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화
무림 세계 각지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크흠…….”
하늘궁 안에 홀로 앉아 있는 옥황상제가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휘하의 성좌들과 검은 별들, 판데모니움의 대악마들까지 모두 무림에 강림하였다.
그럼에도 옥황상제는 제 성역인 하늘궁에 틀어박혀 있었다.
최근 전면에 직접 나섰던 그가 전장에 나타나지 않고 하늘궁에만 있는 상황.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제길.”
그의 상태가 전장에 직접 나설 만큼 온전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전, 처용과 전투 중에 잘려 나간 오른팔과 주력 신물인 옥쇄까지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전장에 직접 나서기엔 여의찮은 상태.
하지만.
-툭. 툭.
옥황상제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오른팔’을 움직여 옥좌의 팔걸이를 두들겨 보였다.
처용에 의해 잘려 나간 팔이 다시 복구된 모습.
다만.
-……!
멀쩡한 모습으로 복구된 그의 팔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 피부 또한 조금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본래, 천교의 치료 권능을 지닌 성좌에게 복구를 명령했었던 오른팔.
그러나.
-죄송합니다. 상제시여. 이건…… 제 권능으로 복구가 불가능하옵니다.
대신급도 아닌 일개 하위 치료 성좌의 권능으로는 대신급 성좌인 옥황상제의 팔을 고칠 수 없었다.
애초에 ‘치료’라는 권능을 지닌 성좌 자체는 그 수가 극소수.
거대 성운인 천교에서조차도, 소수에 불과했다.
천교에 소속된 성좌 중 옥황상제의 팔을 고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성좌는 없었다.
그리고 옥황상제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네놈들이 고칠 수 있느니라.
잔혹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성좌의 권능으로 고칠 수 없다면.
치료의 권능을 지닌 성좌를 산 채로 갈아서 고치면 되었으니까.
지금 옥황상제의 어깨에 붙어 있는 오른팔은, 천교에 있던 치료 성좌들을 희생시켜 형성한 팔이었다.
천교가 오랜 시간 자행해 오던 실험의 결과.
다만, 그 실험이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었기에.
“크흠.”
아직 옥황상제의 팔을 온전하게 복구할 수는 없었다.
지금조차도, 팔이 계속 미세하게 떨리고 간혹 뜻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았으니까.
악의 종주에게서 하사받은 파멸의 힘과 성좌들을 갈아서 만든 신력이 잘 조화되지 않은 결과였다.
옥황상제가 자신의 오른팔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 하계종 만큼은 기필코 죽여야 하느니라.’
자신의 팔을 이렇게 만든 존재.
처용을 향해 악의와 살의를 곱씹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자신의 계획을 망치고 천교의 원대한 대의를 망치려는 인간.
위대한 신의 앞길을 막는 하계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없앨 필요가 있었다.
동시에.
‘보현도 손에 넣어야 하느니라.’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하는, 한때 하계종이었던 존재.
자비의 대신을 떠올리며 짙은 탐욕을 드러냈다.
그녀를 손에 넣는다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자신의 팔도 단번에 고칠뿐더러.
‘그년을 손에 놓고 태초의 권능만 거머쥔다면……!’
이 우주에서 자비의 대신만이 지닌 강력한 권능, 태초의 권능도 거머쥘 수 있었다.
태초의 권능만 차지한다면, 항상 ‘실패’를 언급하며 건방지게 구는 대악마도, 삼천마도, 그 누구도!
모두 자신의 발아래에 무릎 꿇릴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탁. 탁.
옥황상제가 곧 거머쥘 강력한 힘을 떠올리자, 기대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팔걸이를 두들겼다.
그리고.
“안 되겠군.”
조바심이 난 듯, 입을 열고는.
-우웅. 후우우!
왼손을 저으며 다시 하늘문을 열려 했다.
격전이 벌어지는 지상을 다시 살피고 다시 세세하게 명령을 내릴 생각이었다.
무엇보다도, 지상에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존재, 자비의 대신이 강림해 있었다.
왜 그녀가 어린 모습으로 변했는지, 아무 제약 없이 지상에 강림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려졌다면 더더욱 좋겠지.”
옥황상제는 미소를 지으며 권능을 발현했다.
-스스스.
옥황상제의 신력에 따라 하늘궁의 대전 중앙에 구름이 모여들었다.
이제 모여든 구름이 타원형으로 퍼지며 지상의 모습을 비춰야 했지만.
-스륵…….
대전 중앙에 모여든 구름이 퍼지지 않고 안개가 되며 흩어졌다.
옥황상제의 권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상황.
“……으음?”
갑작스러운 이변에 의문 어린 목소리를 흘린 옥황상제가 다시 신력을 끌어 올리며 권능을 발현했다.
하지만, 다시 하늘문을 소환하려 해도.
-스르르……!
대전 중앙에 모인 구름이 힘없이 흩어질 뿐이었다.
게다가.
-쿠구! 쿠구궁!
무언가 문제가 생겼는지, 하늘궁이 크게 흔들리더니, 주변이 확 어두워졌다.
건물이 정전이 일어나 내부에 불이 전부 꺼진 듯한 모습.
“무슨 일이냐!”
-쿵!
옥황상제가 불편한 심정이 가득 담긴 고함을 내지르며 팔걸이를 내리쳤다.
“……게 아무도 없느냐? 무슨 일이냐고 물었느니라!”
잠시 인상을 찌푸린 옥황상제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다시금 소리쳤다.
평소라면, 옥황상제의 고함을 듣고 즉시 누군가가 달려와야 했다.
지상에 강림해 있는 성좌들을 제외한다 해도, 하늘궁 내부가 완전히 빈 것은 아니었다.
궁궐에서 옥황상제를 보좌하고 모시는 신계인들과 소수의 성좌들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도 옥황상제의 호통을 듣지 못한 듯, 아무 대답이 없는 상황.
“이것들이-!”
옥황상제가 분노 가득한 침음을 흘린 순간.
-화륵.
돌연,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대전 기둥의 한 모퉁이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늘궁이 흔들리며 모조리 꺼져 버린 화로 중 하나에 불이 붙은 것.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고하지 못할까!”
옥황상제가 불이 붙은 화로로 인해 밝아진 주변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화로 앞에 서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그러자.
-저벅.
화로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이가 한 발 앞으로 다가왔고.
“하늘문은 이제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옥황상제의 앞에 나타난 이의 입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천교의 주신인 옥황상제를 따르는 이의 태도와는 거리가 먼 모습.
아니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옥황상제.”
옥황상제를 향한 살의와 증오를 강렬하게 내뿜고 있었다.
“감히!”
그 모습을 본 옥황상제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저벅.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이가 앞으로 한 발 더 다가오며 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자.
“네, 네, 네놈이…… 어떻게?”
옥황상제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궁 대전에서 옥황상제 앞에 나타난 이는.
“이렇게, 둘만이 마주하는 건 처음이군.”
다름 아닌, 여래였다.
“겁쟁이 같은 네놈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려나?”
여래가 차갑게 일렁이는 푸른 안광을 내비치며 옥황상제를 향해 말하자.
“감히 내 성역에 제 발로 들어오다니!”
-쿵! 쿠구구!
흠칫한 옥황상제가 분노 서린 고함을 내지르며 신력을 내뿜었다.
여래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은 천교 주신의 성역인 하늘궁.
옥황상제의 권능과 힘이 가장 강하게 발현되는 장소였다.
게다가, 여래는 신법을 짊어지는 대가로 역천이라는 강력한 힘을 봉인당한 상황.
약해진 여래를 상대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좋구나! 이 자리에서 네놈을 짓밟아 버린다면! 다른 제물들을 대체할 수 있겠구나!”
-파지지직!
옥황상제가 새하얀 벼락, 천벌을 내뿜으며 성역의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쿠구구!
하늘궁이 무언가에 충격을 받은 듯, 강하게 흔들리더니.
-츠즈즛……!
옥황상제의 손에 일렁이던 천벌이 점점 흐릿해졌다.
하늘궁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이자, 옥황상제가 눈을 크게 뜨며 불안한 침음을 삼키고는.
“천황의 보패여.”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자신의 신물을 불렀다.
천황의 보패는 천류관, 옥쇄와 같은 옥황상제의 신물 중 하나였다.
바로 하늘궁을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신물이자, 이 하늘궁의 핵심 동력원이라 할 수 있는 신물.
하늘궁의 가장 깊은 장소, 옥황상제만이 아는 비밀 장소에 두었던 신물이었다.
성좌가 자신의 신물을 부르면, 손아귀에 나타나야 정상.
하지만.
“……?”
옥황상제가 천황의 보패를 불러도, 손아귀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빈손을 내려다본 옥황상제가 인상을 찌푸리며 경악을 드러낼 때.
“이걸 찾았나?”
-딸그락.
차가운 조소를 흘린 여래가 소매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중앙에 푸른 하늘과 짙은 땅이 반으로 나누어진 듯한 그림이 그려진, 정육각형의 황금 보패.
여래가 소매 속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옥황상제의 신물이었다.
신물은 주인의 허락 없이는 다른 이가 함부로 만질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 신물이 여래의 손아귀에 있는 상황.
“당장 내 손에 돌아와라! 천황의 보패여!”
여래의 손에 들린 보패를 본 옥황상제가 경악을 내지르며 보패를 향해 명령을 내렸지만.
-…….
천황의 보패는 옥황상제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네놈을 두 번 다시 놓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스르륵.
여래가 왼손을 들어, 손에 쥐고 있던 옥쇄를 꺼내 보이자.
“……!”
옥황상제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지며 안면이 확 일그러졌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순간을 위해 끝까지 아껴 두었던 힘이다.”
여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리자.
-파지직! 파직!
그에게서 붉은 전류가 일렁이며 불길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스르륵. 스륵.
여래의 주변으로 열 개의 검붉은 문자가 쓰인 부적이 떠올랐다.
이전, 악의 종주에게서 니알라를 구해 낼 때, 보였었던 역천의 신력이 담긴 부적이었다.
여래가 만일을 대비해 숨기고 아껴 두었던 비장의 수단.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주겠다. 옥황상제.”
-우웅! 파지직!
여래가 봉인해두었던 역천의 힘을 끌어올리며 말하자.
-파직! 파지지직-!
옥황상제의 신물인 보패와 옥쇄가 검붉게 일렁이며 핏빛의 전류를 튀겼다.
동시에.
-파직! 파직! 쿠구구!
하늘궁 대전 내부에도 핏빛의 전류가 흐르며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격과 권능을 잡아먹는 역천의 힘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천황이! 물러설 것 같으냐!”
옥황상제가 여래를 향해 고함을 내지르며 머리 위에 천류관을 소환하고는.
-우우웅! 파지지직!
악의 종주에게서 하사받은 파멸의 힘과 천벌을 끌어 올렸다.
이윽고.
-파지직! 파직! 쿠콰콰!
핏빛의 역천과 흑백의 천벌이 서로 충돌하며 굉음과 폭발을 일으켰다.
***
무림 세계에서 일어난 격전이 점점 격해지며 교착 상태가 이어질 때.
-쿠구구-!
점점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진동이 점점 거세지며 그 주기가 빨라지고 있었다.
[흐음, 얼마 남지 않았군.]
무림 세계를 향해 진격하며 성좌들과 맞서 싸우는 대악마들과는 달리, 뒤에 서서 구경하고 있는 이.
궁니르를 쥔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로키가 작게 읊조렸다.
그 순간.
-콰릉! 콰르릉!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강렬한 벼락이 하늘 위로 치솟더니.
[로오오오-! 키이이이-!]
-파지직! 콰르르릉-!
전신에 벼락을 휘감은 토르가 로키를 향해 돌진했다.
토르가 하늘 위에서 내리치는 날벼락처럼 쇄도해 오며 묠니르를 내리쳐 오자.
[궁니르.]
-차캉. 콰콰쾅!
로키가 궁니르를 머리 위로 치켜들며 토르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이냐!? 로키!!]
토르가 분노로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로키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대악마들과의 전투를 치르던 그가 갑자기 로키에게 달려든 이유.
뒤에 가만히 서 있는 로키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야, 그 괴물 같은 감각은 죽지 않았나 봐? 형님.]
로키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토르의 말에 답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모습.
그런 로키의 말에, 토르가 벼락의 힘을 더 강하게 끌어 올리며 묠니르에 힘을 주었다.
로키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해도, 반드시 저지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늦었어. 형님.]
로키의 입에서 조소가 흘러나왔고.
-쿠궁! 쩌저저적!
그의 바로 옆, 허공이 크게 갈라지며 균열이 좌우로 벌어져 새까만 우주가 나타났다.
이윽고.
-파창! 창! 콰자작!
깨진 균열 속에서 날카로운 갑주가 둘린 검붉은 손이 튀어나왔다.
손을 시작으로, 점점 균열 속에서 나타나는 불길한 존재.
[계획이 틀어졌구나.]
악의 종주가 무림에 발을 들이며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
그가 균열 속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 직전.
[안돼!]
-탓! 콰르르릉-!
토르가 악의 종주를 향해 쇄도하며 강렬한 벼락이 휘감긴 묠니르를 내리쳤다.
균열 속에서 악의 종주가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에, 그를 저지할 생각인 듯 보였다.
그러나.
[의미 없는 발버둥이다.]
-슥. 파아아!
악의 종주가 파멸의 힘이 응축된 오른손을 강하게 내뻗자.
-콰아아-!
파멸의 힘의 태풍처럼 몰아치며 토르를 휩쓸었다.
[크아-!]
그 힘을 견디지 못한 토르가 단번에 밀려나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쿠궁! 촤아아!
바닥에 처박힌 상태로 지면을 긁으며 쭉 밀려나는 토르.
그의 주변을 휘감던 샛노란 뇌전은 파멸의 힘에 의해 단번에 사그라졌다.
심지어.
-쩌적……!
토르의 주력 신물인 묠니르가 정면에서 덮쳐 오는 파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갔다.
-후욱! 콰아아!
악의 종주가 바닥에 처박힌 토르를 끝장낼 듯, 파멸의 힘을 재차 내뿜었다.
그 순간.
“태극천체일도 - 천지단절!”
-우웅! 촤아아!
태극천체일도를 소환한 처용이 토르의 앞에 나타나 파멸의 파도를 반으로 갈라 내 좌·우로 퍼트렸다.
“괜찮으십니까?”
처용이 악의 종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토르에게 묻자.
[크…… 나는 멀쩡하다.]
-후두두……!
토르가 즉시 몸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의 종주에게 압도당했음에도, 아직 투지를 잃지 않은 모습.
[……계승자.]
-우드드! 파차창!
처용을 본 악의 종주가 균열 속에서 마저 몸을 빼내며 읊조렸다.
동시에.
-스르륵. 우웅!
오른손을 들고 파멸의 힘을 응축시켰다.
악의 종주의 손아귀에서 다시 파멸의 파도가 쏘아지려는 때.
[시스템의 장벽을 마저 빠져나오십시오.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탁. 스릉.
로키가 악의 종주 앞에 서서 처용과 토르를 향해 궁니르를 겨누었다.
악의 종주가 시스템의 장벽을 빠져나오는 동안, 시간을 벌 생각인 듯 보였다.
[어림없다!]
-파직! 파직! 콰르릉!
토르가 다급한 표정을 내비치며, 기세를 끌어 올릴 때.
‘잠시…… 기다리십시오. 토르 님.’
돌연, 처용에게서 기다려 달라는 전음이 들려왔다.
그 말에 의문을 표한 토르는 당장 달려 나가려는 몸을 멈추고 잠시 기다렸다.
처용에게 생각이 있는 듯 보였으니까.
그때.
[명중하여 멸하라. 궁니르.]
로키가 궁니르의 권능, ‘명중’을 발현하며 창대를 강하게 쥐었다.
궁니르의 권능이 발현되었음에도.
“…….”
기다려 달라고 말한 처용은 칼날을 치켜세우고 방어 자세만 취할 뿐이었다.
그런 처용의 모습을 본 로키가 순간적으로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후욱!
창대를 아래로 반 바퀴 돌리며 궁니르를 거꾸로 쥐었다.
동시에.
-후우욱!
거꾸로 쥔 궁니르를 뒤로 강하게 내질러.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콰자자작!
아직 시스템의 균열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악의 종주.
그의 가슴 정중앙을 꿰뚫었다.
궁니르가 악의 종주를 ‘명중’시킨 순간.
[나 배반의 대악마 로키가! 위대한 존재를 ‘배반’하겠다!]
-우우웅!
로키가 신력을 퍼트리며, 지금껏 자신이 숨겨 왔던 본색을 드러냈다.
나 홀로 계승자