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3화
로키의 계략에 의해 차원의 틈새에 끼인 악의 종주와.
[하하하하!]
-화르륵! 콰아아!
그런 악의 종주에게 맹공격을 퍼붓는 디아블로.
서로 격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충돌하는 여파에 의해 날아간 로키를 토르가 받아 낸 순간.
[네 이놈!!]
먼 곳에서 로키의 배신을 두 눈으로 지켜본 존재.
-콰아아아!
바알이 경악과 분노를 내지르며 고함을 내질렀다.
주변에 해일처럼 넘실거리는 어둠의 파도가 하늘 높이 솟구치며 주변 일대를 거칠게 파괴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로키의 배신과.
[디아블로! 네놈까지이이-!]
디아블로의 배신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심지어.
[메피스토!!]
메피스토의 배신까지.
-잿빛 군도에 도달한 순간…… 증오의 대악마가 저를 공격했습니다.
불과 조금 전, 나베리우스가 바알에게 전했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연달아 배신을 저지른 대악마들에 이어, 같은 삼천마들까지 배신을 저지른 상황.
[크아아아!]
바알의 입장에서는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르고도 더 넘치는 상황이었다.
밑바닥부터 끓어오르는 짙은 배신감으로 인해, 격렬한 분노가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콰아! 푸화아아-!
드높게 솟구친 어둠의 파도가 바알을 중심으로 와류를 일으키며 휘몰아쳤다.
[피해라!]
[멀리 떨어져라!]
바알과 가까이 있던 악마들이, 어둠의 소용돌이를 피해 모두 멀리 떨어졌다.
지금, 분노에 휩싸인 바알이 일으킨 어둠의 파도는 피아를 식별하지 않고 주변을 전부 파괴하고 있었다.
어둠의 재앙 그 자체가 되어가는 바알이, 더욱 제힘을 끌어 올리자.
-콰드드득!
바알의 주변으로 새까만 뼈들이 생성되더니, 여덟 개의 검은 팔이 생겨났다.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칠흑색 뼈의 팔이 넓게 뻗어나갔고.
-쾅! 쾅! 콰지직! 우득-!
주변 일대에 틀어박힌 검은 기둥.
니알라가 소환한 판테라움 기둥들을 우악스럽게 쥐었다.
검은 기둥이 바알의 힘에 저항하듯 잠시 흔들렸지만.
-쿠드드-! 콰직!
이내, 기둥이 부서지고 뽑혀 나가며 모두 파괴되었다.
바알의 힘을 억제하던 기둥이 모두 사라지자.
-콰아아아!
휘몰아치는 어둠의 파도가 더 넓고 크게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과연…… 가장 강력한 대악마인가?]
-우웅! 콰아아!
태무신을 포함한 성좌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서며 어둠의 파도를 저지했다.
[이런 무식한…… 이걸 힘으로 부순다고?]
가장 앞에서 바알을 저지하던 니알라 역시, 침음을 흘리며 물러났다.
바알을 저지하기 위해 준비해 온 수단이 무력으로 파괴된 상황.
아주 오랜 시간 판데모니움을 힘으로 지배해 온 바알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력을 드러낸 바알의 힘은 그녀의 예상을 웃돌았다.
애초에 바알은 지금껏 제힘을 전력까지 끌어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판데모니움에서 다른 삼천마들과 마찰을 일으켰을 때도, 진심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다.
다른 대악마들도, 니알라조차도 지금껏 바알의 전력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바알이 격노에 휩싸이며 악의 제전에 담겨 있던 모든 힘을 끌어냈다.
그 결과.
[이 세계 전체를 어둠 속에 수장해 주마!]
-쏴아! 콰아아!
거대한 어둠의 파도가 솟구치며 하나의 세계 전체를 집어삼킬 듯 퍼지고 있었다.
바알을 막아서던 모든 이들이 어둠의 파도에 밀려나고.
-저벅.
멈추었던 바알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발걸음은 다름 아닌.
[디아블로……!]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악의 종주와 디아블로에게 향하고 있었다.
아직 차원의 틈새에 끼여 나오지 못하는 악의 종주를 도울 듯 보였다.
[어떻게든 막아야-!]
니알라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어떻게든 저지하려 했지만.
-쿠구구구!
거대한 어둠의 세계 그 자체가 되어 움직이는 바알의 발걸음을 쉬이 저지할 수 없었다.
그때.
[로키! 이 더러운 배신자가!]
나아가던 바알이 돌연 분노를 내지르며 손아귀를 앞으로 뻗었다.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토르.
[네놈은 쓸모 있는 도구조차도 되지 못한 사생아에 불과했구나!]
정확히는 토르가 쥐고 있는 로키의 검녹색 망토를 노려보고 있었다.
짙은 배신감과 분노가 일렁이는 바알의 어둠이 솟구쳤고.
-으드드! 콰아아!
네 개의 검은 손아귀가 어둠의 파도와 함께 토르에게 쇄도했다.
그 순간.
-우웅. 탁!
토르의 손아귀에 묠니르가 날아와 잡혔고.
[……받아쳐라.]
-파직! 파직! 콰르릉-!
묠니르에서 솟구친 벼락이 어둠의 파도를 향해 뻗어 나갔다.
아무리 전투 능력이 뛰어난 토르라고 해도, 바알의 힘을 홀로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바알은 주신급 성좌들조차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콰아아! 쿠릉!
묠니르에서 뻗어 나간 벼락.
녹색의 기류가 일렁이는 샛노란 벼락이 토르의 앞을 덮쳐 오는 거대한 어둠의 해일을 저지했다.
동시에.
-후욱! 까가강!
토르가 묠니르를 아래에서 위로 높게 후려치며 다가오는 바알의 검은 팔까지 뒤로 튕겨 냈다.
본래 묠니르는 대장간에서 볼 법한, 두껍고 묵직한 형태의 해머.
그런 묠니르의 형태가 이전과는 많이 변해 있었다.
뭉툭한 해머였던 한쪽이, 아래쪽으로 휘어져 꺾인 형태의 도끼날로 변했다.
반대편의 해머 머리 역시 크기가 더 커지고 넓어졌다.
손아귀에 딱 잡힐 법한 길이였던 해머 자루도 양손 무기처럼 길어졌다.
한 손 무기였던 묠니르가 양손 무기, 워 해머(War Hammer)의 형태로 변한 모습이었다.
[더러운 버러지가 끝까지 나를 방해하다니!]
토르의 벼락 속에 일렁이는 녹색의 기류와 토르의 왼손에 잡힌 망토를 보며 바알이 소리치자.
[내 동생을! 로키를 모욕하지 마라!]
-으드드! 파지지직!
토르가 주저앉아 있던 다리를 일으키며 함성을 내질렀다.
[파멸당한 어리석은 버러지처럼, 네놈은 내가 파멸시켜 주마!]
바알이 분노를 내지르며 토르를 향해 어둠의 파도를 더 크게, 더 강하게 내질렀다.
하지만.
[더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으드드!
토르는 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섰다.
조금씩 다리가 밀려나긴 했지만, 다른 성좌들과는 다르게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바알의 어둠이 점점 더 강하게, 더 크게 밀려오고 있었지만.
[받아쳐라! 역뢰(逆雷)!]
-파지지직! 콰르릉!
토르를 휘감은 녹색의 기류와 벼락 역시 더 강하게 반발하며 어둠을 태웠다.
역뢰(逆雷).
상대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강하게 거스르며 맞받아치는 벼락.
배반으로 힘을 쌓은 로키가 그 힘과 권능을 고스란히 토르에게 넘겨주어 생겨난 권능이었다.
그리고.
[명중하라. 묠니르. 라트요른.]
토르가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말하자.
-스르륵! 우웅!
형태가 변한 묠니르와 벼락 속에서 나타난 한 손 도끼, 라트요른이 허공에 떠올랐다.
동시에.
-후우욱!
풍차처럼 거세게 회전하며 바알을 향해 쇄도했다.
바알이 어둠의 파도와 검은 손들을 내뻗으며 쳐내려 했지만.
-파직! 파직! 스르륵!
다가오는 어둠의 약한 부분을 가르고 피하며 앞으로 쇄도했다.
이윽고 바알이 뻗은 어둠의 손까지 피해 내고는 바알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결국.
-후우웅. 콰쾅!
바알이 왼팔에 어둠을 휘감아 후려치자, 라트요른과 묠니르가 뒤로 날아갔다.
다가오는 두 무구를 쳐내긴 했지만.
-스르륵.
왼팔에 휘감긴 어둠이 묠니르의 망치에 맞아 뭉개지고 라트요른의 도끼날에 베였다.
큰 부상을 입은 건 아니었고 토르의 공격이 손쉽게 막힌 셈이었지만.
[이 버러지가!]
바알은 토르의 공격이 자신에게 닿았단 자체가 불쾌한 듯, 고함을 내질렀다.
-쿠구! 콰아아!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파도가 하늘 높이 솟구치며 거대한 기둥을 형성했고.
-슈화아아아!
드높게 솟구친 어둠의 파도가 토르에게 쏟아졌다.
도저히 피할 틈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어둠의 해일.
하지만 토르는 다가오는 어둠의 해일에 두 손을 뻗으며 다리에 힘을 주고는.
[크아아아아-!]
-쿵! 콰아아아!
정면으로 받아 내었다.
얼핏 제 목숨을 저버리는 무모한 행위로 보였지만.
[받아쳐라! 역뢰!]
-파직! 파지직! 콰르릉!
토르에게 새로 탄생한 권능인 역뢰가 발현하며 어둠의 파도에 맞섰다.
역뢰는 다가오는 공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쳐야 그 진가가 발휘되는 권능이었다.
토르는 새로 생겨난 자신의 권능을 잘 자각하고 있을뿐더러.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소중한 사람을 허무하게 잃지 않겠다는 의지.
거대한 힘과 운명 앞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토르의 의지가, 역뢰 속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거대한 힘을 받아치는 데 특화된 권능이라 해도, 절대적이진 않은 법.
-콰아아아!
점점 더 거세게 밀려오는 압도적인 어둠의 파도 앞에.
-치이이-!
토르의 발이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때.
[아스트라페!]
-파직! 콰르르릉!
샛노란 벼락이 휘감긴 창, 아스트라페가 바알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어둠을 일부분 태워 버렸고.
-쿵! 콰쾅!
아테나가 토르의 왼쪽에 나타나 아이기스를 치켜들며 어둠의 파도를 밀어 쳤다.
동시에.
[흐아아압!]
-쿵! 콰쾅!
토르의 오른쪽에 헤라클레스가 나타나 두 팔을 뻗으며 어둠의 파도를 밀어냈고.
[에덴의 모든 천사는 악마들을 저지해라!]
다른 천사들과 함께 무림에 강림한 미카엘도 바알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마지막으로.
[당신 덕분이야. 토르.]
-쿵! 쿠궁! 쿵!
니알라가 바알의 주변에 새로운 판테라움 기둥을 떨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토르와 다른 성좌들이 바알의 진격을 늦추고 어둠의 파도를 저지해 준 덕분에.
[이번에는 그 거대한 힘만으로 쉽게 부서지진 않을 거야.]
바알과 다른 대악마들을 저지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니알라가 소환한 판테라움 기둥에서 검보랏빛의 기류가 넘실넘실 일렁이며 퍼지자.
[이건……!]
[나태의 대악마?]
-스스……!
각지에서 격전을 벌이는 악마들.
특히 대악마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까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바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파도 역시, 그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벨페고르.]
차가운 분노가 일렁이는 목소리가 바알에게서 흘러나왔다.
그 분노 어린 시선이 향한 곳은 니알라, 정확히는 그녀의 어깨 뒤로 빼꼼 튀어나온 양의 뿔을 응시했다.
[……난 그냥 가면 안 돼?]
니알라의 등 뒤에 숨은 벨페고르가 그 이글거리는 바알의 시선을 피하듯 움츠러들며 말하자.
[가지는 말고 내 뒤에 가만히만 있어.]
니알라가 그런 바알의 시선을 대신 받아 주듯, 앞에 서며 말했다.
다시 한번 성좌들에 의해, 바알이 저지되었을 때.
“……그런가?”
심상 세계에서 빠져나온 처용이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로키가 마지막으로 전해 준 정보.
-조크 – 크타니드가 지상에 강림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야.
정확히는 오직 로키만이 눈치챘었던 악의 종주의 계획.
그것을 파악한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분노로 인해 폭주하는 바알도 문제였지만, 현재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하하하하!]
[…….]
차원의 틈새에 끼인 채, 디아블로의 맹공격을 방어하고 있는 악의 종주.
얼핏 보면, 로키의 함정에 당해 수세에 몰린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
악의 종주는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침묵하고 있을 뿐.
함정에 빠져 수세에 몰린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악의 종주를 강제로 멈추게 만든 것이 바로 로키라는 점.
게다가, 로키의 방해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마저 하지 못한 방해를.
-기왕 이렇게 된 거, 네가 이기길 진심으로 바라지.
이제 처용이 이어받아 행동할 차례였으니까.
주변의 상황 빠르게 판단한 처용이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고.
“레나.”
-피이이!
레나를 향해 작은 빛줄기를 쏘아 보내며 말했다.
처용이 쏘아 보낸 빛을 본 레나는 그것을 튕겨 내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휘릭. 스르륵.
그 빛이 레나의 손아귀를 한 번 휘감으며 회전하더니, 이내 그녀에게 스며들었다.
그러자.
“……이런!”
레나와 엘리스가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며 반응을 보였다.
처용이 쏘아 보낸 빛은 다름 아닌, 기억의 고리.
전장에서 아군이 파악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한 마법, 루비아가 발명한 마법이었다.
즉, 레나와 엘리스는 처용이 파악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받은 것이었다.
그 정보가 심상치 않았기에, 인상을 확 찌푸린 것.
“……이 무림을 통째로 파멸시켜 지구와 에스라 대륙을 동시에 뒤흔든다고?”
인상을 찌푸린 레나가 처용이 전해 준 정보를 읊조리자.
“아무래도 나를 도와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서 말이야.”
처용이 레나, 정확히는 엘리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자.
“……방법은 있다.”
레나의 입에서 엘리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걸 역이용할 방법도 생각났다.’
처용이 전해 준 정보를 생각한 엘리스가 이를 역이용할 방법이 있다면 전음을 보내자.
‘……역시 학살의 마녀야.’
엘리스의 전음을 들은 처용이 미소를 지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