‘악몽 관리자, 새로운 우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필요 없어진 역할이기도 하겠지.’

이어지는 조커의 말에, 처용이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다른 태초의 마수들과는 다르게, 안식에 들어야만 했었던 니알라.

어째서 그녀는 안식에 들어야만 했었고 그 운명을 피하기 위해, 대악마로 다시 태어난 것인가?

다름 아닌, 그녀 스스로에게 닥친 운명이 강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야, 이 정도 이야기만 듣고 거기까지 유추하다니. 정말 대단하잖아? 과연 계승자 Bro야.

조커는 진심으로 감탄한 듯, 박수를 치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리고.

-본래는 열릴 일이 없어졌던 쓰레기통이 지금에 와서야 다시 열리려 하고 있다. 그게 무슨 뜻일까? Bro.

의미심장한 말을 잇는 조커의 물음에.

‘……쓰레기통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라는 의미로 들리는데.’

처용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으며 대답했다.

본래는 완전히 밀봉되어 열릴 일이 없어야 하는 쓰레기통.

그 쓰레기통의 입구가 열렸다는 것은, 쓰레기통에 무언가를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역시! Bro는 정말! 정말로 대단하다고 하하하!

조커는 처용의 유추가 맞다는 듯, 환호와 감탄 섞인 웃음을 지르며 말하고는.

-Bro, 정말 유감이지만, 이건 심각한 문제야.

이내, 웃음기를 싹 지우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 ‘누가’ 쓰레기통의 입구를 열었을 것 같나?

‘…….’

쓰레기통, 악몽의 입구를 연 것은 누구인가?

처용은 그런 조커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시간 회귀 이후, 악몽이 처음 열린 것은, 에블린의 가슴에 박혀 있던 태초의 조각을 건드렸을 때.

그렇다면, 악몽을 처음 연 것은 처용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처용은 그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커가 묻고자 하는 말은, 본래 열리지 말았어야 할 악몽의 입구를 ‘누가 열리도록 만들었냐’였다.

처용은 조커의 질문을 명확하게 이해한 즉시.

‘……프로토.’

그에 대한 답을 곧장 떠올렸다.

순환의 포식자와는 다른, 무한의 순환을 관장하는 존재.

‘이번엔 순환의 포식자가 아닌 다른 놈이 개입한 건가?’

처용이 확신 어린 목소리로 조커에게 묻자.

-안타깝게도…… 말이지.

조커가 짜증 어린 목소리를 흘리며 답했다.

‘엘리스가 사라진 이유도……?’

인상을 찌푸린 처용이, 엘리스를 언급하며 읊조리듯 말했다.

레나에게 이식된 태초의 그릇, 그 안에 있어야 할 엘리스가 사라진 이유.

아마, 누군가가 악몽을 이용해 엘리스를 적출한 듯 보였다.

엘리스는 악몽으로부터 만들어진 존재였기에, 다시 본래 있던 자리로 되돌린 것.

그렇다면, 누가 만들어진 존재인 엘리스를 없애려 하는 것인가?

‘순환의 포식자가 아니라면, 다른 한 놈이 범인이겠군.’

범인은 앞서 언급한 프로토라는 존재라 판단되었다.

-아직 소멸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시간 문제라고 Bro.

조커가 처용의 생각에 긍정하며 대답하고는.

-조금 있으면, 내가 악몽의 입구를 지나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조금 있으면, 처용이 있는 곳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듯 말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조커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후-.’

처용은 조커와의 대화를 통해 방금 알아낸 사실을 곱씹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 계획은 악의 종주가 준비한 계획을 망치고 역이용하여 악마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 계획이 성공하려던 찰나, 엘리스가 사라져 버린 상황이었다.

이대로 악몽 속에 악마들을 버려둔 채, 자신과 레나만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엘리스를 찾는다.’

처용은 엘리스를 찾기로 다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프로토라는 존재.

-놈들은······ ‘천칭’에 속한 이들이니까.

악의 종주가 말해 준 정보에 따르면, ‘천칭의 조율자’라 불리는 존재들 때문이었다.

무한의 순환이라는 우주의 순리를 지키고 관리하는 이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순환’을 명목으로 엘리스를 잡아간 것인가?

처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판단하는 구체적인 이유도 있었다.

-크크크, 보현을 노린 놈들이 ‘순환’의 목적으로만 움직일 리가.

지금 처용과 같은 심경,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또 다른 하나의 존재.

분노의 파편, 수라가 비웃음을 흘리며 목소리를 내었다.

‘동의한다.’

처용은 자신의 심정을 대변해 목소리를 낸 수라의 말에 긍정했다.

-순리에 따라 움직이는 ‘순환의 포식자’는 몰라도, 프로토들은 다를 거다.

수라가 말을 이었다.

-놈들은 순리라는 명목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보살님을 다시 노린다든가 하는?’

이어지는 수라의 말에, 처용이 생각한 바를 이야기하자.

-크흐흐.

수라가 불길한 웃음을 흘리는 것으로 대신 답했다.

그 불길한 웃음 속에는, 짙은 불쾌감 또한 일렁였다.

수라의 대답을 들은 처용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동시에.

-내게 강제되었던 운명을 깨부수고 판을 뒤집는 것. 그게 내 목적이다.

엘리스가 과거의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처용에게 협력을 구하며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과거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만큼은 막는다. 네놈이라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테지.

과연 엘리스를 그냥 두고 레나와 자신만 악몽 속으로 나가는 것이 맞는가?

처용은 스스로에게 묻는 그 물음에, ‘그렇다’라고 딱 잘라 대답할 수 없었다.

-소용없습니다. 이건······ 제가 선택한 ‘운명’이니까요.

처용을 깨우기 위해 제게 강제된 운명을 선택한 보살.

-가짜는…… 이제 사라질 ‘운명’이라는 소리지.

블랙홀에 말려들어 악몽 속에 들어서기 직전, 엘리스가 한 말.

그 복잡한 심경이 일렁이는 목소리는 강제된 제 운명을 선택한 보살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둘이 말하는 운명이란, 천칭의 조율자들이 강제한 ‘운명’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처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읊조리며 인상을 썼다.

‘이 세상에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없다.’

강하게 다짐하듯 읊조린 처용이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레나, 지금-.’

불안한 표정을 감추며 주변을 살피는 레나에게 전음을 보내며 상황을 설명했다.

동시에.

-우웅. 착.

아공간에서 ‘Safe’라 적힌 노란색 완장을 꺼내 어깨에 붙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안전의 표식 / 아티팩트]

[등급 : 유니크]

[악몽 속에서 작용하는 모든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착용자에게 닥치는 불행을 막아 줍니다.]

[특수한 몬스터에게 받는 피해가 감소합니다.]

이전 악몽 속에서 처용이 구했었던 단 하나뿐인 아티팩트였다.

처용이 아티팩트를 차자.

“……마켓.”

차분한 표정으로 처용의 설명을 듣던 레나도 희미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내, 허공을 보고 무언가를 찾듯, 눈을 굴리며 손가락을 까닥거리더니.

-우웅. 샤락.

손아귀에 노란 스카프가 나타나 그녀의 손에 잡혔다.

레나는 천 끄트머리에 적힌, ‘Safe’라는 글자가 잘 보이도록 스카프를 목에 둘러맸다.

그 스카프 역시, 처용이 찬 완장과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아티팩트였다.

지금 악마들은 갑작스럽게 죽은 이들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

그런 그들 모르게 스스로의 안전을 은밀히 확보한 둘이었다.

레나가 준비를 마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본 처용은.

‘기다리는 동안, 이놈들에게 진짜 악몽이 뭔지 경험시켜 줘야겠군.’

이윽고 악마들을 죽인 괴물을 마저 응시하며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처용과 레나가, 대다수의 악마와 함께 악몽 속으로 사라진 후.

[의미 없는 발버둥일 뿐이다.]

-콰아아아!

악의 종주가 느긋한 걸음으로 나아가며 파멸의 파도를 쏘아 냈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멸시킬 법한 힘이 거칠게 휘몰아치며 나아가자.

[아이기스.]

가장 먼저 아테나가 아이기스를 치켜들며 최전방에 섰고.

[받아쳐라. 역뢰!]

-콰르르릉!

토르가 그런 아테나의 바로 옆에 나란히 서며, 묠니르를 아래에서 위로 후려쳤다.

신력이 둘린 아이기스의 방패와 녹색 벼락을 머금은 묠니르의 망치가 파멸의 파도와 충돌한 순간.

-콰아아아!

강렬한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무림 세계 전체가 무너질 듯한 파괴와 지진이 일어났지만.

-우우웅.

그 파괴적인 현상은 황룡이 펼친 황금빛 영역 안에서만 일어나고 있었다.

헌터들을 포함한 이들이 벌이는 싸움에는 일절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것.

악의 종주를 막아서는 건 오롯이 성좌들이 감당해야 했다.

[크으읍-!]

[으아아아-!]

파멸의 파도를 정면으로 받아 낸 아테나와 토르가 인상을 확 일그러뜨리며 비명 어린 기합을 내질렀다.

그저 파멸의 힘을 단 한 번 받아 냈을 뿐인데도.

-치이이-!

지면에 틀어박힌 발이 땅을 부수며 뒤로 쭉 밀려났다.

당장이라도 방패를 든 팔과 망치를 쥔 손목이 부러질 듯 고통이 엄습했지만.

-쿠구구구!

두 성좌는 이를 악물고 파멸의 파도를 버텨 내고 있었다.

그때.

[파도를 갈라라. 창룡이여.]

-탓! 우우웅!

태무신이 금빛 용이 휘감긴 언월도를 치켜들며 토르와 아테나 사이로 뛰어올랐고.

-촤아! 콰아아!

정확히 아테나의 신력과 토르의 벼락이 휘몰아치는 중간 지점을 강하게 내리쳤다.

격렬하게 솟구치며 밀고 들어오는 검은 파도, 파멸의 힘이 가장 취약해 보이는 지점.

정확히는, 아테나와 토르가 최전방에서 버티며 취약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그곳을 태무신이 정확하게 타격한 결과.

-쏴아아!

파멸의 파도가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동시에, 파멸의 파도가 갈라진 오른쪽으로.

[적귀살 – 무!]

방천극을 내지르는 적무신과.

[태산 격파!]

몽둥이에 신력을 두른 채, 강하게 후려치는 헤라클레스.

[몰아쳐라!]

태도에 폭풍을 휘감아 내려 베는 스사노오가 나타났다.

반면에 왼쪽으로는.

[파공창!]

강하게 창을 내지르는 창무신과.

[정의를 집행하라. 티라루인.]

빛에 휘감긴 검을 내지르는 대천사, 미카엘.

[정화하라. 셀라리온!]

샛노란 화염이 휘감긴 창을 내지르는 우리엘의 모습이 보였다.

-쿠구구! 콰아아-!

성좌들이 힘을 합쳐 발휘한 공격에, 파멸의 파도가 저지되며 뒤로 밀려났다.

앞부분이 부서져 내리며 뒤로 밀려나는 파멸의 파도.

성좌들이 서로 힘을 합쳐, 악의 종주가 내뿜은 공격을 막은 듯 보였지만.

-스륵! 콰아아!

무너지는 모습은 잠시일 뿐, 이내 점점 몸집이 커지며 다시 파멸의 파도가 기세를 키웠다.

그때.

-탓! 타탓!

파멸의 파도를 저지하러 나섰던 모든 성좌가 좌·우로 갈라지며 일제히 물러섰고.

-쿠구구! 우드드-!

오른팔 근육이 부풀어 오른 강완이 주먹을 불끈 쥐며 나타났다.

이윽고.

[태사아아안! 붕-괴에에에!]

강완이 공기가 떨릴 정도로 크게 퍼지는 우렁찬 기합을 토해 내며.

-후우우욱! 콰아!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그 주먹에 단단히 압축된 신력이 짧게 점멸하며 앞으로 터져 나갔고.

-콰아! 파아아아-!

파멸의 파도를 뒤덮으며 강렬하게 뻗어 나갔다.

드높은 태산마저 단번에 쓸어버리는 강완의 힘이.

-콰아! 파사사-!

아직 성좌들의 공격에 부서진 부분을 회복하지 못한 파멸의 파도를 단번에 밀어내 부수었다.

앞을 가로막던 검은 파멸의 파도가 무너지며 시야가 드러나자.

[…….]

-우우웅.

파멸의 기운을 넘실넘실 내뿜고 있는 어두운 존재.

악의 종주가 갑주 사이로 드러난,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단 한 번의 공격임에도 이 정도일 줄은……!]

아테나가 악의 종주를 똑바로 응시하며 침음을 흘렸다.

우주의 파멸을 불러오는 존재와 본격적으로 맞선 것은 이번이 처음.

그 힘은 아테나의 예상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이전에 마주쳤던 삼천마들보다도, 감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힘이었다.

비단 아테나만이 아닌.

[버겁군…….]

로키의 힘과 권능, 주신의 자격까지 이어받아 한층 강해진 토르도 경각심을 내비쳤다.

바알의 어둠조차도 그는 단신으로 받아칠 정도로 강해진 상태.

그런 그조차도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이 자리에 강림한 성좌들이 힘을 합쳤음에도, 한 번의 공격을 겨우 저지한 상황.

그만큼.

[상상…… 이상이다.]

악의 종주가 발휘하는 힘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테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리고는.

‘도대체 너는…… 어떻게 이 존재와 단독으로 맞선 것이냐?’

그런 강력한 악의 종주와 단신으로 맞서 싸운 존재, 처용을 떠올리며 속으로 질문을 던졌다.

악마들이 판 함정에 당해 판데모니움으로 떨어졌던 처용.

그랬던 처용은 종국에 악의 종주와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겨우 살아남아 생환했다.

주신급 성좌조차도 단신으로 맞서는 것이 불가능한 악의 종주.

도대체 처용은 어떻게 그런 존재와 단신으로 맞서 싸운 것인지.

도대체 무슨 수로 살아남아 귀환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인 그도,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

중요한 건, 처용이 악의 종주를 상대로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지금조차도.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황룡의 펼친 결계 밖에서는 인간들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나약한 인간들도 서로 힘을 합쳐 악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네놈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한 성운의 주신인 자신 역시, 절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법이었다.

처용을 떠올린 아테나가 다시금 마음을 강하게 다잡으며 기세를 끌어 올렸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